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 잇 페미니스트 5탄

우당탕탕 독박골 출산기



정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일찍이 희한한 여성들이 모여 살았던 그 곳, 독박골[각주:1]의 라이프스타일을 전해드리는 겟 잇 페미니스트2017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이번 호에는 한동안 다시 없을지도 모를, 독박골 내 출산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2016년 독박골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독박골의 합계 출생률은 단 0.35명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2015년 합계 출생률은 1.24명으로, ‘초저출산 국가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97년에 시민사회단체로는 처음으로 산전산후 휴가제를 도입한 바 있는데, 그 사용 빈도 또한 매우 드물었다. 이 제도의 최초의 수혜자가 출산한 아이가 벌써 20대 중반이 되었고, 2008년을 마지막으로 본 제도를 활용한 이가 없었다. 이쯤 되면 독박골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멸종(?)의 길로 접어드는가 싶었지만, 근 십여 년 만에 희대의 사건이 일어났다. 2016년 여름, 무려 두 명의 활동가, 희진과 혜경이 후대를 잉태했고 20173월에 무사히 출산한 것이다.


첫 잉태 소식이 전해졌던 순간부터, 임신 중인 이들의 모성 보호를 위한 갖가지 소동, 그리고 출산까지. 지면의 한계로 그 웃픈순간들을 모두 전해드릴 수 없어 아쉽지만, 고생 끝에 무사히 순산했던 그 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지금부터 이 낯설지만 기쁜 사건을 보고하고자 한다.



2017.02.10. 베이비샤워


베이비샤워 이렇게 해보려고 했으나... (출처 : 섹스앤더시티)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의 출산예정일이 한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들의 산전산후 휴가 돌입 또한 다가왔기에 독박골 사람들은 함께 베이비샤워를 하기로 했다. 210일 간단히 점심을 먹기로 하고, 인근 식당에 모인 그들. 식사가 끝나고 나니 찾아온 머쓱한 순간. 왠지 두 사람을 떠나 보내기엔 섭섭했던 이들은 돌연 구호를 외쳤다.



“다 함께 구호 외쳐보겠습니다. 최희진은 순산하라!”

“순산하라! 순산하라! 순산하라!”


“김혜경은 순산하라!” “순산하라! 순산하라! 순산하라!”

“순산하고 원샷해라!” “원샷해라! 원샷해라! 원샷해라!”



두 활동가의 건강을 염려한 이들의 외침은 식당을 쩌렁쩌렁 울렸다. 평소 음주가무를 즐기던 이들이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특히 예전부터 집회를 좋아했던 임신부, 희진은 수줍게 웃으며 응원 감사하다는 답사를 했다. 그리고 이날의 구호는 영험한 것이었음이 밝혀지는데


 

두 사람이 잘 낳고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송별 짤 ⓒ나눔 활동가



2017.03.04. 첫 번째 출산일


이날은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하여, ‘2017 페미니스트 광장이 열린 날이었다. 두 임신부는 이미 휴가에 돌입해 갖가지 출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신각에서의 행사를 마친 후, 헌법재판소를 들러 광화문까지 행진 대열이 도착했을 즈음. 310분이 조금 지난 시각, 메신저에 희진의 순산 소식이 전해졌다. 예정일보다 한 달이나 이른 출산이었지만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는 것이었다.

 

출산 경험 여부에 따라 사뭇 다른 축하법


길거리에서 행사를 치르느라 정신없던 독박골 주민들 모두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행사 내내 외쳤던 구호가 복중의 태아를 불러낸 게 아니겠냐는 추측과 함께, 세계여성의날 행사 중에 아기가 태어나다니 큰 페미니스트가 되겠다며 모두 기뻐했다.



2017.03.05. 희진과 출산 축하 사절단


순산 소식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독박골 주민들은 이튿날 희진의 병원으로 달려갔다. 경기도 모처까지 달려간 이들은 주저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샀다. 특히 R나라면 아이 낳느라 열 냈으니 반드시 시원한 게 먹고 싶을 것이라 주장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희진은 찬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마음만 받겠다는 인사를 전했다. 결국 가져간 커피를 자기들끼리 나눠마시게 된 축하 사절들은, 돌아오는 동안 우리가 모자랐다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고 전해진다.

 

 그 안에 담긴 축하의 마음만은 진심이었을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축하 사절들


아무튼 희진은 이들의 축하에 화답하며, 출산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희진은 아이를 한 달 일찍 낳았을 뿐 아니라, 진통이 시작되고도 매우 빨리 낳았다고 한다. 출산 전날, 캠핑을 즐기던 중 징조를 느껴 서둘러 돌아왔고, 당일 오전에 병원으로 서둘러 향했다고 했다. 병원에서도 담당의가 오기도 전부터 아기가 나올 뻔하여, 흡사 아기를 길바닥에서 낳을 뻔한 경우라고 평했다고 한다.

 

아프지 않았냐는 물음에 희진은 별로 아프지 않았다고 대답해 모두가 감탄해 마지않았다. 과연 그녀의 출산 과정은 술이 식기도 전에 적장의 목을 베는, 흡사 관우의 모습과도 같았다. 늘 선봉으로 나섰던 희진의 강인한 면모가 여지없이 드러났다고도 하겠다. 이에 축하 사절들은 안 아파도 아픈 시늉을 하고, 가만히 누워서 몸을 잘 보신해야 한다는 당부를 전했다.


용건이 끝나고도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던 축하 사절들은 산모의 식사가 들어왔을 때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면회에는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겠냐는 물음에, 희진은 굳이 안 와도 좋을 것 같다는 답을 주었다고 한다.

 

 

2017.03.07. 두 번째 출산일

 

첫 순산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두 번째 출산 소식이 날아들었다. 37, 젠더폭력 근절 정책토론회 후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던 120분경, 역시나 여성폭력을 근절하자는 구호를 한창 외치고 있던 시간이었다. 활동가들은 저마다 축하 인사와 함께 “38둥이들이다!”, “역시 베이비샤워가 효과적이었다란 메시지를 전했다. 혜경은 이에 나는 똥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기가 나왔다는 위트 있는 멘트로 응했다.

 

 

복중의 태아를 호출하는 마법의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남다른 산모의 남다른 출산 소감

 



2017.03.08. 혜경에게 배달의 장미를!

 

역시나 독박골 주민들은 출산 다음 날에 산모가 있는 병원을 찾았다. 이번 축하 사절들은 앞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혜경이 먹고 싶다는 티라미수 케이크를 사서 방문하였다. 비록 케이크를 방바닥에 흘리고, 종일 야외 캠페인을 해서 발 냄새가 나는 등 여러모로 불결한 방문객들이기는 했으나밝은 얼굴의 혜경은 모두를 따뜻하게 맞아 주어 더욱 진한 감동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혜경과 그녀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조금 불결한 방문객들


아무튼 3.8 세계여성의날이었던 당일의 의미를 더한 축하에 화답하며, 혜경은 파란만장했던 출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혜경은 전날 새벽부터 진통을 시작했는데, 얼마나 아프던지 비명을 멈출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남편의 팔을 꺾고, 택시 기사를 패닉에 빠뜨리며 병원에 도착했는데 그뿐이 아니었단다. 너무 고통이 커서 매 순간 위기를 느꼈던 혜경은 비상벨을 난타했고, 간호사가 이러시면 안된다며 그녀를 만류하기도 했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아기를 낳았다는 혜경은 이제 내 인생에서 더 이상의 고통을 참을 수는 없다”, “남은 인내심을 모두 다 쓴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자연 분만을 하기 위해 부러 제왕절개율이 낮은 병원을 찾았던 혜경은, 먼저 의사를 붙들고 당장 제왕절개를 해달라”, “무통 주사를 놔달라고 하기도 했다고 한다. 25년 전 출산을 경험한 바 있는 E는 이에 크게 웃으며, “보통 산모들이 아이 생각하느라고 아파도 진통제도 안 맞겠다고 하는데 정말 남다르다는 말을 보탰다.

 

 

4월 현재 두 활동가는 육아에 바쁜 나날을 보내며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를 전해왔다용감하게 첫발을 뗀 혜경과 희진이 앞으로도 건강히 잘 해내길 바라며자매애를 담아 응원을 보낸다이상 두 여성을 지지하는 마음만큼은 진정성 넘치는 독박골 내 출산기를 마친다.

 


  1. 이제야 설명을 하자면, 독박골은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이 위치한 마을로,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을 이르는 말이다. 서울지명사전에 따르면 독바윗굴, 독박굴, 독바윗골이라고도 하나 사무실 인근 버스정류장의 표기를 따라 통상 독박골이라 칭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 여성인권회관을 완공하여 장충동에서 현 위치로 사무실을 이전하였다. 모 활동가는 이사 후, 단체의 비운(?)을 암시하는 듯한 본 지명을 듣고 탄식을 금치 못했다고 전해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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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겟 잇 페미니스트 4탄

빛나는 자매애, 활동가 구출사건 주요 일지

: 조금 불안하지만 멋진 친구들

 

한국여성의전화


 

2016년 6월 28일, 한국여성의전화의 뜨거운 자매애를 실감할 수 있었던 사건이 일어났다. 당사자도, 지켜보던 이들도 모두 얼굴에 함박웃음을 가득 머금게 한 미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활동가 구출사건 주요 일지

 

6월 27일 사건 발생 전 

활동가 M(이하 M)이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점심 무렵부터 표함.

 

6월 28일 오전 9시경

M이 출근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몸살에 걸림. M의 휴대폰이 오래 전부터 병들어 있어 연락도 불가능 한 상태. 모든 활동가가 걱정에 휩싸임.


정오 무렵

운전면허를 소유했고, M의 집을 알고 있는 활동가 S(이하 S)와 그냥 걱정이 많이 되었던 활동가 K(이하 K)가 M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출발함.


오후 1시 30분경

은평구 불광동에서 홍대입구역 인근 M의 집까지(약 9.3km) 한 시간을 걸려 도착함. 어디를 드라이브 했는지는 아직까지 미궁으로 남아있음. 자고 있던 M은 S가 몇 번을 틀려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번호 키를 누르는 소리에 잠에서 깸. M, 침대에서 기어 나와 옷을 반만 입은 채로 문을 열어줌.

 

오후 1시 35분경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픈 M을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S와 K가 옷을 고름. 맨정신으로도 입기 힘든 예쁜 청반바지를 추천함. M이 옷걸이에 버젓이 걸려 있는 편한 회색 치마를 줄 것을 요구함. 그러나 S와 K, 상냥하게도 청반바지를 입혀주겠다고 함. M의 간절히 호소하여 다행히 회색 치마를 입기로 결정함.


오후 1시 40분경

S와 K, 5성급 병원에 가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인터넷에 검색함. 산업은행이 위치한 4분 거리의 건물에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병원이 있음을 확인하고 출발함.


오후 1시 41분경

이동하는 사이, 춥고 아픈 M을 위해 에어컨을 껐다가 너무 더웠던 S와 K가 에어컨을 다시 켬. 후에 K는 이 순간을 회상하며 병든 자를 위해 다음에는 꼭 카디건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음.


오후 1시 50분경

S가 국민은행이 예전에 산업은행이었음을 주장하며 병원의 흔적조차 없는 건물로 모두를 이끌고 들어감. 곧 다시 나옴.

 

오후 1시 58분경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 메신저에 M을 구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짐.


 

오후 2시 20분경 

몸살 진료에는 동네 내과로도 충분했을 법 한데, 5성급 병원에 집착한 S와 K 덕분에 5성급 준종합병원에 도착하여 접수하는 데 20분 소요함. 앉아있기조차 힘겨웠던 M은 에어컨 추위에 벌벌 떨며 대기함. S가 신속하게 양지로 M을 옮김. K는 대기실 앞에서 오매불망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리며 스스로의 합리적 역할분담에 자부심을 느낌.


오후 2시 25분경 

사이좋게 셋이 우르르 진료실에 들어감. 자매도 친구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기묘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낯선 광경에 당황한 의사는 셋이 어떤 관계인지 질문함. S와 K는 서로 같이 일하는 사이이며 몸이 아파 출근을 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어 점심시간 무렵 차를 타고 집에 찾아와 M을 구출해서 병원에 데리고 온 상태라고 상세히 대답함. 의사가 대체 어떤 직장이기에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되물음. S가 침착한 표정으로 왜 그런 것까지 대답해야 하냐고 강력히 받아침. 의사 “?”

 

오후 2시 35분경 

자매애에 감명을 받은 의사는 K에게 ‘그렇다면 두 분이 보호자시냐’고 물었고, K는 그렇다고 대답하였음. 이에 의사가 보호자인 이들에게 계산을 요구했으나, M을 구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급했던 나머지 아무도 사무실에서 카드를 들고 오지 않아 병든 M의 카드로 병원비를 계산함.

 

오후 2시 45분경

M이 재빨리 귀가할 수 있도록 K가 약을 사오는 동안 S가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 역할분담을 시도함.


오후 2시 46분경

S, 주차타워 고장으로 1시간 후에나 차를 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음. 어서 약을 먹이고자 병든 M을 이끌고 죽 판매점에 가서 M의 카드로 죽을 계산함. 약값도 M의 카드로 계산함.

 

오후 2시 50분경

주차타워를 고치는 동안 택시를 잡아 M을 집에 보내고 S와 K만 대기하는 것으로 또 역할분담을 시도함. 이 와중에 S, 목이 마르니 음료수를 사먹을 수 있도록 M에게 카드를 달라고 함. M의 통장에 돈이 없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한 장의 신용카드뿐이었음. 음료수와 택시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던 중 주차타워가 고쳐짐. 


오후 3시경

어차피 음료수를 먹을 수 없으니 택시를 탈 바에야 차를 빨리 끌고 와 다같이 M의 집으로 가기로 함. 또다시 벌어진 역할분담 시도로 S는 홀연히 떠나고 병든 M과 K가 인근 상가 계단에서 S를 무작정 기다림.


사무실에 있던 활동가 J, S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음. 고개를 끄덕이고, 한숨을 쉬는 등 심각하게 전화를 받음. 사무실이 불안에 휩싸임. M의 상태는 어쩠냐는 모두의 질문에 J, “그건 묻지 못했어.” 활동가들 “?”


사무실에 있지 않아 상황이 궁금했던 대표 N. 사무실에 전화해 M의 상태를 물음. 전화를 받은 활동가는 병원에는 간 모양이라고 전함. 대표 N은 평소 M의 의복 두께(?)를 언급하며, 죽이라도 쒀 먹이고 싶다는 안타까움을 전함. 활동가들 모두 잘 먹고 잘 자야한다는 당부를 남기고 전화를 끊음.


오후 3시 15분경

드디어 S가 혼잡하기 그지없는 홍대입구 대로변 한복판에 차를 세움. 병든 M과 K 신속하게 차에 오름.

*병원과 M의 집은 4분 거리.

 

오후 3시 50분경

S, 병든 M에게 약을 먹으려면 죽을 먹어야만 한다고 강조함. M이 기운이 없어 먹지 못하겠다고 하자, 그럼 약만 먹으라고 말을 바꿈. M이 깜짝 놀라 죽 한 숟가락을 뜨고 약을 먹음. 신속하고 효율적인 역할분담으로 성사된 병원내방에 지친 M을 침대에 눕히고 S와 K, M의 집을 나섬. 

  

오후 5시경

S와 K, 또다시 9.3km를 약 1시간을 달려 사무실로 무사 귀가.

 





이상,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주고, 여러 가지 의미의 함박웃음을 짓게 했던 활동가 구출사건 5시간 남짓의 경과이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구출 당사자였던 M의 심정을 전하며 사건일지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M : “매우 감동적인 하루였다. 자매애를 느꼈고, 내가 여성의전화를 다니는 한 혼자 죽지는 않겠구나 생각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당분간 이 상황을 생각하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그냥 죽과 약을 사다 주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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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겟 잇 페미니스트! 3편

2016 독박골 인구총조사


정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일찍이 독박골에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살았다. 타지와는 좀 다른 이곳만의 라이프 스타일. 이번에는 인구총조사로 알아본다. 본 조사는 전체조사 및 직접조사로 이루어졌으며, 독박골 상주 인구 전원인 17명이 응답하였다. 이하는 그 결과로, 비교 분석을 위해 인접국인 대한민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및 기타 통계자료를 활용하였다.



[가구 구성 부문]




[생활 부문]





이와 별개로, 현실과 무관하게 상상 속의 자신의 취미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23.5%(4명)가 ‘운동’이라 답했으며, 약 29%(5명)가 ‘여행’, 12%(2명)이 ‘영화 혹은 공연 감상’, 기타 의견으로는 ‘악기’, ‘레이싱카트 타기’ 등이 있었다. 월 1회 이상 만나는 친구가 몇 명인지에 대해 묻는 물음에 다수는 ‘0명’, 그 외 ‘2명’에서부터 ‘33명’에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었다. 



[그 외 비범한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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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잇 페미니스트! 2탄

보도사진 열전


글. 정|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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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잇 페미니스트 1탄


겟 잇 뷰티 아니죠, 겟 잇 페미니스트!




글_선혜 한국여성의전화 희망참여팀

사진_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먼저, ‘페미니스트가 무엇인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겠죠. 한동안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랭크된 이 단어의 연관검색어로 페미니스트 뜻이 올라 있었던 걸 보면 궁금해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의미니까요. 국립국어원에서는 놀랍게도 여자에게 친절한 남성을 비유하는 말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했는데요, 적어도 여기서는 절대 그들을 지칭하는 말은 아님을 밝힙니다. 다양하고, 세련된 정의들을 내릴 수 있겠지만, 명료하게 여성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하도록 하죠.

 

 ‘패션은 통상적으로 옷 입기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패션아름다움과 연결시키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그리 대단한 배경 지식이 없어도, ‘아름다움이 여성의 몸을 단속하기 위해 어떤 정치적 공작을 펼쳐왔는지는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지금도 맹렬히 그 공세를 펼치고 있죠.

 여성이 어떻게보여야 한다는, 이미 형성된 사회의 암묵적인 (강요에 가까운)합의로부터 언론은 뚱뚱한 몸 보다 마른 몸이 우월함을 성찰 없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후덕해진 것 같은여성 연예인에 대해서는 그렇게 보이는 이미지와 함께 비판과 조롱이 이어지고, ‘정상 체중에서 저칼로리 음식’, ‘고강도 운동을 통해 저체중이 된 여성 연예인에 대해서는 자기 관리의 완성체로 극찬하는 텍스트들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요?

 이렇게 여성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몸을 맞추도록 삭제(체중 감량)’되거나, ‘변형(성형)‘되거나, ‘은폐(화장과 옷입기)’될 것을 강요당하죠, 그리고 이러한 맥락 속에서 패션은 뱃살 감쪽 같이 가려주는...”, “5kg은 덜 나가가게 보이려면...”, “군살을 정리해 주는...”, “다리가 길어 보이는...” 등의 구체적인 충고(!)들로 여성들을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아름답게 보이려면 이렇게 해라는 강요가 되어버린 것이죠. 그렇게 패션은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 아닌, ‘사회에 통용되는 아름다움을 획득하기 위해 나를 구속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의 패션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전 모든 페미니스트들은 패셔니스트라 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옷을 잘 입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 패셔니스트페미니스트가 비슷하게 읽혀서는 아닙니다. (그래도 혹시 비슷한 뜻인 줄 알았다는 사람이 있다면 착오를 굳이 바로 잡고 싶지는 않습니다.)

불행히도 페미니스트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단어였습니다. 페미니스트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사회의 시선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다는 것에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해왔습니다. 편협하고 드센 여성의 표본으로 읽혔던 페미니즘에 어느 날,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선언이 SNS를 빼곡히 수놓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엄청난 생명력으로 번식하는 여성 혐오세력에 반기를 드는 그 선언은 참으로 섹시하기까지 하더군요.

어쩌면, 이 쿨하고 핫한 페미니스트들의 좀 다른 옷입기에도 관심을 가지는 누군가가 분명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핫한 셀럽에 대한 관심처럼 말이죠!) 물론,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옷 입기에 대단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페미니스트들은 적어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남들의 시각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두는 옷 입기를 지양하는 센스 정도는 가지고 있기에, 이로써도 충분히 패셔니스트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고, 페미니스트들의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참고로. 이 글이 다양하고 폭넓은 페미니스트들의 패션에 대한 소고가 되지는 못할 것임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필자의 좁고도 얕은 인간관계의 한계로, 어쩔 수 없이 본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패션으로 한정될 수에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함과 동시에, 어떤 셀럽보다도 멋진 나의 페미니스를 소개할 수 있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첫 번째.

옷차림이 “너무 야해”서 성폭력 피해를 입는다고? “웃기십니다!”


 성폭력 예방의 지침에 오랫동안 등장해 온 ‘지나치게 야하거나, 개방적으로 보이는 옷차림’을 하지 말라는 말 속에는, 그러한 옷차림(혹은 그러한 옷차림으로 규정되는 여성의 이미지)이 성폭력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죠. 사회의 통념을 그대로 반영하는 이 텍스트가 독자들께도 낯선 말은 아닐 것입니다. 여성 폭력은 여성(의 옷차림)과는 어떤 상관도 없다는 근거를 아무리 늘어놓아도, 우리 사회의 통념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통념은 놀라울 정도로 너무 강력하게 작동하여 ‘성폭력 피해자’를 어느 순간 ‘무고죄 가해자’로 뒤바꾸는 만행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내가 아는 어떤 여성보다도, 정열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며, 자유롭고, 솔직하며 선한 그녀는 나에게 ‘에스메랄다’를 떠올리게 합니다. <노트르담드파리>의 아름다운 보헤미안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는 남성에 의해 ‘욕정을 불러 일으키는 여성’으로 대상화됩니다. 춤추는 그녀의 치맛자락이 자신을 유혹했다며 그녀를 죄인 취급하더니, 그녀에 대한 욕망으로 자신들이 그동안 이룬 <대~단하신 업적>을 망쳐버릴까, 그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마녀’로 단죄하기까지 합니다. 세상의 권력이 ‘그런’ 이방인 여성을 제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15세기에서 끝났으면 하는 이 진상들의 활약상은 슬프게도 지금 한국 사회에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런 놈들이 제일 짜증나!”라며 ‘성폭력에 대한 모든 통념’에 분노하고, 그들의 논리가 먹혀드는 세상과 당당히 맞서 통쾌한 펀치를 날리는, 레벨업 되어 재탄생한 21세기의 에스메랄다 그녀가 바로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이라는 것이죠.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

보색 대비 화려한 프린트의 미니원피스는 그녀의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함께 매치한 심플한 에스닉 샌들과 목걸이 정도로 최소화한 액세서리는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췄다. 그을린 피부에 어울리는 레드오렌지 헤어는 끈적이지 않는 헤어로션을 이용, 자연스럽게 연출하여 감각 있는 에스닉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녀의 잇템

레드컬러의 트위스트 펌 롱헤어

화려한 프린트의 핏한 미니원피스

호피지브라그리고 시스루







두 번째.

“여자”처럼 입는 게 뭔데?


 인류에게 걸린 ‘분홍색’과 ‘하늘색’의 저주(!)를 풀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시작되는 이 저주는 인간의 성장과 함께 하며, 분홍색은 주로 스커트, 레이스, 긴 머리, 하이힐로, 하늘색은 바지, 맨투맨 티, 짧은 머리, 운동화 등으로 진화합니다. 패션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젠더리스’ 바람이 불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여자’처럼, 남성은 ‘남자’처럼 보이는 촌스러운 옷 입기는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상상 이상으로, 타고난 성과 배치되는 ‘젠더 옷 입기’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매일 같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자신의 성(sex)을 재확인하는 불필요한 작업을 강요받는 것은 애교 수준입니다. 확실한(!) 대답을 원하는 자들에 의해 신체의 특정 부위가 원치 않는 눈길의 대상이 되거나, 심지어 만짐을 당하는 엄청난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의 끝은, “왜 그렇게 입고 다니냐는” 끈질긴 추궁과 함께 “여자애가... 여자처럼 좀 하고 다녀라”는 궁극의 문장으로 마무리 됩니다.


그녀의 옷입기는 그녀를 그녀처럼 보이게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녀를 그녀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은 누구의 시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꼭 그녀가 그녀처럼 보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그녀처럼 보이는 것이, 그처럼 보이는 것이 무슨 대단한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그녀가 그이며, 그가 그녀이면 안 되는 이유도 모호해집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남자 활동가가 있어요?”

오늘도 ‘그녀다움’을 위한 지리한 투쟁(!)을 이어나가는 그녀에게 심심한 응원을 보냅니다!



정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활동가

블랙 피케이티셔츠에 브라운 컬러의 핀 체크 재킷이 클래식하다. 하의는 스키니한 블랙 5부 팬츠로 단조로움을 피했다. 삼각형 피어스와 슈즈 역시 블랙으로 선택했다. 무광 블랙 워커 위로 살짝 나온 그레이 보카시 앵클삭스가 센스 있다.

뻣뻣하고 뜨기 쉬운 헤어는 하드 왁스로 단정하게 정리하여 연출하였다.



그녀의 잇템

픽시컷 숏헤어

이너컨츠 피어싱

캐주얼+댄디 스타일

격식 있는 공식 행사를 위한 ‘남자’ 프레피룩







부록.

무슨 설명이 필요 하겠는가?


“우리 단체복은 소재가 좋다”며, 매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제작하는 영화제 및 캠페인 의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녀! 그녀는 패션을 통해 자신이 활동하는 단체에 대한 사랑과 여성인권운동 활동가의 정체성을 언제, 어디든 사람들에게 각인시킨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검정색 영문 단체명이 프린트 된 화이트 라운드 티셔츠와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 베이지색 조끼로 깔끔하고 캐쥬얼한 이미지를 연출하였다. 포인트가 된 핑크색 뱃지 역시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 기념품이다. 검정 사각뿔테안경과 왁스로 넘긴 깔끔한 헤어로 지적인 느낌을 더했다.  

만 3년 상근 기념으로 활동가에게 증정한 14K 한여전 로고 팬던트 목걸이와 10여년 전 제작한, 역시 한여전 로고가 새겨진 비즈 귀걸이를 매치하여, 깨알 같은 단체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그녀의 잇템

단체 로고를 활용하여 제작한 액세서리

캠페인 등을 위해 매년 제작하는 단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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