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의정부지법 형사합의 11(고충정 부장판사)는 주먹으로 피해여성의 얼굴 등을 수차례 폭행해 뇌사상태에 빠지게 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데이트폭력 가해자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재판부의 집행유예 판결의 근거는 피해자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사실을 확인하고자 다그치는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며, “피해자 유족 모두 피고인을 용서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는 등 피고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처를 다했다는 것이다이에 고심을 했다는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교정과 재발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처분조차 하지 않은 채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었다피고인에게 지극히 공감하며 용서하고피고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처를 다 한 것은 다름 아닌 재판부이다.

 

도대체 왜 혼인이나 데이트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에 대한 폭력 사건에서 유독 남성의 폭력행위는 우발적인 것이 되고감형의 이유가 되는가피해자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사실을 확인하고자 다그치는 과정이었다는 게 재판부에게는 납득할 만한 폭행의 이유와 상황인가배우자나 애인의 외도를 의심하고화가 나 때리고때리다보니 죽었다는 너무도 비합리적이고 부정의하고 끔찍한 가해자들의 범행동기와 시나리오는 왜 이토록 설득력을 갖는가?

 

한국여성의전화는 남편으로부터 지속·반복적인 폭언과 폭행강간외도 등 신체적성적정서적경제적 폭력을 당해 온 여성이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들을 수없이 목격하고 지원해왔다사법부는 피해여성들의 방위행위를 단 한 번도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았고오히려 여성들에게 폭력을 피하지 못한 책임을 지우며, “계획적”, “잔혹한” 범행이므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말을 반복해왔다이번 판결처럼 남편이나 애인의 외도가 우발적인 살인범행과 집행유예 판결의 근거 따위가 될 수 있었다면가정폭력데이트폭력 정당방위사건에서 실형을 받을 피해여성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의 사법부가 그토록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우발적인 범행은 무엇인가피해자가 사망했는데 누가 용서하는가피해자가유족이 용서하면국가는 처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사법부는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과 성차별로 점철된 판결들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개혁해야 한다여성에 대한 폭력 가해자들이 매번 지껄이는 피해자 비난과 책임전가의 변명들에 공감하고 이를 받아쓰는 판결들은 당장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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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가 아닌 피해 경험에 ‘Me too’하는 경찰 조직을 바란다]

 

한 여성경찰관이 김해지역 경찰서 앞에서 성범죄갑질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피켓을 들었다그는 후배 여성경찰의 직장동료에 의한 상습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도록 조력했다는 이유로 조직 내 허위소문과 협박 등을 당한 사실을 고발하며 이에 대한 공개조사를 요구했다본 피해에 대한 경남지방경찰에서 감찰을 진행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현재 경찰청 본청 차원의 재조사가 착수된 상황이다.

 

9일 김해여성의전화 외 여성단체들의 성명에 따르면본 사건의 피해자는 "지구대 단체카톡방에 다른 경찰서로 가는 가해자가 올린 글에 대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응원의 글은 마치 성비위 조작한 여경으로 몰리는 자신이 또 한 번 더 조직적으로 매몰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징계를 받은 가해자가 다시 돌아오겠다고 하고 이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줄줄이 달리는 상황은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다우리는 가해자에게 동조하거나 협력하는 자들, ‘조직 보위’ 등을 구실로 폭력을 은폐시키고 왜곡하는 자들피해자와 연대자들을 무고나 명예훼손 등으로 역고소하는 자들가해자와의 연대를 구축하며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이 오히려 힘을 얻는 사회에 살고 있다.

 

성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 둘만의 일이 아니다폭력의 발생과 그 이후의 과정에서 수많은 권력이 작동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 구조와 시스템문화가 있다특히 조직 내 성폭력 사건에 있어성차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와 관행이 강할수록, ‘조직 보위가 강할수록가해자의 권력이 클수록 성폭력이 만연하며 2차 피해도 심각하다이러한 2차 피해는 성폭력 피해당사자는 물론 피해자와 연대한 이들에게 향하며이러한 공격은 성폭력 피해를 이야기하고 대응하는 일을 위험한 일로 만들며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폭력을 은폐하며결국 성폭력을 양산한다.

 

경찰 내 성폭력과 2차 피해의 문제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한 국가기능을 작동시키는 가장 가까운 공권력이기 때문이다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온상인 경찰 조직을 어떻게 믿고 신고할 수 있을까경찰의 성차별적인 조직문화와 관행 속에서 여성경찰의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여성경찰의 비율 10%, 여성경찰 중 관리직급(경감 이상)의 비율은 5% 미만으로 채용과정에서부터 성별분리 모집을 하는 것을 비롯해 부서 및 업무 배치승진 등에 있어서의 성차별을 경험하며직장내 성희롱은 일상이다여성경찰의 확대 및 직급별·기능별 여성 비율 확대는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임에도 경찰청은 최근 경찰개혁위원회의 성별통합모집 권고에 대해 현장 치안력 약화 우려를 근거로 유보하는 등 소극적인 입장이다조직 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찰이 성폭력을 비롯한 여성에 대한 폭력 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경찰 조직 내 성평등을 제고하기 위한 조직적 혁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경찰의 여성폭력에 대한 미흡하고 잘못된 대응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작년 9월 경찰청은 경찰 기강확립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성비위 피해자 및 제보자에 대한 신상유출 등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보호방안을 마련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경찰청은 조직 내 성폭력 사건 해결에 앞장 선 여성경찰이 오히려 인권을 침해 받고 이에 대한 감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문제의 심각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징계하고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성차별과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공감하며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을 바란다.

 

관련기사 https://goo.gl/woSGMP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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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두 해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다적폐 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을 열망하는 천만 촛불 시민의 외침은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대통령 파면과 새 정부 탄생을 이뤄냈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를 맞는 올해주요 키워드를 꼽는다면 무엇보다 6월 지방선거와 개헌일 것이다특히 최근에 개헌과 관련,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여당에 야당은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맞서면서 개헌 시점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연초에 더욱 심화될 양상이다.

 

그러나 개헌 시점은 우선 차치하고서라도 정치권이 가장 주력해야 할 것은 개정 헌법에 담길 가치와 방향성을 합의하고삶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구체화된 내용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주권자 시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이다헌법 개정 과정에서 시민들이 주권자로서 헌법 개정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실현과정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한 헌법은 국가 최고규범으로서 국가 운영의 기본 원리뿐만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 보장 등에 대한 내용을 담는 만큼누구도 차별 및 배제되지 않고 기본권을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적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의 개정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하며여기서 소수자 인권과 성평등 보장의 관점은 필수적이다.

 

헌법 제정 이래로 제10차 개정을 맞게 되는 이번 개헌은 특히 성평등 실현의 교두보가 되어야 할 것이다전 사회에 만연한 성불평등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인해 여성의 삶여성의 몸은 통제당하고 매순간 투쟁 속에 놓이는 현실에서성평등에 대한 국가 목표와 책무를 천명하여 실질적 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은 이번에야말로 개헌을 통해 이루어야 할 핵심 과제이다.

 

이를 위한 모든 분야에서의 여성 대표성 확대성별·장애·연령·인종·성적지향 등 평등권 조항에서 차별금지 사유 확대모든 영역에서의 실질적 성평등 보장다양한 가족을 포괄하는 가족구성권 보장성적 주체로서의 존엄성과 재생산권 보장노동에서의 성평등 보장 등의 내용이 이번 개헌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인권과 성평등 실현을 향한 개헌은 이제 시험대 위에 올랐다올해 개헌 과정에서 주권자 시민들이 분명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현행 헌법이 주권자의 목소리가 녹아든 헌법민주주의 가치가 살아 숨쉬는 헌법소수자 인권을 보장하는 정의의 헌법성평등 실현의 헌법으로 새롭게 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1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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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4월 28일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는 ‘이주여성 폭력 실태와 상담과정’을 주제로 한국여성의전화 49기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전문상담원 교육) 강의를 진행했다. 한국 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주여성을 위한 민간 대사관으로서 이주여성을 단일주제로 다루는 민간단체이다. 


 이주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국내 체류 외국인 수도 지난 10년 사이 두 배 증가해 2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세계 여성 이주자의 72%가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의는 가사노동과 성 산업에 국한되어있다. 허오영숙 상임대표는 한국 사회가 이주와 이주여성을 얼마나 타자화, 대상화하고 있는지 지적하며 강의를 이끌어나갔다.


 “이주여성은 교육을 받지 못했고 가난할 것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성과 결혼해 시골에 살 것이다” 이러한 편견과 일반화는 이주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한국 사회의 이주여성에 대한 시각



한국여성의전화 7기 기자단 석박지혜



우리 애는 특별해


 어떤 대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매체인 드라마에서 이주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대부분이 가사노동자이거나 결혼이주자로, 어수룩하고 서투른 모습이다. 문제만 일으키는 ‘민폐’ 캐릭터로 등장하는 일도 흔하며 이주여성을 부나 지성 같은 사회에서 중시하는 가치와 결부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반면 한국에서 태어나 외국에서 살아가는 이주 여성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은 고소득 직종 종사자 혹은 유학생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결혼이주의 경우 사랑해서 외국인과 결혼한 결혼이민자로 그려낸다. 한국 출신의 이주여성이 한국인 외의 유색 인종 이주여성과 같은 대우를 받을 때는 불편함을 느끼면서, 이주여성의 경우 교육 수준 · 경제 수준 · 거주지까지 어림짐작하며 낮추어 보고 웃음거리로 삼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송출국


 이주여성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은 송출국인 적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 서독으로 이주해 간호사로 광부로 노동했고 월남전에도 참여했다. 이주목적국이 된 지금도 워킹홀리데이 등의 목적으로 꾸준히 외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결혼이주자로의 모습 역시 가지고 있었다. 1910년도 미국에서 사탕수수 노동자로 일하던 한국인 남성 이주노동자의 ‘사진 신부’ 가 대표적인 예다. 사진 신부로 바다를 건너온 한국 여성 역시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 여성과 같은 상황(경제적 · 계층적으로 불리한 위치의 사람들로 남녀가 평등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 결혼을 결심한 사람들)에 처한 결혼여성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인이 아닌 결혼이주여성에게만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고 비난한다.  이주민이 하는 노동은 미래가 없는 일이며 한국인이 이주자로 가서 하는 노동은 긍정적이고 좋은, 청년의 꿈과 열정이 담긴 모습으로 그린다. 사실 워킹홀리데이와 이주노동 여성 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 둘 다 중산층 정도의 경제환경을 지닌 교육받은 사람들이며 고국에서는 하지 않을 일을 좀 더 높은 보수와 해당 국가에서 살기 위한 목적으로 할 뿐이다. 또한 한국보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거나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해도 이를 이유로 무시하는 일은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폭력적인 행위이다.


 “노동력을 불렀는데 사람이 왔다.”라는 말이 있다. 이주자를 오래전부터 받아들여온 서구 사회에서 생겨난 격언이라고 한다. 강의를 듣고 가사를 작성하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이 올 때 입맛에 맞게 어느 한 부분만 떼어 수용할 수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가 그 사람을 ‘받아들였다’라고 할 때는 얼마나 많은 부분을 수용해야 하는지. 부끄러움이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국제결혼인가, 신부거래인가?



한국여성의전화 7기 기자단 윤선혜



 우리 사회가 이주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은 사실 기존에 한국 여성을 대상화하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주민이라는 소수자성이 이러한 태도를 더 노골적으로 드러낼 뿐이다. 이주민이든 선주민이든, 여성에 대한 대상화는 사회가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상업적 국제결혼 중개업은 이주여성의 극단적인 대상화가 거리낌 없이 일어나는 곳이다. 유명 국제결혼 중개업체인 ‘하*****’의 홈페이지를 보면 과연 그들이 장려하는 것이 국제결혼인지 여성의 사고팖인지 의문이 든다.




모 국제결혼 중개업체 홈페이지 메인화면



쇼윈도에 진열된 외국인 아내


 첫 화면부터 마치 상품을 진열하듯 여성들의 사진이 국가별로 정리되어있다. 이주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물건처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대상으로 소비하는 모습이 한 화면 안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가별 여성의 특징을 한국 여성과 비교해 정리해놓은 메뉴는 이주여성뿐 아니라 한국여성까지도 일반화한다.


 홈페이지에서는 국가별 행사일정표, 즉 해당 국가 여성과 결혼하는 과정 또한 상세하게 공지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를 보자. 베트남에 도착한 첫날에는 처음 만난 신부와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이튿날 결혼식을 올린 뒤 1박 2일간 신혼여행을 떠난다. 4일째 밤에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모든 일정은 끝이 난다. 중개업 측에서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한 ‘속성 결혼 코스’다. 



“신부를 샀다”


 순수한 의도에서 국제결혼을 마음먹은 남성이라도 이러한 상업적 결혼 중개 시스템을 따라가다 보면 상대 여성을 평등하게 바라볼 수 없다. 어쩌면 이주여성에 대한 대상화는 그들을 그렇게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가까울지 모른다.


 ‘신부를 샀다’는 인식은 결혼 생활에서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결코 평등할 수 없음을 짐작게 한다. 불평등한 권력 관계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기 쉽다. 지난해 다누리콜센터에는 약 1만3000건의 가정폭력 상담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보다 약 10년 일찍 상업적 국제결혼중개업이 시작된 대만은 그만큼 일찍 부작용을 겪었다. 대만은 이주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07년 국제결혼중개업의 상업화를 없애고 비영리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만 국제결혼을 중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도망가지 않는 베트남 신부”를 강조하는 광고 문구는 여성을 끊임없이 대상화하는 사회 구조와 인식의 변화 없이는 사라질 수 없다. 국제결혼 성공 사례를 앞세워 여성을 사고파는 것과 다름없이 진행되는 반인권적인 상업적 국제결혼중개업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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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일주일의 어느 하루, 화요일. 여성폭력 생존자를 응원하고 우리와 작별한 이들을 기억하는, 여성폭력근절을 위한 공동행동의 날입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15년 2월부터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화요논평’>을 통해 여성인권의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날카롭게 살피며, 성평등과 인권이 바로 서는 세상을 위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화요논평’은 매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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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폭력 인식개선 캠페인 사이트(antiviolence.kr)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1000일. 잊지 말아야 할 기억 그리고 다시, 시작]

20170110


세월호 참사 이후 1000일. 그리고 우리는 오늘, 또 하루의 ‘4월 16일’을 보내고 있다.

 

지난 1000일은 온 국민의 간절한 바람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 그 날 그 바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1000번의 낮과 밤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실은 가려져 있다. 박근혜 정부는 침몰하는 세월호를 보면서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무엇 때문에 세월호 인양을 미루는가, 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하고 강제 종료시켰는가, 무엇 때문에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짓밟았는가. 진상규명은 물론 책임자에 대한 분명한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1000일이 지났지만 9명의 국민은 아직도 세월호와 함께 차디찬 바다 속에 그대로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00일을 지나오면서 우리는 생명과 인권보다는 돈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우리사회의 부조리와 불의, 부정과 부패의 민낯을 처절하게 확인했다. 국민의 인권과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고 보장해야 할 대통령과 그 무리들이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는 데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총력을 쏟았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작년인지 재작년인지도 모르는 작태를 보이며 끝까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하지만 1000일 동안 연대를 통해 희망을 일구어 온 ‘우리’들이 있다. 팽목항에서, 안산에서, 광화문에서,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유가족과 함께 하는 시민들의 거대한 연대의 물결이 일었다. 잊지 않겠다고, 기억하고 행동하겠다는 우리들의 다짐과 외침은 일상에서 천만 개의 노란리본으로, 천만 개의 촛불로 이어졌다. '가만히 있으라'던 기만적인 국가에 맞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것임을, 그리고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길이며 인간 존엄성의 가치가 살아 숨 쉬는 길임을 알기에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하였다. 마침내 천만 촛불의 힘으로 지난해 12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희망의 시간이었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지나오며 다시, 힘찬 발걸음을 시작한다.

지난 7일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두고 진행된 11차 범국민행동에서 단원고 생존 학생은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제대로 보고 받고 제대로 지시해주었더라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 대신 당장 나오라는 말만 해주었더라면 지금처럼 많은 희생자를 낳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중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 우리를 이렇게 멀리 떨어지게 만든 사람들을 모두 처벌하고 왔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외쳤다.

 

지난 1000일의 활동이 그러하듯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여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행동하는 시민들의 힘이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아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가 발족되었다. 국민조사위원회를 디딤돌로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 세월호 인양, 미수습자 수습,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 권리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행동하자. 



[이혼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 이유]

20170228


2월 23-25일, “이혼소송 아내 묶어 가방에 넣고 이틀간 차에 감금·폭행”

2월 13일.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된 남편, 만나달라며 집에 방화”

1월 2일, “이혼 소송 중인 아내 살해 후 시신 불태워 훼손…”

- 사건 발생일, 관련 기사 제목

 

이혼소송 중에 남편에 의해 여성이 살해되거나 생명이 위협받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아내의 이별요구에 대한 남편들의 보복은 상상을 초월하고 범죄의 양상은 납치·감금·폭행·방화·살인 등에 이르며 매우 심각하다. 미국의 경우(Stark and Flitcraft, 1988)에도 응급실에 오는 아내폭력 피해자의 75%가 이혼요구 이후에 폭력 피해를 입었고,이런 이별폭력은 최소 2년 동안 지속된다고 보고된 바 있다.

 

가정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피해 여성들은 가해자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이혼을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이혼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건 ‘탈출’의 과정이다. 그러나 이 사회는 가해남편의 폭력을 호소하는 여성들에게 “참고 살아라”라는 말 만큼이나 “이혼하면 되잖아”라는 식의 말을 참 ‘쉽게’한다. 그렇게 ‘이혼’을 둘러싼 가정폭력피해자의 상황과 사회구조적 맥락을 삭제한 채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에 달린 문제로 간주하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간신히 폭력으로부터 탈출하여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가정폭력 범죄의 특수성은 고려되지 않으며,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커녕 다시 폭력 상황으로 내모는 과정의 연속이다. 이혼 과정 또한 생존을 건 현장인 것이다.

 

이혼소송을 시작하면 가사조사관에 의한 가사조사를 받게 되는데, 가사조사관의 상당수가 가정폭력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가정유지·보호의 관점에서 이혼을 말리거나 가정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여성들은 이혼소송을 막 시작한 단계에서부터 좌절과 분노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더 우려되는 상황은 가사조사는 물론 대부분의 변론·조정기일에 가해남편과 대면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해자의 폭력으로부터 탈출하여 나온 피해자에게 법적조치로 가해자를 만나라 함으로써 위험에 처하게 하고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법원은 또한 가해자에 대한 자녀면접교섭 사전처분을 내리고 있어 탈출해 있는 여성과 자녀들을 별다른 보호책 없이 가해자를 만나게 하고 있다. 특히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 부모교육까지 받게 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는 피해자의 안전이나 인권보다는 가정유지적인 법원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또한 가정폭력피해 여성들에게까지 내려지는 부부상담으로 인해 평균 1년 정도 걸리는 재판이혼기간이 2~3개월 연장됨으로써 피해자의 안전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면접교섭권이나 부모교육·부부상담 명령 등을 통해 가해자를 만나게 하는 것은, 이미 오랜 기간 폭력을 당해 온 피해여성과 자녀들에게 법의 이름으로 가하는 2차 폭력이다. 가정폭력은 인권과 생존을 위협하는 범죄이다. 어떻게 폭력 범죄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반복적으로 대면하게 함으로써 2차 폭력과 살해 위험에 노출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이혼 당사자의 가정폭력 피해와 추가 피해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 피해자의 신변안전 및 권리 확보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도록 이혼 관련 국가의 사법·행정처리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여성의전화 화요논평 리스트


20170103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자격 없는 국회의원 이완영은 즉각 사퇴하라!

20170117 성폭력 피해 신고에 자국민 보호는커녕 잠이나 자겠다고?

20170124 우리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없는, 성평등한 국가를 원한다

20170207 [카드뉴스] 페미니스트 유권자 선언 "나는 성평등한 국가를 원한다"

20170214 우리에겐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이 필요하다  

20170221 [카드뉴스] 한국에 사는 당신이라면 알아야 한다. 이 작은 땅에서 여성폭력 추방을 외쳐온 수 천, 수 만 명의 목소리, 여성인권운동의 역사

20170314 [카드뉴스] 쉼터 30주년, 치유와 저항의 상징

20170321 [카드뉴스] ‘여성살해’의 이유를 묻지 말라는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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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일주일의 어느 하루, 화요일. 여성폭력 생존자를 응원하고 우리와 작별한 이들을 기억하는, 여성폭력근절을 위한 공동행동의 날입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15년 2월부터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화요논평’>을 통해 여성인권의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날카롭게 살피며, 성평등과 인권이 바로 서는 세상을 위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화요논평’은 매주 화요일 한국여성의전화 홈페이지(www.hotline.or.kr)와 SNS(@kwhotline)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Vote_for_feminism]

20170411


‘여성’에게 ‘그냥’ 주어진 것은 없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페미니즘 진영의 오랜 슬로건처럼 여성의 삶 어느 것 하나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여성이 ‘정치’의 ‘주체’로 인정된 역사는 알다시피 그리 길지 않다.

 

‘참정권’은 여성의 권리는 아니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고, 가정을 지키는 것이 본분이며, 여성의 이익은 남성에 의해 대변된다는 이유로 여성의 정치참여는 인정되지 않았다. 여성에게 참정권을 줄 것을 외치며, 달리는 말에 몸을 던졌던 에밀리 데이비슨처럼 이 ‘당연’하고 ‘기본적’인 권리 획득을 위해 수많은 여성들의 절박하고, 간절한 투쟁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은 1893년 뉴질랜드부터,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2017년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한국 정치 운동의 역사 속에서 여성들은 목소리를 멈춘 적이 없었다. 민주화를 위해, 노동권 쟁취를 위해, 차별과 폭력에 맞서, 여성들은 광장에서, 거리에서, 일상에서 소리 높였다. 최근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으로 촉발된 페미니즘에 대한 높은 관심은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 각계각층의 젠더폭력을 고발하는 피해자들의 말하기 #00_내_성폭력' 해시 태그 운동,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에 항의한 ‘가임거부 시위’, 집회 내 성폭력 성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와 페미존 운영,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조기퇴근 시위 등의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는 여성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 투표권 확보에 집중했던 운동의 의미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성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우리 페미니스트 유권자들의 끊임없는 집단적인 말하기와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며, 이는 언제나 ‘다음’ 문제로 치부되었던 ‘여성’ 문제가 ‘지금’의 과제가 되어야 함을 선포하는 것이다.

 

페미니스트의, 페미니스트에 의한, 성평등한 사회를 실현하는 모두를 위한 정치를 위해 페미니스트 주권자로서 다음과 같은 행동을 제안한다.

 

‘우리’는 성별에 근거한 모든 억압과 차별, 착취에 저항하고 분노한다.

‘우리’는 페미니즘 정치로 만들어 나갈 세상을 상상한다.

‘우리’는 국회, 정부부처, 광장을 넘나들며 행동하며, 관련 법·정책 이행상황을 감시하고 변화를 촉구한다.

‘우리’는 ‘성평등’에 ‘투표권’을 행사한다.

 




[성폭력범죄를 모의한 홍준표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

20170425


"꿈꾸는 로맨티스트"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돼지 흥분제 이야기"를 자서전에 담은 자가 20년 넘는 시간동안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이제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오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

"혈기왕성한 대학교 1학년 때 벌어진 일"?

그러니 "너그럽게 감안"해서 "이제 그만 용서"해달라고?

 

그동안 홍준표 후보가 끊임없이 쏟아낸 성차별적 발언과 여성인권을 후퇴시키는 정책들은 45년 전 성폭력범죄 모의에 가담했을 때와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끝임없이 갱신해대는 데 누구에게 뭘 얼마나 용서를 구했고, 달라졌는가.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자격조차 없다. 사퇴만이 답이다. 이제 제발 돌아가 분명한 각성과 변화의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합의’는 피해자의 권리이지, 가해자의 권리가 아니다]

20170627


동거여성을 폭행하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하고 범행을 은폐하려다 4년 만에 붙잡힌 가해자가 2심에서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를 이유로 이달 1일, 감형을 받았다.

 

살인범죄를 비롯한 강력범죄 사법처리에 있어 감형의 이유로 매번 등장하는 ‘합의’.

현행 형사사법처리과정에서 합의는 당연한 절차이자 피고인의 권리인 마냥 전제된다. 수사·재판기관은 가해자가 합의를 성사시킬 때까지 기다려주고, 심지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한다. 역으로 특히 여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합의의 ‘ㅎ’만 꺼내도 피해를 의심받기 일쑤이니, 합의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처벌 면피를 위한 수단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가해자들이 하나같이 피해자 측과의 ‘합의’에 매달리는 이유는 폭력범죄를 비롯한 대부분의 범죄에서 합의 여부가 형사 입건과 기소 결정부터 시작해서 처벌의 형량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폭력범죄 양형기준

- 처벌불원(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포함)

●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뉘우치고, 피해자 또는 유족이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끝에 피해자 또는 유족과의 합의에 준할 정도의 상당한 금액을 공탁한 경우도 포함한다.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뉘우치고’...

위 ‘처벌불원’ 양형기준에 대한 판단의 핵심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다. 그리고 그 노력에 대한 요구와 평가, 결과로서 처벌불원의사를 밝힐지 여부는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반해야 한다. 단지 합의금이나 공탁금의 액수나 그것이 지급되었는지 결과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생활상 밀접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에서 합의는 주변의 합의 종용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에 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피해자가 사망했거나 나이, 장애, 언어 등의 문제로 의사표시가 어려운 경우는 합의 과정과 그 내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행 형사사법처리과정은 합의를 둘러싼 이러한 상황과 맥락을 제대로 조사하고 반영하고 있는가. 단지 합의여부만을 기계적으로 고려하여 범죄 처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방기한 채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상대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피해회복을 위한 정당한 권리이다. 그러나 합의가 피해 회복이 아닌 가해자의 처벌 면피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에서 합의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에 대한 ‘용서’를 강요하고 피해자가 ‘용서’하면 국가가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책의 결과를 낳고 있다. 형사범죄 당사자 간에 ‘합의’와 관련한 사법처리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은 당신들의 ‘사과’ - 공직자·정치인들의 반복되는 성차별적 언행에 부쳐]

20170711


2만 여명의 학교 비정규직 급식 노동자들이 전국의 초·중·고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참여한 데 대해, 지난 9일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의원이 “조리사는 아무것도 아니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 되어야 하는 거냐”라는 등의 반여성적 비하 발언을 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11일, 이 의원은 “밥하는 아줌마들이라고 말한 의미는 엄마와 같은 뜻”, “어머니가 안 계시는 밥상은 허전한 밥상”이라는 등 횡설수설하는 사과로 더 큰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성차별적인 인식을 재차 드러낸 이 의원의 사과는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확실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당대표는 지난 대선 시기 “남녀가 하는 일은 따로 있으며 하늘이 정한 것”,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대선후보 TV토론을 통해 이에 대해 사과한 일이 무색하게도, 연이어 ‘돼지흥분제’를 이용한 성폭력범죄에 공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퇴 촉구를 받았다. 당시 홍 대표는 대선토론 방송에서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반성한다고 하면서도 “12년 전에 이미 공개되어서 고해성사까지 하고 잘못했다고 했는데 또 문제 삼는 것은 참 그렇다”고 말하며 오히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성차별적 행태를 끊임없이 갱신했다. 결국 홍 대표는 대선후보 사퇴는커녕 지난 3일 당대표로 선출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로 점철된 글들을 수차례 책으로 펴냈고, 이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SNS를 통해 “10년 전 당시 저의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저서의 내용이 드러나 문제가 되었던 자를 행정관으로 발탁한 청와대에서는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여성 비하와 성차별적 발언, 그에 대한 진정성 없는 사과와 끊임없는 문제의 반복은 사실 익숙한 일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004년 가정폭력의 원인에 대해 “부산 여자들이 드센 이유도 있다”고 발언한 바 있고, 이에 대해 2015년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가정폭력 원인이 술에 있다 하려다 불필요한 말이 나왔다’는 취지의 부적절한 해명과 함께 사과했다.[참고:http://herstory.xyz/items/show/164159]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덜 예쁜 여자를 골라야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농담이었다”, “성매매 업소가 아닌 발마사지 업소였다”,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였다”는 해괴한 해명을 쏟아냈다.[참고:https://hotline.or.kr:41759/10586] 이후 이명박 정부는 저출산 종합 대책으로 낙태 방지 정책을 시행하는 등[참고:https://hotline.or.kr:41759/10668] 여성 인권을 퇴행시키는 국정 수행의 행보를 이어간 바 있다.


이처럼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파문 발언’에 비친 성차별적 의식은 ‘사소한 문제’, ‘실수’로 치부되어 왔으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징계를 받기는커녕 화려한 경력에도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았다. ‘성차별’, ‘여성비하’, ‘여성혐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대함의 역사는 오늘의 이언주, 홍준표, 탁현민을 만들어냈다. 진정한 사과는 그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수반할 때 완성된다.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국정운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들이라면 그 책임이 더욱 엄중할 것이다. 이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예의주시 되는 이유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가]

20170718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된 남편, 만나달라며 집에 방화”

“왜 늦게 들어와" 아내와 싸우다 격분, 살해한 50대 검거”

“김천경찰, 3년 전 이혼한 부인 살해·매장 60대 체포”


(전)남편에 의한 ‘아내살해’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범죄이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활상 밀접한 관계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범죄피해자의 신변안전을 위한 보호조치는 더욱 중요하다. 


현재 가정폭력피해자보호를 위한 대표적인 제도로 임시조치와 피해자보호명령제도가 있다. 임시조치는 가정폭력범죄의 재발위험이 있을 경우 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검사가 법원에 신청할 수 있는 제도로 피해자 또는 가족구성원의 주거, 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는 검사나 경찰에 의한 신청이 아닌 피해자가 직접 접근금지 등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로 2011년에 도입된 제도다. 피해자보호명령이 도입된 취지는 검사나 경찰을 거치지 않고 피해자 스스로가 안전과 보호를 강구할 수 있는 방책으로써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피해자보호를 강화하고자 한 것이다. 그 내용은 ‘1. 피해자 또는 가족구성원의 주거나 방실로부터 퇴거 2. 주거, 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3.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4. 친권행사제한’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가 도입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 많은 피해자가 이 제도를 알지 못한다. 알고 있다고 해도 신청하여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해 피해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보호명령기간이 6개월을 초과하면 2개월 단위로 다시 신청해야 하고, 최대 기한이 2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기간 상의 제약이 큰 상황이다. 대부분 수년간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가 피해자 및 그 자녀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는 일이 고작 6개월, 최대 2년이면 되는 일인가? 최대 기한인 2년이 지난다고 해서 그 폭력이 단절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피해자보호명령제도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최소 1년 이상으로 늘리고, 나아가 피해자가 필요로 할 때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보호명령의 내용도 단순히 접근금지를 넘어 그 내용을 확대해야 한다. 가해자의 퇴거를 실질화할 수 있는 거처양도나 자녀면접교섭권 제한 등을 추가해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명령제도는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이다. 피해자보호명령이 피해자의 안전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변화가 시급하다.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공표한 경찰에 고함]

20170725


“신체적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현재 제도여건상 고소가 어렵다” 

“헤어지자고 하니까 속상해서 그러는 거다” 

“(피해자를) 많이 좋아했나보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니까 그냥 잘 헤어져라” 

“이전에 극심하게 신변의 위협을 가한 증거가 있지 않은 이상 가해자가 연락하지 않도록 경고해 줄 수 없다” 

“가해자의 폭력을 막다가 같이 때렸다고 해도 쌍방폭력으로 고소당할 수 있어요, 그냥 합의하시죠” 

“112 긴급신변보호 대상자 등록이라는 게 있어요,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임에도)통신사에 문의하세요” …

- 2016년 경찰의 ‘연인 간 폭력 집중신고기간(2016.2.2.~3.2)’ 접수된 상담 중 피해자가 경찰에게 들은 말들 


데이트폭력 관련 보도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청이 7월 24일부터 8월 31일까지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도 잇달아 데이트폭력 사건들이 보도되면서 경찰은 ‘연인 간 폭력 집중신고기간(2016.2.2~3.2)’을 운영했고, 한 달간 무려 1,279건의 신고가 접수되며 868명(구속 61명)이 형사입건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경찰수사의 문제점은 여전했다.   


명백한 증거 제출이 가능한 가시적인 신체적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이상 법적 절차조차 밟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하고 가해자의 폭력행위를 공적으로 제재할 수조차 없다. 피해자는 “차라리 죽도록 때리기라도 했으면 좋은데...”라고 호소한다. 피해자들은 상당기간 일상적으로 가해졌던 수많은 폭력 중에 일부만이라도 인정이 될 거라는, 적어도 더 이상의 폭력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고소하지만, 수사가 시작되면 이러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기 일쑤다.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데이트 관계’였다는 것은 피해자에게는 전혀 고려되지 않거나 피해사실을 희석시키는 근거로 작동한다. ‘폭력상황에서 왜 도망가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지’, ‘가해자와 왜 다시 연락을 하고 만났는지’ 등 ‘완벽한 타인’에 의한 폭력상황에서의 맥락을 적용하며 피해를 의심한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도 되려 가해자에게는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은폐하는 손쉬운 근거가 된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친밀한, 사랑하는 관계를 강조하며 폭력사실을 부인하거나 피해자의 방어적 행동, 폭력을 막기 위한 압력행사나 피해회복을 위한 정당한 보상요구 등의 본질을 왜곡하며 피해자를 쌍방폭행, 명예훼손, 협박 등으로 고소한다.


경찰은 데이트폭력 신고율 4.8%(한국여성의전화, 2016년 데이트폭력 실태조사)를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데이트폭력의 특성을 고려한 분명한 수사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신고 당시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행위가 발생했는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관계 내에 가해자에 의한 감시와 통제, 협박 등의 행위들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자행되었는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또한 신체와 생명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의 직접적인 폭력이 없었을지라도, 피해자의 개인정보는 물론 취약한 부분을 잘 알고 있는 가해자가 가할 수 있는 위협과 폭력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하고 피해자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  


데이트폭력을 비롯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여성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하기 어려운 맥락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과거나 현재 연인관계였던 가해자에게 갖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피해자는 처벌을 요구하기 어려울 수 있고, 가해자는 이러한 피해자의 심리를 이용하여 ‘너를 사랑해서’, 그저 단지 ‘욱하는 마음에’ 저지른 ‘실수’ 정도로 무마하려는 일이 흔하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수사과정 중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것은 사실상 가해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나 마찬가지다.


어제부로 두 번째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이 시작되었다. 작년에 경찰이 시행한 조치에서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데이트폭력에 임하는 경찰의 태도는 보다 나아졌기를, 제발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여성의전화 화요논평 리스트


4/11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Vote_for_feminism

4/18 여러분에게 자립은 어떤 의미인가요?

4/25 성폭력범죄를 모의한 홍준표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

5/23 가정폭력 가해자를 안방 말고 경찰서로 보내는 다섯 가지 방법

5/30 가정폭력 피해당사자의 생생하고 당당한 말하기는 계속된다

6/14 신분을 위장해 성폭력 피해자와 합의하라 지시한 게 조직 ‘위신’을 지키려 한 것이라고?

6/27 ‘합의’는 피해자의 권리이지, 가해자의 권리가 아니다

7/12 아무것도 아닌 것은 당신들의 ‘사과’ - 공직자·정치인들의 반복되는 성차별적 언행에 부쳐

7/18 피해자보호명령제도,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가 

7/25 ‘데이트폭력 집중신고기간’을 공표한 경찰에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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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요된 아름다움, 유니폼 ③ ]

유니폼 속 ‘여성코드’ 지우기


메리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슬림라인 블라우스', '매끈 어깨라인', '슬림라인 스커트'. 많은 교복 회사들이 여학생 교복을 광고할 때 쓰는 문구들이다. 딱 떨어지는 어깨라인과 슬림한 실루엣의 스커트는 교복을 입고 온종일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편안함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군복 역시 마찬가지다. 신체적 활동성이 중요한 직업임에도 공식행사의 여군은 언제나 좁은 치마를 입고 굽 있는 구두를 신고 있다. 왜 여성에게는 그 직업의 특성에 상관없이 격식을 차린 복장으로 치마와 하이힐이 주어질까? 우리는 활동성과 기능보다 미를 강조하는 유니폼이 여성에게만 주어지고 있고 이것이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모두가 편안할 수 있는 유니폼은 없는 것일까?




윤정미 작가의 작품 ‘Seohyun and Her Pink Things 2007’(위),

‘Michael and His Blue Things 2006’(아래) 



 지난 1월, 국제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스페셜 이슈 ‘젠더 레볼루션(Gender Revolution)’ 커버스토리로 윤정미 작가의 ‘핑크&블루 프로젝트’ 작업을 조명하였다. 윤정미 작가는 “여자 어린이들의 물건들과 남자 어린이들의 물건들은 이미 나눠어 있고, 그들의 사고와 행동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여자 어린이들을 위한 많은 장난감과 책들은 핑크색, 보라색 또는 빨간색 계통의 것들이 많고, 대부분, 그것들은 화장, 옷 입는 것, 요리, 그리고 집안일들과 관계가 있다.”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작품을 통해 젠더에 따른 ‘컬러코드‘가 결과적으로 어린이들의 성 정체성과 사회적 체득과 연관됨을 지적하였다.  


 ‘컬러코드’가 적용된 사적인 물건들을 통해서 내재화된 젠더규범을 표현한 윤정미 작가의 사진을 염두에 두면, 옷을 입는 행위는 일상적이고 사적인 행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가령, 청소년 시기는 치마 끝이 무릎 위로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에 따라 사회가 규정한 ‘학생의 본분’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를 받았다면, 교복으로부터 졸업한 성인이 되어서도 ‘여성’ 전문직에 어울리는 유니폼을 입도록 요구받는다. 특히, 여성의 경우 동일 직종의 남성에 비해 아름다움을 강요받는 모습을 보면서 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전문가가 아닌 별도의 대상으로 구분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본 기사에서는 현재 재학 중인 고등학생과 항공에서 승객의 안전을 담당하는 승무원을 모시고 여성에게만 적용된 ‘여성코드’를 제거하고 유니폼이 어떻게 변화하길 희망하는지 인터뷰하였다.




"서울에서 고등학교(여고, 특성화고, 사립)에 다니고 있는 18세 이희수(가명)입니다. 작년까지 공립 남녀공학 일반계고 고등학교에 다녔습니다."



Q. 본인의 교복에 관해서 설명해 주세요.


 하복은 블라우스, 치마, 생활복 상의로 구성되어 있어요. 동복은 블라우스, (앞뒤로 주름이 많은 주름) 치마, 셔츠, 니트 조끼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블라우스 위에 리본 타이는 사계절 필수이고, 춘추복 카디건은 하복, 동복 위에 모두 입을 수 있습니다.


Q. 하루의 반을 교복을 입고 생활하시는데, 교복을 입었을 때 불편하다고 느낀 점이 있나요? 


 하복 블라우스가 꽉 조이는 편이라 여름에는 특히 땀이 많이 차요. 색상도 흰색인데 꽉 조이니까 안에 (속옷이 비치지 않도록) 흰 티를 입어야 해서 더 덥죠. 그리고 블라우스가 전체적으로 끼고, 작은 것도 있는데, 우선 밑위가 너무 짧아요. 수선하지 않고 교복사에서 나온 그대로 입은 건데도 불구하고 조금만 팔을 올리면 배가 훤히 드러날 정도예요. 블라우스를 살 때 어깨, 가슴둘레에 맞추면 허리랑 겨드랑이 부분이 엄청 타이트하다는 문제도 있어요. 


 제가 다니는 학교 동복 치마는 주름이 앞뒤로 몇 개씩 있어요. 그래서 겨울에 강풍이 불면 주름치마여서 통으로 다 올라가 버리는데, 학교가 언덕에 있어서 등교할 때마다 너무 불편해요. 치마 길이가 길든 짧든 그냥 후루룩 올라가요. 등교할 때 바람 불면 줄줄이 메릴린 먼로가 치마를 가리는 사진처럼 되죠.


Q. 복장과 관련된 교칙 중에 부당하거나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저는 복장 규정이 매우 엄격한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예를 들면, 등교할 때 항상 치마가 무릎을 덮고 있어야 해요. 길이 규정이 강해서 치마를 과하게 줄이는 학생도 없고 무릎 위 5~10cm 정도로 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등교 시엔 치마 단추를 풀고 내려 입거나 그냥 긴 치마를 입고 와서 등교 후에 치마의 허리 부분을 접어서 입기도 해요. 수업 중에 다들 치마 길이가 짧아지는 것을 선생님들이 알고 있는데도 등교 시에만 치마 길이를 단속해요.


Q. 최근, 뉴질랜드의 한 학교는 학생의 성별 관계없이, 반바지, 긴바지, 치마바지, 치마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입을 수 있도록 교복 규정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도 ‘성 중립’ 교복을 제시하여 학생들에게 교복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을 존중하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남성이 치마를 입거나 여자가 바지 교복을 입는 것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요? 


 제가 재학할 당시엔 없었는데, 졸업한 여중에서 요즘 바지 교복이 생긴 걸 알게 되었어요. 길에서 많이는 못 봤지만 손꼽히게 입고는 다니는 듯해요. 현재 제가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도 교복 바지가 있습니다.


Q. 여자 학생이 바지 교복을 입고 학교에 오면 어떨 것 같나요?


 남자 교복을 그대로 옮겨온 느낌이 아니면서도 여학생에게 잘 어울리는 바지 교복이 상상이 잘 안 돼요. 바지랑 어울리는 블라우스(나 셔츠)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긴 교복 바지는 워낙 여학생들이 안 입으니까, 치마가 너무 당연하게 인식되어서 더 어색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학교에 남자 바지가 있는지도 사실 오랫동안 몰랐어요. 교복사에서 교복 맞출 때도 바지가 있다고 따로 말 안 해주시더라고요.


Q. 이전 고등학교의 바지는 남자들 것으로 나와서 여자들도 사 입을 수 있게 허용된 건가요.

* 이전에 다니던 남녀공학 일반계 공립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춘추복 반바지가 있었다.


 아니요. 처음부터 남자용 여자용이 따로 있고 사이즈도 달랐어요. 저는 반바지가 원체 잘 안 어울려서 사놓고 안 입긴 했지만, 옷 잘 입는 애들은 예쁘게 스타일링해서 입기도 하고 그냥 편하게 교복 입는 친구들도 사서 입고 다녔어요. 반바지가 체육복 바지 느낌도 나고, 긴 바지만큼은 안 어색해서 그런지 반바지 입는 여자애들 자체를 이상하게 안 봤던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이야기하신 내용을 바탕으로 했을 때, 학생을 위한 교복을 만들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길 바라나요?


 하복 블라우스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애초에 어깨나 가슴둘레에 맞춰서 사면 처음부터 다른 부분이 끼고 길이가 짧게 디자인이 나와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선택지도 없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블라우스가 좀 더 편해졌으면 좋겠어요.


 치마 교복은 남학생들 교복보다 훨씬 불편해요. 남학생들은 안에 받쳐 입을 필요도 없고 딱 달라붙지 않으니까 속이 많이 비치지도 않잖아요. 그렇지만 치마가 바지로 바뀌어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하도 오랫동안 치마만 입어 왔으니까 다른 형태는 생각하기가 어려워요. 바지가 여자애들 입어도 안 이상해 보이게 나오면, 한둘씩 입다가 잘 입고 다니게 되지 않을까요?




"안녕하세요. KLM 항공사에서 근무했던 김아름(가명)입니다."



Q. 승무원 유니폼의 구성을 설명해 주세요.


모든 항공사 유니폼의 기본적인 구성은 블레이저, 블라우스, 조끼 또는 스웨터 그리고 치마나 바지로 구성되어 있어 있습니다. 요즘은 원피스 유니폼을 입는 항공사가 많아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유니폼에 대한 공통적인 특징은 승무원을 몸매가 드러난 유니폼을 입혀서 ‘예뻐 보이게만’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KLM, 에어캐나다 유니폼을 입어 봤던 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은 전반적으로 일할 때 불편하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 사람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사 입장에서) 아름다운 이미지를 선호해서 승무원들에게 바지를 허락하지 않아요. 반면, 에어캐나다의 유니폼 규정은 ‘유니폼만 착용하면 된다.‘라는 것이었어요. 스카프를 어떻게 매든 어떤 조합으로 입든 플렛 슈즈를 신든 머리를 묶든 풀든 상관하지 않았어요. 


Q. 유니폼과 관련해서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규칙이 있나요? 이러한 규칙을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근무시간에는 더워도 블레이저를 꼭 입어야 했어요. 그 외, 기타항공사 승무원의 경우에는 승객들이 탑승하고 이륙할 때까지 그리고 착륙을 할 때 블레이저를 꼭 착용해야 하는 규칙 있는 곳이 있었는데, 더 프로페셔널해 보이고 예의 있어 보이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우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또, 신발 굽을 최소 3cm 이상 신어야 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예뻐 보여서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할 때면 굉장히 힘들죠.

* 대한항공의 경우 3cm는 기내용, 5cm는 기내 야외용, 7cm는 야외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승무원 유니폼에 편안함을 위해서 바지가 있긴 하지만, 바지 안에 스타킹을 신고 입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편해지려고 입었다가 너무 더워서 ‘쪄 죽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이런 규정은 신을 신으면 발이 보이는 점을 신경 써서 그런 것 같아요.


Q. 아시아나 항공사의 난동 승객 사건 이후, 승무원의 항공경찰로서 역할에 조명이 된 바 있습니다. 승무원은 현장에서 어떠한 행동을 수행하도록 교육을 받나요? 위와 같은 교육이 승무원의 역할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한국과 캐나다 양쪽 국가에서 항공 승무원으로서의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어요. 우선, 캐나다에서는 항공 경찰의 역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안전교육을 굉장히 터프하게 받습니다. 예를 들어, 호신술처럼, 기내 난동 승객을 제압하는 기술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교육을 받아요. 또한, 기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응급 상황과 그에 맞는 대처법(ex CPR, 불이 났을 때 etc)을 플레이를 통해서 배웁니다. 


 한국에서 승무원 교육을 받았을 때는 서비스 위주의 이미지트레이닝 같은 것들이 굉장히 강조되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캐나다는 인사연습이나 미소를 띤 얼굴 등, 이미지 트레이닝은 하지 않았거든요. 그에 반면, 한국의 승무원 교육은 안전교육도 있긴 하지만, 서비스 성격이 훨씬 강했습니다. ‘얼마나 잘 웃고’, ‘얼마나 예쁜 목소리로 예쁘게 말하는지’, ‘얼마나 예쁜 다리로 서 있는지’를 수없이 배웠어요. 그리고 제 의견으로는 캐나다에서 받은 교육이 승무원의 역할에 훨씬 더 부합한다고 생각해요.


Q. 지금까지 이야기하신 내용을 바탕으로 했을 때, 앞으로 승무원 유니폼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었으면 바라시나요?


 치마-블라우스 유니폼은 뛰는 것은 물론, 쭈그려 앉거나 팔을 올리는 기본적인 동작을 할 때도 불편한 점이 많아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에서 일어난 난동 승객 사건 때에도 모두가 느꼈을 거예요. 승무원은 기내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인데, 비상시 뛰어다니다가 치마에 다리가 걸려서 넘어질 것 같아요. 어느 날은 근무시간에 쪼그려 앉았다가 치마가 터진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기내에서 장기간 앉아 계시는 승객의 눈높이에서 가장 잘 보이는 부분 중 하나가 승무원의 엉덩이 쪽인데,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진 승객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것과 승무원 유니폼의 형태가 전혀 연관성 없는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화장실을 살살 뛰어 내려가다가 넘어질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치마가 잘 안 늘어나는 소재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승무원의 업무와 맞는 신축성이 좋고 뛰어다닐 때도 편안한 유니폼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름다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스카프와 기내에서의 힐 착용을 강요하는 규정도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자료

내셔널 지오그래픽 

http://www.nationalgeographic.com/magazine/2017/01/pink-blue-project-color-gender/ 

윤정미 공식사이트 

http://www.jeongmeey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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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요된 아름다움, 유니폼 ② ]

이 유니폼, 언제부터였나요


하정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슬림라인 블라우스', '매끈 어깨라인', '슬림라인 스커트'. 많은 교복 회사들이 여학생 교복을 광고할 때 쓰는 문구들이다. 딱 떨어지는 어깨라인과 슬림한 실루엣의 스커트는 교복을 입고 온종일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편안함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군복 역시 마찬가지다. 신체적 활동성이 중요한 직업임에도 공식행사의 여군은 언제나 좁은 치마를 입고 굽 있는 구두를 신고 있다. 왜 여성에게는 그 직업의 특성에 상관없이 격식을 차린 복장으로 치마와 하이힐이 주어질까? 우리는 활동성과 기능보다 미를 강조하는 유니폼이 여성에게만 주어지고 있고 이것이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모두가 편안할 수 있는 유니폼은 없는 것일까?



“브이텍이야!”

 

 95년생인 나는 2008년 문화방송에서 방영된 <뉴하트>를 인생 최초의 메디컬드라마로 기억한다. 전년도의 <하얀거탑>이 아니라 <뉴하트>인 까닭은 8할이 여성 수련의 ‘남혜석’(김민정) 캐릭터에 있었다. 여성 외과의사가 매회 다급하게 의학 전문용어들을 외치는 것은 그때까지 안방극장에서 생경한 풍경이었다. 극중 가장 긴장되는 상황은 단연 ‘브이텍’(심정지) 이었다. 누구든 저 대사를 외치면 레지던트 1년차 여의사 남혜석이 어디서든 젖 먹던 힘을 다해 병실로 뛰쳐왔다. 전기충격을 최고 강도로 줘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환자의 흉부를 메스로 개복해 침상에 올라탄 혜석이 손으로 직접 심장을 마사지하는 장면도 있었다.


 뜬금없지만 그가 그때 치마를 입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정확히는 ‘치마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면’ 말이다. <뉴하트>가 불과 4반세기 전의 드라마였다면 혜석은 환자를 살리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국내 종합병원 여의사들에게 ‘바지 입음’이 허용된 것은 세브란스에서 92년 말에서야 시작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여의사들에게는 품위 유지를 위해 의사가운 아래로 언제나 치마를 입어야 하는 엄격한 복장규정이 존재했다. 응급실에서 탈골 환자의 관절을 제자리에 맞추기 위한 지렛대 동작으로 다리를 치켜들어 뻗어야 함을 들어, 의대 여학생들이 바지의 필요성을 피력했던 것이었다. 종횡무진 병원을 누비는 ‘진짜’ 여의사가 2008년에야 브라운관에 짠하고 나타난 것이 미디어 탓만은 아닐 것이다.


바지 입은 여성의 근대사


 당시 바지에 대한 제한은 기실 여의사들의 고민만은 아니었다. 80~90년대 전문직 여성 전반이 겪고 있던 문제이며, 아직도 몇몇 직업 유니폼에 남아 있는 현재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성의 품위 유지를 위해 바지를 금한다니? 요즘의 시선에서는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멀지 않은 역사에서 여성 스스로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바지를 온 몸으로 거부한 적이 있었다. 물론 1940년대이긴 하지만 말이다. 


 1940년대는 우리나라 여성 의복사에서 충격적인 시기다. 중-일 전쟁에 이어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뒤 방공 훈련이 일상화되자 일제가 민족 말살 정책과 겸하여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몸뻬 바지를 보급한 것이다. 구한말 개화기부터 발목을 보일 정도로 슬금슬금 짧아진 한복 치마가 1920년대에는 무릎 바로 아래까지 올라왔다고 조선일보에서 비평을 쓴 일도 있었다(1927년 조선일보 만평). 그런데 바지라니! 당시 보급된 몸뻬는 물론 지금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남성들의 서양식 정장 바지와도 확연히 다른 모양새를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때까지 여성의 바지란 한복 치마 안에 입는 속곳으로만 존재했다. 여학교의 체육 시간에도 바지를 상상하지 못하던 때에 이러한 정책은 청천벽력 같았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여성의 몸뻬는 조선에서 보급률이 영 시원치 못했다. 매일신보를 통해 적극적인 몸뻬 권장 분위기를 만들어도 이용세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제는 결국 당시의 유행을 이끌던 여학생 집단에 눈을 돌리게 된다. 조선어 교육도, 한복 교복 착용도 억압받던 시기였지만 그때까지도 바지런한 치마저고리 교복을 입고 조선어 수업을 파르라니 진행했던 이화, 숙명, 배화 등 경성 명문 사학들에까지 대대적인 교복 방침을 내린 것이다. 난데없는 몸뻬 교복령에 여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졌지만 40년대의 살벌한 조선 사회에서 대다수 여학교들은 곧 몸뻬 교복을 도입하게 되었다. 촉망받던 신여성 집단이 몸뻬에 운동화를 착용하자 사회적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숙명, 배화 등 소수 여학교에서는 끝까지 몸뻬 착용을 거부했다. 이들은 여학생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치마를 외쳤다. 일본색이 짙고 남성용 바지와 유별한 형태를 가진 몸뻬를 강제로 입히지 말라는 것이었다. 숙명은 남성 정장과 흡사한 서양식 바지 교복을 지정했고 배화는 서양식 세일러복 블라우스에 주름치마 교복을 도입해 해방 때까지 바지 착용을 거부하였다. 전통적인 치마 복장이 유교 문화의 가부장제로 고착된 산물이라 할지라도, 이는 엄연히 착장의 자유라는 존엄한 권리를 지켜낸 결과일 것이다. 여자의 바지 입음에 대한 당대의 사회적 통념에 반일 감정까지 가세했으니, 90년대 세브란스 여의사들에게까지 그 잔존이 이어진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지 모르겠다.


치마든 바지든, 여성의 품위는 여성이 지킨다


 어쨌거나 지금은 2017년이다. TV를 켜면 늠름한 ‘여성 태양의 후예’가 나오고(태양의 후예), 청색 바지 수술복을 입은 여성 의사도 나온다(낭만닥터 김사부). 달라붙는 블라우스에 H라인 스커트를 입은 여성도, 헐렁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여성도 직업인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다. 치마든 바지든 여성의 유니폼 형태를 강제하는 문화를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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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요된 아름다움, 유니폼 ① ]

나는 왜 일할 때도 여성이어야 하는가?  


김예원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슬림라인 블라우스', '매끈 어깨라인', '슬림라인 스커트'. 많은 교복 회사들이 여학생 교복을 광고할 때 쓰는 문구들이다. 딱 떨어지는 어깨라인과 슬림한 실루엣의 스커트는 교복을 입고 온종일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편안함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군복 역시 마찬가지다. 신체적 활동성이 중요한 직업임에도 공식행사의 여군은 언제나 좁은 치마를 입고 굽 있는 구두를 신고 있다. 왜 여성에게는 그 직업의 특성에 상관없이 격식을 차린 복장으로 치마와 하이힐이 주어질까? 우리는 활동성과 기능보다 미를 강조하는 유니폼이 여성에게만 주어지고 있고 이것이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모두가 편안할 수 있는 유니폼은 없는 것일까?


 2016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 일정에 ‘한류 행사’가 있었다. 이 한류 행사를 앞두고 통역 담당자를 모집했는데, 지원자로서 갖춰야 할 조건이 있었다. 빨간색으로까지 강조된 이 조건은 “용모단정. 예쁜 분”이었다. 실제로 통역을 담당했던 한 참가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통역은 외모가 아닌 언어가 1순위’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여성에게 능력이 아닌 외모가 요구되는 현실을 알려준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늘 아름답길 강요받는 여성들


 여성들은 능력보다 외모를 요구받는다. 때론 그 외모가 실제 하는 일과 무관하거나 그 일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에 반해 남성은 직장에서 외모에 관련한 것을 강요받는 일이 현저히 적다. 실제로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인사담당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채용에 외모가 끼치는 영향은 남성보다 여성이 4배나 더 높았다.[각주:1] 취재진은 이런 ‘동일노동 다른 역량’이라는 이분화가 직업 유니폼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보았다. 


 대표적인 예가 승무원이다. 객실승무원은 기내에서 승객의 여행을 돕는 것을 주 업무로 하지만 유사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 객실승무원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여승무원들의 복장은 H라인 스커트와 구두다. 저가 항공사들이 생기면서 청바지나 정장 바지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이런 스커트와 구두가 기본이다. 이 때문에 실제 항공 사고가 일어나면 여승무원들은 승무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원활하게 하는 데 불편을 겪는다. 승무원 준비생 안 모 씨는 “한 항공사 유니폼을 입고 화장실에 뛰어가는 데 치마가 벌어지지 않았다. 비상상황에서는 치마를 찢고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3년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사고 당시 여승무원들의 복장이 논란이 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아시아나 항공사 착륙 사고 당시 비판받은 승무원들의 복장


 

 이는 그 어떤 직업보다 남녀 활동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군대에서도 드러난다. 여군에게는 공식 행사에서 입는 정복에 스커트와 하이힐이 지급된다. 전투 현장이 아닌 공식 행사를 위한 것이니 무리가 없다는 반박도 있다. 하지만 역으로 따져보면, 국방을 지키는 군인으로서의 업무 역랑과 관련 없는 스커트와 하이힐을 고수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 스커트와 하이힐은 전형적인 여성의 미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군인으로서 여성의 미를 강조하는 것이 여군들의 업무 역량과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하는 이유다.



육군 남성 정복



육군 여성 정복


 

언제부터 아름다워야 하는가


 더 눈여겨보아야 할 유니폼이 하나 더 있다. 직업 유니폼 이전에 대다수가 ‘최초’로 입는 유니폼, 바로 교복이다. 그리고 이 교복은 여성들이 유니폼에서 ‘미’를 찾기 시작하는 최초의 사례다. 학교에 대한 소속과 학생 신분을 증명하는 수단으로서의 교복이 아니다. 이에 부합하는 사례가 바로 인기 걸그룹 ‘트와이스’의 교복 광고다. 이들의 광고는 학생 신분과 어울리지 않는 선정성을 띤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학생의 교복에 ‘쉐딩 스커트’, ‘코르셋 재킷’ 등의 별칭을 붙여 날씬함을 강조했고, 지나치게 몸매를 강조한 모델의 자세가 미성년자인 학생들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문제가 된 광고. 멤버들의 과도한 자세와 밀착되는 교복이 선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최근에는 한 SNS에서 남녀 교복을 비교하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각주:2] 같은 치수의 교복이지만 그 크기와 활동성이 눈에 띄게 차이났기 때문이다. 여학생용 교복은 맵시를 살리기 위한 ‘라인’이 들어가 있어서 팔을 들기가 어렵고, 지나치게 꼭 맞아 움직이면 옷이 쉽게 올라갈 정도다. 학생일 때부터 여성들은 ‘미’를 위한 유니폼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 


  여성 유니폼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오로지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유니폼이라는 선택지뿐이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이 여성 승무원의 바지 착용을 금지한 데 대해 권고 조치를 내렸지만, 여전히 내부에선 ‘그림의 떡’이라는 사실이 이를 알려준다.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선택지를 지워가면서까지 여성들이 ‘일할 때도 아름답기를’ 바라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다. 업무 수행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아닌 역량 자체라는 당연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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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외모도 스펙…기업 채용 시 영향 미친다, 헤럴드경제, 2016.03.22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160322000053&ntn=0 [본문으로]
  2. 온라인에서 논란되고 있는 남녀 교복 셔츠의 차이, 중앙일보, 2017.07.03 http://news.joins.com/article/2172171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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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데이트폭력을 '사소하게' 만드는가 ③ ]

데이트폭력 근절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


박세원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한국여성의전화가 실시한 데이트 폭력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데이트관계에서 폭력피해(통제/언어적/정서적/경제적/신체적/성적)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1%에 이르렀고, 모든 유형의 폭력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1%에 이르렀다. 친밀한 연인 사이에서 폭력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상은 높은 비율로 데이트폭력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트폭력 경험 후 상의 및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30%에 불과했으며 전문상담기관이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현저히 적었다.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이유로는 ‘그렇게 심한 폭력은 아니어서’가 가장 높게 응답되었고, 그 다음으로 ‘창피해서’,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에’가 순서대로 응답되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통해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주위에 알리거나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의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데이트폭력은 연인 간의 ‘사랑싸움’이나 사적인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이유를 통해 오히려 피해자가 폭력의 책임 대상이 되며 그 폭력이 사소하게 여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밀한 이성애 관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에 대한 심층 취재를 통해 데이트폭력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우리사회의 데이트 폭력 실태와 인식이 어떠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피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데이트폭력을 바라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는 어떠한 문화와 제도들이 데이트 폭력을 조장하거나 사소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지 분석하고, 이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면서 마무리한다. 


 앞선 연재를 통해 데이트폭력이란 호감을 갖고 만나거나 사귀는 관계, 또는 과거에 만났던 적이 있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정서적·언어적·성적·경제적 폭력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데이트폭력으로 죽음에 이르는 피해자가 한해 100명이 넘길 정도로 심각한 수준임에도 데이트폭력은 ‘사적인 일’로 치부되기 일쑤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데이트폭력 해결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연인 사이에 무슨?’ 만연... 침묵하고, 견디는 피해자


 사랑과 폭력은 공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데이트폭력의 사례들이 보여주듯 둘은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 연인 관계라는 친밀성에 의해 데이트폭력이 쉽게 은폐되는 것이다. 피해 여성들은 ‘무슨 연인 사이에 강간, 폭력이 있을 수 있냐’는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침묵하게 된다.


 자신이 경험한 일을 데이트폭력으로 인지하기조차 어려운 경우들도 많다. 폭력이 사랑으로 포장되는 사회에서 피해 여성은 자신이 겪은 일을 폭력이 아닌 사랑이나 애정으로 생각하며 견디기도 한다. 특히나 신체적, 성적, 언어적 폭력에 비해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항상 확인한다거나 옷차림을 제한하는 등의 ‘통제’는 피해자 스스로 데이트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실시한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통제’는 62%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데이트폭력 피해 유형이었으나, 폭력 피해 직후 ‘폭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폭력 유형 중 가장 높았다. 특히나 ‘나를 사랑한다고 느꼈다’고 응답한 비율이 32%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는데, ‘통제’가 폭력이라기보다는 애정이나 사랑으로 인식됨을 알 수 있다. 

 

데이트폭력 미화하는 미디어, 문화


 현재 방영하고 있는 KBS 드라마 ‘쌈마이웨이’에서 남자 주인공 역할의 박서준은 여자 주인공 역의 김지원이 치마를 입고 등장하자 ‘옷 갈아입고 나와! 다리가 왜 예뻐! 다리가 완전 여자네’라며 여자의 옷차림을 통제한다. 이렇듯 드라마에선 호감을 갖고 만나거나 사귀는 사이에서 남성이 여성의 옷차림을 통제하는 것이 클리셰처럼 등장하고, 이러한 장면 속 남성의 행동은 로맨틱한 것으로 묘사된다.


 ‘사랑’의 감정은 본능적이거나 자연적이기 보다 사회에 의해 학습되는 것에 가깝다. 어떠한 상황이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그 감정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은 그 사회의 문화와 관습에 따라 달라진다. 즉, 연애는 즉흥적이거나 본능적이기보다는 구조화된 사회 제도이다.드라마 ‘쌈마이웨이’와 같은 미디어들은 연인관계에서의 ‘통제’가 연애 각본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통제’가 데이트폭력이 아닌 로맨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연인관계에서 ‘통제’는 하나의 각본처럼, 사랑한다면 따라야 할 규율로 규범화되는 것이다.



 ‘통제’뿐만 아니라 다른 유형의 데이트폭력 역시 미디어에 의해 로맨스로 미화된다. 작년에 인기리에 방영한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는 남자주인공 역할의 에릭이 여자주인공 역할의 서현진의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벽으로 밀고 가 강압적인 키스를 하는 장면이 연출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당 장면에 대한 반응으로는 ‘로맨틱하다’, ‘심쿵한다’, ‘설렌다’는 것이 주를 이뤘고, 이 장면이 방영된 9회는 드라마 방영 이래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만큼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미디어와 문화는 연인 관계에서 남성의 통제, 폭력적인 성적 관계 요구 등의 명백한 데이트폭력을 ‘연인 사이의 낭만적인 일’로 묘사한다. 결국, 데이트폭력은 폭력이 아닌 사랑으로 포장되어진다.


데이트폭력 사랑이라 말하는 사회... 새로운 방식의 관계 맺기 필요 


 데이트폭력을 사랑이라 묘사하는 미디어가 넘쳐나는 사회 속에서 데이트폭력 피해 여성들은 연애 각본의 성역할에 따라 ‘여자라는 이유’로 불쾌한 감정을 넘기기도 하고, 혹은 이를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견디기도 한다. 또한, 데이트폭력이 발생하더라도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그 특성상 피해자가 신고를 망설이는 등 피해자의 반응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결국, 데이트폭력이 발생했을 때 이를 명백한 범죄로 인식하고 신고할 수 있기 위해선 지금까지 사랑이라고 여겨지던 연애 관계를 폭력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01년부터 데이트폭력에 주목해왔고, 피해자 상담 및 인권지원 활동 외에도 대중강좌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강연 등의 활동을 통해 기존의 연애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폭력을 사랑으로 미화하기 바빴던 우리 사회와 미디어는 데이트폭력을 사랑이 아닌 심각한 범죄로 바라봐야할 것이며 데이트 관계에 있는 개인들은 새로운 방식의 관계 맺기를 위한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데이트폭력은 사회의 개입이 필요한 명백한 범죄


 그러나 인식만 바뀐다고 해서 데이트폭력을 예방하거나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다. 데이트폭력은 친밀한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그 특성상 ‘개인적인’, ‘사소한’ 일로 치부되어 왔고, 사회가 개입해서 해결해야 할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했다. 피해자의 구조요청으로 경찰이 출동해도 연인 사이라고 하면 ‘알아서 하라’며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그냥 가 버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올해 1월에도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한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몇 달 동안 지속된 데이트폭력으로 인해 이 여성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연인관계라는 말을 듣자 남성을 풀어줬다. 결국, 이 남성은 파출소를 떠난 지 2시간 만에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그간의 데이트폭력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지나치게 안일했음을 보여준다. 데이트폭력은 사회의 개입이 필요한 명백한 범죄인만큼 경찰을 비롯한 사법기관의 태도가 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뿐만 아니라 사법처리 과정에서 친밀한 사이에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의 특성을 고려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가해자가 연인일 경우 데이트폭력의 피해자는 바로 신고를 하지 못한다거나 신고를 하더라도 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해자는 ‘사랑해서 그랬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을 범죄를 정당화하는데 사용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 사법기관은 ‘왜 바로 신고를 하지 않았냐’고 피해자를 의심하기보다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 경험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요구된다. 


피해자 지원체계, 법체계도 바뀌어야


  성폭력 피해 지원에 있어 데이트폭력은 성폭력, 가정폭력 등을 중심으로 한 현행 지원 체계 안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렇기에 데이트폭력 피해자는 어디에, 어떤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르겠는 경우가 많고, 도움을 청해도 지원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답변을 받기 일쑤다. 데이트폭력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지원체계 역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데이트폭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폭력 이외에도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위협과 폭력으로부터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스토킹은 데이트폭력의 연장선에서 관계중단 과정에서 주요하게 나타나는 행위인 만큼, 스토킹 처벌은 가해자와의 관계를 끊어내고 폭력의 재발을 막는 데 많은 기여할 수 있다. 현행법 상 경범죄처벌법으로 스토킹을 처벌할 수 있으나 범칙금 8만원 부과로 매우 미약하여 범죄 행위 제지 및 재발방지에 실효성이 없다. 스토킹을 ‘경범죄’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스토킹에 대한 낮은 인식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데이트폭력을 연인 사이의 사랑이나 다툼으로 보는 기존의 법 체계가 변화해야 데이트폭력에 대한 예방과 근절이 가능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을 제정하고 젠더폭력방지 계획을 수립하고 전담기구도 설치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그동안 가정폭력, 데이트폭력에서 국가는 남녀 사이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여왔고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며 처벌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늘고 있다”면서 국가가 법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현재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을 위한 검토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데이트폭력·디지털 성폭력 등 젠더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체계 강화 방안뿐만 아니라 젠더폭력 특수성이 반영된 피해자 지원 시스템 구축 등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계의 데이트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던 만큼 제대로 된 법 제정이 기대되는 바이다. 우리 사회의 데이트폭력에 대한 인식 변화, 개인들의 연애 관계에 있어서의 성찰과 더불어 사법기관의 태도, 법 체계 등이 함께 변화해 나갈 때 진정한 데이트폭력 근절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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