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여성의날 자원활동 참여 후기


김인태 (前 장미공장 참여자, 現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평등문화를가꾸는남성모임 참여 중)


군 복무 중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여성의전화>라는 단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 여성주의에 관심이 있었는데, 3.8 세계여성의날에 배포할 장미제작에 참여할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먼 길을 찾아 도착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장미를 만들었는데 제 걱정과는 달리 어느 분도 제가 남자라서 당황한 기색이 없으셨습니다. 오히려 나이나 직업 등 ‘보통’ 물어보는 정보도 하나도 묻지 않으셔서 놀랄 정도였습니다.


복무 기간 동안 갈고닦은 단순반복노동능력을 한껏 뽐내며, 저를 포함해 모든 분이 열심히 일해 주셔서 이틀 치 작업량을 하루 만에 끝내는 위용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가자마자 점심을 주셔서 맛있게 먹고 장미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한두 시간마다 활동가분들이 오셔서 간식을 먹고 해야 된다며 계속 먹을 것을 주셨습니다. 결국, 저는 점심, 간식, 저녁까지 먹고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분명히 자원활동을 하러 간 건데 먹고만 온 것 같아 죄송했고, 전역일 일정을 계산해보니 장미 배포에도 잠시나마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 3월 8일 활동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전역식을 마친 후 짐을 챙겨 들고 장미를 나눠드리기 위해 바로 광화문으로 향해 장미를 나누었습니다. 아마 제 평생에 살면서 가장 단시간에 가장 많은 웃음과 감사의 말을 들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가게 점원분들도 나와서 받아 가시고, 동료가 받는 걸 본 남성분들이 “여성의날? 그런 날도 있었어? 오늘이야?” 하면서 관심을 가지시고, 세상 한가득 걱정을 짊어진 것 같은 분들조차도 장미를 받고 활짝 웃는 걸 보면 너무나 뿌듯했습니다. 점심과 간식도 먹고, -이곳은 정말 자원활동가들에게 마음의 빚을 남겨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결국 회원이 되었습니다.- 신촌으로 자리를 옮겨서 장미를 배포했습니다. 


광화문과 신촌 모두 장미가 생각보다 빨리 동나서 정말 더 주고 싶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나다니는 모든 분에게 더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 약속이 있어 강남역까지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전역일이었어도 절대로 아쉽지 않은 행복을 선물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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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수고했어, 오늘도.

후원문자에 담겨 온 일상의 투쟁의 기록들


유진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한국여성의전화의 문자후원번호 #2540-1983에는 후원자들의 소중한 후원금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들이 문자에 담겨온다. 각양각색의 사연들을 읽다 보면 마치 식당에 앉아 찾아오는 손님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드라마 ‘심야식당’의 마스터가 된 듯한 기분마저 들고는 한다. 진짜 마스터처럼 맛있는 음식은 대접해드리지 못하지만, 후원자분들의 모든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아 사연들을 소개하고 응원을 보내는 자리를 마련해 보았다. 여러분,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1. 수고했어, 오늘도♬


야근만 며칠째인지 모르겠어요ㅠㅠㅠ 정시퇴근 언제 했더라..(아련 오늘도 야근해야 되는데(0702님) 

외근 나간 우리 팀장님 사무실로 복귀 안 하고 바로 퇴근하게 해 주세요.../ 퇴근 시간 30분 남기고 굳이 복귀하신 팀장님... 감사합니다 하하하하하... (4038님)

새럼은 왜.. 일을 해야만 하는가.. (9937님)

토플잘나오게해주세요/ 팬싸당첨되게해주세요/ 계타게해주세요 (0824님)

퇴사하고 이직처 못 구하고 한 달 ㅠㅠ 오늘 세 번째 면접 보고 왔습니다. (1011님)

최근에 잘 다니던 회사가 망해서 나온 뒤로 취업이 잘 안 돼요/ 취업 잘되라고 빌어주세여 흐아압 (4155님)

너무 추워서 후원합니다..... (6578님)

생리통이 너무 심해요ㅠㅠㅠ으아아아앙ㅇ앙 (1503님)

2017행시 합격해서 한여전 정기후원 할 수 있게 해주세요ㅠㅠ (9041님)

사장이 인턴 3개월하고 월급 올려 준대놓고 생까고 있어요. 완전 ****.. 욕해서 죄송해요. (4925님)

한여전분들, 안녕하세여. 즐거운 월요일입니다.(반어법으로 읽어주세여..)/ 진짜로 즐거운 금요일입니다. 회사가 연봉 좀 올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로또라도. (4218님)

퇴사하려고 출국합니다. (0807님)

맞다 1월 1일에 우리 언니가 비혼으로 아이를 낳았어요! 언니 성으로 출생신고도 했어요. (0536님)

행복해지고 싶어요./ 담당자님도 행복해지세요. 더. (7448님)

문자후원 담당자님 한 주 수고하셨어요! 저는 퇴근해서 이제 집에 가요. 다음 주도 부디 (2218님)


라디오 사서함을 방불케 하는 후원문자들에는 최근 극장가에서는 실종되고 있다는 진정어린 눈물과 감동이 모두 들어 있었다. 다사다난한 일상을 후원을 통해 한국여성의전화와 나눠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후원자분들이 현실의 드라마 속 고난을 딛고 다음 주와 그 다음 주 그리고 그 후로 오는 모든 날에 꽃길만 걸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지난 겨울,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역사의 한 페이지가 한국여성의전화 문자후원함에도 기록되었다.


한여전도 사랑해요!!!! 오늘 저녁에 촛불집회 오시는 거죠?!!! 눈누난나♪ (1004님)

외쳐!!! 칸나오!! 외쳐!! 박근혜 탄핵!!!! (7342님)

탄핵 인용을 기뻐하며 후원합니다. (5373님)

탄핵 인용됐으니!!!!!/ 후원을!!!!!/ 합니다!!!!!!!!!!!!/ 그리고 퇴근하고 싶습니다. (9895님)

탄핵기념 후원! 신화 많이 사랑해주세요~~ (8030님)

탄핵 결정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후원합니다. 더 좋은 세상 만들어가요. (6801님)

축 탄핵 모두 애쓰셨습니다! (0128님)

기쁨의 탄핵. 불타오르네./ 너무 늦은 세월호 인양. 슬프네요. 관련자들 감옥에서 다들 썩어 문드러졌으면. (9122님)

며칠 전의 여성의 날과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수고한 모든 여성에게 감사를 표하며! (1846님)

세월호 1000일이라 문자 보내요. 아직 잊지 않았고 앞으로도 잊지 않을거에요. (2694님)


탄핵의 기쁨을 한국여성의전화와 나눠주신 모든 분들에게 무한한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끝내 진실은 침몰하지 않았습니다.


3. 헬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차별방지법을 얘기하는 대권 주자 찾으시면 연락 좀.. (8317님)

야근하면 일 잘하는 줄 아는 꼰대 부장이 사라질 때까지 후원합니다./ 성희롱이 만연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사라질 때까지 후원합니다. (3835님)

데이트폭력 사건 화가 나네요. 이런 사건이 더는 없길/ 가락동 사건 지금보고 또 후원합니다. (7157님)

세상 너무 빻았습니다, 그러므로 후원 드리겠습니다. 이 작은 3천원이라는 금액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도록) (3424님)

페미니스트 대통령후보가 나올 줄은 몰랐네요.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나중에라니 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 휴 (1744님)

한국여성의전화 파이팅!!!!!!/ 수업 듣고 있는데 교수님이 자꾸 헛소리해요!!! (0518님)

임신중단권은 당연한 권리! (4426님)

남편이 집안 꼴이 이게 뭐냐고 해서 도어락 비번 바꿨어요♡ (3424님)

다들 제사를 엎는 분이 많으니 기분이 좋으네요 현대를 이룩해요 (1706님)

짝사랑해서 쫓아다니면 좋은 스토킹이라는 말을 듣고 열 서 후원합니다. (0223님)

몹쓸 미련남아서 괴로운 맘에 성평등도 좀 앞당기고 싶은 거 같고 그래서 문자후원 보냅니다 (9981님)

성범죄 무고죄에 관한 한국남자들의 말도 안 되는 피해의식으로 여자들만 죽어나갑니다. (2310님)

#이것이_여성의_자취방이다 (0275님)

미루니까 시기상조 지금당장 페미니즘 (3260님)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요! (7114님)

여성혐오 글 써놓고 여성혐오 아니라는 남자와 키배 뜬 기념으로 문자 보냅니다. (7899님)

나만 빼고 다 화기애애한 명절의 한을 담아 보냅니다. 내 딸의 세상은 이보다 행복해지길(6725님)

#문단_내_성폭력/ 가해자가 조속히 마땅한 처벌을 받기를 바랍니다. 비폭력적 문단문화가 안착(하기를) (3141님)

꽃샘추위라지만 날이 많이 풀렸네요. 여성인권도 날씨처럼 화창하게 개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7923님)


삶에서 ‘빻음’을 마주칠 때마다 분노를 후원으로 승화시켜 한국여성의전화의 성평등을 앞당기기 위한 활동을 지지해주셨음에 감사드린다. 여성인권이 화창하게 개는 날을 간절히 바라는 그 모든 마음과 응원을 가슴에 새기고 앞으로도 한국여성의 ‘화’ 곁에서 두려움 없이 달리는 한국여성의전화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


4. 3.8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합니다



매년 3월 8일은 세계여성의날이다. 본회의 문자 후원함에도 여성의날을 축하하는 문자들이 어김없이 쏟아졌다. 더불어 한국여성의전화의 여성의 날 기념 장미 캠페인(18페이지 참조)을 응원해주신 온정 넘치는 문자들도 소개한다.


3월 8일 여성의 날 축하합니다!!! (3627님)

빵과 장미를! (0113님)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합니다!!!!/ 콩그레~츄레이션~ 빰빰/ 콩그레츄레이션 빰빰~ (1315님)

페미대명절 넘 씬나고요 (˘ω˘) (0393님)

여성의 날 기념으로 한 번 더/ @}-&gt;----- (1386님)

세계 여성의 날. 오늘 함께한 엄마와 친구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애정합니다/ 그리고 나의 소듕한 모지리들도 오늘 행복했기를! 앞으로 행복하기를 (0985님)

파이팅! 저는 여성으로 살고 잇는 젠더퀴어입니다!/ ~보라색 장미의 사람~ (9148님)

사장님 여기 장미 한 판 추가요! (6699님)

낮에 광화문 근처에서 보라색 장미 들고 계신 분들을 봐서 부럽고 반가웠어요. 나만 장미없어../ 아쉽지만 저의 운이니 어쩔 수 없죠힝;ㅅ; 고생하셨습니다!! (5152님)

세계여성의 날! 우리는 연대할수록 강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2304님)

보라색 장미 화이팅이요~ (0453님)

여성의날 기념/ ¥여성의전화 §§기부피싱§즉§★시3천원★진@짜 페미니즘@@ 100% (0569님)

민우회 장미배달 동영상도 잘 봤어요!! 활동가님들 센스가 짱이심 (2678님)

여성의전화 활동가분들께도 마음으로나마 장미꽃을 전해드립니다 (0128님)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기부피싱 대잔치하러 왔습니다. 오늘 여성의 전화에 많은 탕탕탕이 들어오길 (6146님)

한여전 언제나 감사합니다. 장미 대신 문자라도♥ (1207님)


한국여성의전화의 활동을 눈여겨 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여성의날 축하를 후원으로 나눠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나아가 오늘도 1년 중 365일인 남성의 날을 견뎌내고 싸우고 계시는 모든 여성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5. 감사합니다!

끝으로 한국여성의전화를 응원하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후원해주신 문자들을 자랑해본다.


아무 말 대잔치 기부에 동참해요. 앞으로도 가끔 아무 말이나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8145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8183님)

여성의 전화 응원해요 (5043님)

안녕하세요. 오늘부로 정규직 전환되었으니 약속대로 정기후원 신청하러 가겠습니다. (0107님)

활동가분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5989님)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분들도 즐겁고 평등하고 복 많이 받는 명절 보내세요~^^)/ (5158님)

제 아무 말 영업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8520님)

요즘 추운데 기부피싱 열심히 할 테니 난방 따뜻하게 트시고 열심히 일해주세요 (6581님)

날씨가 엄청 춥고 눈이 오는데 사무실이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3601님)

한국여성의전화 쉼터 30주년을 축하합니다^^! (1232님)

집회 때 따뜻한 오뎅 넘나 감사했습니다. 언제나 열 일하는 여성의 전화 파이팅! (7974님)

이렇게 보내는 거 맞나요? 최근에 신입회원모임에서 힘을 많이 받고 와서 감사한 마음에 문자후원(합니다) (8106님)

군산 여행 중 군산여성의전화 발견했어요! 관광벨트 정중앙에 위치한 스윀이 남다르더라구요 (9201님)

늦었지만 알바비 입금 기념 여성의 전화 문자후원 3,000 (0313님)


가족과도 생사만 확인할 뿐인 활동가들의 건강과 안부를 물어주시고 걱정해주신 후원자들의 온정이 활동가들의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었음을 전하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면의 한계로 미처 소개해드리지 못한 후원자분들께도 활동가들이 모두 한 문자, 한 문자를 정성 들여 읽고 있음을 전한다. 보내주신 후원금과 응원들을 모두 남김없이 성평등을 앞당기는 자양분으로 삼을 것을 약속드리며 1/4분기 문자후원결산 ‘수고했어, 오늘도.’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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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의 삶에 장밋빛 위로를 건네다

한국여성의전화, 3·8세계여성의날 맞아 ‘배달의 장미’ 이벤트 실시 


글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김예원

사진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김희지


“놀기 좋아했던 네가 워킹맘이 되어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니 짠하기도 하고 그러네.”


3월 8일. 서울의 한 백화점 지하 여성 의류 판매장에 근무하는 워킹맘 김선미 씨에게 보라색 장미 꽃다발이 배달됐다. 그리고 함께 배달된 언니의 영상 편지에 그녀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영상 속 언니 김선영 씨는 동생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그야말로 ‘판타지’가 되어버렸다며, 힘들어도 공감과 연대가 가장 큰 위로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배달의 장미에 사연을 신청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보라색 꽃다발을 받은 후 사진을 찍고 있는 김선미 씨.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는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배달의 장미’ 이벤트를 열었다. 후원문자함과 SNS 계정을 통해 장미를 전해주고 싶은 사람에 대한 사연을 받았고,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이 직접 장미를 배달했다. 이날 김선미 씨 외에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보내는 장미가 서울 각지에 쉴 새 없이 배달됐다. 세계여성의날은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의 여성노동자 2만여 명이 시위를 벌인 데에서 유래됐다. 세계여성의날의 상징이 된 빵과 장미는 각각 여성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의미한다. 


‘판타지’같은 여성의 삶에 공감과 지지를


그러나 109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의 삶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2015년 언론보도에 한해서만 남편, 애인 등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은 1.9일에 1명이다. 또한 2014년 성별임금격차는 36.7%로 OECD 국가 중 한국이 1위다. 더는 ‘빵과 장미’를 외치지 않아도 되는 여성의 삶은 여전히 판타지다.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는 “차별 속에서 전쟁 같은 일상을 살아내는 여성들이 오늘만큼은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이벤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러한 여성의 삶에 공감하고 개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에게도 장미꽃이 배달됐다. 여성주의 모임 불꽃페미액션의 이가현·김세정 씨가 그 주인공이다. 사연을 보낸 자원활동가 김미현 씨와는 작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만났다. 이들은 거리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보이지 않았을 뿐 언제나 있었다는 데에 깊이 공감하며 여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함께 활동해온 친구들이다. 자원활동가 김미현 씨는 ‘그 친구들에게 멀리서도 불꽃의 장작이 되고 싶다는 제 마음을 담아 보내고 싶다’며 여성을 지지하는 친구들에게 또 다른 ‘지지’의 꽃을 선물했다. 꽃을 선물받은 친구들은 이 꽃을 거리를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다시 나눴다.



여성들은 연대한다. 포옹하고 있는 <불꽃페미액션>의 멤버들. ⓒ한국여성의전화


당당하게 맞서는 여성들이 되길 


 앞으로 여성으로서의 삶을 응원하는 선생님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 은평구 신도고등학교의 이진현 교사는 ‘진로와 직업’ 수업을 듣는 1학년 2반 학생 27명에게 보라색 장미꽃을 선물했다. 이진현 교사는 대학교 때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상담활동을 했던 경험으로부터 ‘권리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받게까지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했음을 인지하고, 피해를 입증하는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달의 장미’ 이벤트가 이를 학생들에게 안내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는 이 교사는 ‘사회에 나아가면 일상 속에서 더 많이 (차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여학생들이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침해당했을 때 당당히 맞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배달의 장미’는 한국여성의전화 협력단체인 서울시NPO지원센터, 늘푸른여성지원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등에도 배달됐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함께 잘 싸워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고, 류강윤 서울시NPO지원센터 담당자는 ‘최근에 여성주의활동이 활발해져서 너무 좋다’며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주의 활동이 쭉 이어지면 좋겠다는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가 강남역에서 장미를 배포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편 한국여성의전화는 광화문광장, 신촌 대학가, 강남역 10번 출구 일대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1만여 개의 장미를 나눠주는 ‘빵과 장미’ 캠페인도 함께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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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2월 23일 오후 4시 서울고등법원에서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항소심 3차 공판이 열렸다. 이는 작년 10월 6일 가해자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에 불복하여 항소한 데 따른 것이다.






6기 기자단 김채영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지난해 4월 대낮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피해여성이 스토킹 가해자에 의해 목숨을 빼앗겼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교제했던 사이로, 교제 기간 중 피해자에 집착하고 그를 감시하였을 뿐 아니라 이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스토킹과 사진·영상 유포와 자살·살해 위협을 가하였다. 결국 가해자는 피해자가 거주하던 아파트를 찾아가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한 후 도주하였다. 그럼에도 1심에서 피고인 측은 스토킹과 협박 행위를 전면 부인하였으며, 그의 폭력과 범죄가 사랑 때문인 양 미화하였다. 또한 가해자가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회칼, 케이블 타이, 염산 등의 범행도구를 사전에 준비하였으며, 도망치는 피해자를 쫓아가 무참히 살해한 뒤 준비한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음에도 그의 범행이 우울증으로 인한 우발적 행위라고 주장하였다.




'정신이상'과 '우발성'?


23일 열린 항소심 3차 공판에서도 피고인 측은 다분히 계획적인 범행을 정신이상에 따른 우발적 행위로 규정하려 들었다. 피고인 측 변호사는 피고인의 정신감정이 필요하다며, 이전 피고인이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한 바가 있으며 이 사건 역시 우울증으로 인한 충동장애 또는 분노조절장애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재판장은 ‘모든 자살시도가 우울증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현재까지 피고인 측의 제출 자료만으로는 정신감정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피고인 측은 공판 내내 집요하게 정신감정을 요구하였다.


또한, 피고인 측은 ‘우발적인’ 살해의 동기가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비방이라 주장하였다. 피해자의 카카오톡 대화가 일정 기간 공백으로 남아있는 것을 들며 ‘당시 작성되었으나 삭제된 것으로 보이는’ 카톡이 피해자가 가해자를 비방하는 내용이며, 피해자의 유가족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복원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대화 내용을 확인해 보기로 하였으며, 이 사건이 피고인과 검찰이 모두 양형부당으로 항소한 것인 만큼 대화 내용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우발성과 정신이상을 들어 형을 경감해보려는 피고인 측의 파렴치한 주장이 받아들여져서는 안 될 것이다. 가해자는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우발적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살해한 비운의 주인공’이 아니다. 피해자가 겪은 감시와 억압, 육체적·정신적 폭력은 결코 사랑이라는 말로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유가족에게 책임을 묻는 피고인 측의 태도는 다분히 악의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 현행법상 경찰에 스토킹을 신고해도 경범죄처벌법으로 10만 원 이하의 범칙금에 처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더 큰 보복이 두려워 도움을 구하지 못하고 육체적·정신적 폭력에 무방비하게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은 이 사건에 대한 정의가 구현되는 것일 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해가 범죄로 규정됨을 보여줄 것이다. 4차 공판은 서울고등법원에서 3월 16일 4시 40분에 열리며, 정신감정 채택 여부는 다음 공판 전까지 정해질 예정이다. 재판 참관은 보다 엄밀하고 엄중한 판결이 이루어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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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내어 만나다

 

한국여성의전화 쉼터 오래뜰



베틀여성모임은 1987년 가정폭력피해여성들의 피난처인 쉼터가 생긴 이후, 쉼터를 퇴소한 생존자들의 자조모임으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격월로 모여 집단프로그램, 문화체험 등을 진행하며 서로의 인생을 응원하고 있다.



입소 후 두 번째 베틀 모임이다. 첫 번째 모임 때에는 낯선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라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두 번째 모임에는 낯익은 얼굴이 많아져서 편안한 마음이 들었고, 마치 우리 집에 손님을 초대한 듯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베틀 모임에 오시는 분들을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해 주시는 쉼터 선생님들을 보니 꼭 친정 엄마 같이 느껴졌다. 내가 나중에 방문을 하여도 반갑게 맞이해 주실 선생님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늘은 선배의 조언을 듣는 시간이었다. 한참 전 이곳을 머물다 가신 분이지만 너무나도 화사한 표정에 가정폭력 피해자였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심하다는 것, 가정폭력 생존자에 대해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이 분은 현재 유명 커피숍의 매니저로 활동 중이시다.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직업 훈련비를 지원받아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퇴소 후에도 끊임없이 노력하여 국제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했다고 한다. 인생에서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나'를 위하여 도전을 했다. 우리는 보통 좌절의 시기가 오면 해결되지 않는 것들을 쥐고 끙끙거리기 마련인데……. 이 분은 그 시기를 터닝 포인트 삼아 더욱 노력했고 현실에 부딪히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 일을 해야만 하는지"를 항상 머릿속에 되새겼다고 한다. 면접을 볼 때에도 "나도 될 수 있어. 혹시 안 되면 또 부딪혀 보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긍정적 마인드로 도전했다고 한다. 직업뿐만이 아니라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되면 항상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내어 먼저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용기 내어 내가 쉼터에 입소한 것처럼…….

 

이혼 여성이 혼자 자녀를 양육하며 살기엔 아직도 힘든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 선택을 확실히 하여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바로 세워야 나의 자녀도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쉼터 입소 후 많은 것을 깨닫고 있다. 베틀 모임 이외에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쉼터 선생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베틀 모임에서 처음으로 영화감상도 했다. <스틸 엘리스>라는 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는 40대 중반의 여자 주인공이 '희귀성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린다는 내용이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린 후에 죽음마저 마음먹은 대로 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애처로워 보였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어도 건강하지 못하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삶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위해서, 나의 가족들을 위해서 노후 대책을 잘 마련해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영화 '스틸 엘리스' 스틸컷



쉼터 입소 후 많은 프로그램들을 시작했고 얻는 것이 정말 많다. 쉼터에 이렇게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는 것에 놀라웠다. 이런 경험을 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되기 때문에 막상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데, 쉼터에 와서 여러 경험을 하고 있는 것에 너무나 감사드린다. 나의 '자존감'을 키워야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고, 내 스스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을 정말 많이 느낀다. 쉼터에 오게 된 사연은 힘들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내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앞으로 질 높은 삶을 위해 더욱더 노력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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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영화제 피움’ 

질주는 끝나지 않았다


유연|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달리지 않았어도 괜찮다. 하루하루가 똑같다고 느꼈어도 괜찮다. 혼자만 뒤쳐진 것 같아 좌절했던 날들이었어도 괜찮다. 다만 그때, 당신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한참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새삼 거리감을 느낄 만큼이면 족하다. 여성인권영화제 질주는 때로 주저하기는 했어도 멈추지 않았던 당신에게 바치는 헌사다.

 

지난해 질주를 주제로 진행된 제8회 여성인권영화제 화제작들이 지역에서 다시 한 번 상영됐다. 천안(5/6-7)을 시작으로 강화(5/12), 울산(5/14), 창원(5/14), 영광(5/16), 전주(5/30) 6개 지역에서 진행됐다.

 

상영작은 가볍게 더 높이,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외모등급, 원더우먼, 잔인한 나의 홈, 춤추는 별자리, 팻바디, 할머니 배구단(이상 가나다순) 등 국내외 장˙단편 5개국 8편의 영화이다.

 

영화상영 이외에도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진행됐다. 폭력을 넘어뜨리는 비석치기(영광), 질주감수성 포10퀴즈(울산), 불편한 진실! 가정폭력 통념 0X퀴즈(전주) 등 관객 참여 행사 등이 함께 했다. <피움 톡톡>은 여성인권영화제가 자랑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영화와 관련된 주제를 심도 있게 파헤쳐 보는 일종의 토크쇼이다. 나이 듦, 마을공동체, 외모등급 등 다양한 주제로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되었다. 올해 6개 지역에서 함께 한 여성인권영화제 지역상영 피움은 내년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해 진행 예정이다.

 





두 자녀와 함께 왔어요. 영화를 보고 피움톡톡을 함께하면서 가정폭력을 남의 일로 만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새삼 놀라웠어요. 우리 가정을 돌아보게 된 계기도 되었고요.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워주기 위한 방법이 뭐가 있을지 숙제를 안고 갑니다.” 

 - 여성인권영화제 in 전주 관객 중

 

생소하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여성인권문제가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문제들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이 들어감에 대한 의미와 즐거운 노후, 행복한 삶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 여성인권영화제 in 창원 관객 중

 

" 지역에서도 이런 의미 있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도 폭력예방을 위해서 여성인권에 대한 내용이 있는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 in 강화 관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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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 후 ③] 윤필정씨 정당방위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마주하며



윤필정씨 정당방위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마주하며

 

유미|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지난 20139,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던 한 여성이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 사건이 오랜 세월 의 가정폭력 피해로 인해 발생한 정당방위 사건이라 판단하고, 법무법인 ()원과 함께 공익소송으로 위 사건의 당사자인 윤필정씨(가명)를 지원했다. 상담회원과 변호사, 로스쿨 학생들이 참여한 정당방위사건지원팀은 1심에서 대법원 선고 재판에 이르기까지 본 사건의 핵심이 가정폭력으로 인한 정당방위 사건임을 입증하고자 노력했다. 거리 서명 운동과 함께 다음 아고라와 뉴스펀딩 사이트에서도 서명 운동을 벌여 총 3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윤필정씨 사건의 정당방위 인정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1년 반이란 시간이 흐른 올해 2, 대법원에서 항소가 기각되어 윤필정씨는 최종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남편이 사건 발생 3일 전 윤필정씨의 목을 노끈으로 조르고 목에 식칼을 들이대고, 사건 발생일 오전 망치로 윤필정씨의 머리통을 부수어버리겠다고 위협한 행위에 대해 재판부는 남편이 윤필정씨를 괴롭히기 위한것이지 실제로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또 윤필정씨가 살해 위협을 받고 있었다 할지라도 마음만 먹으면도망칠 수 있었다고 하며 이 사건이 남편의 가정폭력으로부터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어난 정당방위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작년 5월과 10월에 각각 있었던 1, 2심 판결내용과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윤필정씨의 몸은 20년 넘게 시달려온 폭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굳어지고 위축됐을 것이다. 윤필정씨에게는 가정이라는 공간이 연일 아무도 모르게 고문당하고 목숨을 위협받는 곳과도 같았을 것이다. 한국사회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가해자 살인 사건 재판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은 왜 도망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이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고, 실제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가정폭력방지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다 하더라도, 그 법과 제도를 집행하는 사람들이 가정폭력 상황에서 피해자가 겪는 공포와 오래도록 폭력을 견뎌야 했던 맥락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피해자가 가정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반대로 목숨을 지키기 위해 가해자를 사망하게 하는 불행한 사건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윤필정씨의 자녀 수지(가명)는 가정폭력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 무거운 비밀이라고 했다. 비록 윤필정씨 사건은 정당방위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한국여성의전화는 그 무거운 비밀을 가진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분노하고, 피해생존자들을 지지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윤필정씨 사건 지원에 함께했던 법무법인 유()과 본회 정당방위사건지원팀, 그리고 서명에 함께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201410월 발생하여 현재까지 지원하고 있는 가정폭력피해자 정희정씨(가명) 정당방위 사건에도 관심과 지지로 힘을 실어주시길 부탁드린다.

 


윤필정씨의 딸, 수지에게서 온 편지

 

안녕하세요. 소장님^^ 수지입니다. 메일 확인 잘 했습니다. 오지 않을 것 같고 멀게만 느껴지던 시간이 오네요. 아무것도 모르고 막막했던 20139월을 생각하면 지금 이 시간이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1심 첫 번째 공판에서, 선고를 내려줄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고 어렸던 제가 견딜 수 있었던 건 진심으로 안아주고 도와주시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려운 선고 날을 1.2심 두 번 겪어보고 저도 많이 단단해졌는지, 대법원 기각판결에 대해서는 마음이 괜찮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참 울컥하는게... 15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함께 슬퍼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고생 많이 해주신 감사한 모든 분들이 너무너무 보고 싶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무거운 비밀을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어렵게 말하고, 남의 일들이라고 생각했던 방송 그것이 알고싶다에 내가 주인공이 되어 촬영도 하고, 숨 막히는 법정에서 증인을 서고, 엄마를 마주하면서 너무너무 마음이 버거울 때 건네주셨던 티슈, 1심 선고 날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킬 수 있었던 다 같이 먹은 북부지법 앞 칼국수, 부족한 문장력에 밤새 고민해서 썼던 탄원서들,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큰 용기를 받았던 아고라 서명운동, 혼자 끙끙 힘들었던 동생과의 생계를 도와준 모금운동, 인내를 배우게 된 2심 재판과정...수많은 일들이 떠오르고 내 옆에 정말 감사한 사람들이 많았구나..다시 한 번 깊게 느낍니다.

 

지금은 미뤄두었던 제 삶을 찾아 평범하게 회사에서 열심히 적응하고 일하며 지내고 있는데, 수지로 살았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매사에 더욱 감사하고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드리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많이 보고 싶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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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 후 ] 무고죄 무죄 판결에 부쳐



합리적 의심’? 피해자 사라진 법정

20152월 무고죄 무죄 판결에 부쳐 



완두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왜 그 시간에 거길 지나갔습니까?”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묻지 않는다.

많이 배운 사람이 어떻게 강도를 당할 수 있습니까?” 강도 피해자에겐 묻지 않는다.

가만히 있었으니 당신도 동의한 거 아닙니까?” 학교폭력 피해자에겐 묻지 않는다.

 

사랑하는 관계입니까?” 성폭력 피해자에겐 묻는다.




불의의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가당치도 않은 이 질문을,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합리적 의심' 이라는 명목으로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질문한다.

 

201312월 말, B씨는 지인에 의한 강제추행으로 상해를 입고 가해자를 고소했다. 하지만 수사과정 중 검사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허위사실로 고소하였다며 무고로 기소하였다. 유독 성폭력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피해 내용을 벗어나 피해 자격을 묻는 일은, 이번 무고 기소 과정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검사는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간과하고 심리생리검사(거짓말탐지기)를 과도하게 적용하고, 가해자와 친분관계에 있는 주변인들의 진술에 근거하여, 어렵게 성폭력 고소를 결심했던 B씨를 무고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세웠다. 이후 B씨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성폭력피해자라면 당연히 이러해야 한다는 기존의 편견을 답습한 강압적인 질문과 피해사실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2015212, 의정부지방법원은 성폭력 피해에 대한 피고인의 일관된 진술과 이에 대비되는 증인들의 엇갈린 진술, 피고인의 죄를 증명하기 어려운 점 등을 거론하며,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이 있는 검사가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면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B씨에게 무고죄 무죄를 선고하였다.

 

여성가족부 2013년 전국성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피해를 경험한 조사대상자 중 단 1.1%만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많은 경우 피해자들은 가해자와의 관계, 평소 행실, 과거 이력 등 피해 당시 상황과 무관한 일로 끊임없이 비난과 의심을 받고, 무고의 피의자로 몰려 유죄판결을 받기도 한다.

 

법조계 내 고착된 성에 대한 이중 잣대와 남성 중심적 해석의 폐해가 또 한 번 드러난 이번 사건을 통해 검찰은 성폭력 범죄로부터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책임을 통감하며 자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함께 질문해 봐야 할 것이다.

사회적 범죄인 성폭력 피해를 보는 합리적 의심은 누구를 위한 기준인지,

성폭력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것을 무엇이라 부를 수 있는지,

성폭력 피해자의 다수가 여성이며, 이 중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지 않겠다."99%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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