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와 은영, 신입활동가 출근기

 


성미라(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 오은영(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첫 출근길의 기분은?


오은영(이하 영)출근길 거리가 꽤 멀어 일찍 출발했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굉장히 여유롭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카페에서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면서 기다렸는데, 기분이 묘했어요. 이전까지는 회원으로서 가던 곳을, 활동가로 가기 시작한다는 것이 설레기도 하면서 부담감 또한 커서 그런지 복잡 미묘했던 것 같아요. 차를 다 마시고 길을 걸어가면서 지금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성미라(이하 라)겨울 끝자락 쌀쌀함과 매서움 속의 첫 출근길에 이런저런 여러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요. 출근 시간이 930분이어서 참 좋다는 마음, 사무실이 집과 가까워서 다행이라는 마음, 앞으로 어떤 업무를 하게 될까 궁금한 마음,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될 상담소의 신입활동가 선생님은 누구일까 하는 설렘, 사무실 분위기는 어떨까라는 호기심 등등이 떠오르네요.

 

한 달간 근무하면서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면?


막상 어떤 순간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렵네요. 순간순간이 재미있고, 어렵기도 했던 것 같은데. 어려웠던 건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쩌지, 으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일을 너무 못해서 조바심이 엄청 났어요. 뭐랄까 잘해내야 해!’는 마음이 너무 강했던 것 같아요. 한 달이 지난 지금은 그래, 지금은 모를 수 있어, 지금은 알아가는 시기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또 기억나는 일화! 박근혜 씨 탄핵 날이! 그 날 다 같이 모여 방송을 보고 이후에 저희 두 사람 신입 환영회도 했었어요. 다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의미 있고 재미있는 날이었어요.

 

맞아요~ 저도 그날 정말 신나게 축하하고 함께 즐겼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그날의 저의 메일링리스트 사건도 떠올라요. 부끄러워서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는데요. (웃음) 기본적으로 저는 옛날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그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미개인으로 불릴 정도로 디지털 세계와는 담을 쌓고 살아오다보니 컴퓨터, 핸드폰을 비롯한 기계와 SNS 등에 대해 아주 무지하죠. 그래서 컴퓨터 업무 속도는 너무 느리고, 세상의 흐름을 잘 따라가지도 못하죠. 조금씩 배워가고 있긴 한데 아직도 이 부분은 다른 동료 활동가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아요.

 

한국여성의전화에 지원하게 된 계기


대학 내 여성운동에 참여하다 2000년에 여성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여성학 공부와 함께 실천 활동을 고민하다 그 당시 <서울여성의전화>를 통해 가정폭력상담원 교육을 받은 후 회원활동을 몇 년 했어요. 이후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인권활동과 공부, 직업군을 전전하다앞으로 남은 제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 고민 속에서 본격적으로 사회적 소수자들(특히 여성, 성적 소수자)을 위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고, 그래서 이곳에 지원하게 되었답니다.

 

저는 무엇보다 이곳에 오면 편안하다,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단순히 공간의 느낌이라기보다 한국여성의전화 회원들과의 만남 속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작년에 여성상담전문교육(가정폭력상담원교육)을 들으면서 만난 분들이 너무 좋았어요. 지금도 소모임을 하면서 계속 만남을 유지하고 있고요. 다른 곳에서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근데 이곳에서는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고 그 속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 이곳에선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고 느꼈어요. 그런 편안함, 안전함과 더불어 내 상황을 헤쳐 나가고 싶다, 행동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동료 활동가를 보면서 느낀 점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활동가들이 제가 소속된 상담소 활동가들인데, 보면 볼수록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럽다는 느낌은 당연하고요.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지,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럽고, 더 많은 공부, 더 많은 고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이런 다짐은 모든 활동가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기도 해요.

 

맞아요. 오리엔테이션 기간 가장 많이 들었던 감정과 생각은 팀별로 정말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람과 감탄이었지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함께 외부행사를 치러내면서 든 생각 또한 이곳 활동가 선생님들은 모두가 일당백의 일을 해내시는구나!’라는 것이었어요. 힘들 것 같은 일들도 모두 좋은 팀워크를 만들어가면서 뚝딱뚝딱 멋지게 수행하는 모습에서 여성의전화 30여 년의 내공도 느낄 수 있었지요. 하지만 항상 많은 업무와 활동들에 때로는 압박감과 긴장감을 경험하기도 할 테고, 심신이 지칠 때도 많을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해요. 저 또한 일이나 활동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어 가는 게 가장 중요한 화두인데, 이런 고민을 동료 활동가분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이런 활동가가 되고 싶다.


교육조직국 활동가이다 보니 아무래도 회원분들과 편하게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는 그런 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여성운동에 대한 대의나 신념, 사명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우선은 회원 한 분 한 분, 제가 지금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 20대 여성인권활동가 아카데미 교육생분들과 편하게 소통하고, 서로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활동가가 될 수 있기를 바라요.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저도 힘을 많이 길러야겠죠. 작년 상담원 숙박교육 때 힘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저에게 힘을 주신 분들께 지금도 너무나 감사한데 그 마음이 다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 한마디를 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즘 목표는 최소한, 더 힘들게만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희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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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겟 잇 페미니스트 5탄

우당탕탕 독박골 출산기



정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일찍이 희한한 여성들이 모여 살았던 그 곳, 독박골[각주:1]의 라이프스타일을 전해드리는 겟 잇 페미니스트2017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이번 호에는 한동안 다시 없을지도 모를, 독박골 내 출산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2016년 독박골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독박골의 합계 출생률은 단 0.35명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2015년 합계 출생률은 1.24명으로, ‘초저출산 국가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97년에 시민사회단체로는 처음으로 산전산후 휴가제를 도입한 바 있는데, 그 사용 빈도 또한 매우 드물었다. 이 제도의 최초의 수혜자가 출산한 아이가 벌써 20대 중반이 되었고, 2008년을 마지막으로 본 제도를 활용한 이가 없었다. 이쯤 되면 독박골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멸종(?)의 길로 접어드는가 싶었지만, 근 십여 년 만에 희대의 사건이 일어났다. 2016년 여름, 무려 두 명의 활동가, 희진과 혜경이 후대를 잉태했고 20173월에 무사히 출산한 것이다.


첫 잉태 소식이 전해졌던 순간부터, 임신 중인 이들의 모성 보호를 위한 갖가지 소동, 그리고 출산까지. 지면의 한계로 그 웃픈순간들을 모두 전해드릴 수 없어 아쉽지만, 고생 끝에 무사히 순산했던 그 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지금부터 이 낯설지만 기쁜 사건을 보고하고자 한다.



2017.02.10. 베이비샤워


베이비샤워 이렇게 해보려고 했으나... (출처 : 섹스앤더시티)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의 출산예정일이 한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들의 산전산후 휴가 돌입 또한 다가왔기에 독박골 사람들은 함께 베이비샤워를 하기로 했다. 210일 간단히 점심을 먹기로 하고, 인근 식당에 모인 그들. 식사가 끝나고 나니 찾아온 머쓱한 순간. 왠지 두 사람을 떠나 보내기엔 섭섭했던 이들은 돌연 구호를 외쳤다.



“다 함께 구호 외쳐보겠습니다. 최희진은 순산하라!”

“순산하라! 순산하라! 순산하라!”


“김혜경은 순산하라!” “순산하라! 순산하라! 순산하라!”

“순산하고 원샷해라!” “원샷해라! 원샷해라! 원샷해라!”



두 활동가의 건강을 염려한 이들의 외침은 식당을 쩌렁쩌렁 울렸다. 평소 음주가무를 즐기던 이들이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았다. 특히 예전부터 집회를 좋아했던 임신부, 희진은 수줍게 웃으며 응원 감사하다는 답사를 했다. 그리고 이날의 구호는 영험한 것이었음이 밝혀지는데


 

두 사람이 잘 낳고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송별 짤 ⓒ나눔 활동가



2017.03.04. 첫 번째 출산일


이날은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하여, ‘2017 페미니스트 광장이 열린 날이었다. 두 임신부는 이미 휴가에 돌입해 갖가지 출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신각에서의 행사를 마친 후, 헌법재판소를 들러 광화문까지 행진 대열이 도착했을 즈음. 310분이 조금 지난 시각, 메신저에 희진의 순산 소식이 전해졌다. 예정일보다 한 달이나 이른 출산이었지만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는 것이었다.

 

출산 경험 여부에 따라 사뭇 다른 축하법


길거리에서 행사를 치르느라 정신없던 독박골 주민들 모두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행사 내내 외쳤던 구호가 복중의 태아를 불러낸 게 아니겠냐는 추측과 함께, 세계여성의날 행사 중에 아기가 태어나다니 큰 페미니스트가 되겠다며 모두 기뻐했다.



2017.03.05. 희진과 출산 축하 사절단


순산 소식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독박골 주민들은 이튿날 희진의 병원으로 달려갔다. 경기도 모처까지 달려간 이들은 주저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샀다. 특히 R나라면 아이 낳느라 열 냈으니 반드시 시원한 게 먹고 싶을 것이라 주장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희진은 찬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마음만 받겠다는 인사를 전했다. 결국 가져간 커피를 자기들끼리 나눠마시게 된 축하 사절들은, 돌아오는 동안 우리가 모자랐다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고 전해진다.

 

 그 안에 담긴 축하의 마음만은 진심이었을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축하 사절들


아무튼 희진은 이들의 축하에 화답하며, 출산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희진은 아이를 한 달 일찍 낳았을 뿐 아니라, 진통이 시작되고도 매우 빨리 낳았다고 한다. 출산 전날, 캠핑을 즐기던 중 징조를 느껴 서둘러 돌아왔고, 당일 오전에 병원으로 서둘러 향했다고 했다. 병원에서도 담당의가 오기도 전부터 아기가 나올 뻔하여, 흡사 아기를 길바닥에서 낳을 뻔한 경우라고 평했다고 한다.

 

아프지 않았냐는 물음에 희진은 별로 아프지 않았다고 대답해 모두가 감탄해 마지않았다. 과연 그녀의 출산 과정은 술이 식기도 전에 적장의 목을 베는, 흡사 관우의 모습과도 같았다. 늘 선봉으로 나섰던 희진의 강인한 면모가 여지없이 드러났다고도 하겠다. 이에 축하 사절들은 안 아파도 아픈 시늉을 하고, 가만히 누워서 몸을 잘 보신해야 한다는 당부를 전했다.


용건이 끝나고도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던 축하 사절들은 산모의 식사가 들어왔을 때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면회에는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겠냐는 물음에, 희진은 굳이 안 와도 좋을 것 같다는 답을 주었다고 한다.

 

 

2017.03.07. 두 번째 출산일

 

첫 순산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두 번째 출산 소식이 날아들었다. 37, 젠더폭력 근절 정책토론회 후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던 120분경, 역시나 여성폭력을 근절하자는 구호를 한창 외치고 있던 시간이었다. 활동가들은 저마다 축하 인사와 함께 “38둥이들이다!”, “역시 베이비샤워가 효과적이었다란 메시지를 전했다. 혜경은 이에 나는 똥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기가 나왔다는 위트 있는 멘트로 응했다.

 

 

복중의 태아를 호출하는 마법의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남다른 산모의 남다른 출산 소감

 



2017.03.08. 혜경에게 배달의 장미를!

 

역시나 독박골 주민들은 출산 다음 날에 산모가 있는 병원을 찾았다. 이번 축하 사절들은 앞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혜경이 먹고 싶다는 티라미수 케이크를 사서 방문하였다. 비록 케이크를 방바닥에 흘리고, 종일 야외 캠페인을 해서 발 냄새가 나는 등 여러모로 불결한 방문객들이기는 했으나밝은 얼굴의 혜경은 모두를 따뜻하게 맞아 주어 더욱 진한 감동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혜경과 그녀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조금 불결한 방문객들


아무튼 3.8 세계여성의날이었던 당일의 의미를 더한 축하에 화답하며, 혜경은 파란만장했던 출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혜경은 전날 새벽부터 진통을 시작했는데, 얼마나 아프던지 비명을 멈출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남편의 팔을 꺾고, 택시 기사를 패닉에 빠뜨리며 병원에 도착했는데 그뿐이 아니었단다. 너무 고통이 커서 매 순간 위기를 느꼈던 혜경은 비상벨을 난타했고, 간호사가 이러시면 안된다며 그녀를 만류하기도 했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아기를 낳았다는 혜경은 이제 내 인생에서 더 이상의 고통을 참을 수는 없다”, “남은 인내심을 모두 다 쓴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자연 분만을 하기 위해 부러 제왕절개율이 낮은 병원을 찾았던 혜경은, 먼저 의사를 붙들고 당장 제왕절개를 해달라”, “무통 주사를 놔달라고 하기도 했다고 한다. 25년 전 출산을 경험한 바 있는 E는 이에 크게 웃으며, “보통 산모들이 아이 생각하느라고 아파도 진통제도 안 맞겠다고 하는데 정말 남다르다는 말을 보탰다.

 

 

4월 현재 두 활동가는 육아에 바쁜 나날을 보내며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를 전해왔다용감하게 첫발을 뗀 혜경과 희진이 앞으로도 건강히 잘 해내길 바라며자매애를 담아 응원을 보낸다이상 두 여성을 지지하는 마음만큼은 진정성 넘치는 독박골 내 출산기를 마친다.

 


  1. 이제야 설명을 하자면, 독박골은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이 위치한 마을로,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을 이르는 말이다. 서울지명사전에 따르면 독바윗굴, 독박굴, 독바윗골이라고도 하나 사무실 인근 버스정류장의 표기를 따라 통상 독박골이라 칭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 여성인권회관을 완공하여 장충동에서 현 위치로 사무실을 이전하였다. 모 활동가는 이사 후, 단체의 비운(?)을 암시하는 듯한 본 지명을 듣고 탄식을 금치 못했다고 전해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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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의 봄


손명희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





 겨울은 손 흔들어 보낼 겨를도 없이 훌쩍 가버리고, 봄은 벌써 온 천지에 자리를 펴고 있다. 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려 온 몸으로 봄을 맞아들이고, 가지 끝마다 작은 망울을 맺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폭력으로 위기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인생의 봄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하는 ‘쉼터’를 서른 해 전에 개소하였다.


 지난 3월 14일에는 쉼터를 거쳐간 이들의 수기집인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출판기념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다. 이들이 여성의전화와 처음 만났을 때엔 머리카락이 함부로 잘려져 있었고, 얼굴과 온 몸이 피멍으로 얼룩져 있기도 하였으며, 코브라 수도꼭지에 맞은 상처자리가 뱀이 묶였던 자국처럼 되어있기도 했다. 사냥총 개머리판으로 맞아 앉아 있을 수도, 누워있을 수도 없어서 엎드린 채로 상담을 받고 밥을 먹어야 했던 생존자도 있었다.

 

 전화 상담 중, 상황이 너무나 긴급해 즉시 입소를 권했던 30대 피해자가 있었다. 몇 시간 후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60대 여성이 상담실에 들어섰다.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으니, 입소를 권해서 찾아왔단다. 이름을 듣고서야 그녀가 바로 전화 상담을 했던 이임을 알았다. 그녀는 옷차림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며, 자신은 늘 시어머니가 주는 옷을 입어야 했단다. 자기 나이에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가는 남편의 폭력의 구실이 되어 매일 시달려야만 했다고 했다. 그녀는 쉼터에 있는 내내 각선미가 드러나는 청바지만 입었다.


 그러나 그들이 쉼터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상담을 통해 임파워링되어 퇴소할 때의 모습은, 생존자를 넘어선 진정한 거인, 슈퍼우먼처럼 당당했다. 쉼터에서 함께 한 자매들과 상담자의 지지 안에서 얻은,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깨달음. 그리고 새롭게 발견한 그들 속에 숨어있는 힘. 모두 그들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용기가 되었다.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서 글쓴이들 모두, ‘쉼터’에서 자신을 곧추 세우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성장했던 시간을 따뜻하게 추억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여성운동이 이론을 넘어서 공감과 치유를 통한 페미니즘의 완성을 지향할 수 있는 바탕은 ‘쉼터’였다. 여성주의 상담은 내담자들의 문제를 경청함을 넘어,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구조하고 지원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왔다. 그리고 이 과정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인권운동의 역사가 되었다.


 폭력으로부터 용기 있게 탈출했거나 구조된 이들의 “곁에” 함께 한 한국여성의전화 쉼터 30년. 준비 없이 소낙비를 만난 길동무와 우산을 함께 쓰면 두 사람 모두 어깨가 비에 젖게 되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함께”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그처럼 쉼터는 생존자와 함께 걷는 ‘곁에 지기’였다.


 이제 쉼터 30주년 앞에서 우리는 소낙비를 피해 숨을 고르고 새 날을 준비한다. 그래서 저 앞에 무지개가 펼쳐진 길을 함께 갈 수 있길 소망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것과 같이, 앞으로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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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나와 한국여성의전화가 만나는 10가지 방법

나눔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



한국여성의전화가 지금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활동하고 싶다면?

한국여성의전화에 회원인 나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다면?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창구를 통해 한국여성의전화와 좀 더 가까이 만나보자.






SNS

SNS을 이용한다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는 생생한 본회의 여성인권활동 현장을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볼 수 있다. 또한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창구가 언제 어디서 진행되는지 알려주는 길잡이 지도의 역할을 한다.  


난이도 : ★☆☆☆☆ 본회 회원이 아니어도 SNS를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희귀도 : ☆☆☆☆☆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참여 방법 :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트위터 및 인스타그램은 팔로우를 누르면 완료! 


활용 Tip! : 좋아요와 하트, 리트윗을 할수록 더욱 자주 나타난다.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알람 설정을 해둘 수 있다. 




뉴스레터


한 달에 한 번, <뉴스레터> 수신 동의를 한 자의 이메일에서 나타난다. 본회 활동 소식 및 주요 핵심 활동을 알차게 담아서 매달 <뉴스레터>만 읽는다면 한국여성의전화의 활동 및 회원 소식에 정통할 수 있다.  


난이도 : ★★☆☆☆  구독을 신청한 누구나 받아 볼 수 있다. 

희귀도 : ★☆☆☆☆  한 달에 한 번씩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참여 방법 : 회원가입시, 뉴스레터 수신을 선택하면 받을 수 있다. 비회원 혹은 신청하지 않았을 경우, 본회 홈페이지 >> 소식 >> 뉴스레터 코너에 들어가면 신청할 수 있다. 


활용 Tip! : <뉴스레터>를 받는다면 반드시 열어 볼 것! 매월 성장하는 뉴스레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밴드


 다른 회원들과 직접 만나고 싶다면 <밴드>에 주목하자. 한국여성의전화 회원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본회 활동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의 소식을 나눌 수 있다. 


난이도 : ★★★☆☆ 밴드 앱을 깔고, 회원 인증을 받으면 활동할 수 있다. 매우 간단한 일이기 때문에 중간 난이도에 속한다. 

희귀도 : ★★☆☆☆  밴드 앱을 깔면 실시간으로 소식을 알 수 있다. 

참여 방법 : 컴퓨터나 모바일로 네이버 밴드를 다운 >> ‘한국여성의전화 회원’을 검색 >> ‘회원 가입시 성함’ 과 ‘생년월일’을 기재하여 가입요청 >> 회원 확인 후 가입완료! 


활용 Tip! : 밴드에 올라오는 게시글에 표정과 댓글을 단다면, 끈끈한 연대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회원설문


매년 말, 온라인을 기반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1년 본회 활동 평가 및 앞으로 활동 방향에 대해 회원으로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또한 설문을 답하면서 본회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난이도 : ★★★☆☆  한국여성의전화 회원이라면, 설문 링크를 받는 순간, 꼭 작성하자.

희귀도 : ★★★★★  일 년에 한 번 주로 온라인에 출몰한다. 그러나 오프라인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참여 방법 : 설문지에 담긴 이야기를 끝까지 보고 답해주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활용 Tip! : 본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담아 작성하면 완료!




회원소모임


회원 활동의 기본이다. 회원들이 자신들의 욕구에 맞게 다채로운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인권활동을 함께 할 페미니스트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꼭 잡아야 할 소통창구이다.


난이도 : ★★★★☆  1달에 1~2번 정도 정기적으로 진행되므로,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끈기가 요구된다.  

희귀도 : ★★☆☆☆  본회 회원이라면 누구나 모임을 만들거나 참여할 수 있다. 

참여 방법 : 본회 홈페이지 >> 참여 >> 회원활동 코너를 보면 회원모임의 종류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혹은 이메일이나, 전화로 참여 문의를 한다. (교육조직국 이메일 : member@hotline.or.kr 전화 : 02-3156-5400) 


활용 Tip! : 한 번 시작한 소모임,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관건! 




회원사업실천단


2017년에 새롭게 탄생했다. 개별 사업별로 기획팀을 구성했던 예년과 다르게,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하며  회원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자리를 통합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한다. 


난이도 : ★★★★★ 회원들이 만나는 자리를 기획부터 실행까지 직접 만들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희귀도 : ★★★★★ 본회 회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1년에 한 번 모집한다. 

참여 방법 : 본회 홈페이지 >> 소개 >> 공지사항을 통해 모집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혹은 이메일이나, 전화로 참여 문의를 한다. (교육조직국 이메일 : member@hotline.or.kr 전화 : 02-3156-5400)


활용 Tip! : 당신의 넘치는 본회에 대한 사랑과 아이디어를 쏟아 부으면 완성!




모두가 함께하는 여성인권활동


누구가 참여 가능하며, 여성인권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장이다.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과 여성주의를 널리 알리는 다양한 홍보 기사 제작, 정책 모니터링 및 정책 제안, 여성인권영화제 기획 및 실행 등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다.


난이도 : ★★★★★ 다른 참가자들과 직접 활동을 만들어갈 불타는 열정이 필요하다.

희귀도 : ★★★★☆ 본회 회원이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지만, 1년에 한 번 모집하기 때문에 모집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  

참여 방법 : 본회 홈페이지 >> 소개 >> 공지사항을 통해 모집일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른 소통 창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활용 Tip! : 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 1년 동안 알차게 활동한다!





회원 회의 똑똑똑


2017년에 태어났다. 회원이 한 자리에 모여 직접 얼굴을 보면서 본회 활동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이다. ‘회의’라는 이름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본회 활동이나 회원 활동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었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자리이다. 


난이도 : ★★★☆☆  본회 회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시간에 맞춰 모이는 것이 관건이다. 회원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한국여성의전화 활동이 풍성해진다. 

희귀도 : ★★★★☆  1년에 두 번,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잡는 기술 : 6월, 12월에 나타날 예정이다. 여러 소통창구를 통해 진행 일시와 장소를 확인한다. 


활용 Tip! : 평소 생각했던 내용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기. 




회원운영위원회


본회 회원들의 공식 논의 구조로 2017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하였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으로 구성된 회원운영위원이 본회 주요 사업을 공유하고, 평가 및 논의한다.


난이도 : ★★★★★   선발된 회원운영위원만 참여할 수 있다.

희귀도 : ★★★☆☆   연 3회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진행된다.  

참여 방법 : 회원운영위원은 연 1회 공개 모집하며, 1년 이상 활동한 회원들이 지원할 수 있다. 회원운영위원은 연 3회 회의에 참석한다.  

활용 Tip! : 본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매의 눈으로 꼼꼼하게 살핀다.




총회


<총회>는 본회 최고의결기구로서 본회 정회원과 지부의 대의원으로 구성된다. 정관의 총회 의결사항을 의결하는 자리로, 주로 사업 보고, 사업계획안 보고 및 승인, 예·결산 보고 및 승인, 임원 선출 등이 이루어진다. 


난이도 : ★★★★★  구성원의 과반이 모여야 총회를 개최할 수 있다. 정회원은 반드시 참석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불참 시에는 위임장을 작성해야 한다. 후원회원도 참관 가능하다.

희귀도 : ★★★★★ 정기총회는 연1회, 1월경 진행되며, 정관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을 시 임시총회를 열기도 한다. 

참여 방법 : 6개월 이상 활동한 회원은 정회원이 될 수 있다. 정회원은 반드시 총회에 참석해야 한다.


활용 Tip! : 의결권, 피선거권, 선거권은 정회원의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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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함께라서 할 수 있었던, 변화


한국여성의전화


‘우리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세상은 얼마나 변하고 있는가?’  



한해 활동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가는 이즈음이면 돌아보게 됩니다.


2016년은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새롭게 다시 직면하는 해였습니다.


일상적이던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강남역에서 한 여성이 살해된 비극으로 가시화되었습니다. 잘못된 국가권력의 횡포가 드러나며 모든 국민이 고통받았습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세월호는 천일을 맞았고, 오용된 국가권력에 백남기 농민은 살해되었으며, 박근혜와 그 정권은 국정농단을 넘어 국정을 파괴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은 지옥 같은 나라, ‘헬조선’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계기로 연대의 힘이 위대함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천만 촛불의 힘으로 지난 12월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여성들의 ‘말하기’를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사회적 의제가 되었습니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추모 시위, 여성의 몸을 통제 대상으로 보는 국가에 맞선 ‘검은시위’, 왜곡된 인식과 관행에 맞선 ‘#OO_내_성폭력’ 말하기 해시태그 운동 등 젠더폭력에 대한 경험을 드러내고 말하기를 통한 세상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에 발맞춰 세상을 바꾸기 위한 활동을 일상과 광장에서 다양하게 펼쳐냈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 실현과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더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비전을 고수하며 함께 광장을 일구었고, 크고 작은 연대의 장을 마련해 함께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여느 해와 같이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더 많이 알리고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며,  그 어떤 해보다 활발히 여성폭력과 차별의 본질을 짚어낸 ‘말하기’에도 함께 힘을 싣는 한 해였습니다.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활동, 가정폭력피해자 정당방위사건의 정의실현, 스토킹 범죄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 성폭력 피해자의 무고죄 적용사건 대응,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추모 참여자 인권침해 집단소송, ‘더 많은 말하기가 필요한 우리에게’ 집담회 등 피해자 지원과 임파워링 활동은 한국여성의전화의 분명하고도 중요한 활동이었습니다. 이는 스토킹 처벌법 제정, 가정폭력방지법 개정 등의 정책변화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젠더 폭력이 분명함을 알려내는 여성폭력 기본법(안) 제정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평등이 보장되고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국여성의전화 회원과 지부들의 노력도 돋보이는 한해였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치와 비전이 분명한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활동은 회원토론회로, 전국지부 권역별 워크숍으로 펼쳐져 지혜와 힘을 모았습니다.


2017년 새해에도 우리는 묵묵히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해결하는 길은 녹록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광장에서도 여전히 여성혐오는 존재하고, 혐오와 폭력으로 많은 여성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깨어있는 활동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얻은 한해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17년에도 그 길을 함께 일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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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여행 - 어쩌다, 오키나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은 이번 10월19일~22일(3박4일) 더 나은 활동을 위한 재충전과 쉼을 위해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16년 사업을 마무리하는 한참 바쁜 시기였지만, 언제라도 바쁘지 않은 날은 없다며 여행을 감행한 우리. 


말 없던 그녀의 큰 웃음 소리, 종종 거리던 그녀의 여유 있는 발걸음, 요 근래 볼 수 없었던 밝아진 그녀의 표정, 그리고 우리가 함께 나눈 좀 더 깊은 이야기들 속에서 행복하게 영글어지는 3박4일이었습니다.


여행 후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바빠진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하고자 하는 깊어진 마음에 '잘 다녀왔다'고 되뇌입니다. 


* 이 여행은 한국여성재단 지원으로 다녀왔습니다.




자유와 여유, 설레임

 

오래뜰 활동가 수리

 



인천공항...  참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간혹 공항을 가기는 하지만 지인을 마중하거나 배웅하는 것이 고작이었다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들고 손을 흔들며 출구를 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훌쩍 떠날 수 있는 자유와 여행을 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늘 부러웠다.


그런데 그 자유와 여유가 어느 날 갑자기 내게 다가왔다정말 어쩌다 보니 생전 처음으로 외국여행을 가게 된 것이다너무 기분 좋았다만나게 될 자연과 사람들에 대한 기대새로운 것을 만나는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잔뜩 설레었다.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들고 인천공항 출구를 당당히 빠져나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두어 시간을 구름 위를 날고 난 후 나하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소박한 공항 모습과 아담한 야자수들이 우리를 반긴다혹시 국제미아가 되면 골치 아프니까 호텔이름과 전화번호를 사진 찍어 저장해놓는 것은 기본!! 환전도 해 놓았으니 이제 여행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얏호~~




 

한가한 자유 시간에는 바다를 실컷 구경하고한국에서는 거의 가지 않았던 호텔 목욕탕의 온탕과 냉탕을 즐기다가 일본에 온 기념으로 때를 밀기도 하고비오스 언덕에서는 아름다운 식물들을 구경하며 감탄을 연발했다넓디넓은 만좌모구름과 바다와 땅이 만나는 치넨미사키 공원파란 바다 속에 사는 니모를 구경할 수 있는 글라스 보트종유석이 가득한 옥천동 동굴까지 오키나와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맛있는 자색 고구마 과자를 선물로 준비하며 화려하고 신기한 물건이 많은 국제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쉼터 특성상 회의나 전체 행사를 제외하고는 활동가들과 만날 시간이 부족했다. 이 기회에 사무처, 상담소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짧은 기간이지만 경험을 공유하고, 그 속에서 서로의 활동의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었다. 


왁자지껄 웃음소리, 짧은 영어와스미마셍’,‘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오겡끼데스를 연발하며 아쉬운 34일의 일본여행이 막을 내렸다.

 


인천 공항에서 케리어를 찾아 자동문을 나오면서 속으로 외친다.

여권에 도장 찍힌 여자야~~’

서로 집으로 돌아가는 활동가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 생애 첫 해외여행이 이 사람들과 해서 더 특별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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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신입활동가 유진과 나눔의 출근기 잡담


나눔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

신유진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왼쪽부터 상희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소장, 신입활동가 나눔 교육조직국, 닷 성폭력상담소, 유진 기획홍보국




Q.첫 출근 할 때 기분이 어땠나요?


유진(이하 진): 엄청 떨렸고 사고는 치지 말아야 하는데 싶어 걱정되고 그랬어요.


나눔(이하 눔): 저도 며칠 전부터 잠을 못 잤어요. 사무실에서 어색하게 서 있을 제 모습이 상상 됐어요. 첫 날 너무 일찍 와서 혼자 북한산 생태공원에 앉아 모두가 출근하는 걸 지켜봤어요. 말해놓고 나니 좀 무섭네요.(웃음) 그런데 교육이 진행 돼서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Q.첫 근무를 마쳤을 때는 어땠나요?


진: 첫날 교육에서 한국여성의전화가 걸어온 길을 담은 30주년 기념 영상 보면서 내가 한국 여성운동 역사에서 큰 역할을 한 단체의 일원이 됐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들고, 사무실의 분위기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느낌이 강해서 ‘내가 좋은 곳에 왔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고 안심이 됐어요.


눔: 저도 활동가로서의 책임감도 다시 한 번 들었어요. 단순히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한여전 가족이 되었다는 기분이 확실히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5시 반 퇴근이라서……. 좋았습니다. ^~^


Q.부서별 교육에서 무엇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진: 둘째 날의 재판 참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 심문이 있는 날이었는데 재판 내내 우시는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에서 고통이 전해져 저도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 가해자가 끝까지 피해자를 물질적 가치밖에 모르는 나쁜 사람인 듯 몰면서 처벌을 면하려 하던 모습에 정말 화가 났고요. 실제 여성혐오 범죄의 끔찍함을 피부로 체감하고 나니까 앞으로 정말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눔: 저도 마찬가지로 실제 가해자의 논리를 생생히 느끼고 분노할 수 있어서 가장 인상 깊었어요. 인권정책국에서 ‘침묵을 말하라’ 다큐멘터리를 보고 토론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피해생존자들의 상처를 딛고 변화를 끌어내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Q.2주간 근무하면서 제일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말해주세요


진: 저희 교육이 여성인권영화제 준비 기간과 겹쳐서 사무실이 엄청 바빴어요. 5일째인가 초청장 우편 발송 작업을 온종일 했는데 활동가 분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부업하듯이 작업하니까 재밌었어요. 천 통 가까이 되는 우편물들을 문 닫기 직전의 우체국까지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때 상담소 활동가가 우체국에서 메모하시다 메모하던 볼펜으로 우체국 카드기에 결제 서명을 하시는 바람에 다들 엄청 웃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재밌었어요.


나눔: 맞아욬ㅋ 그래서 제가 그거 손으로 문질러서 지웠어요 ㅋㅋㅋㅋ


Q.교육 프로그램이 일정이 빠듯했는데 힘들진 않았나요?


눔: 영화제 기간이라서 워낙 다들 바쁘셔서 제가 힘들다 뭐다 할 처지는 안 되는 거 같네요. 책 3권을 읽고, 참관 보고서, 토론문 등을 작성하는 과제가 있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한국여성의전화의 활동 기조와 지금까지 활동해 온 구체적인 역사와 사건들을 알 수 있어서 여전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만들고 방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육을 하면서 토론한 것이나 참관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제는 저한테 경험을 언어화해서 사라지지 않는 기억으로 만들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진: 부서별 OT마다 써야 하는 보고서들, 여성주의 관련 도서 세 권 읽고 독후감, 화요 논평 토론까지 2주 동안의 일정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빠듯해서 놀랐어요.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교육국장님 말씀대로 지금 이런 공부들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기회도 없다는 걸 알기에 감사했어요. 교육 덕분에 2주 만에 한국여성의전화가 하는 일들의 전체 그림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가정폭력을 비롯한 여성인권침해가 여전히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시는지 알 수 있었고요. 영화제 일이 겹치니까 힘들다고 좀 투정을 부렸는데 사실은 신입 나부랭이들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는 곳은 드물다는 것 잘 알기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Q.교육 때 기존 활동가들의 연관검색어를 묻는 친해지기 미션은 어땠나요? 그리고 본인의 2주간의 연관검색어는 뭐라고 생각해요?


진: 활동가 선생님들 다 엄청 개성도 강하고 재밌는 분들이라는 걸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배울 점도 많았고요. 일단 거의 매일같이 야근하며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 자체가 존경스럽지만, 인간적으로도 배울 점들이 많았어요. 이런 미션을 통해 그런 사실을 알고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 연관검색어는 ‘번역‘일 것 같습니다. 제가 최근에 매일 사무실에서 영화제 상영 영화 자막 번역만 하고 있거든요.


눔: 맞아요. 유진 선생님은 거의 정시퇴근을 못 했던 게 기억 나네요. 광광... 다들 에피소드가 재밌었는데요, 그중에 문숙 선생님의 ‘행복한 외국인’이라는 연관검색어가 가장 재밌었어요. 딱 봐도 문숙쌤하고 엄청 어울리는 연관 검색어잖아요. 저는 문숙 선생님이 진짜 외국인인줄 알았는데, 외국 국적을 가지고 계시긴 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상희쌤 에피소드도 재밌었어요. ‘태초에 그녀가 있었다.’인데, 이게 원래는 팔씨름 일인자여서 붙은 연관검색어라는데 상희 선생님은 본인이 서울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직접 겪어서 그렇다고 하면서 사건들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생생히 말씀해주셔서 기억에 남네요. 저의 연관 검색어는 ‘계란 집 딸래미’라고 할까요? 부모님이 양계하셔서 사무실로 계란 보내주셔서 같이 계란 많이 먹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계란 캐릭터 실내화를 신고 있기도 하고요… ㅎㅎ


Q.앞으로 독박골에서 어떻게 지내고 싶나요?


눔: 건강하고 많이 웃으면서 지내고 싶네요. 사무실에 거의 웃음이 끊이지 않아서 늘 재밌습니다. 살면서 두 번째로 많이 웃는 시기가 될 거 같아요. 활동가분들 다 개그 코드가 잘 맞는지 정말 웃깁니다. 활동가로서는 나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점검하는 제가 되도록 공부 열심히 하고 활동 열심히 하려구용 ><


진: 공기 맑은 북한산 아래에서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와 성차별도 깨끗이 없애는 활동들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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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에 첫발을 내디디며

닷 성폭력상담소


올해 3월, 한국여성의전화 19기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을 듣기 위해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 처음 발을 디뎠습니다. 6호선의 끝자락, 거기서 다시 한 정거장 버스를 타고, 약간의 등산(?) 후 삐걱거리는 나무 문을 열고 들어오니,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사와 함께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상담원 교육을 들으며 목격한, 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이 가진 자부심과 당당함은 저에게 여성의전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마침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을 통해 청년젠더활동가로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인턴 경험을 할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여성의전화에서 일하고 싶었던 이유는 우선,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먼지 차별’ 캠페인을 통해 여성의전화가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시키려는 현실이 제가 목소리 내고 싶었던 부분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평등한 세상을 위해 여성의전화가 걸어온 길에 동참하고, 여성의전화 활동가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도 컸기 때문입니다.


여성단체에서 일한다는 것은 여성폭력 관련 사례와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처음에는, 폭력 사례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막상 출근 첫 주의 가장 큰 바람은, ‘내가 앉은 책상으로는 전화가 걸려오지 말았으면 좋겠다’였습니다.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이고, 상황별로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누구에게 전화를 연결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입 활동가 오리엔테이션에서 전화 응대 방법을 알게 된 것이 정말 유용했습니다. 


인턴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한국여성의전화의 신입 활동가가 되었습니다. 나의 언어와 경험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말하는 것이 좋았고, 그 과정에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신입 활동가로 출근하는 첫날 아침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분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실감한 차이는 ‘30분 앞당겨진 출근 시간’과 ‘고정된 내 자리가 생겼다는 것’. 그리고 2주간의 교육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


신입 활동가로 이제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것들을 익히는 데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무실 근처 지형을 익히고, 사무실로 밥을 먹으러 오는 고양이와 인사도 나누고,  ‘그때가 아니면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격려와 함께 과제 도서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그 중 <여성인권운동사>를 통해 짧은 줄거리로 요약되었던 여성들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전화 두 대로 시작한 여성의전화에 모여든 가정폭력 사례들, ‘두 아이와 함께 집을 나온 여성을 위해 쉼터를 마련했다’, ‘성폭력/가정폭력 특별법을 제정했다’는 문장을 얼마나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책에도 모든 사연과 목소리가 다 담길 수는 없었겠지만 여성 폭력의 현실에 다시 눈뜨고, 여성운동의 고민과 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성운동의 방법으로 상담을 사용한다는 것의 의미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고, 이는 앞으로 상담소에서 일할 저에게는 중요한 지침으로 삼을 원칙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스토킹 살인사건 재판에 참석해서 활동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도 있었습니다. 검사가 사형을 구형한 후 피해자 가족들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 피해자를 지원하는 분들이 모여서 얘기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활동가로서 어떤 시선과 마음가짐으로 피해자를 대해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여성인권운동 활동가로서 무엇을, 왜, 어떻게 하고 싶은지 고민했다면, 지난 일주일을 통해 ‘누구와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해서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각 부서의 업무에 대해 조금씩 설명을 들으며, 여성의전화가 그 동안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대단하기도 하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새로운 사업을 이야기하며 꿈을 그리는 모습이 행복해 보여 멋있었습니다. “상담원 교육 때만 해도 선생님과 함께 일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는데”. 출근 첫날 동료 활동가에게 들은 말처럼, 여성인권운동 활동가로 앞으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우선은,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를 무사히, 즐겁게 마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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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33+10. 그 단순한 진심


고미경 손명희 오영란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



여성인권영화제가 올해로 어느덧 10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여성폭력의 현실과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의 생존과 치유를 지지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06년에 시작했습니다.


강산이 한 번 바뀔 동안 계속된 여성인권영화제를 통해 더욱 다양하고 많은 사람과 여성인권운동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 10회, 한국여성의전화 33주년이라는 시간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 단순한 진심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1993년 6월. 성폭력 특별법 제정.

1997년 12월.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2004년 9월. 성매매 방지법 제정.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여성폭력에 대한 3대 법안이 마련되었습니다. 2005년 호주제 폐지와 함께 성평등이 수십 년 이상 앞당겨지리라는 작은 바람도 품어 보았습니다. 법과 정책만으로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예방하거나 방지할 수는 없지만 작은 방패를 갖추게 되었다는 생각에 그때의 겨울은 꽤 따뜻했습니다.


혹자는 성평등은 지금부터 100년은 더 지나야 올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여성인권운동을 시작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이 사회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수많은 폭력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특히 여성인권에 대한 많은 희망을 볼 수 있는 해였기도 합니다.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을 기점으로 시작된 젠더폭력에 대한 관심과 변화를 위한 말하기, 그리고 행동이 이미 큰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여태껏 무언가를 바꿔낸 세월이 그러했던 것처럼, 올해로 10회를 맞는 여성인권영화제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또 다른 의미와 변화를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올해 여성인권영화제의 주제는 ‘단순한 진심’입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창립 이후 33년 동안 여성운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어떠한 인간관계에서든 폭력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아주 단순한 진심이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여성인권이 침해되는 현실은 분명히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과 진심.


올해 여성인권영화제를 통해 여러 관객분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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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겟 잇 페미니스트 4탄

빛나는 자매애, 활동가 구출사건 주요 일지

: 조금 불안하지만 멋진 친구들

 

한국여성의전화


 

2016년 6월 28일, 한국여성의전화의 뜨거운 자매애를 실감할 수 있었던 사건이 일어났다. 당사자도, 지켜보던 이들도 모두 얼굴에 함박웃음을 가득 머금게 한 미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활동가 구출사건 주요 일지

 

6월 27일 사건 발생 전 

활동가 M(이하 M)이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점심 무렵부터 표함.

 

6월 28일 오전 9시경

M이 출근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몸살에 걸림. M의 휴대폰이 오래 전부터 병들어 있어 연락도 불가능 한 상태. 모든 활동가가 걱정에 휩싸임.


정오 무렵

운전면허를 소유했고, M의 집을 알고 있는 활동가 S(이하 S)와 그냥 걱정이 많이 되었던 활동가 K(이하 K)가 M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출발함.


오후 1시 30분경

은평구 불광동에서 홍대입구역 인근 M의 집까지(약 9.3km) 한 시간을 걸려 도착함. 어디를 드라이브 했는지는 아직까지 미궁으로 남아있음. 자고 있던 M은 S가 몇 번을 틀려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번호 키를 누르는 소리에 잠에서 깸. M, 침대에서 기어 나와 옷을 반만 입은 채로 문을 열어줌.

 

오후 1시 35분경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픈 M을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S와 K가 옷을 고름. 맨정신으로도 입기 힘든 예쁜 청반바지를 추천함. M이 옷걸이에 버젓이 걸려 있는 편한 회색 치마를 줄 것을 요구함. 그러나 S와 K, 상냥하게도 청반바지를 입혀주겠다고 함. M의 간절히 호소하여 다행히 회색 치마를 입기로 결정함.


오후 1시 40분경

S와 K, 5성급 병원에 가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인터넷에 검색함. 산업은행이 위치한 4분 거리의 건물에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병원이 있음을 확인하고 출발함.


오후 1시 41분경

이동하는 사이, 춥고 아픈 M을 위해 에어컨을 껐다가 너무 더웠던 S와 K가 에어컨을 다시 켬. 후에 K는 이 순간을 회상하며 병든 자를 위해 다음에는 꼭 카디건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음.


오후 1시 50분경

S가 국민은행이 예전에 산업은행이었음을 주장하며 병원의 흔적조차 없는 건물로 모두를 이끌고 들어감. 곧 다시 나옴.

 

오후 1시 58분경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 메신저에 M을 구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짐.


 

오후 2시 20분경 

몸살 진료에는 동네 내과로도 충분했을 법 한데, 5성급 병원에 집착한 S와 K 덕분에 5성급 준종합병원에 도착하여 접수하는 데 20분 소요함. 앉아있기조차 힘겨웠던 M은 에어컨 추위에 벌벌 떨며 대기함. S가 신속하게 양지로 M을 옮김. K는 대기실 앞에서 오매불망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리며 스스로의 합리적 역할분담에 자부심을 느낌.


오후 2시 25분경 

사이좋게 셋이 우르르 진료실에 들어감. 자매도 친구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기묘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낯선 광경에 당황한 의사는 셋이 어떤 관계인지 질문함. S와 K는 서로 같이 일하는 사이이며 몸이 아파 출근을 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어 점심시간 무렵 차를 타고 집에 찾아와 M을 구출해서 병원에 데리고 온 상태라고 상세히 대답함. 의사가 대체 어떤 직장이기에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되물음. S가 침착한 표정으로 왜 그런 것까지 대답해야 하냐고 강력히 받아침. 의사 “?”

 

오후 2시 35분경 

자매애에 감명을 받은 의사는 K에게 ‘그렇다면 두 분이 보호자시냐’고 물었고, K는 그렇다고 대답하였음. 이에 의사가 보호자인 이들에게 계산을 요구했으나, M을 구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급했던 나머지 아무도 사무실에서 카드를 들고 오지 않아 병든 M의 카드로 병원비를 계산함.

 

오후 2시 45분경

M이 재빨리 귀가할 수 있도록 K가 약을 사오는 동안 S가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 역할분담을 시도함.


오후 2시 46분경

S, 주차타워 고장으로 1시간 후에나 차를 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음. 어서 약을 먹이고자 병든 M을 이끌고 죽 판매점에 가서 M의 카드로 죽을 계산함. 약값도 M의 카드로 계산함.

 

오후 2시 50분경

주차타워를 고치는 동안 택시를 잡아 M을 집에 보내고 S와 K만 대기하는 것으로 또 역할분담을 시도함. 이 와중에 S, 목이 마르니 음료수를 사먹을 수 있도록 M에게 카드를 달라고 함. M의 통장에 돈이 없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한 장의 신용카드뿐이었음. 음료수와 택시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던 중 주차타워가 고쳐짐. 


오후 3시경

어차피 음료수를 먹을 수 없으니 택시를 탈 바에야 차를 빨리 끌고 와 다같이 M의 집으로 가기로 함. 또다시 벌어진 역할분담 시도로 S는 홀연히 떠나고 병든 M과 K가 인근 상가 계단에서 S를 무작정 기다림.


사무실에 있던 활동가 J, S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음. 고개를 끄덕이고, 한숨을 쉬는 등 심각하게 전화를 받음. 사무실이 불안에 휩싸임. M의 상태는 어쩠냐는 모두의 질문에 J, “그건 묻지 못했어.” 활동가들 “?”


사무실에 있지 않아 상황이 궁금했던 대표 N. 사무실에 전화해 M의 상태를 물음. 전화를 받은 활동가는 병원에는 간 모양이라고 전함. 대표 N은 평소 M의 의복 두께(?)를 언급하며, 죽이라도 쒀 먹이고 싶다는 안타까움을 전함. 활동가들 모두 잘 먹고 잘 자야한다는 당부를 남기고 전화를 끊음.


오후 3시 15분경

드디어 S가 혼잡하기 그지없는 홍대입구 대로변 한복판에 차를 세움. 병든 M과 K 신속하게 차에 오름.

*병원과 M의 집은 4분 거리.

 

오후 3시 50분경

S, 병든 M에게 약을 먹으려면 죽을 먹어야만 한다고 강조함. M이 기운이 없어 먹지 못하겠다고 하자, 그럼 약만 먹으라고 말을 바꿈. M이 깜짝 놀라 죽 한 숟가락을 뜨고 약을 먹음. 신속하고 효율적인 역할분담으로 성사된 병원내방에 지친 M을 침대에 눕히고 S와 K, M의 집을 나섬. 

  

오후 5시경

S와 K, 또다시 9.3km를 약 1시간을 달려 사무실로 무사 귀가.

 





이상,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주고, 여러 가지 의미의 함박웃음을 짓게 했던 활동가 구출사건 5시간 남짓의 경과이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구출 당사자였던 M의 심정을 전하며 사건일지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M : “매우 감동적인 하루였다. 자매애를 느꼈고, 내가 여성의전화를 다니는 한 혼자 죽지는 않겠구나 생각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당분간 이 상황을 생각하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그냥 죽과 약을 사다 주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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