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가정폭력 가해자 가족관계 열람 ‘헌법 위배’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하는 제대로 된 가족관계등록법 기대한다
자녀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를 교부하는 행위는 ‘위헌’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 2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 제14조 제1항 본문 중 ‘직계혈족이 제15조에 규정된 증명서 가운데 가족관계 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교부를 청구’하는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 등은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타인에게 유출되었을 경우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음에도 개인의 의사해 반해 발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배우자’ ‘친부’임만 확인되면, 국가 행정기관은 가정폭력 가해자들에게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쉽게 취득하게 해왔다. 이번 헌법소원을 낸 청구인도 가정폭력 가해자와 이혼한 상태지만,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가 추가 가해할 목적으로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를 교부 받는 등 청구인의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하려 했다는 것이다. 청구인은 가정폭력 가해자의 이러한 행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가족관계등록법에 없음을 지적하며 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같이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보호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뿐 아니라 가정폭력 피해자의 생존이 달린 중요한 문제이다. 이에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제도들이 마련되어 왔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민등록표 열람 또는 등초본 교부제한이 대표적인 제도 중 하나이다. 현행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정폭력 가해자를 지정하여 본인과 세대원의 주민등록 열람 및 교부를 제한하도록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을 이용하지 않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경우 가정폭력상담소에서 발급한 상담사실확인서 외에도 추가서류를 요구하고 있어, 병원 진료를 받지 못했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환기되면서 가족관계증명부를 통한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입법 근거가 마련되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하고, 더불어 가정폭력피해자의 주민등록표 열람 또는 등초본 교부 제한 신청 서류를 간소화하는 등 관련 제도 또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법과 제도가 가정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족관계등록법은 2021년 12월 31일까지 개정되어야 한다.
* 관련 기사: https://vo.la/fvUYH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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