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오후 4시 서울고등법원에서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항소심 3차 공판이 열렸다. 이는 작년 10월 6일 가해자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에 불복하여 항소한 데 따른 것이다.






6기 기자단 김채영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지난해 4월 대낮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피해여성이 스토킹 가해자에 의해 목숨을 빼앗겼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교제했던 사이로, 교제 기간 중 피해자에 집착하고 그를 감시하였을 뿐 아니라 이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스토킹과 사진·영상 유포와 자살·살해 위협을 가하였다. 결국 가해자는 피해자가 거주하던 아파트를 찾아가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한 후 도주하였다. 그럼에도 1심에서 피고인 측은 스토킹과 협박 행위를 전면 부인하였으며, 그의 폭력과 범죄가 사랑 때문인 양 미화하였다. 또한 가해자가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회칼, 케이블 타이, 염산 등의 범행도구를 사전에 준비하였으며, 도망치는 피해자를 쫓아가 무참히 살해한 뒤 준비한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음에도 그의 범행이 우울증으로 인한 우발적 행위라고 주장하였다.




'정신이상'과 '우발성'?


23일 열린 항소심 3차 공판에서도 피고인 측은 다분히 계획적인 범행을 정신이상에 따른 우발적 행위로 규정하려 들었다. 피고인 측 변호사는 피고인의 정신감정이 필요하다며, 이전 피고인이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한 바가 있으며 이 사건 역시 우울증으로 인한 충동장애 또는 분노조절장애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재판장은 ‘모든 자살시도가 우울증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현재까지 피고인 측의 제출 자료만으로는 정신감정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피고인 측은 공판 내내 집요하게 정신감정을 요구하였다.


또한, 피고인 측은 ‘우발적인’ 살해의 동기가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비방이라 주장하였다. 피해자의 카카오톡 대화가 일정 기간 공백으로 남아있는 것을 들며 ‘당시 작성되었으나 삭제된 것으로 보이는’ 카톡이 피해자가 가해자를 비방하는 내용이며, 피해자의 유가족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복원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대화 내용을 확인해 보기로 하였으며, 이 사건이 피고인과 검찰이 모두 양형부당으로 항소한 것인 만큼 대화 내용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우발성과 정신이상을 들어 형을 경감해보려는 피고인 측의 파렴치한 주장이 받아들여져서는 안 될 것이다. 가해자는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우발적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살해한 비운의 주인공’이 아니다. 피해자가 겪은 감시와 억압, 육체적·정신적 폭력은 결코 사랑이라는 말로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유가족에게 책임을 묻는 피고인 측의 태도는 다분히 악의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 현행법상 경찰에 스토킹을 신고해도 경범죄처벌법으로 10만 원 이하의 범칙금에 처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더 큰 보복이 두려워 도움을 구하지 못하고 육체적·정신적 폭력에 무방비하게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은 이 사건에 대한 정의가 구현되는 것일 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해가 범죄로 규정됨을 보여줄 것이다. 4차 공판은 서울고등법원에서 3월 16일 4시 40분에 열리며, 정신감정 채택 여부는 다음 공판 전까지 정해질 예정이다. 재판 참관은 보다 엄밀하고 엄중한 판결이 이루어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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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 후,



한국여성의전화가 지원했던 사건,

그 후의 이야기를 엮었다.


한 사건의 법적 절차가 종결되었다는 것이

끝을 읨히하지는 않는다. 사건마다 다른 서사가 있지만

결국 부딪히는 기막힌 현실은 꼭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이 때로는 승리의 기억이든,

원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 기억이든,

이 속에서 여성의전화가 포착한 진실이 중요하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사건에 대한 보고와 함께

판결 과정의 이면에 드러난 

또 다른 폭력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사건 그 후 ] 정희정씨 사건 재판방청후기



허상과도 같은 

객관적인증거에만 매달린 재판부


가정폭력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정희정씨 국민참여재판 참관 후기



김윤정한국여성의전화 전화상담회원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201410월에 발생한 가정폭력 피해자에 의한 가해자 사망사건의 피고인 정희정씨(가명)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재판은 지난 25-6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고,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와 회원들이 이틀간 참관하였다. 다른 재판과 달리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참여하여 판결에 영향을 주는 제도이기에, 재판결과에 기대와 희망을 가져 보았다.

 

그러나 증인심문, 양측의 쟁점에 대한 변론과 진술 과정에서 배심원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피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 나의 바람이 헛된 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법원의 결정은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 가정폭력피해자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사법부 판사, 검사의 주관적 견해와 가치 판단이 판결에 큰 영향을 끼치는 현실, 또 가정폭력의 특수성을 간과해 일반화, 보편화된 법 해석과 논리로 판결을 내리는 재판부의 오류. 30년간 지속된 가정폭력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단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살인으로 몰고 가, 오직 살인이라는 결과로만 치부하는 재판부의 권력 앞에 무기력함과 참담함을 느꼈다.

 

정희정씨가 폭력과 학대를 받으며 살아온 30년의 세월을 헤아리지 못한 채, 허상과도 같은 객관적인증거에만 매달린 재판부의 불공정한 판결은 법의 횡포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30년의 가정폭력 피해 상황을 제출한 병원 진단서 부수로만 확인하여 지속적인 폭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불합리한 재판부의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분노, 무기력, 상실감, 허탈함 등 수많은 감정들이 북받쳐 올랐다.

 

재판관이 법정에 입장할 때 모든 사람은 기립한다. 그만큼 법은 존엄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권력의 상징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번 재판과정을 지켜보며 법이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정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수백억 원 대 자산가의 부인이었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 명의의 카드 한 장 조차 없었던, 정희정씨의 처절했던 삶은 누가 어떻게 보상해야 할까? 정의가 무엇이고,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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