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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기자회견]용화여고 스쿨미투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

by kwhotline 2021. 10. 1.

용화여고 스쿨미투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

 

2021 9 30 () 오전 10 15분 선고 직후 대법원에서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한국여성의전화는 용화여고 교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본 기자회견은 최경숙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전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홍문정 서울동북여성민우회 대표, 김정수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 활동가, 손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의 입장문 발표가 있었고, 신민주 한국여성의전화 회원과 상현 녹색당 성평등위원회 활동가의 발언이 있었다.

 

 순서


*사회 :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최경숙 전 집행위원장


1. 경과보고
2. 참가단체 입장문
1)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 최경숙 (대독)
2)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 홍문정 서울동북여성민우회 대표
3) 한국여성의전화 : 김정수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 활동가
4) 전국교직원노동조합 : 손지은 부위원장
3. 현장발언
1) 신민주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2) 상현 녹색당 성평등위원회 활동가


4. 질의응답

 

 

 

 입장문 1 _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최경숙 대독)

 

2021 9 30.

드디어 3년여에 걸친 용화여고 스쿨미투의 법정공방이 마무리 되었다. 위원회의 입장에서 본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 이유가 없었던 사건임에도, 항소이유서 등에서 피고인이 본인이 무죄라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소영웅주의’ ‘확증편향 등 피해자와 위원회를 이성적이지 못한 존재로 비하해왔고 그러한 항소이유서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이 받아들여져 오늘의 선고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고 결과에도 거듭된 재판과 항소이유서의 2차가해로 인해 피해자와 목격자, 조력자들의 상처는 오히려 깊어지고 있었다. 피고인이 진정으로 자신의 지난 사상과 행동을 뉘우친다면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의 죗값을 치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는 여러 차례 재심을 통해 시간을 끌기만 했을 뿐 한번도 피해자 및 위원회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손길을 보내온 적이 없다. 변호사를 통해서든 시민모임을 통해서든 사과의 뜻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시도는 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향해 무턱대고 직접 대화를 시도하거나 항소와 같은 법정 대응으로 일관했을 뿐이다. 이렇듯 가해자의 반성 없는 괘씸한 태도 때문에라도 2심보다 더욱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알면서도 전망이 마냥 좋지 않은 현실에 가슴 졸이며 힘들어했다. 피고인이 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릴 동안, 위원회 역시 창살없는 감옥에 마음을 붙잡힌 채 선고 결과를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 이 선고로 인해 우리는 이제야 아직도 안 끝났냐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 오늘로 인해, 우리는 이제 맘 편히 웃으며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되었다. 서로에게 기대어 그간의 시간을 걸어온 우리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와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한국여성의전화 등의 사람들이 이제는 맘 편히 웃으며 서로를 마주할 수 있기를.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가는 이 당연한 사실이 앞으로는 좀 더 수월히 계속되기를. 오늘을 기억하는 사람, 기억해야하는 사람이 피해자가 아니라 재판부와 가해자가 되기를. 이제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과거를 맘 편히 망각해도 되는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대한민국 재판부와 가해자들은 오늘을 기억하라,

 

기억하라, 기억하라, 기억하라!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감옥으로.

 

감옥으로, 감옥으로, 감옥으로!

 입장문 2 _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홍문정 서울동북여성민우회 대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한다.”

 

오늘 선고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환영합니다. 사필귀정입니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법정의를 세워준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합니다.

이번 판결은 용화여고 스쿨미투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일어난 스쿨미투에 대한 판결이며,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스쿨미투운동에 등불이 되어 방방곡곡을 비출 것입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너무나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2018년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에서 가해교사를 경찰에 신고를 한 뒤 3 5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쓰러질 뻔한 험난한 파도를 수없이 만났지만, 꿋꿋하게 헤쳐나가며 여기까지 와 준 위원회 및 피해고발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용기를 내었기에 후배들이 더 이상 가해교사를 교실에서 만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횃불을 들었기에 학내 성폭력의 추악한 어둠이 걷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룬 이 성과를 대한민국 역사가 기억할 것입니다. 더 이상의 성적괴롭힘과 폭력은 학교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다는 신호와 메시지를 강력하게 남긴 것입니다. 우리사회의 반성폭력 운동에도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지지로 연대해준 많은 시민과 단체 여러분,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도 멈추지 않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시기마다 함께 맞잡은 연대의 손은 그 누구도 꺾지 못할 튼튼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은 용화여고 스쿨미투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3년 전에 들었습니다. 이후 과정에서 그들의 선배와 후배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증언을 했습니다. 가해교사에 의해 일상적으로 발생했던 추행들은 기억하기 끔찍한 학교괴담이었습니다. 그 선생의 눈에 띄지마라, 잘 보이지도 말고 못 보이지도 말아라. 죽은 듯 지내라. 선배에서 후배로 이어지는 학교 괴담은 가해교사를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몇몇은 그의 추행을 바로 잡으려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그는 어떻게든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그가 지닌 권력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지만, 학교당국의 대처 또한 그의 죄를 감싸주는 방패는 아니었을까요? 그렇기에 학생들은 자신의 피해를 말할 수 없었고, 말했던 학생들은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당하고 이를 지켜보는 또다른 피해자는 결국 침묵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동네 여학교의 잔혹한 역사를 알게 되었기에, 졸업생들의 스쿨미투와 포스트잇을 마치 구호요청 하듯 창문에 붙인 재학생들의 창문미투가 일어났을 때, 더이상은 피해자와 고발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자신이 당한 고통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용기를 내어 말하기 시작한 그들의 곁에서 함께 걷기 시작했습니다. 서로를 의지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동안 피해고발자들은 가해자의 반성 없음에 가장 크게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재판과정이 거듭될수록 진실을 가리고 오히려 피해자인 제자들을 거짓말쟁이로 치부하는 그 몰염치에 언젠가 사과할 거란 실낱같던 기대를 버렸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할 권리, 안전할 권리, 안전하게 교육에 몰두할 권리를 짓밟았던 그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3심까지 오면서 보인 행동들과 주장들은 피해자와 고발자들에게 모두 2차 피해를 유발했습니다. 양형사유에서 언급된 ‘20여년 이상 성실하게 교직을 수행한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한 행위자체로 성실한 교직수행은 이율배반입니다.

 

어제는 성차별과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가득한 마을에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은 미세먼지 같은 성차별로 인한 성폭력이 먼지처럼 켜켜이 쌓이고 둥둥 떠다니는 학교에 대법원의 단호한 목소리가 내렸습니다. 이제까지의 추함을 씻어버리라고 합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관계가 사제지간인 점을 고려하면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격려 또는 지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 접촉이며, 나아가 피고인이 했다는 발언 또한 그러한 목적이나 취지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지독히 냄새나는 방귀소리였습니다.

 

오늘 대법원은 가해교사의 그러한 변명이, 교사로서 올바른 성인식을 심어주고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지위에 있음에도,학교생활과 성적, 생활기록부 작성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고의적으로 추행을 저지르는 성범죄자의 추악하고 조악한 헛소리임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오늘 이후로는 사제지간에 지도나 훈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스킨십이며, 사회통념상 어느 정도 허용되고 있다는 가해자 중심적인 사고와 망언은 더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피해자와 고발자들은 일상을 되찾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 10년 전에 받았던 상처와 사법정의를 세우기 위해 쓰린 속을 부여잡았을 그 마음이 하루 빨리 치유되기를 바랍니다.

 

스쿨미투 당사자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의 용기와 분투를 우리 사회는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민여러분,

오늘 용화여고의 사법정의실현과정은 마무리 되었지만, 전국의 스쿨미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함께 관심과 지지의 연대를 계속 이어나가 성평등 학교를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도 계속 연대하겠습니다.

 입장문 3 _ 한국여성의전화 (김정수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 활동가)

 

대한민국 스쿨미투의 시작이었던 용화여고 교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하여 오늘 대법원은 징역 1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고 가해자의 유죄를 확정하였습니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과입니다. 성폭력 범죄자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이 당연한 결과를 받기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늘 대법원의 판결은 교사들의 성폭력을 SNS에 폭로하며 스쿨미투의 역사를 시작했던 용화여고의 졸업생들, ‘위드유, 위캔두애니씽이라고 쓴 포스트잇을 창문에 붙이며 스쿨미투에 동참했던 용화여고 재학생들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고 함께한 시민들 모두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판결이 단순히 가해자 한 명에 대한 결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전국의 스쿨미투 사건에서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가벼운 징계를 받고 학교로 복귀했고,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2심에서 감형되는 등 제대로 된 처벌이 진행된 사례는 드물었습니다. 그나마 처벌을 받은 가해자들마저도 행정소송을 통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의 판결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학교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안전해지지 않습니다. 학교가 주체가 되어 성폭력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는 등 교내 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학교에서는 교권이라는 이름으로 성차별, 성폭력이 자행되었습니다. 스쿨미투가 개별 가해교사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학교 내 권력 구조의 문제이자 교육체제 전반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스쿨미투의 근본적 대책은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 페미니즘 교육이 실현되는 학교, 평등한 문화가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한국여성의전화는 뜻을 함께 하는 모든 이들과 끝까지 연대할 것입니다.

 입장문 4 _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손지은 부위원장)

 

먼저 1, 2, 대법 판결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마음 졸이며 고통받았을 피해고발자 분들께 미안함과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8년 시작된 용화여고 스쿨미투운동을 통해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이 학생들에게 결코 안전하지 못한 곳이라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사로서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 살아오면서도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겪는 혐오와 폭력에 충분히 공감하고 연대하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그리고 저 개인의 성찰에서 머물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용화여고 학생들은 오랫동안 지속된 학교의 가부장적 문화, 차별과 혐오, 폭력으로 얼룩진 일상을 깨고 용기내어 성폭력 피해를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직후 돌아온 것은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고발자를 비난하는 2차 가해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고발자들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일절 없이 항소에 상고를 거듭하였습니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가해교사에게 합당한 파면 처분에 대해서도 취소를 요구하며 교원소청심사위에 소송을 제기했고 기각되자 행정소송까지 제기하였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끝까지 자기가 저지른 폭력과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되도 않는 결백을 주장하며 도리어 피해고발자를 탓하는 가해자의 행태에 치가 떨립니다. 가해자는 수십 년 동안 교단 위에 섰던 교사였습니다. 그는 교사-학생 간 위계권력과 남성-여성 간 젠더권력을 이용하여 많은 학생들을 착취하고 그들의 존엄을 짓밟았습니다. 가해자의 명예를 보호하려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던 이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듯 어줍잖은 논리로 피해고발자의 주장을 무력화하려 했으며 교육할 권리를 내세워 학생들의 용기 있는 고발을 교권에 대한 도전 쯤으로 취급하고 스쿨미투운동을 위축시켰습니다.

 

드디어 오늘 대법원은 가해자의 강제추행 행위를 인정하며 가해자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10년 동안 지속된 피해고발자의 고통을 최종적으로 인정하고 용화여고 스쿨미투운동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피고인이 교사로서 올바른 성인식을 심어주고 피해자를 보호·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학생들을 강제추행한 죄가 있음을 명시한 대법원 판결이 학교 내 성폭력에 대해 성찰과 전환의 메시지로 전달되길 기대합니다. 따라서 오늘의 판결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합니다. 아직도 젠더권력의 우위에 서있는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성희롱과 성폭력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또한 명백히 성희롱·성폭력으로 규정되지 않는 페미니즘 백래시나 성차별적 괴롭힘으로 너무 많은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노동권과 학습권, 생존권을 침해당하며 고통받고 있습니다. 학교 내에서 불평등한 젠더권력에 기반하여 오로지 여성 또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존재에 대한 위협을 받고 검열당하고 자유를 박탈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고통을 호소해도 개인적이고 사소하고 우연히 한 번 일어난 일로 치부해버리는 학교 문화 속에서 피해생존자들은 고발은 커녕 고충을 털어놓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학교는 젠더 권력 관계 속에서 약자로 살아가는 구성원들에게 하루빨리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이 공간에서 누구나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고 또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합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피하라고 하는 대신,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가해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하고 피해고발자의 회복과 일상으로의 복귀에 만전을 다해야 합니다.

 

오늘 용화여고 스쿨미투 대법판결은 학교 내 성폭력과 이 외 모든 젠더폭력에 경종을 울릴 것입니다. 전교조는 스쿨미투와 학생들의 외침에 공명하여 성평등한 학교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또한 스쿨미투 피해생존자 학생들과 연대하고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발언 1 _ 신민주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지난 2018년부터, 수많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경험한 성폭력에 대한 고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3년만에 전국적 스쿨미투 운동 가장 앞에 있었던 용화여고 스쿨미투 대법원 선고가 있었습다.

 

사실 짧은 선고를 들으며 기뻤지만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선고는 가해자의 입장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그러나 한편 이 짧은 말을 듣기 위해 싸웠던 수많은 시간들과 상처받은 사람들의 얼굴이 머리에 스치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판결은 아직까지 스쿨미투가 완료된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많은 과제를 남기는 판결이기도 했습니다. 가해교사의 복직, 징계 취소가 인용되는 시간이 있었고, 심지어 가해교사의 복직은 피해 청소년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3년이 흐르는 시간동안 재학생이었던 용화여고 학생들이 졸업생이 되어 싸우고, 그러다가 잠시 스쿨미투 운동에서 떠나가기도 하고, 그러다 나타나기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말합니다. 너무도 고생하셨습니다. 3년 동안의 싸움 끝에야 듣게 된 판결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직도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는 교실이 조금이라도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크게, 아직까지 말하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용화여고 스쿨미투 대법원 판결이 난 이후에도 스쿨미투 운동은 이어질 것입니다. 스쿨미투는 다만 지금의 재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졸업생들의 문제이자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일들이 스쿨미투일 것입니다. 저 또한 학창시절 수많은 학내 성폭력과 그것을 묵인한 학교를 보고 자라온 세대이기도 합니다. 오랜시간 동안 묵인되어 왔던 문제들이 해결과 치유의 과정을 밟기를 원합니다. 은폐하려는 사람들이 아닌 말하기로 결정한 사람들, 그리고 싸우기로 결정한 사람들로 인해 학내 성폭력이 종식되기를 바랍니다. 그 날까지 국민여러분들도 꼭 끝까지 관심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발언 2 _ 상현 (녹색당 성평등위원회 활동가)

 

안녕하세요, 녹색당 성평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현이라고 합니다. 먼저 긴 시간 끊임없이 싸워온 당사자분들과 연대자분들께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용화여고 창문을 가득채운 포스트잇 함성을 기억합니다. 성폭력을 뿌리뽑겠다는 졸업생들의 요구에 재학생들이 용기를 낸 것입니다. 함성은 물결이 되고 파도가 되었습니다. 용화여고 스쿨미투는 전국적인 연대를 이끌어내었고, 결과적으로 가해교사로 지목된 18명 중 3명이 학교를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시민들의 연대가 이루어낸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변화의 흐름을 맞이하기에 학교의 담장은 높았습니다. ‘미투운동이라는 시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일상을 보내는 학교 현장은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요구했고, 가해 교사들이 학교로 돌아오게끔 했습니다.

 

2018년 창문미투 당시 1학년이었던 학생들까지 올해 2월 졸업한 지금 실질적으로 무엇이 변했는지 의문입니다. 용화여고는 그간 성폭력교육을 2번 했을 따름이고, 가해 교사들은 다 학교를 떠났다며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고 주장하며, 이제는 사건 자체를 언급하지 않으며 마치 없었던 일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문제제기 및 공론화 이후 용화여고 안에서의 내부 단속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그나마 학교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졸업생이 더 원활한 대응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들여다보면 일선 학교가 성희롱 성폭력 피해 학생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보입니다. "문제시하면 침묵시킬 것이다. 사건의 해결에 학교가 협조할 일은 없을 것이다."

 

가해자에게 관대한 문화, 이 사회가 그렇기에, 다 어느 정도는 그렇게 살기에 이해해야 한다는 지겨운 주장, 변화를 수용하기보단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고 잊혀질 것이라 여기는 나쁜 관성은 지금도 만연합니다.

 

현재 재판중인 가해자는 2011년부터 학생들을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이 사건은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가 실시한 성폭력 실태조사의 응답자 중에는 1996년 졸업생의 피해 진술도 있었습니다. 2003년 당시 교감의 성추행을 목격한 재학생이 교육청에 신고했으나 오히려 신고한 학생이 퇴학처분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교사들의 가해로 인해 지속적으로 수치심과 고통을 느끼고, 한 명의 존엄한 인간으로서 대우받지 못했다는 모욕과 분노를 느껴온 피해자들은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했고, 학생인권의 시곗바늘은 한참을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투운동의 시대적 흐름과 전사회적 연대로 변화의 시계는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성폭력을 오래된 미래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지금 여기서 폭력의 역사를 끊어내려는 것입니다.

 

당초 5년이라는 검사 구형에 비해, 1 6개월은 턱없는 형량이지만 그나마도 가해를 인정하지 않고 불복한 가해자의 뻔뻔한 상고를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를 침묵시키면 사건을 덮을 수 있다는 가해자들의 시대착오적인 판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수 있게끔 앞으로 보다 납득가능한 수준의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사법부의 인식개선이 이루어져야할 것입니다.

 

나아가, ‘침묵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기를 선택한 용감한 용화여고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목소리에 학교와 이 사회는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 실효성 있는 예방 조치'로 화답해야 합니다.

 

녹색당 성평등위원회도 학교에서, 일상 속에서 성폭력을 뿌리뽑을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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