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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죽음 앞에서 - 청주 10대 여성 사망 사건에 부쳐

by kwhotline 2021. 5. 21.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죽음 앞에서 
- 청주 10대 여성 사망 사건에 부쳐

지난 5월 12일, 청주에서 두 명의 10대 여성이 사망했다. 이 소식이 더욱 참담한 이유는 두 청소년에게 학대와 성폭력 피해가 있었다는 점, 경찰의 가해자 체포·구속영장이 세 번이나 반려되었다는 점, 두 사람이 교내 상담 기관에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지속해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두 청소년은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문을 두드렸지만, 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많은 언론사에서 보도하고 있지만, 기사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아동·청소년 학대,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된 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기관들은 오히려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 갖가지 핑계를 늘어놓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보호조치에 나섰지만, 학생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며 법과 피해자 탓을 하였으며, 경찰은 ‘영장을 신청했으나 번번이 반려되었다’ 며 검찰을 탓했다. 검찰은 ‘영장의 절차적 문제보완 및 보강 수사가 필요했다’며 경찰을 탓하고, 교육청은 두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에야 ‘사건을 파악하고 있다’며 뒤늦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고 한다. 기사 내용만 보면, 어느 곳이든 두 청소년이 호소한 피해 내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접근한 곳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두 피해자의 죽음은 이제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막을 수 있었던 그들의 죽음에 대해 한없는 슬픔과 울분을 느낀다. 두 피해자가 친구 관계이며, 가해자가 피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보면 두 청소년이 느꼈을 압박과 취약한 현실에 대해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피해자는 제대로 된 의사를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사기관, 지자체 등의 기관이 정말 ‘사회적 안전망’이라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어렵고 폭력피해 입증이 어려운 여성폭력과 아동학대의 특성을 고려한 결과가 고작 이것일 수는 없다.

더욱더 분노스러운 점은 여성폭력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장면이 이 사회에서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사건에서 가정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성의 여지가 있다는 말로 처벌받지 않은 수많은 가해자를 보고 있다. 언제까지 피해자를 사각지대로 내몰고, 가해자에게는 면죄의 기회를 주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가.

사건 이후 지역사회에서는 아동학대, 성폭력 대응 체계 마련과 가해자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온라인에서는 가해자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가는 등 많은 사람이 함께 분노하고, 마음을 모으고 있다. 이제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무엇이 변하였느냐’는 분노와 답답함을 딛고 행동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어야 한다.

 

2021년 5월 21일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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