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공공기관 10곳 중 4곳 이상(43%)이 면접 성비 데이터를 기록, 관리하라는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침을 이행하지 않은 공공기관도 문제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최초 지침 안내 이후 이행 점검,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관리 소홀의 문제가 크다. 면접 시 지원자 성비를 기록, 관리하는 지침은 아직도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서류·면접 단계에서의 성차별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도입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겨우 공공기관에만 국한된 최소한의 지침마저 이행되고 있지 않은 것은 국가적으로 채용 성차별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2020년, 한 구인 포털이 구직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면접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여성은 30.4%로 남성(9.6%)의 3배였으며, 구체적으로는 ‘향후 결혼 계획’, ‘출산 및 자녀 계획’, ‘남성/여성 중심 조직문화 적응에 대한 생각’ 등을 물었다고 한다.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면접 전형에서, 특정 성별의 응시자에게 ‘근무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 여겨지는 질문을 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나 2020년에도 이를 경험하는 여성 구직자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이뿐 아니라, 여성 응시자에게 군대 경험 및 이에 따른 임금 차별에 동의하는지를 질문한 동아제약, 면접 점수를 조작하여 여성들을 대거 탈락시킨 금융권 등 그 외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한국 사회의 채용 성차별은 공고한 실정이다. 기업의 ‘인사권’을 빌미로 좀처럼 규제되거나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채용 단계별 성비 공개가 최소한의 장치로 필요한 이유다.
한국의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은 2020년 기준 67.7%에 지나지 않는다. 2011년 이래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OECD 주요회원국 중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하는 성격차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 분야 성평등 지수는 156개국 중 123위로, 교육, 보건, 정치 분야보다 열세가 두드러졌다. 경제 분야에서도 특히 ‘공직 및 사업체 고위직 여성 비율’은 15.7%에 불과해 134위를 기록했다. 이들 지표는 고용, 직장 문화, 해고, 산업 구조 등 경제 분야 전반에 걸친 촘촘한 성차별의 복합적인 결과이며, 한국의 성차별은 타 국가에 비교해서도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려준다.
경제 분야의 성차별에 대한 다른 국가의 대응은 어떨까. 직·간접 고용 형태와 민간 부문까지를 포괄한 성별 임금격차 정보 공개(영국), 기업 임원 3분의 1 이상을 여성으로 의무 할당하는 여성 임원 할당제(독일) 등 한국보다 지표가 나은 수준인 해외 국가들은 경제적 성평등 달성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이미 마련되어 있는 지침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정부, 대응을 위한 적극적 조치 마련은커녕 실태 파악조차 게으른 정부의 행태는 성차별을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지금이라도 본 지침을 제대로 시행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조치를 하라. 정부는 방관이 아닌, 성평등에 다가가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반드시 이행하라.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11005
* 관련 기사 :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13296.html
* 국민신문고로 공공기관 면접 시 성비 데이터 관리 지침 이행 촉구하기 :
https://www.epeople.go.kr/nep/pttn/negativePttn/negativePttnRqst.paid
- 누구나 신청하실 수 있으며, 본인 인증 후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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