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가 아닌 피해 경험에 ‘Me too’하는 경찰 조직을 바란다]
한 여성경찰관이 김해지역 경찰서 앞에서 “성범죄, 갑질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피켓을 들었다. 그는 후배 여성경찰의 직장동료에 의한 상습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도록 조력했다는 이유로 조직 내 허위소문과 협박 등을 당한 사실을 고발하며 이에 대한 공개조사를 요구했다. 본 피해에 대한 경남지방경찰에서 감찰을 진행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재 경찰청 본청 차원의 재조사가 착수된 상황이다.
9일 김해여성의전화 외 여성단체들의 성명에 따르면, 본 사건의 피해자는 "지구대 단체카톡방에 다른 경찰서로 가는 가해자가 올린 글에 대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응원의 글은 마치 성비위 조작한 여경으로 몰리는 자신이 또 한 번 더 조직적으로 매몰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징계를 받은 가해자가 다시 돌아오겠다고 하고 이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줄줄이 달리는 상황은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다. 우리는 가해자에게 동조하거나 협력하는 자들, ‘조직 보위’ 등을 구실로 폭력을 은폐시키고 왜곡하는 자들, 피해자와 연대자들을 무고나 명예훼손 등으로 역고소하는 자들, 가해자와의 연대를 구축하며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이 오히려 힘을 얻는 사회에 살고 있다.
성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 둘만의 일이 아니다. 폭력의 발생과 그 이후의 과정에서 수많은 권력이 작동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 구조와 시스템, 문화가 있다. 특히 조직 내 성폭력 사건에 있어, 성차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와 관행이 강할수록, ‘조직 보위’가 강할수록, 가해자의 권력이 클수록 성폭력이 만연하며 2차 피해도 심각하다. 이러한 2차 피해는 성폭력 피해당사자는 물론 피해자와 연대한 이들에게 향하며, 이러한 공격은 성폭력 피해를 이야기하고 대응하는 일을 위험한 일로 만들며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폭력을 은폐하며, 결국 성폭력을 양산한다.
경찰 내 성폭력과 2차 피해의 문제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한 국가기능을 작동시키는 가장 가까운 공권력이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온상인 경찰 조직을 어떻게 믿고 신고할 수 있을까? 경찰의 성차별적인 조직문화와 관행 속에서 여성경찰의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성경찰의 비율 10%, 여성경찰 중 관리직급(경감 이상)의 비율은 5% 미만으로 채용과정에서부터 성별분리 모집을 하는 것을 비롯해 부서 및 업무 배치, 승진 등에 있어서의 성차별을 경험하며, 직장내 성희롱은 일상이다. 여성경찰의 확대 및 직급별·기능별 여성 비율 확대는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임에도 경찰청은 최근 경찰개혁위원회의 성별통합모집 권고에 대해 ‘현장 치안력 약화 우려“를 근거로 유보하는 등 소극적인 입장이다. 조직 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찰이 성폭력을 비롯한 여성에 대한 폭력 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경찰 조직 내 성평등을 제고하기 위한 조직적 혁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경찰의 여성폭력에 대한 미흡하고 잘못된 대응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작년 9월 경찰청은 ‘경찰 기강확립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성비위 피해자 및 제보자에 대한 신상유출 등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보호방안을 마련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찰청은 조직 내 성폭력 사건 해결에 앞장 선 여성경찰이 오히려 인권을 침해 받고 이에 대한 감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문제의 심각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징계하고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성차별과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공감하며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을 바란다.
* 관련기사 : https://goo.gl/woSGMP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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