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일단 해보는 거지 뭐,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8월 페미니스트 무비먼트
날씨가 많이 습하고 더워진 8월, 일상에 활력소가 필요한 요즘입니다. 그래서 여성주의 영화 모임 페미니스트 무비먼트는 유쾌한 웃음을 주는 영화를 찾아 나섰는데요. 과연 어떤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눴는지 함께 확인해볼까요?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김나영(한국여성의전화 회원)
8월 모임은 지난 7월 오프라인 모임 불발 이후 오랜만에 다시 온라인으로 만난 자리였다. 나는 처음으로 모임에 참여하게 되어 시작 전 조금 긴장됐는데, 마치 원래 다들 알던 사이인 것처럼 스르륵 모임원들과 금방 섞여 들 수 있어서 기뻤다.
이번에 함께 감상한 영화는 정가영 감독의 <조인성을 좋아하세요>였다. 20여 분간의 상영시간 동안 등장인물은 정가영 감독 딱 한 명뿐이다. 본인의 다음 독립영화 작품에 조인성을 캐스팅하고 싶은데, 이게 과연 성사될지 고민에 빠져서 누워도 있어 봤다가, 네이버에서 조인성을 이리저리 검색도 해보다가, 전화로 주변인들에게 자문도 구해보는데… 결국에는 조인성이 실제로 전화를 걸어와서, 작품에 관한 얘기를 직접 만나서 해보자며 마무리된다.
관람 후 “아니 이렇게 일이 진행된다고…?”, “이거 감독 사심 채우기 영화 아냐…?” 하는 웃음 속에서, 돌아가며 의견을 들어보았다.
1. 일이 성사되는 과정에 관해
“역시 아무리 허황된 꿈이라고 비웃어도 일단 추진은 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갑자기 원하던 바가 성사되는 과정을 보면서, 항상 내가 완벽하게 준비된 때 기회가 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영화 내내 스트레스 반, 유머 반이었다. 나였다면 준비 없이 시작하는 게 스트레스 받을 것 같은데, 연기로 잘 승화시켰다.”
2. 술자리 문화
“ 마지막에 배우가 감독한테 술을 먹으면서 만나지 않겠냐고 얘기했는데, 만일 같은 상황에서 여성 배우와 남성 감독이었을 때도 이렇게 유쾌한 느낌이 났을까?”
“사람이 친해지는 데 술이 제일 편하고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영화 계약 등 다소 깊이 있는 얘기를 하려는 데도 술이 필요할까?”
“실제로 술을 마시면서 감독과 배우가 유대관계를 쌓을 수는 있지만, 실제 관련 분야에서 일해본 입장으로 딱히 선호하지 않는다. 공적인 자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도 있을 텐데 팬미팅 하는 느낌으로 되어버려 아쉽다.”
3. 영화적 장치
“전화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다양한 관계와 장면을 만들어내는 게 신기했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는 경우와 안 들리는 경우에서 인물 간의 거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전반적인 감독님의 연기가 자연스러웠고 재밌었다. 반면 구조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성 감독이 여성 친구와는 수다만 떨고, 남성 친구에게서는 조언을 듣고, 결국 유명 남감독의 인맥에 의해서 조인성이랑 연결이 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4. 사심 채우기
“처음부터 끝까지 사심 채우기 영화. 조인성을 좋아하라고 강요하는 느낌(웃음). 마지막 배경음악까지도 가사와 맞아들어가며 조인성한테 고백하면서 사심 채우는 영화 같다.”
“이 감독님이 이런 거로 유명하다.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사심으로 채운다. 여성은 왜 스스로 욕망을 드러내면 안 되냐 하는 측면에서 영화를 찍기도 하시고. 그리고 감독님이 '왜 나는 조인성 찍으면 안 돼?'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데, 누가 시비 걸면 이렇게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덕질하는 거 보면서 송강호-봉준호 또는 크리스토퍼 놀란-킬리언 머피 관계도 생각났다.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잘 풀어낸 것 같아서 새로웠다.”
이 밖에도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여 재밌었다는 의견, 한글 자막을 틀고 보면 나오는 소리 해설(예: 창밖에 개 짖는 소리)과 함께 보는 것도 재미를 더해준다는 의견, 제일 힘든 건 본인이 제일 잘 알 텐데도 주변에서 계속 “너 그 일을 위해서 000 준비 됐어?”라고 물어보는 모습에서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임 내내 서로 경청하고, 다른 회원의 생각에서 또 가지를 뻗어나가서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또 유쾌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즐거웠다. 다음 모임까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또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