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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칼럼

산부인과에는 부인만 가나요? - 울고 있는 당신의 자궁-

by kwhotline 2011. 8. 5.

 

산부인과에는 부인만 가나요?

- 울고 있는 당신의 자궁


 

약대를 졸업한 친구를 만났다. 친구의 동료가 자궁에 혹이 생겼단다. 친언니 병원에서 바로 수술을 했고, 수술은 성공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친구는 친언니한테 꽤나 혼이 났단다. 혹이 이렇게 커질동안 너희들은 옆에서 뭘 하고 있었냐고.


평소 친구의 동료는 생리통이 있었을 뿐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하복부쪽이 나오기 시작해서 단순히 ‘뱃살이 찌는가보다.’ 라고 친구는 생각했다. 문제는 동료가 혹이 커질동안 몸에 이상을 느끼지 못해 산부인과를 한번도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충격적이다.


 

 

2010.2월,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산부인과」 포스터

드라마 최초로 종합병원 산부인과에 대해 다룬 내용


산부인과에 대한 불편한 인식들


나의 나이 25살이지만, 친구들을 만나면 결혼이야기를 꼭 하게 된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임신이야기도 하게되는데 한 친구가 “임신하는 것보다 나는 산부인과 가는 게 더 무서워”라고 말한다. 순간 헉했다. 친구에게 산부인과는 무서운 존재였다. 그래서 물었다. “너 산부인과 안 가봤어?”  대답은 “아직”


왜 안가냐는 질문에 혼자가기 무섭고, 남자 의사 앞에서 다리를 쫙 벌려야 하고, 시급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또, 산부인과를 가면 의료기록에 남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언젠가 부모님이 아실까봐.


하긴, 정말 동감한다. 보통 나의 또래가 동감하는 이야기들이다. 내가 산부인과를 가기 전에 누구하나 산부인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산부인과는 나같이 미혼여성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산부인과는 나에게 병원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단순히 산부인과는 産婦人科 일뿐.

산부인과도 병원이야! 왜 날 그렇게 봐?


산부인과를 방문하지 않고 지레 겁먹고 있는 여성들은 어디서 이런 정보를 접하는 것일까? 보통 포털사이트에 병명을 검색해 보거나 다른 사람들이 올린 질문들과 경험담을 사실로 확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심한생리통, 월경불순, 성관계에 따른 질염 문제 등으로 꼭 산부인과를 찾아가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박혀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적 시선때문이다.


1. 산부인과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


젊은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갔다거나 혹은 방문을 한다고 하면 전반적인 시선이 ‘너가 거기를 왜?’라는 눈빛이다. 산부인과를 임신, 유산, 성병 등 성적인 이미지만 떠올리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들에게 산부인과를 간다고 하면 몹쓸 곳을 가는 것처럼 쳐다본다. 더욱이 현재 당신이 미혼이고, 남자친구가 있다면 그 눈빛은 확실하다. ‘성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시각을 여성들도 갖고 있다. 여성은 1년에 한번씩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더욱이 생리가 시작된 이후부터는 생리질환, 질염에 관해서 꼭 한번쯤은 병원을 찾거나 검진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에서 미혼의 젊은 여성이 산부인과를 찾기 위해서는 남녀 모두의 사회적 고정관념을 견뎌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2. 산부인과를 방문한 미혼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첫 번째로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태도이다.

친구는 심한 생리통으로 늘 고생을 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방문한 산부인과의 의사는 중후한 남자였다. 진찰 후 의사 왈 “이 정도 생리통도 못 참아서 되겠느냐? 진통제 먹어라.” 라는 소견만을 보였을 뿐이었다. 이후로 내 친구는 산부인과를 가지 않는다. 여성들은 어느 때보다 산부인과를 갈 때는 몹시 예민해져있는 상태이다. 특히나 처음 방문해보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병원의 첫 이미지가 중요하다. 산부인과가 편한 곳이라고 느껴야만 한다. 과연 의사의 저런 태도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모든 산부인과 의사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두 번째로 다른 환자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다.

20살 때 처음 방문했던 산부인과 경험은 별로였다. 일단 다른 환자들은 ‘어린애가 왜 여기를 왔을까?’ 라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친언니와 함께 갔음에도 굉장히 두렵고, 당황했다. 산부인과이다 보니 주된 환자가 임산부나 중년 여성들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젊은 여성이 산부인과를 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여성을 위한 병원이니 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식변화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런 것들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미혼의 여성들이 산부인과 방문을 꺼려하게 된다.



20대를 위한 산부인과 인식개선, 이것만큼은!


20대 여성들아, 당당해지자!


산부인과는 출산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産婦人科는 산(産), 아기를 낳기도 하지만 부인(婦人), 여성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산부인과는 전반적으로 출산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임신부나 중년여성을 위한 공간이라고 여겨지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산부인과는 임신, 불임, 여성의 생식기 질환 등 여성을 위한 공간이다.


                                                     출처: CHA의과학대학교 차병원


 

산부인과의 왜곡된 역할과 부정적인 인식때문에 미혼여성은 산부인과를 자주 방문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혼 여성들에게 높은 진료비도 큰 부담이다. 인식과 현실적인 문제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학협회에서는 만 11세가 되면 1년에 한번 정기검진과 의사가 직접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병의 예방법이나 피임에 대한 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역시 무작정 홍보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즉, 미혼여성을 위한 정기검진을 1년에 한번씩 받게 하는 의무검진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병원을 방문했을 때 여러가지의 검진으로 인한 높은 진료비 부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국가차원에서 어린나이부터 의료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홍보함으로써 산부인과에 대한 고정관념해소와 건강한 자궁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의료기록에 남는 것이 어떠한가? 보험료를 내는 이유다.

타인의 시선이 두려운가? 혹시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국의 20대 여성들이여, 현재 당신의 자궁은 당신의 무관심에 울고 있을지 모른다.



 20대 여성을 위한 Tip

  1. 산부인과 첫 방문시
    생리 주기, 생리 양, 성경험 유무 파악
    생리 불순이라면 골반 초음파 검사로 자궁근종 여부를 확인
    (자궁이나 난소의 모양과 기능을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의 검사)

 
  2. 자궁경부암 검사
   
성관계을 시작한 여성이라면 반드시 년 1회 정기적 자궁경부암 검진
    성관계 이전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미리 맞는것을 권장
    백신 접종방법은 6개월동안 3회 접종 (55세까지는 백신의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음)

  3. 유방암 검진
    예방을 위해 매월 생리가 끝난 직후 자가검진
    가족력이 없다면 2년에 1회 정도 유방암 촬영 추천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http://www.kaog.org/

  ※ 여성건강포탈 와이즈우먼: http://www.wisewoman.co.kr

  ※ 피임‧생리연구회: http://wisewoman.co.kr/piim365/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고갱이’ 황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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