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여성살해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또 한 명의 여성이 남편에 의해 살해당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달 1일 계속되는 가정폭력으로 경찰에게 최초 신고를 한 이후, 가해자가 또 찾아와 상해를 입히자 두 번째로 신고했다. 가해자가 다시 직장까지 찾아오자 피해자는 경찰에 또 신고했다. 그제서야 접근금지명령이 내려졌으나, 가해자는 이를 어기고 피해자에게 또다시 여러 번 접근을 시도했다고 한다. 신당역 사건과 이번 사건의 피해자 모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며 국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국가는 그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사건이 보도되자, 경찰은 “가정폭력 신고 대응에 문제가 없었고,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분리 조치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했다”고 했다. 과연 그런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응급조치, 제8조의2 긴급임시조치 의무에 따르면 경찰은 가정폭력 현장에서 재범 우려가 있을 시 직권으로 가해자를 격리하고 피해자 접근을 금지하며, 검사에게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도록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가해자가 또다시 상해를 입힌 때마저도 임시조치를 신청하지 않았다. 제도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피해자가 가정폭력으로 처음 신고한 후 살해되기까지,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했다는 말은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통계에 따르면, 1.4일마다 1명의 여성이 살해당하거나 살해위협을 받는다. 여성들이 매일 위험에 노출되는 동안 가장 최우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할 국가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유사한 형태로 반복해 발생하는 여성폭력문제는 때마다 보도되는 각 개인의 불운으로 인한 사건이 아닌 구조적인 성차별에 의한 사회적인 문제이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된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 여성폭력의 사회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적 대책수립을 총괄하는 전담부처가 필수적인 이유이다. 국가는 ‘여성가족부’를 논쟁거리로 다루는 한심한 작태를 멈추고 고통받는 여성폭력 피해자의 현실을 직시하라. 지금은 여성을 ‘삭제’할 때가 아니라 여성을 ‘살릴’ 때이다.
* 관련 기사 : https://bit.ly/3V2F7oy
* 한국여성의전화 논평 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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