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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집회]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by kwhotline 2019. 4. 4.

헌법재판소 낙태죄 위헌 판결 촉구 집회

<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


2019년 3월 30일. 오후 3시 30분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외치는 1천 5백여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비와 바람, 하얀 눈발을 날리는 날씨였지만 '우리는 더 이상 어제와 같은 세상에 살지 않을 것이다'라는 참가자들의 외침으로 뜨거웠던 집회 현장이었습니다.



어느새 무대 주변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활동 보고 영상(https://youtu.be/xwOfzD51Qt0)을 보며 집회가 시작되었습니다. 활동 보고 영상 이후에는 각 지역에서 목소리를 내는 활동가들이 무대에 올라 발언들을 이어갔는데요, 발언이 이어질수록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졌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힘차게 외쳤던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 발언 1. 전남대학교 페미니스트 모임 F;ACT 수진 

안녕하십니까, 낙태죄 폐지를 위해 광주에서 왔습니다. 저는 전남대 페미니즘 학회 팩트의 수진입니다오늘은 아이를 낳으라고 종용하면서 한편으로는 출산한 여성에 대해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분, 모두 논란이 되었던 ‘가임기 여성 지도’를 기억하십니까? 연령과 지정 성별만을 기준으로 가임기 여성 수를 집계하고 지자체별 순위까지 기재해놓은 아주 황당한 자료였습니다. 더욱 더 황당하고 화가나는 점은 이것이 정부의 지자체 출산율 제고 방안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는 것입니다. 가임기 여성 지도는 여성의 건강, 경제력, 자기결정권 등 여성 개인의 사정들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을 한 집단으로 묶어버린 후 단지 ‘자궁을 가진 존재,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존재’ 쯤으로 치부하는 정부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여성을 자궁으로 보고 있는 정부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은 잘 만들어 주고 있을까요?

현재 출산 지원 정책으로는 공공임대, 아동수당, 배우자 출산 휴가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이 낳기 좋은 환경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결국 흔히 말하는 ‘정상 가족’을 위한 것이지 미혼모나 비혼모들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아이를 키우는데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필요합니다. 둘이서 키우기도 벅찬데, 혼자서 키우기는 더 벅찬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몸을 함부로 굴려서 그렇다는 둥 애가 제대로 잘 자랄 수 있냐는 둥 사회에서 미혼모들에게 보내는 반응은 너무나도 뻔합니다.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아이를 낳으니 ‘몸을 함부로 굴린 여자, 사고친 여자’가 되는 사회, 과연 바람직한 사회일까요? 당연히 이런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는 바람직한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 바로 여성들이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낳아 길러내는데 무리가 없는 사회, 지정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아이를 낳기 싫다면 낳지 않을 수 있는 사회입니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고, 오늘 이 자리에서 요구합니다.

우리는 자궁이 아니다! 형법 제 296조 1항 낙태죄를 폐지하라!

애낳으라고 닦달하지만 말고, 누구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 만들어라!

감사합니.




  

 ★ 발언 2.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사서분과장 권혜진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전국의 초,중,고 국공립과 사립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입니다. 여러분 혹시 몇 년 전 학교의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급식실의 조리사, 조리실무사 선생님들을 가리켜 모 국회의원이 "그냥 밥 하는 아줌마들이다, 밥 하는 아줌마들을 왜 정규직화해야 하느냐"라고 발언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굳이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아도 되고, 임금을 올려주지 않아도 되고, 비정규직으로 쉽게 쉽게 채용했다가 필요없어지면 자르면 된다구요. 밥 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챙기는 일, 매일같이 반복되고 계속되지만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일, 돌봄노동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 노동은 대부분 여성의 몫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사회는 돌봄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낮은 대가를 지급합니다. 그리고 우리 일상에 항상 존재하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는, 계속해서 소모될 뿐 돈으로 환산되지 않기에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되는 무임금 노동을 여성에게 전가시키면서 여성의 노동을 하찮게 여겨왔습니다.

불안정한 노동과 성차별적 노동환경은 여성을 더욱 가난의 굴레에 몰아넣습니다우리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원치않는 임신을 하고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마음 졸이며 찾아다니고,병가나 연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해 충분히 쉬지도 못한 채 일터에 나가 일해야 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처지를 말입니다.

약물로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불법촬영물로 여성을 유희로 삼고, 성별임금격차로 여성을 착취하고, 여성 노동을 하찮게 여기며, 낙태죄를 뒤집어씌워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는 다중 차별과 다중 고통의 현장에 바로 여성이 있습니다.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보다 우선될 것은 임신-출산-양육으로 인한 차별을 겪지 않을 양질의 일자리, 성평등한 노동현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임신중절 허용 사유에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이 추가될 것인지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사회경제적 사유 추가'는 낙태죄를 유지시키는 꼼수에 불과합니다. 빈곤한 여성에 한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에게만 낙태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아이를 낳기 위한 완벽한 여건을 상정해두고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낳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의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것은 임신중지를 위해 당사자가 스스로 '아이를 낳고 키울 능력이 없음'을 증명하고 제3자에게 허락을 구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캡틴 마블>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를 요구받던 주인공이 상대방에게 던진 말을 기억합니다.

"난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어."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입니다.

내 몸은 나의 것입니다.

내 몸에 대한 결정은 내가 합니다.

내 몸에 대한 결정을 하기 위해 나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 외에 아무도 나를 통제할 권리가 없습니다.

2019년을 낙태죄 폐지의 해로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투쟁!



  

 ★ 발언 3.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사무국장

새로운 세상을 향해 가려면 함께 갈 친구가, 동료가 필요합니다. 낙태죄 폐지 운동으로 만난 우리들은 임신 중지 자체를 범죄화함으로써 국가가 통제해온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발견하며 동료가 되는 과정을 겪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폐지 이후의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함으로써 폐지가 필요한 이유를 더욱 명백히 해주는 증인들이기도 합니다.

허락할 권리를 국가가 독점하며 휘두른 폭력을 기억합니다. 낙태는 불법이라고 허락하지 않으면서, 우생학적 사유가 있는 사람들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에 대해서 모자보건법 14조는 낙태를 허락합니다. 우생학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부적격자를 선별하기 위한 것입니다. 국민으로서의 부적격자를 선별하는 것으로 생명을 위계화하는 인구 정책입니다. 전혀 다른 위치에 놓인 듯 보이지만, 이 부적격자의 위치에 10대,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빈곤층 등이 놓여졌고, 임신중지를 처벌하거나 허락하는 방식으로 생명을 위계화 해 왔습니다. 장애인 수용시설은 사생활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 연애금지, 자위 금지라는 규칙, 강제 불임시술과 같은 방법으로 노골적으로 재생산 권리를 통제하였던 곳입니다.

장애를 좋지 않은 것,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장애인의 재생산권리는 통제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성적 착취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안전하고 평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권리, 상황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은 여전히 장애여성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사회는 성적인 욕망을 인정하고, 성적인 실천을 해내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지원, 권리의 행사, 타인과의 관계 맺기 등에는 무관심합니다.

임신과 출산 혹은 낙태만이 어떤 사건처럼 되는 것을 반대 합니다. 성과 재생산의 권리는 여러 가지 권리 중에서 따로 떨어진 하나의 권리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삶을 쪼갤 수 없듯이 소수자가 사회에서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한 수많은 권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수자가 자신이 원하는 삶과 관계를 만들기 어렵게 하는 차별과 소외의 문제가 무엇인지, 친밀함을 만들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어떤 부정적인 경험을 겪는지 사회는 알아야 합니다. 삶의 과정 에서 선택과 결정을 둘러싼 수많은 환경과 권리, 지지기반과 관계 안에서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여성으로서 다양한 정체성의 소수자로서 우리는 더 많이 말할 것입니다. 그렇게 나로서, 내 몸이 이 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 안전하게 선택하고, 지지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자유와 평등은 확보될 수 있습니다.

낙태죄 폐지 이후 더 넓은 토론의 장을 열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은 우리는 나의 경험을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폐지 이후 생명과 윤리, 제도를 넘어선 권리화, 수많은 정체성을 가진 모두의 성적 권리와 실천에 대해서 계속 토론해 갈 것입니다. 혼란을 걱정하는, 혼란을 핑계삼는 이들에게 범죄화와 통제가 아니라 소란과 혼란이 토론을 만들고 나와 너를 자유와 평등으로 이끌어 가는 것임을 일깨울 것입니다. 낙태죄는 폐지될 것이고, 서로의 동료가 되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질문과 토론을 멈추지 않고 해나갈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 발언 4.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민지 

안녕하세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김민지입니다.

낙태죄 폐지가 드디어 우리의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로 건강을 잃거나 사망했습니다. 그 결과 세계보건기구가 안전한 임신중지를 제공하는 것은 인권이고 건강을 위한 의료행위임을 천명하면서 2003년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앞으로는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한 임신중지는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와 달리 여성의 가임력, 미래의 건강에 위협을 끼치지 않습니다. 약물을 통한 초기 임신중지는 출산보다 안전함이 검증되어 있습니다. ‘낙태죄’로 인해 한국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안전한 임신중지의 제공이 어려웠습니다. 한국의 의료진은 임신중지에 대한 최신 지견과 안전한 기술을 잘 모르고 있고, 규제대상이 아닌 성범죄 생존자 등의 사람들에게조차 법원 판결문 등 현실에 맞지 않는 조건을 요구해 왔습니다. 소위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시술할 때조차 임신중지의 최신 지견에 맞지 않으며 더 이상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 소파술을 일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현재 권고되는 흡입술 또는 배출술은 소파술에 비해 합병증 발생 비율이 낮고, 가임력에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또한 낙태죄로 인해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약물 역시 한국에서는 처방받을 수 없습니다.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들은 해외 NGO를 통해 초조하게 몇 주를 기다리며 약을 배송받거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약을 브로커를 통해 값비싼 가격에 구입해 제대로 된 복약설명도 듣지 못하고 복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더 이상 여성들에게 이런 부담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안전하게 임신중지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임신중지는 시급을 다투는 의료행위이자, 필수적인 의료행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임신중지의 방법이 달라지고, 위험성도 달라집니다. 임신중지의 가격을 의료기관이 전적으로 결정하는 비보험 체제에서는 고가의 임신중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임신주수가 길어지고, 그 사이 임신중지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기가 막힌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임신중지를 하고 싶어서 임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임을 시도했으나 원치 않는 임신을 경험합니다. 임신중지는 무책임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임신중지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며 언제나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임신중지는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급여화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프레임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임신중지는 더 이상 금기가 아닙니다. 임신중지는 건강권이고 의료행위입니다! 의료행위로서의 임신중지를 위해 낙태죄 폐지 이후의 대한민국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의료인 및 예비의료인을 적극 교육하라!

의료인에게 임신중지의 원칙과 최신 지견을 교육하고, 의료행위가 필요한 사람들이 가장 안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보여주십시오.

하나, 임신중지 약물을 도입하라!

임신중지 약물은 여러 나라에서 그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었으며 충분한 사용례가 축적되고 사용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저렴하고 안전한 임신중지와, 여성건강의 향상을 위해 그 동안 '임신중지는 불법'이라는 명목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던 임신중지 약물을 한시라도 빨리 허용해야 합니다.

하나, 임신중지와 피임을 보험 급여화하라!

임신중지와 피임은 필수적인 의료행위입니다. 임신중지를 겪는 사람에게 임신중지는 필연적인 선택이며, 시급을 다투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고가의 비용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됩니다. 임신중지와 피임은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누구나 안전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권리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였습니다.




  ★ 발언 5. 포괄적성교육권리보장을위한네트워크

낙태죄는 분명한 모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법으로 남아 있습니다. 성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소년 성교육이라고 뭐든지 쉽게, 뭐든지 약하고 수위가 낮게 가르칩니다.

저는 16살 중학교 3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성교육으로 콘돔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적이 없습니다. 콘돔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생김새도 학교에서 배운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낙태죄를 계속 유지하고, 낙태죄를 폐지하면 사회가 문란해진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냥 한숨만 나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아니 1학년 때부터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하여 배웁니다. 본인 몸은 본인이 결정할 자유가 있다고 배웁니다. 그런디 정작 나는 내 몸을 위해서 낙태를 하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여성의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겁니까? 저는 제 몸을 제가 미래를 위해 쓰고 싶습니다. 어제 한 뉴스를 봤습니다. 어떤 미성년자 한 여성이 영유아를 화장실에서 낳고 도주한 사건이 뉴스에 나왔는데요. 이런 사건은 10년전, 20년전부터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사회는 그 잘못을 도주한 여성에게 돌립니다.정작 그 여성이 어떤 이유로, 어떻게 해서 그 임신을 하게 되었는지 아무도 묻지 않고, 그 여성에게 잘못된 엄마라고, 책임감 없는 엄마라고 욕합니다. 사회는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고 여성의 안전조차 보장하지 않고 영유아를 잘 키우기만을 여성에게 원합니다. 여성의 미래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아이를 죽이는 건 나쁜짓이다만 반복하여 가르칩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에 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기 없습니다. 내가 내 미래를 위해서, 나의 자금이나 돈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을 모든 일을 위해서 내 몸속 작은 세포도 포기하지 못합니다. 학교에서는 계속 가르칩니다. 하지말라고, 그만하라고, 소리지르라고.

그러면 여성의 몸에 국가가 가해하는 모든 재앙은 하지말라고 할 수 없는가요?  

저는 제가 제 마음대로 제 몸을 컨트롤 할수있길 바랍니다. 제가 제 몸을 제어하고 제 몸에 대해서 제가 결정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제가 몸에 있는 세포를 죽인다고 해서 그것이 대해 처벌 받지 않기를 원합니다. 제가 제 미래를 위해서 세포를 포기한다고 해도 저를 비하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아직도 학생이 많은 미성년자 여성이 힘들게 낙태를 결정하고, 불법적 낙태시술을 무서워해서 위험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배를 발로 찬다든지, 여성을 거꾸로 묶거 놓거나 담배와 술을 억지로 한다든지, 결국 낙태죄를 국가가 가함으로써 여성들의 몸은 더 망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낙태죄는 누구를 위한 법일까요? 낙태죄 폐지가 오는 세상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지던 중 국제 연대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는 해외 단체들의 연대 메시지가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힘을 보태는 목소리였습니다. 

: 해외 연대 메시지를 보내온 곳 _ Women Helps Women, 아르헨티나 노총(CTA-A), 국제 엠네스티 각국 지부

▶ 해외 연대 영상 보러 가기(https://youtu.be/4OLyOaRLhaU


한없이 세차게 불어오던 바람에 우리의 목소리를 실어 보내며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광화문을 지나 안국역 사거리에서 다시 파이낸스센터 앞까지 행진 대오는 구호를 외치고, 참가자들은 서로의 바람막이가 되어 더 크게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주요 요구

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전면 비범죄화

② 포괄적 성교육과 피임 접근성 확대

③ 유산유도제 도입을 통한 여성건강권 보장

④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

⑤ 낙인과 차별 없는 재생산권 보장



행진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여 선언문 낭독으로 집회의 마무리를 알렸는데요.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 김현수 활동가,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활동가, 사회진보연대 김유미 페미니즘 팀장, 사회변혁노동자당 지현 활동가, 한국여성의전화 권오선 국장이 무대에 올라 참가자들의 목소리에 더해 낭독하였습니다.


[선언문]

'낙태죄폐지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폐지 이후의 세계

우리는 더 이상 어제와 같은 세상에 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낙태죄를 폐지할 것이다. 국가의 필요에 따라 여성의 몸은 통제하고, 징벌하며, 건강과 삶을 위협해온 역사를 종결할 것이다 ····

하나, 임신중지를 전면 비범죄화하고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

둘, 포괄적 성교육을 보장하고 피임 접근성을 확대할 것이다 ····

셋, 약물적 유산유도제를 도입하고 여성건강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

넷.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으로 인권 억압의 역사를 청산할 것이다 ····

다섯, 낙인과 차별을 해소하고 모두의 재생산권이 보장되는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이를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모두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인권 존중의 사회를 향한 출발점이다. 우리는 한 사회가 다음 세대를 재생산해나가는 과정에 존재하는 차별과 불평등, 사회 부정의에 대항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낙태가 죄가 되는 어제와 같은 세상에 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019년, 낙태죄를 반드시 폐지할 것이다.

2019년 3월 30일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참가자 일동


▶ 선언문 전문 바로 가기(http://hotline.or.kr/board_statement/55424)



집회 중간중간 피켓 퍼포먼스를 하며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전면 비범죄화", 포괄적 성교육과 피임 접근성 확대", "유산유도제 도입을 통한 여성건강권 보장",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 "낙인과 차별 없는 재생산권 보장" 등의 요구를 외쳤습니다. 참 얄궂었던 날씨였음에도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가 4월에 펼쳐질 거라는 확신과 연대의 자리였습니다. 반드시 폐지될 낙태죄는 역사의 수치로 남겨질 것이고, 우리는 다시 모여 성평등을 외칠 것입니다! 집회에 참여하신 많은 분들과 연대와 응원의 마음을 보내주신 분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 사진에 표기된 저작권은 김희지 님에게 있으며,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복사할 수 없습니다.


낙태죄폐지! 우리는 처벌도 허락도 거부한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후원함 바로 가

 ( https://www.socialfunch.org/countdownforall )◀




오늘 (한국여성의전화 9기 기자단)

다음 달 초에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판결을 앞두고 330일 광화문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 유산유도제 도입, 포괄적 성교육 실시, 낙인과 차별 없는 재생산권 보장 등 주요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왜 낙태죄가 폐지되어야 하는지 여러 방면에서 그 이유를 짚어냈다.

그동안 낙태죄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주로 시스젠더 이성애자 비장애인 20대 여성인 나의 입장에서 생각해왔다. 피임을 철저하게 한다 한들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가능한 것이 임신이다. 나는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이 없기 때문에 만에 하나 임신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든 임신중절을 하려고 할 것이다.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떠안고, 주변에 알려져 가벼운 년, 문란한 년이 될까 두려움에 떨며, 부모님께는 철저하게 숨기고 지인들을 수소문하여 나의 보호자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힘겹게 돈을 마련하여, 이곳저곳 병원을 은밀히 수소문하여, 불법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수술대에 몸을 누이는 것은 당장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여러 가지 무대 발언 중에서도 장애여성공감의 이진희 사무국장의 발언이 깊게 인상에 남았다. 이진희 사무국장은 장애 인권의 측면에서 낙태죄가 문제적인 지점을 지적하셨다. 현행 모자보건법 141항과 2항에 따르면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혹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임신 중절을 허용한다. 즉 낙태죄는 생명을 존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태어날 가치가 있는생명과 그렇지 않은 생명을 구분 짓고 재생산을 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의 기준은 장애와 질병 여부에 있다. 이 같은 모자보건법은 건강한인간만을 정상적이고 가치 있는 인간으로 여기며 생명을 위계화하는 우생학의 잔재나 다름없다. 국가가 장애와 질병을 타자화하며 장애인을 차별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장애인 수용시설에서는 연애 금지와 자위 금지를 규칙화하고, 만약 장애인이 임신하면 임신 중절을 하도록 종용하며, 심지어는 강제로 불임수술을 행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모자보건법이 있기 때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심각한 인권침해가 정당화된다. 어떤 여성들은 임신중절을 하면 범법자가 되지만, 어떤 여성들은 법 아래에서 강제로 임신중절을 당한다. 재생산권을 침해당하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같은 여성이어도 구체적인 삶의 결은 이렇게나 다르다.

이번 집회의 이름은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였다. 그렇다. 우리는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도 상상하고 논의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낙태죄를 폐지하거나 개정한 뒤에 새로이 만들어지는 법이 허락된여성에게만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형태는 아닌지, 질병과 장애에 대한 차별을 강화할 여지는 없는지 기민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들이 모여 간절한 마음을 담아 낙태죄 폐지를 소리 높여 외쳤다.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첫걸음이 다음 달 11일에 시작되기를 소망해본다



  

채연 (한국여성의전화 9기 기자단)

대한민국에서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낙태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국가가 여성을 선택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그저 인구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증명한다여성이 존엄과 권리를 가진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선택의 주체가 되어 자기 결정권을 갖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기 위해서 낙태죄는 폐지되어야 한다여성의 몸에 대한 여성의 선택과 결정을 제한하고 국가가 통제하려 드는 낙태죄는 폐지되어야 한다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삶에 있어 매우 크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그렇기에 여성이 아이를 낳을 권리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지 않을 권리 또한 가져야한다진정으로 생명을 보호하기를 원한다면우선되어야 할 것은 여성에 대한 법적 처벌이 아니라 여성이 차별 받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권리와 환경이다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가진 주체로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신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결혼 유무이주 상태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장애와 질병경제적 차이와 상관 없이 누구나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실천하고 재생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진정으로 평등하고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낙태죄가 설 자리는 없다낙태죄는 위헌이다.



 

보배 (한국여성의전화 9기 기자단)

태아의 생명권을 가장 고결한 가치로 보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어째서 여성은 출산할 수 있는 몸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사회적 제약을 필수조건처럼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리는 모든 인간이 불가침의 천부적 인권을 갖는다고 배웠다. 태아의 생명권을 위해 출산한 여성의 신체적 변화부터 사회적 직위를 잃고 독박 육아를 담당하는 것마저 감내해야 한다면 여성은 우리 헌법에 명시된 인간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낙태죄가 합법적으로 존재하는 한, 사회는 출산으로 인해 벌어지는 여성의 권리 침해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여성의 몸을 출산을 위한, 나아가 사회적 필요를 위한 도구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은 자궁으로 대변되는 존재가 아니며, 사회에 의해 강제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몸이 그 자신의 것임을 존중받기 위한 발걸음의 시작이다.

출산 이후 여성의 삶에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수없이 붙이며 존중하지 않을 이유를 더해가는 사회가 그 여성이 품고 있는 뱃속의 아기는 생명이라는 꼬리표를 수없이 붙이며 신성시해나간다. 그러나 헌법에 명시된 천부적 인권 앞에는 불가침이라는 수식어가 달려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낙태죄 폐지를 바라는 우리의 목소리는 여성과 태아의 권리를 저울질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존중받고 자의적 임신과 출산이 가능해질 때 비로소 태아의 생명권도 온전히 존중받을 수 있음을 외치는 이 목소리에 모두가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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