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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후기]성매매, 여성폭력과 자본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보다 <레이디 크레딧> 여성주의스터디모임 6월 후기

by kwhotline 2022. 7. 8.

상반기를 넘어, 이제 무더운 여름의 한 중간에 있는 7월입니다.

지난 달인 6월은 한국여성의전화가 생일을 맞이한 달이었는데요.

여성주의스터디모임이 첫 오프라인 모임을 한국여성의전화 생일카페에서 진행했습니다!  

새로운 소모임원분들과 함께 온라인 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재미있는 그림이 연출되기도 하였는데요.

 

모임의 내용과 한국여성의전화 생일카페의 생생한 현장까지! 회원님의 후기와 함께 살펴볼까요?

 

 

은하(한국여성의전화 회원)

 

  611일 한여전의 39주년 기념 생일 카페에서, 여성주의 스터디 모임이 진행됐다. 처음으로 참석한 모임이라 설레임 반, 걱정 반 조금 긴장했었는데, 생일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반겨주는 대모님같은 한여전 포스터와 여성해방의 향가부장체 철폐의 향이 물씬 나는 굿즈들과, 환대해주는 모임 구성원 분들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행복하게 모임에 참여했다.

이 날 모임에는 총 6명이 참석(온라인 1, 오프라인 5), 여성주의 정치경제학 연구자 김주희님의 레이디 크레딧-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를 읽으며 들었던 생각과 경험, 인상 깊었던 구절 등을 이야기 나눴다.

 

책 레이디 크레딧은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하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담보화 되고 수탈되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성매매에 여성들이 참여하도록 만드는 경제적 요인은 무엇이며 그것이 성매매 산업에서 어떻게 구성되고 변화하는지 질문하고, “부채 관계(부채의 결합, 조절, 차용증 채권의 순환)”라는 분석 틀을 통해 성매매 산업 속에서 여성들이 자발적·강제적으로 성매매에 참여하고 있음을 밝힌다.

 

나는 성매매 문제와 관련해 기존에 존재해왔던 2가지 담론(‘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과 폭력이므로 근절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만을 중심으로 단편적으로 사고하고 고민해 왔다. 그래서 책의 저자가 활동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2가지 담론에서 당연시하게 여겨졌던 전제들에 대해 재질문하고, ‘연구와 분석을 통해 질문에 대한 답을 도출해 낸 과정과 결과가 모두 충격적이고 감탄스러웠다.

 

특히, 일반적인 대출에서의 신용부과 방식과 달리 성매매 여성들은 그 자체가 화폐화 가능한 담보물로 성매매 산업을 작동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3금융권이나 불법 대출뿐만이 아니라 제2금융권에서도 유흥업소 전용 아가씨 대출을 수익성 좋은 상품으로 판단하여 추진하고, 유흥업소 업주들은 자본금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성매매 여성들의 차용증 채권만으로 미래 수익을 기준으로 한 신용 담보 대출을 받아 업소를 차리며, 차용증 채권의 묶음을 통해 성매매업소의 대형화가 진행되는 등 합법적으로 금융자본이 재투자될 수 있는 수익성 높은 매춘 생태계가 조성된 것이다.

 

성매매 산업 속에서 여성들은 “‘자유로운’ ‘파산 불가능한주체로 탄생한다. 성매매 여성들은 부채를 신용으로 판단하며, “남의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부채의 도덕률 속에서 쉼 없는 성노동을 진행한다. 여성들에게 넉넉하게 지급되는 대출금은 돈을 받은 이후 필요를 찾아내도록 하는 역할을 하며, 임대업·부동산업·인테리어업·미용 및 성형산업 등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채무자인 여성을 성매매 여성으로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신용이 빈곤한 이들의 몸과 미래의 삶을 수익으로 계산하고 이를 담보 삼아 사회 안에 내재한 불평등을 가리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성매매 문제를 이 시대의 여성 문제로 적극적으로 구성하고 금융화, 부채 경재, 신용의 민주화와 같은 최근의 변화에 대해 문제화하는 후속 연구와 실천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611일 진행된 여성주의 스터디 모임의 마지막 논의 주제는 <레이디 크레딧>을 읽은 후,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였다.

 

모임에서는 성매매 문제를 성매매 여성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나타난 여성에 대한 수탈 방식임을 인지하고 여성 문제로 연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로 나왔다. 또한 당장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좌절하기보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실천해나가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느낀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함으로써 지속해나가는 동력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주로 나왔다.

 

모임을 통해 서로가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이 무엇인지, 그 부분이 인상 깊었던 이유와 경험은 무엇인지를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고 지지하는 과정을 거쳐 결론에 도달했는데 이 일련의 과정이 책을 더 풍부하게 톺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첫 스터디모임을 한여전 생일 카페에서 진행해 더 즐겁고 행복했다. 카페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여성주의 관점에서 성매매 문제를 큰 소리로 즐겁게 이야기해도 되다니!

 

행복한 한여전 월드에서 가부장제와 신자유주의 사회로 돌아와 킹 마초맨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지만, 한층 유쾌하게 싸우고 있다. 안전감과 해방감, 연대감을 이미 느꼈고, 함께 해석하고 연대하는 우리가 있음을 확인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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