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의 전 활동가이신 조슬기 선생님께서

하도 오래 사무실에 앉아있어 가끔 가구로 오인받는 한여전 활동가들에게

일하는 동안 배라도 고프지 않으라는 넓은 마음으로

비타민C 가득한 귤 한 박스를 보내주셨습니다!


보내주신 귤은 활동가, 회원들 그리고 내담자 분들 모두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정말 달고 맛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슬기 선생님은 올 봄, 3월에 건강한 딸을 출산 예정이시라고 하는데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페미전사님의 새 시대의 페미전사 순산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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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해외전문가 초청 데이트폭력 토크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한국과 미국의 ‘데이트폭력’ 실태와 과제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메리



 11월 30일, ‘데이트 폭력 해외초청 강연 토크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이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진행되었다. 밖에서는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이내 접수처에서부터 느껴지는 참가자들의 열기는 토크쇼에 기대를 대변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의 주최로 기획된 본 프로그램은 ‘데이트폭력’에 대한 이해와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주제로 총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의 <한국 사회 ‘데이트폭력’의 좌표> 강의와 도첸 라이트홀드 뉴욕 여성폭력 근절 단체 ‘Sanctuary for Families’ 법률센터장의 강의로 진행되었다. 강연은 송란희 사무처장의 <한국 사회 ‘데이트폭력’의 좌표> 강의를 시작으로 한국의 ‘데이트폭력’ 개념이 형성된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현재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위한 과제를 살펴보았다. 이어서 도첸 라이트홀드 법률센터장이 미국 내 여성에 대한 폭력, 특히 아동 데이트 폭력의 실태와 경각심을 알리는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2부 토크쇼는 두 강연자와 현장 참가자들의 질의응답을 통해 데이트폭력을 포함한 젠더폭력 해결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토크쇼에선 수능을 끝내고 친구들과 함께 찾아온 학생, 페미니즘을 함께 이해하기 위한 연인 등이 참가한 만큼 데이트폭력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데이트폭력 좌표: ‘여성에 대한 폭력’ 개념 정리부터


 송란희 사무처장의 <한국 사회 ‘데이트폭력’의 좌표>에서는 한국의 ‘데이트 폭력’ 개념이 형성된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시키기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한계점을 비추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표적인 한계점으로는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는데 ‘여성에 대한 폭력’의 이해가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있다. 유엔은 ‘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선언’을 채택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을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심리적인 피해나 고통을 유발하거나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종류의 젠더기반 폭력”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금도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지 않은 채 여성에게 가해지는 젠더폭력을 ‘데이트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 개정’, ‘여성폭력근절기본법’ 등 분절적인 형태로 법을 제정하고 있다.


 송란희 사무처장은 “사실 어떤 것이 데이트폭력인지, 스토킹인지, 가정폭력인지 명확히 구분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여성폭력기본법’, ‘젠더폭력기본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현장에서도 나오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의 맥락에서 통합적으로 문제를 인식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미국의 데이트폭력의 실태 그리고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도첸 법률센터장의 강연은 미국의 데이트폭력의 실태와 십 대 사이에서 일어나는 데이트폭력의 경각심을 알리면서 시작하였다. 특히, 데이트폭력은 피해자와 친근한 관계로부터 시작되는 일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였는데, 실제로 미국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피해자 중 80% 가 여성이며(Bureau of Justice Statistics, 2012),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으로 인해 상해되는 피해자 중 70%가 여성인 만큼 성별에 기반을 둔 폭력의 범위와 심각성에 대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Center for Disease Control, 2012)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도첸 법률센터장은 정부의 적절하지 못한 대응으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포섭에서 벗어나는데 방해를 받는다고 이야기하였다. 즉, 데이트폭력이 발생했을 때, 경찰을 포함한 법률관계자, 정부, 상담가 등이 데이트폭력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거나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는 행동으로 피해자가 데이트폭력으로부터 생존하는 것을 좌절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보호 명령제도’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도첸 법률센터장은 미국이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자립시키는 방법의 예로 소속 단체인 Sanctuary for Families의 활동을 소개하였다. Sanctuary for Families는 미국에서 가정폭력, 성매매 등 모든 형태의 젠더폭력 생존자들을 위한 선도적인 지원 활동을하는 단체이다. 도첸 법률센터장은 본 단체에서 진행하는 ‘피해자에서 생존자’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젠더폭력 피해자들의 안전, 치유 및 자기결정권을 위해 안전한 공간과 공동체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상담을 제공하고 나아가 경제적 자립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피해자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도와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2부에서는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의 사회를 바탕으로 송란희 사무처장과 도첸 법률센터장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토크쇼 동안에 현직 성교육 강사를 포함해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 그리고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사람 등 다양한 참여자들의 참여 속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국과 미국이 바라보는 데이트폭력


 토크쇼에서는 1부에서의 송란희 사무처장과 도첸 법률센터장의 강연내용을 통해 미국과 한국의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 범위에 대한 차이를 살펴볼 수 있었다. 즉, 가정폭력이 데이트폭력과 구분되어 있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데이트폭력의 범위에 가정폭력이 포함시킴으로써 기혼관계 뿐만 아니라 동거인처럼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의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이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가정폭력, 성매매, 데이트 폭력 등 다른 이름으로 불려진다는 것과 연관되는 것과 연관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법, ‘미국 여성폭력방지법(VAWA, Violence Against Women Act)’이 존재한다.”라고 이야기하였다.


데이트폭력의 본질, 권력과 통제


 토크쇼는 참여자들로부터 “데이트폭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송란희 사무처장과 도첸 법률센터장은 친밀한 관계 속 일어나는 폭력의 중심에는 ‘권력과 통제’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즉, 이미 한 사람의 자유가 억압되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권력 관계에 종속된 것이다. 더불어, 도첸 법률센터장은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은 폭력적인 관계를 끝내는 데 성공하기까지 6~8번을 시도하며 10대 청소년들은 성인들 보다 폭력적인 관계를 단절하기 더 힘들다고 이야기하면서 청소년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의 고립에 대한 위험을 강조하였다.


피해자에서 생존자 그리고 임파워먼트(Empowerment)


위에서 언급했듯이, Sanctuary for Families는 피해자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상담, 경제적 자립 프로그램 등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그 밖에  Sanctuary for Families는 피해자부터 의심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주변 환경(경찰, 검사, 상담가 등)을 바꾸는 활동을 하는데, 이를 통해 피해자는 트라우마를 강화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더 타당하게 전달할 수 있게 만든다. 도첸 법률센터장은 데이트폭력 생존자들은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도록 환경이 변화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피해자가 도움을 받기만하는 존재가 아니라 데이트폭력 근절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피해자에게 사건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닌, 성공적 자립을 위해 환경의 변화를 시도하는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 상황은 어떠할까. 현재 여성가족부 지침으로 ‘여성폭력 사이버 상담’에서 데이트폭력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의료비나 소송비 등을 지원받을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올해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의료비를 포함한 피해자의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기도 하였으나, 예산 문제로 짧은 기간에 마감되었다.





경찰의 젠더교육 책임


 한 참여자는 “한국경찰은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성폭력에 무관심합니다. 미국에서는 경찰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었나요?”라면서 미국이 가해자를 조치하는 것이 가능하게 한 요인을 질문하였다. 도첸 법률센터장은 법을 변화시킴으로써 국민들과 법 관계자들에게 젠더폭력에 대해 교육시킨 것이 출발점이었지만, 실제 변화가 일어나려면 경찰이 변해야 한다고 말을 전했다.


 한국도 미국과 같이 경찰에게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11월 2일에 일어난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 가해자 침입 사건’을 보면 경찰이 피해자를 잘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은 비공개의 공간으로써 피해자들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사건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애 아빠가 많은 걸 바라지도 않는구먼요.”, “그냥 3개월 동안 자녀를 못 봤으니 보고 싶다 이거예요.”라는 말을 하며 오히려 가해자와 동일시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찰에 의해서 피해자들은 보호법이 있어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송란희 사무처장은 이번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가해자 침입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를 대변한 상황은 피해자의 트라우마에 대한 교육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거나 매뉴얼을 잘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데이트폭력 근절을 향한 목소리


 ‘데이트 폭력 해외초청 강연 토크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데이트폭력 실태와 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활동을 공유하였다. 무엇보다 토크쇼를 통해 데이트폭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음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11월에 발생한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가해자 침입사건’은 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잘못된 대응방식으로 상황을 악화시킨 사건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를 계기로 경찰 대응과 관련해 더 구체적인 교육과 대응책, 철저한 감시를 요구하기 위해 12월 7일 오후 2시에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 (10층)에서 경찰 측 관계자와 함께 토론회를 진행하였으며, 6일에는 미국 ‘덜루스 모델’에 대한 현장연구 보고회를 진행하였다. 이처럼, 정부도 피해자 보호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젠더폭력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학교와 경찰 그리고 공공기관의 의식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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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하다


2017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지역사회 네트워크 만들기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윤선혜



 11월 16일, 매서운 바깥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2017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이는 지역사회 네트워크 만들기: 여성주의 미디어 워크숍 1차’가 진행된 한국여성의전화 2층 교육실에서는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고민을 나누고자 시작된 지역사회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2011년에 그 첫발을 뗐다. 본래 한국여성의전화가 위치한 은평구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번 워크숍에는 은평구 주민뿐 아니라 서울의 여러 지역에서 온 여성들이 함께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폭력 예방 강사인 장미숙, 홍혜선, 윤희근, 최경숙 강사는 “(일방적인) 강연보다는 같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싶다”며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이끌었다.





우리가 겪어온 집단 최면, 영화 <걸파워>


 참가자들은 여성주의 미디어에 관한 토론에 앞서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인 <걸파워>를 감상했다. 1970년대 여성운동에서 탄생한 단어인 ‘걸 파워(girl power)’는 여성이 희생자 혹은 약한 존재라는 인식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욕구의 발현이었다. 영화는 ‘걸 파워’라는 단어가 미디어, 시장 논리와 만나며 어떻게 변질되어왔는지를 조명한다.


 바비 인형은 ‘말괄량이 카레이서’가 되어서도 딱 붙는 옷을 입고 분홍색 레이싱카를 탄다. 광고 속 빈틈없이 아름다운 여성 모델은 우리에게 “아름다워지려면 이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름다움은 곧 여성의 힘(girl power)이 되었다. 미디어는 왜곡된 ‘걸 파워’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등장시켰고, 미디어에 노출된 대중은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이를 내면화했다. 여성은 남성이 원하는 아름다움을 목표로 자신을 가꾸고 검열한다. 남성은 여성을 재단하는 동시에 자신을 ‘남성성’ 안에 가둔다. 사람들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 줄 알고 예뻐지려고 하거나 예쁜 여자를 쫓았다.


 참가자들은 영화 <걸파워>를 보며 느낀 복잡한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아주 어린 아이들마저도 전형적인 ‘미’를 내면화한 모습에 분노하고, 자신마저도 이러한 미디어에 종속되어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이 겪은 성차별 사례들을 터놓으며 답답해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얘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그들에게 <걸파워>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자, 우리가 겪어온 집단 최면이고, 걸파워(girl power)를 소유한 맨파워(man power)를 향한 날 선 비판이었다. 한 참가자는 “성 상품화는 여성의 자발적인 선택이라고들 하지만, 상품은 구매자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애초에 사람을 상품으로 보는 자본주의의 문제”라며 문제의 본질을 짚었다.

 



여성의 눈으로 신문 읽기


 영화 <걸파워>를 보며 분노를 가득 충전한 참가자들을 위한 다음 순서는 실제 신문이나 잡지, 정부에서 발행한 안내․홍보 책자를 읽으며 그 안에 숨겨진 여성 혐오를 찾아내는 활동이었다. 먼저 참가자들은 방송심의규정 제30조 양성평등에 관한 항목, 인권위원회와 기자협회가 제정한 성범죄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 기사 작성 및 보도 주의사항을 확인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0조(양성평등)

① 방송은 양성을 균형 있고 평등하게 묘사하여야 한다.

② 방송은 특정 성(性)을 부정적, 희화적으로 묘사하거나 왜곡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방송은 성차별적인 표현을 하거나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하여서는 아니 된다.


한국기자협회의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

① 잘못된 통념 벗어나기

② 피해자 보호 우선하기

③ 선정적, 자극적 지양하기

④ 신중하게 보도하기

⑤ 성폭력 예방 및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도 관심가지기



“실제로 존재하는 규정인지” 질문할 정도로 참가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다들 숱하게 접해온 성차별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더라도 기자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유명무실한 규정들이다. 


 다시 한번 차오르는 분노와 함께 참가자들은 세 조로 나뉘었다. 참가자들의 눈은 쉼 없이 자료들을 읽어나갔고, 가위와 풀을 든 양손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입으로는 ‘이 표현은 왜 여성 혐오인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찾은 예시를 붙이도록 한 전지 세 장이 꽉 들어찼다. 조 이름을 적을 자리조차 남지 않았고 “더는 붙일 자리가 없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여성 혐오적 표현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참가자들이 얼마나 분노했는지는 ‘독박골F(페미)언니’, ‘화났조’, ‘기분이별로조’라는 조 이름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경숙 강사는 “조 이름만으로도 오늘 워크숍이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며 웃었다. 


 참가자들이 찾아낸 예시로는 돌봄 노동, 요리 등에 여성 이미지를 사용해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드러낸 그림부터 내용과 무관하게 헐벗은 여성 모델 사진을 넣은 광고까지 다양했다. 의류 광고에서 남성 모델은 검은색을, 여성 모델은 밝고 화려한 색을 입는 점, 다이어트 전후 사진에서 여성과 남성의 몸을 바라보는 구도의 차이 등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예시도 꼼꼼하게 다뤘다. 긍정적인 예시로는 여성 전문가의 인터뷰를 실은 기사들을 꼽았다. 







 모든 활동을 마친 교육장 안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밝고 활기찼다. 한 참가자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걸파워> 영화와 함께 우울하게 시작했지만 웃으며 끝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같은 시선으로 화내고, 웃고,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된 소감이었다. ‘프로불편러’ 혹은 ‘너무 예민한 애’ 취급을 받으며 “자발적 왕따”까지 자처해야 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참가자들은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 듯하다.


 우리에게는 여성주의를 말하고, 자신이 겪은 부당한 차별을 참지 않고 드러내고, 서로를 위로할 공간이 너무도 필요하다. “내 눈에만 보이는 불편함”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위안을 얻고 더 나아갈 힘을 얻는다. 지역 사회 내에 여성주의 네트워크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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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의 경찰 대응,

그 전과 후에 관한 112개의 증언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eBook 발간!


 

「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한국여성의전화 엮음) 」 알라딘 eBook 발간! https://goo.gl/a2XJCg





11월 2일의 경찰 대응,

그 전과 후에 관한 112개의 증언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을 내며


안타깝게도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쫓는 일은 으레 일어나는 일이다. 2017년 11월 2일 저녁 8시 무렵,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쉼터)에도 가해자가 침입했다.


그러나 112와 지구대 신고 후, 소위 ‘전문적’이라고 하는 여성청소년 수사팀이 도착하면서 문제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되었다.


경찰들은 가해자를 격리하기는커녕, 활동가들이 피해자를 모두 피신시킬 때까지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활동가들을 비난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17년 11월 10일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이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시작했다. 삼일 만에 20만 건이 넘는 트윗 언급이 있었다. 대부분은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의 범죄를 신고한 후 겪은 경찰의 잘못된 대응, 즉 ‘경찰에 의한 2차 피해’에 대한 증언이었다.


2016년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에 의하면 가정폭력 발생 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1.7%이며, 같은 해 실시된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른 같은 항목의 비율 역시 1.9%에 그쳤다. 이 낮은 비율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알다시피 경찰에 의한 2차 피해가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해시태그 캠페인 아카이빙은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기획되었다. 


이 자료집에 실린 증언들은 2017년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해시태그 캠페인에 참여한 글 중, 작성자와 연락이 닿아 게재 허락을 받은 것들을 112라는 숫자에 맞춰 다시 추린 것이다.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변화’를 선언하며 ‘종합대책’을 내놓았던 경찰. 이제 더 이상 말뿐인 ‘변화’가 아닌,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온전한 ‘변화’가 경찰 내부에서부터 시작되기를 바란다. 그 시작에 이 아카이빙 자료가 뼈아픈 자기 성찰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


2017년 11월 30일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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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들의 활기찬 경제교육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7기 이윤희



 버스를 타고 40분을 들어온 곳, 파주의 홍원연수원에서는 20대 여성인권활동가 아카데미 교육생이 함께하는 가정폭력피해 10대 여성 리더십 캠프인 “보라! 리더십 캠프 - 보리캠프”의 진행이 한창이었다. 주변에는 편의점이나 노래방 등, 10대들이 좋아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보이는 것은 논과 밭이 대부분인 곳에서 10대 참가자들과 20대 여성인권활동가 아카데미 참가자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입구에 들어서서 자리에 앉자, 왠지 모를 그리운 기분이 몰려왔다. 도착했을 시간은 아직 쉬는 시간이어서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기도 했다. 또 몇몇은 강단 옆에 마련된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있기도 했다. 학창시절 쉬는 시간 각자가 시간을 보내던 풍경이 떠오르는 분위기였다. 더해서 참가자들은 서로를 ‘보리’라고 불렀는데, 그리운 분위기와 더불어서 존중과 다정함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경제'교육이어도 친숙한 분위기


 29일 오후 일정은 푸른살림경제교육협동조합 박미정 대표의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경제교육’이었다. ‘경제’라는 단어만 듣는다면, 딱딱하고 복잡한 느낌에 거부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박미정 대표의 수업은 본인의 경험으로 시작함으로써, 수강하는 보리들은 좀 더 친숙하고 친근감 있는 태도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박미정 대표는 또한 보리들에게 익숙한 주제로 수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왜 우리의 용돈은 항상 부족한지’의 질문이 그것이었다. 보리들은 자유롭게 ‘용돈의 액수가 적기 때문이다’,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대기업의 탈세 때문이다’라는 조금은 엉뚱한 대답을 내놓아서 수업의 분위기를 높이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신용사회박미정 대표는 우선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우리가 소비하게 되는 주위 환경에 관해서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이전에서는 지출할 필요가 없었던 통신비 등의 고정비용이 증가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실제로 과소비한 적이 없음에도 과소비를 하게 되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현재 우리 사회는 빅데이터의 사회라고 언급했다. 이 사회에서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에 대하여 빅데이터를 구성한다. 그리고 그 패턴에 맞추어 상품을 제시하여 소비를 촉진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소비 여력은 대다수 일단은 쓰고 나중에 갚게 되는 ‘신용’에 따른 것으로, 우리는 돈을 저금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렇기에 박미정 대표는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의 적절한 소비 수준을 알고 그에 따른 수지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소비수준은 절대로 아껴 쓰거나, 많이 쓰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적절한 소비수준이 나의 월평균 소득과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야 한다.


 강의의 마지막에서 박미정 대표는 우리는 생각보다 돈을 습관적으로 쓰게 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장부를 씀으로써 그 습관을 파악하고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돈을 쓰고 후회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최고의 상처기에 후회가 남는 습관이 아니라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부를 쓰면서 적절한 소비패턴이 내면화되어야 환경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게 된다는 말로 강의는 마무리되었다. 



어려운 분야지만 활발하고 즐거운 분위기


 경제라는 분야의 강의는 아주 무거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보리캠프의 발랄한 분위기로 취재를 하러 간 나까지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나를 포함한 보리들은 강의 시간 동안 공감의 한숨을 쉬기도 했고, 다 함께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경제교육이지만 10대부터 20대까지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강의 내용이었고, 좋은 정보들을 많이 얻게 되었다. 기사가 작성되고 있을 때면 캠프가 마무리되고 있을 것이다. 14박 15일 동안의 시간을 보낸 보리들이 좋은 마무리를 하고, 장부를 꼭 써보면 좋겠다. 나도 써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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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여성 폭력에 맞서는 자기방어훈련



한국여성의전화기자단 지원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폭력,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이가 있을까. 겁을 먹는 정도에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으슥한 골목이나 혼자 걷는 밤길에 대해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궁극적으론 여성에 대한 폭력이 사라지도록 해야 하지만, 일상적인 공포를 해소하고 위험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여성들은 현관에 잠금장치를 추가하고, 밤에 탄 택시의 번호를 외우기도 한다. 호신용품만큼이나 호신술을 익히는 것도 종종 추천된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호신술’은 여성들에게 유용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지난 7월 21일 1시, 파주 홍원연수원에서 진행 중인 가정폭력 피해 10대 여성 리더십 캠프의 5일 차 프로그램으로 <성폭력 문화에 맞서는 여성주의 자기방어 훈련> 강의가 열렸다. 강의는 ‘한국형 여성 호신술’로 알려진 ASAP(Anti Sexual Assault Program)의 권민정, 김기태 강사의 진행으로, 설명뿐만 아니라 시범과 참여자들의 체험 및 토의로 구성되었다.





호신술은 ‘승패’의 영역이 아니다


 강의는 캠프 참여자들과 강사가 동그랗게 둘러앉아 자기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호신술에 대해 알고 겪은 바는 저마다 달랐지만, 대부분 ‘실제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기술’을 배워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호신술을 떠올리면 사람들은 화려하고 복잡한 무술을 생각하지만, 그걸 보고 ‘위험한 상황에서 나도 저렇게 해볼 수 있겠다’라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무기력한 기분에 대해 권민정 강사는 “몸을 움직여본 경험이 별로 없고,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하다”며, “내 몸이 갖는 장점은 무엇이고, 위급한 상황에서 꺼낼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훈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호신술과 관련한 통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여성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위협적인 상황’을 상상하거나 그에 대해 대응한다고 할 때, 흔히 ‘어차피 여성보다 힘이 센 남성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강사는 호신술이 누군가를 완벽하게 ‘제압하고 이긴다’는 개념이 아님을 설명했다. 이기고 지는 일은 수많은 제약이 있는 환경에서, 비슷한 체급의 사람들이 시합할 경우에나 가능한 판정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현실의 위급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그 상황을 가장 안전하게 빠져나오는 것이다. 단순히 ‘힘과 체격’의 차이로 모든 결과를 예단할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갖는 유리한 수단과 주변 요소들을 활용하는 연습이 중요한 것이다.



‘나’에서 시작하는 자기방어 훈련


 기본적인 설명이 끝난 뒤, 단계별로 구체적인 대응 방식과 원리를 배울 수 있었다. 첫 번째 훈련은 ‘소리 지르면서 달리기’였다. 위태로운 상황에서, 재빠르게 도망치는 동시에 큰 소리로 도움을 청하는 것은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매우 기초적인 행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참여자들은 다리를 무릎 높이까지 번갈아들어 올리면서 제자리에서 뛰고, 강사가 신호를 주면 제자리 뛰기를 유지한 채로 가능한 한 크게 소리를 내는 연습을 해봤다. 결과는 어땠을까? 참가자들은 소리 지르면서 달리는 일이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달리니까 소리가 안 나오거나, 소리를 내다 보니 어느새 달리기는 멈춰있었다. 


 다음으로, 소리 지르는 일에 집중하는 훈련이 이어졌다. 옆 사람에게만 들리는 매우 작은 숨소리에서 시작해, 내가 여태껏 내본 적 없는 정도의 큰 소리까지 단계적으로 내보는 훈련이었다. 앞선 훈련과 마찬가지로, 참가자들은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소리가 큰지 작은지, 혹은 스스로 낼 수 있는 소리의 최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소리, 하지 않는 행동은 몸에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선 내가 원하는 대로 활용하기가 더욱 어렵다. 자기방어를 위한 호신술 첫 단계는 이처럼 나의 몸을 점검하는 일이었다.





내가 가진 힘을 가장 강하게 쓰는 법 : 밀기, 당기기, 비켜 돌기, 주저앉기


 소리내기와 기본적인 손동작을 배운 후에 ASAP 호신술의 ‘메인 콘텐츠’ 네 가지를 알아보았다. 여기서부터는 나를 위협하는 상대와 거리가 가깝거나 신체적 접촉이 발생하는 경우, 가해자의 공격을 무력화하고 나를 방어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권민정 강사는 설명에 앞서 상대적으로 몸집이 더 크고 다부진 체격의 김기태 강사를 효과적으로 밀어내고 공격을 차단하는 시범을 보였다. 내가 가진 힘을 가장 크게 쓸 방법과 자세를 연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의를 환기할 수 있었다.  


 ‘4대 원리 운동’은 밀기, 당기기, 비켜 돌기, 주저앉기였다. 운동마다 기본적인 자세와 원리를 설명한 후, 이에 한두 가지 요소와 팁을 추가해 기술을 더욱 분명하게 익힐 수 있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운동인 밀기의 경우 먼저 ‘가슴 밀기’라는 기본자세를 통해 상대의 힘에 밀리지 않고 버티는 것으로 시작했고, 여기에 ‘걸어나가기’, ‘양팔 밀고 버티기’, ‘지나가기’ 등의 추가 동작을 배웠다. 구체적인 자세를 세세하게 외우는 것만큼 중요한 점은 원리를 이해하고 내가 직접 시도해보는 것이었다. 참여자들이 서로 짝을 지어 연습하고 자세를 고민하면서, 단순히 힘과 체구의 차이가 아니라 자세와 힘을 쓰는 방식에 따라 충분히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음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호신술, 오늘의 안전을 위한 또 하나의 선택지


 끝으로 강사는 배운 것을 활용해 짧은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며 강의 내용을 정리했고, 참여자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참여자들은 비록 다섯 시간 정도의 집중 수업이었지만, 유용한 기술을 배우면서 자신감을 느끼게 됐고, 앞으로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의지를 표하기도 했다. 한편 상대적으로 범죄에 더욱 노출된다는 이유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까지 해둬야 한다는 점이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 든다는 이야기도 공감을 샀다. 


 강사는 서른을 넘긴 후에 운동을 배우면서 겪은 생각의 변화를 말하며, “체구와 힘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더욱 자신 있게 호신술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당연하게도, 호신술을 사용하게 되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써보지 않은 나의 몸을 만나면서, 내가 조금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더 많은 걸 해보기 위한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수업을 정리했다. 물론 여성들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호신술 외에도 다양한 변화가 필요할 것이고, 궁극적으론 호신술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이를 돕는 자기방어 호신술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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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여성폭력정책의 어제와 오늘

한국 여성폭력 정책 및 제도의 변화에 대하여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김예원



 지난달 27일,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여성폭력정책과 제도>에 대한 강연이 열렸다. 이 날 강연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황정임 선임연구위원 진행으로, 약 3시간에 걸쳐 여성폭력정책 및 제도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에 관련한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여성폭력정책과 제도의 기본 틀


 우리나라에서 여성폭력 정책과 제도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순으로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고 각각의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시스템들이 추진되어 왔다. 그러다가 사후적 조치에 중점을 둔다는 문제제기 속에 예방과 관련된 법적 근거(예방교육 의무화)가 마련되면서 예방(Prevention), 피해자 보호(Protection), 가해자 처벌(Prosecution)이라는 ‘3P’의 삼각구도로 여성폭력 정책과 제도가 안착되었다.


 여성폭력 관련 법률은 1995년 시작된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한 여성발전기본계획이나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한 양성평등기본계획을 통해 본격적으로 구체화됐다. 여성발전기본계획이나 양성평등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되어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과 관련된 정책이나 제도 운영에 대한 내용을 포함함으로써 지속적인 정책 추진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강남역 살인사건 등과 같이 여성대상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별도의 대책들이 만들어져 왔는데, 이렇게 사건이 발생한 후에 수립됐던 대책들도 여성폭력 방지의 제도화에 기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황정임 연구위원은 이러한 여성폭력과 관련된 제도화 과정이나 추진현황을 볼 때 여성폭력 제도 자체가 미비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여성들은 왜 여전히 두려워하나


 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은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여성들의 두려움은 법률 제정 이전이나 이후나 크게 차이가 없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2013년 발표한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78.5%가 밤늦은 귀가나 택시 승차 시 두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택배 등 낯선 사람의 방문도 두렵다고 응답한 여성도 76%가 넘는다.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시행되고 난 지 약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폭력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이 현 정책과 제도의 방향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책과제도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성희롱 등 각각 개별 법률과 제도로 접근해 왔다는 것이다.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던 시기에 여성폭력 이슈를 정책 의제화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전략이었으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여성폭력이 근본적으로 성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을 이해시키기엔 부족했다. 여성폭력과 관련된 새로운 피해 양상이 나타날 때마다 관련 법률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앞으로의 정책과 제도에서는 ‘여성폭력’ 혹은 젠더폭력이라는 통합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황 연구위원이 강조한 이유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일상의 폭력 


 그러나 정작 최근에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데이트폭력과 스토킹은 대다수의 피해자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법상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은 형법이나 경범죄처벌법 등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으나 본질적인 규제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일단 살인·상해·폭력 이전 단계나 제도권 외의 관계에서 발생한 일에 대한 처벌이 어렵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피해자가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여성은 특정인이 지속해서 초인종을 누르는 등 두려움을 조장하는 스토킹을 당하더라도, 가해자가 현관에 발을 딛는 것이 아닌 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도 받을 수 없다. 


 다행인 점은 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이 계속해서 있었다는 점이다. 19대 국회에서는 스토킹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낙연 의원 대표발의), 스토킹 방지법안(김제남 의원 대표발의),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남인순 의원 대표 발의)가 발의되었던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남인순 의원의 대표발의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레법안이 발의되었고, 이외에도 스토킹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안(김정훈 의원 대표발의), 스토킹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정춘숙 의원 대표발의) 등이 소관위원회에 접수된 상황이다. 

간절한 것은 누군가의 ‘Action’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 황 연구위원은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노출하도록,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폭력 상황을 인지하거나 목격한 경우 목격자의 대응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취해야 할 행동은 ‘신고’이다. 여성대상 폭력 상황을 인지하거나 목격했을 때 경찰에 신고해야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공감’이다. 피해 경험자가 본인의 피해 사실을 말했을 때, 이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처음 피해사실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적절한 도움이나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를 알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여성폭력이 무엇이고,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알리는 데 10명 중 4명의 피해자가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6년’이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해자가 가장 간절해했던 것은 다른 누군가의 ‘Action’이 아니었을까. 목격자로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이 누군가의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아줄 수 있는 나비효과로 번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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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8일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는 ‘이주여성 폭력 실태와 상담과정’을 주제로 한국여성의전화 49기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 교육) 강의를 진행했다. 한국 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주여성을 위한 민간 대사관으로서 이주여성을 단일주제로 다루는 민간단체이다. 


 이주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국내 체류 외국인 수도 지난 10년 사이 두 배 증가해 2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세계 여성 이주자의 72%가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의는 가사노동과 성 산업에 국한되어있다. 허오영숙 상임대표는 한국 사회가 이주와 이주여성을 얼마나 타자화, 대상화하고 있는지 지적하며 강의를 이끌어나갔다.


 “이주여성은 교육을 받지 못했고 가난할 것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성과 결혼해 시골에 살 것이다” 이러한 편견과 일반화는 이주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한국 사회의 이주여성에 대한 시각



한국여성의전화 7기 기자단 석박지혜



우리 애는 특별해


 어떤 대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매체인 드라마에서 이주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대부분이 가사노동자이거나 결혼이주자로, 어수룩하고 서투른 모습이다. 문제만 일으키는 ‘민폐’ 캐릭터로 등장하는 일도 흔하며 이주여성을 부나 지성 같은 사회에서 중시하는 가치와 결부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반면 한국에서 태어나 외국에서 살아가는 이주 여성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은 고소득 직종 종사자 혹은 유학생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결혼이주의 경우 사랑해서 외국인과 결혼한 결혼이민자로 그려낸다. 한국 출신의 이주여성이 한국인 외의 유색 인종 이주여성과 같은 대우를 받을 때는 불편함을 느끼면서, 이주여성의 경우 교육 수준 · 경제 수준 · 거주지까지 어림짐작하며 낮추어 보고 웃음거리로 삼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송출국


 이주여성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은 송출국인 적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 서독으로 이주해 간호사로 광부로 노동했고 월남전에도 참여했다. 이주목적국이 된 지금도 워킹홀리데이 등의 목적으로 꾸준히 외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결혼이주자로의 모습 역시 가지고 있었다. 1910년도 미국에서 사탕수수 노동자로 일하던 한국인 남성 이주노동자의 ‘사진 신부’ 가 대표적인 예다. 사진 신부로 바다를 건너온 한국 여성 역시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 여성과 같은 상황(경제적 · 계층적으로 불리한 위치의 사람들로 남녀가 평등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 결혼을 결심한 사람들)에 처한 결혼여성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인이 아닌 결혼이주여성에게만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고 비난한다.  이주민이 하는 노동은 미래가 없는 일이며 한국인이 이주자로 가서 하는 노동은 긍정적이고 좋은, 청년의 꿈과 열정이 담긴 모습으로 그린다. 사실 워킹홀리데이와 이주노동 여성 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 둘 다 중산층 정도의 경제환경을 지닌 교육받은 사람들이며 고국에서는 하지 않을 일을 좀 더 높은 보수와 해당 국가에서 살기 위한 목적으로 할 뿐이다. 또한 한국보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거나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해도 이를 이유로 무시하는 일은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폭력적인 행위이다.


 “노동력을 불렀는데 사람이 왔다.”라는 말이 있다. 이주자를 오래전부터 받아들여온 서구 사회에서 생겨난 격언이라고 한다. 강의를 듣고 가사를 작성하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이 올 때 입맛에 맞게 어느 한 부분만 떼어 수용할 수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가 그 사람을 ‘받아들였다’라고 할 때는 얼마나 많은 부분을 수용해야 하는지. 부끄러움이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국제결혼인가, 신부거래인가?



한국여성의전화 7기 기자단 윤선혜



 우리 사회가 이주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은 사실 기존에 한국 여성을 대상화하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주민이라는 소수자성이 이러한 태도를 더 노골적으로 드러낼 뿐이다. 이주민이든 선주민이든, 여성에 대한 대상화는 사회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상업적 국제결혼 중개업은 이주여성의 극단적인 대상화가 거리낌 없이 일어나는 곳이다. 유명 국제결혼 중개업체인 ‘하*****’의 홈페이지를 보면 과연 그들이 장려하는 것이 국제결혼인지 여성의 사고팖인지 의문이 든다.




모 국제결혼 중개업체 홈페이지 메인화면



쇼윈도에 진열된 외국인 아내


 첫 화면부터 마치 상품을 진열하듯 여성들의 사진이 국가별로 정리되어있다. 이주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물건처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대상으로 소비하는 모습이 한 화면 안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가별 여성의 특징을 한국 여성과 비교해 정리해놓은 메뉴는 이주여성뿐 아니라 한국여성까지도 일반화한다.


 홈페이지에서는 국가별 행사일정표, 즉 해당 국가 여성과 결혼하는 과정 또한 상세하게 공지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를 보자. 베트남에 도착한 첫날에는 처음 만난 신부와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이튿날 결혼식을 올린 뒤 1박 2일간 신혼여행을 떠난다. 4일째 밤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모든 일정은 끝이 난다. 중개업 측에서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한 ‘속성 결혼 코스’다. 



“신부를 샀다”


 순수한 의도에서 국제결혼을 마음먹은 남성이라도 이러한 상업적 결혼 중개 시스템을 따라가다 보면 상대 여성을 평등하게 바라볼 수 없다. 어쩌면 이주여성에 대한 대상화는 그들을 그렇게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가까울지 모른다.


 ‘신부를 샀다’는 인식은 결혼 생활에서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결코 평등할 수 없음을 짐작게 한다. 불평등한 권력 관계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기 쉽다. 지난해 다누리콜센터에는 약 1만3000건의 가정폭력 상담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보다 약 10년 일찍 상업적 국제결혼중개업이 시작된 대만은 그만큼 일찍 부작용을 겪었다. 대만은 이주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07년 국제결혼중개업의 상업화를 없애고 비영리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만 국제결혼을 중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도망가지 않는 베트남 신부”를 강조하는 광고 문구는 여성을 끊임없이 대상화하는 사회 구조와 인식의 변화 없이는 사라질 수 없다. 국제결혼 성공 사례를 앞세워 여성을 사고파는 것과 다름없이 진행되는 반인권적인 상업적 국제결혼중개업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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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여성의 관점으로 본 가정폭력  



한국여성의전화 7기 기자단 박세원



 4월 27일, 가정폭력전문상담원 교육 중 하나인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실태와 상담과정’ 취재를 위해 은평구에 위치한 한국여성의전화로 향했다.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대표가 진행한 이 날 강의는,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 4월 13일, 14일 양일간 진행되었던 상담원 숙박교육 동안 교육생들이 함께 공감과 연대의 시간을 가진 이후라 교육장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한층 더 화기애애했다. 서로 음식을 챙겨주기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분위기에 본 기자의 마음도 덩달아 편해졌다. 10시가 되자 이날 강의자인 배복주 대표가 강의를 시작했다.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되는 가정폭력


 여성가족부가 실행한 ‘2016년도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에 대한 대응으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1%에 불과했다. 한국 사회에서 가정폭력은 집 안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되며 범죄로 인식되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 결국, 가정폭력 피해자는 가정폭력을 범죄로 인식하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그 뿐 아니라 가정폭력을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끌어내기 힘들다. 법무부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 사건이 검찰 접수된 후, 기소조차 되지 않는 비율이 50.4퍼센트에 달한다. 가정폭력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외부로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외부에 도움을 구한다 하더라도 처벌을 끌어내기 힘든 현실이다.


 배복주 대표는 가정폭력방지법의 초점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가정회복에 맞춰지곤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조는 이 법의 목적을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보여주듯, 다른 범죄들에 비해 가정폭력은 엄격한 처벌의 대상이라고 인식되지 못하고 다시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그 목표로 삼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 사회의 가정폭력에 대한 실태는 익히 알고 있던 바였다. 그러나 강의가 진행될수록 가정폭력피해자가 장애 여성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을 정도로 장애 여성이 당사자인 가정폭력 피해에 대해 무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애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실태 


 배복주 대표는 장애 여성이 가정폭력을 당할 경우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장애 여성의 경우, 그 장애의 특성으로 인해 폭력에 저항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 장애 여성은 가족 안에서 일방적으로 보호받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폭력에 노출되더라도 타인의 도움 없이는 그 공간을 탈출하기 힘든 것이다. 예를 들어, 타인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며 그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배복주 대표는 자폐를 가진 피해자가 피해 사실에 대해 진술하지 않아 도움을 제공하기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장애 여성의 가정폭력에 대한 지원이 어려움을 설명했다. 가정폭력 자체가 범죄라고 인식되기 힘든 상황인데, 장애 여성의 경우는 더욱이 가정폭력을 범죄라고 인식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우며 설령 범죄가 신고 된다 하더라도 장애 여성의 진술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장애 여성을 위한 가정폭력 대책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장애 여성을 위한 가정폭력상담소는 전국에 두 곳, 가정폭력 쉼터는 세 곳밖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장애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지원체계가 열약하다. 배복주 대표는 가정폭력 쉼터에서 장애 여성을 받아주지 않아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예를 들어 장애 여성에 대한 대책이 미흡함을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에 많은 교육생이 탄식을 내뱉었다. 

이러한 특수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장애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상담은 비장애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상담과는 구별되는 어려움을 가지게 된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교육장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예비 상담원으로서 교육생들이 가지는 고민의 무게가 느껴졌다.  


 비장애인 여성으로 살아온 나는 장애 여성의 삶에 대해 무지했다. 가정폭력의 피해 여성 중  장애를 가진 경우가 있으리라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을 정도였다. 너무나 당연하게 피해 여성이 비장애인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동안 가정폭력에 대해 나름대로 많이 공부했고, 안다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졌다.


 장애 여성은 비장애 여성과는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장애 여성이 경험한 가정폭력은 비장애 여성의 그것과는 구분되는 차이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에 맞는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구조 속에서 장애 여성이 가정폭력에 노출될 경우,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올 때와 달리, 교육장을 나서는 발걸음은 너무나 무거웠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타인의 삶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해보고 행동해야겠다는 생각과 그동안 그렇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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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불편’해야만 하는 페미니즘



한국여성의전화기자단 7기 영상기자 우진솔



광화문의 중심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다


 대선을 24일 앞둔 15일 토요일. 전국의 페미니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나는 페미니즘에 투표한다.’는 이름으로 기획된 이 행사는 2시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렸다. 화창한 날씨의 광화문 광장은 각자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을 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 날 행사는 대선을 맞아 페미니스트 주권자의 목소리와 힘을 드러내기 위해 기획되었다.






 여성밴드 <투스토리>의 공연 후, 본 공연 1부 행사인 ‘페미니스트 마이크’를 진행했다. 여성청소년, 여성성소수자, 장애여성, 온라인 페미니스트, 청년여성노동자, 기혼여성노동자, 여성폭력고발과 같이 다양한 정체성·위치성을 가진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페미니즘 정치를 요구하는 자리였다. 한 페미니스트는 “경제적 자립을 하고 싶어서 일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일이 두 배로 늘었다.” 고 말하며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의 현실을 비판했다. 그리고 10대 페미니스트는 남자들의 성욕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여성의 성욕은 부적절하고 죄처럼 인식하는 사회에 대해서 언급했다. 또한 한국여성의전화 이지원 회원은 “여성 두 명 중 한 명이 가족이나 데이트 상대에 의해서 폭력을 경험한다.”고 말하며 현실의 문제를 깨닫는 것이 행동을 바꾸는 것의 시작이라며 ‘인식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인식을 뒤집다


 1부 행사 ‘페미니스트 마이크’가 끝난 후, 그룹 토의를 했다. ‘페미니즘은 –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는 문장을 저마다 채웠다. 토의는 각자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40분간의 토의가 끝난 후 그룹의 대표는 무대 앞 투표함에 용지를 넣으며 자신이 원하는 세상에 대해서 외쳤다. ‘페미니즘은 젖꼭지가 당당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페미니즘은 섹스가 재밌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자가 안전하게 자취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등 다양한 문장들이 나왔다. 사실 성별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이 모든 문장이 기득권 남자들은 당연하게 누려 왔던 것들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당연하게 여성의 의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었는지를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양한 목소리가 하늘을 수놓다


 본행사를 마친 후,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평화의 소녀상 앞까지 피켓을 들고 행진을 했다. ‘니 조상밥 니가 하기 운동 본부’, ‘페미니스트가 드세서 싫어? 나도 너 싫어.’, ‘수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등 현실을 풍자한 다양한 피켓들이 화창한 하늘을 수놓았다.


 페미니스트들은 다양한 깃발과, 각자의 소망을 담은 피켓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평화의 소녀상 앞까지를 행진했다. 페미니스트들의 행렬을 지켜보는 시민들 중에서는 불편한 듯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런 시선에 상관없이 페미니스트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40분 행진하는 내내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차별에 대한 경험을 언급하며 현실이 개선되어야함을 주장했고, 페미니즘에 관한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으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다가올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며 다함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른 후 행사가 끝났다.






‘불편’해야만 하는 페미니즘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들이 ‘예민’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페미니즘이 예민하고 불편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다. 세상에 대한 인식과, 나아가서는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기이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당연히 불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필요하다. 이 지금의 ‘불편함’을 담은 질문들이 모여 다가올 미래의 여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따라서 다가오는 대선에서 “우리는 페미니즘에 투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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