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한국여성대회 후기


유진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백여 년 전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외침은 세계여성의날의 시초가 되었고,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유효한 그 메시지들을 전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매년 3월 8일에 맞춰 기념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는 올해로 33번째를 맞았다. 올해 대회의 첫 번째 행사인 <페미니스트 광장>은 지난 3월 4일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가 열린 보신각 앞 광장은 성차별과 여성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한국여성의전화 서민정 회원의 낙태죄 폐지 촉구 발언도 그중 하나였다. 서민정 회원은 태아의 생명만을 중시하고, 여성의 생명과 직결되는 재생산권은 존중하지 않는 이중적인 시선과 장애를 가진 여성의 임신에는 낙태를 권하는 우생학적 관점이 동시에 존재함을 비판하였다. 여성의 몸이 법적으로도 온전히 여성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도록 낙태죄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외에도 동일노동 동일 임금, 차별금지법 제정 등 성평등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 날 광장에는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단체들과 함께 동국대학교 대학여성주의실천단 쿵쾅,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성소수자 부모모임, 정의당 여성위원회 등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문제에 의식을 가진 다양한 단체와 사람들이 모였다. 총 천여 명의 참가자들은 부스와 발언 행사 이후 성평등 및 여성인권 신장에 대한 요구를 담은 구호들을 외치며 다 함께 행진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와 회원들은 '우리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없는 국가를 원한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에 함께했다. 또 대회 참가자들과 행진 중에 만난 시민들에게 '한국여성의전화가 제안하는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핵심과제' 유인물을 나눠주며 여성폭력 의제에 대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활동을 하였다.




 이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당일에는 서울시청에서 <2017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이 열렸다. 모든 여성이 더욱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종, 국가, 성별, 성 정체성, 지역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한 주권자로서 존중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기치 아래,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라는 슬로건으로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제19대 대선 주자들의 성평등 정책 공약을 듣는 '성평등 마이크'와 더불어 성평등 실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상하는 '성평등 디딤돌'상의 수상식도 치러졌다.


 특히 한국여성의전화와 함께 2년 8개월간의 법정싸움 끝에, 성폭력 가해자로부터 역고소 당한 무고죄의 무죄 판결을 받아내고 이후 성폭력 무고죄 적용의 문제점을 알려온 차진숙(가명) 씨가 '성평등 디딤돌'상을 수상하였다. 성폭력과 그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부추기고,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는 것을 방해하는 무고죄의 문제점을 알려낸 차진숙 씨의 공로를 치하하는 상이었다. 


 차진숙 씨는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며, 그동안 애써온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는 말로 인사를 전했다. 또한 "이 상을 받으려고 그 고통스러운 일을 겪었나 싶다. 상 이름만큼 제가 겪은 일이 디딤돌이 되어서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더는 이런 일이 없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라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한국여성의전화 회원과 활동가들은 차진숙 씨의 수상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했다. 또한 모든 ‘성평등 디딤돌’상 수상자들에게 ‘빵과 장미’ 캠페인의 보라색 장미와 함께 축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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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날 자원활동 참여 후기


김인태 (前 장미공장 참여자, 現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평등문화를가꾸는남성모임 참여 중)


군 복무 중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여성의전화>라는 단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 여성주의에 관심이 있었는데, 3.8 세계여성의날에 배포할 장미제작에 참여할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먼 길을 찾아 도착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장미를 만들었는데 제 걱정과는 달리 어느 분도 제가 남자라서 당황한 기색이 없으셨습니다. 오히려 나이나 직업 등 ‘보통’ 물어보는 정보도 하나도 묻지 않으셔서 놀랄 정도였습니다.


복무 기간 동안 갈고닦은 단순반복노동능력을 한껏 뽐내며, 저를 포함해 모든 분이 열심히 일해 주셔서 이틀 치 작업량을 하루 만에 끝내는 위용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가자마자 점심을 주셔서 맛있게 먹고 장미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한두 시간마다 활동가분들이 오셔서 간식을 먹고 해야 된다며 계속 먹을 것을 주셨습니다. 결국, 저는 점심, 간식, 저녁까지 먹고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분명히 자원활동을 하러 간 건데 먹고만 온 것 같아 죄송했고, 전역일 일정을 계산해보니 장미 배포에도 잠시나마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 3월 8일 활동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전역식을 마친 후 짐을 챙겨 들고 장미를 나눠드리기 위해 바로 광화문으로 향해 장미를 나누었습니다. 아마 제 평생에 살면서 가장 단시간에 가장 많은 웃음과 감사의 말을 들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가게 점원분들도 나와서 받아 가시고, 동료가 받는 걸 본 남성분들이 “여성의날? 그런 날도 있었어? 오늘이야?” 하면서 관심을 가지시고, 세상 한가득 걱정을 짊어진 것 같은 분들조차도 장미를 받고 활짝 웃는 걸 보면 너무나 뿌듯했습니다. 점심과 간식도 먹고, -이곳은 정말 자원활동가들에게 마음의 빚을 남겨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도 결국 회원이 되었습니다.- 신촌으로 자리를 옮겨서 장미를 배포했습니다. 


광화문과 신촌 모두 장미가 생각보다 빨리 동나서 정말 더 주고 싶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나다니는 모든 분에게 더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 약속이 있어 강남역까지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전역일이었어도 절대로 아쉽지 않은 행복을 선물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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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3.8 세계여성의날, 당신에게 빵과 장미를


은총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1만 개의 장미는 무엇을 남겼을까

1908년 3월 8일 미국에서 2만여 명의 여성 노동자 시위대가 생존권을 의미하는 ‘빵’과 참정권을 의미하는 ‘장미’를 달라고 외친 후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집계해도 남편이나 애인 등에 살해당한 여성이 1.9일에 1명(2015년). 성별임금격차 OECD 국가 중 1위(2014년). 한 세기가 지나도록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여전하다. 


2017년 3월 8일. 한국여성의전화는 모든 여성의 삶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한 세기 전 여성들의 외침은 지금 우리의 외침이기도 하다는 뜻을 전달하고자 서울 방방곡곡에서 여성들에게 장미를 나눴다. 아침 일찍 광화문 광장에서, 오후 무렵 신촌 대학가에서, 그리고 눈이 오는 저녁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보라색 장미가 뿌려졌다. 뜻하지 않은 선물에 즐거워하는 여성들. 의미와 선물을 함께 나누며 힘을 얻은 활동가, 자원활동가, 회원의 행동으로 다양한 기쁨이 서울 곳곳에 가득했다. 




장미와 함께 당신을 향한 응원을!

올해는 2016년보다 한층 진화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연을 접수해 3.8 세계여성의날에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가 사연 대상자에게 직접 장미를 전하는 <배달의 장미>가 바로 그것이다. 원래 장미 배포 지역 인근에 한해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성들의 삶이 녹아든 각양각색의 이야기에, 넘치는 의욕을 충전해 은평구에서부터 영등포구까지 퀵서비스를 방불케 하는 속도와 일정으로 장미를 배달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이 침해됐을 때 당당하게 맞섰으면 좋겠다.”


아직 새벽바람이 쌀쌀한 아침 1교시 수업에 깜짝 선물이 나타났다. 학생들의 탄성과 비누 장미의 향기가 교실에 퍼졌다. 고등학교 선생님인 이진현 한국여성의전화 회원이 스물 일곱 명의 학생에게 장미를 선물했다. 이진현 회원은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이날을 떠올리며 자신의 권리를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렇게 놀기 좋아하던 네가 워킹맘이 되어 열심히 일하는 걸 보니 기특하기도, 짠하기도 하네.”

동생과 공동육아 중인 언니가 혼자만의 시간이 ‘판타지’가 되어버린 동생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배달의 장미>를 신청한 사람이 언니라는 말을 듣자마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일하는 여성으로 살며 공동육아를 맡은 언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에 연신 눈가를 훔쳤다. “오늘만큼은 여성들이 행복할 권리가 있지 않겠니?”라는 언니의 말에 사연의 주인공은 “우리 행복해지자.”라는 대답을 전했다. 




“지금은 비록 각자의 자리에서 투쟁하고 있지만, 우리는 틈틈이 여성폭력이 없는 세상으로 바꾸어 나가는 점으로 나타나 함께 선을 긋고, 도형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페미니즘 활동을 시작한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도 <배달의 장미> 주인공이 되었다. “함께 공부하고, 설치고, 떠들고, 소리치고, 싸웠던” 동료로부터 멀리서도 불꽃의 장작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전달받은 활동가들은, 신촌 길거리에서 “너무 행복하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배달받은 장미를 나누어주는 참된 활동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축하해!”


이 외에도 힘든 나날들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축하하고 같이 성장해나가길 기원하는 각기 다른 두 신청자의 사연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상의 작은 기쁨에 이들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소중한 우정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또 6개의 시민단체와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의 ‘성평등 디딤돌’상 수상자들께 장미를 배달했다. 한국여성민우회에는 깜짝 선물을 주기 위해 예고 없이 방문했다. 그러나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가 아무도 없어 텅 빈 사무실의 책상에게 대신 장미를 배달하고 오기도 하였다.


“저 또한 가정폭력피해 생존자로서, 피해자가 두 발로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오랜 시간동안 활동해 온 한국여성의전화에 감사드립니다.”


<배달의 장미> 종료 직전, 마침 근방에서 모임을 하고 있던 여성주의자 모임 <로리타펀치>에서 트위터를 통해 장미 배달을 신청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홍대입구역 인근에 거주하는 활동가의 방에서 누워있던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은 부랴부랴 남은 장미를 챙겨 마지막 장미를 배달하기 위해 다시 신발을 신었다. <로리타펀치>의 활동가는 장미를 받은 후 모임 구성원들이 함께 마련한 후원금을 한국여성의전화에 깜짝 선물해주었다. 감사를 전하는 활동가들에게 <로리타펀치> 활동가는 “오히려 자신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해 온 한국여성의전화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하며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 외에도 응원의 문자를 보내면 1건당 3천 원이 후원되는 #2540-1983번을 통해 3.8 세계여성의날을 지지하는 메시지로 힘을 실어 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다. 


2016년 1,500송이에서, 2017년 1만 송이의 장미를 준비해 더 많은 여성들과 3.8 세계여성의날의 의미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직접 전하진 못했더라도, 이 땅의 모든 여성에게 온 마음을 담아 ‘빵’과 ‘장미’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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