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7일, 법무부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2018년 5월의 입법예고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하반기부터 올해 7월까지 경찰에 신고된 스토킹범죄는 1만996건으로, 하루 평균 14.9건이 신고되었다고 볼 수 있다. 법무부가 흘려보낸 2년 반의 시간 동안 신고된 이 수많은 범죄의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입법예고안은 기존 안보다 훨씬 더 나아갔어야만 했다.
그렇다면 이번 입법예고안에서 실제로 달라진 것은 어떤 부분일까? 가장 큰 차이는 경찰의 권한이 확대된 것을 꼽을 수 있다. 검사와 판사를 거쳐야만 시행할 수 있는 ‘잠정조치’ 중 일부가 현장에서 경찰이 직권으로 행할 수 있는 ‘응급조치’로 이동된 것이다. 그 대신 ‘잠정조치’에는 스토킹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을 때 행위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됨으로써 검사의 권한이 일부 추가되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핵심은 바뀌지 않았다. 2018년 안과 이번 입법예고안 모두 스토킹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연락을 취하는 행위 ▲물건을 도달하게 하거나 물건 등을 두는 행위로 한정함으로써 나열된 특정 행위들에 속하지 않는 행위들은 처벌이 어렵게 만들었다. 이는 곧 보호받을 수 있는 피해자 역시 한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부분은 반의사불벌죄로 읽힐 수 있으며, 이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주로 친밀한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이라는 스토킹범죄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안 역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동거인, 친족 등 생활상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스토킹범죄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피해자를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또한, 고용에 있어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처분 금지,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피해자 및 신고인에 대한 보호조치,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 특례와 같은 규정을 추가하여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구체화, 실질화해야 한다는 피해자지원단체들의 요구에도 이 역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곧 법무부가 제대로 된 정의 실현과 피해자 지원에 대한 고민이 아닌, 경찰과 검찰의 권한 조율을 고민하느라 2년 반이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뜻한다.
평소 자신이 스토킹해오던 여성의 집 앞에서 사제폭탄을 터트린 사건, 유명 뮤지컬 배우 겸 가수인 여성에게 2년간 24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수백 개의 악성 댓글을 게시한 사건, 일방적으로 자신이 호감을 느끼던 여성에게 7개월간 문자를 800번 이상 보내며 접근을 시도한 사건, 70대 남성이 30대 여성을 스토킹하다 성관계를 거부당하자 피해자에게 염산을 뿌린 사건까지. 이는 모두 최근 두 달 내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이다. 법무부가 경찰과 검찰의 권한에 대해 고민하느라 시간을 끌던 지난 2년 반 동안에는 이와 같은 사건들이 무수히 일어났으며, 문제투성이인 예고안만을 내놓은 채 진전이 없는 현재도 수많은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더는 늦출 수 없다. 스토킹범죄의 예방·방지 및 피해자의 보호·지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이며, 이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21대 국회는 반드시 이번 예고안의 문제점에 대해 활발히 논의하여 피해자의 자유와 인권 보장을 실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스토킹처벌법을 하루빨리 제정하라!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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