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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여성폭력정책의 어제와 오늘

by kwhotline 2017. 12. 18.


여성폭력정책의 어제와 오늘

한국 여성폭력 정책 및 제도의 변화에 대하여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김예원



 지난달 27일,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여성폭력정책과 제도>에 대한 강연이 열렸다. 이 날 강연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황정임 선임연구위원 진행으로, 약 3시간에 걸쳐 여성폭력정책 및 제도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에 관련한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여성폭력정책과 제도의 기본 틀


 우리나라에서 여성폭력 정책과 제도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순으로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고 각각의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시스템들이 추진되어 왔다. 그러다가 사후적 조치에 중점을 둔다는 문제제기 속에 예방과 관련된 법적 근거(예방교육 의무화)가 마련되면서 예방(Prevention), 피해자 보호(Protection), 가해자 처벌(Prosecution)이라는 ‘3P’의 삼각구도로 여성폭력 정책과 제도가 안착되었다.


 여성폭력 관련 법률은 1995년 시작된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한 여성발전기본계획이나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한 양성평등기본계획을 통해 본격적으로 구체화됐다. 여성발전기본계획이나 양성평등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되어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과 관련된 정책이나 제도 운영에 대한 내용을 포함함으로써 지속적인 정책 추진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강남역 살인사건 등과 같이 여성대상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별도의 대책들이 만들어져 왔는데, 이렇게 사건이 발생한 후에 수립됐던 대책들도 여성폭력 방지의 제도화에 기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황정임 연구위원은 이러한 여성폭력과 관련된 제도화 과정이나 추진현황을 볼 때 여성폭력 제도 자체가 미비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여성들은 왜 여전히 두려워하나


 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은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여성들의 두려움은 법률 제정 이전이나 이후나 크게 차이가 없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2013년 발표한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78.5%가 밤늦은 귀가나 택시 승차 시 두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택배 등 낯선 사람의 방문도 두렵다고 응답한 여성도 76%가 넘는다.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시행되고 난 지 약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폭력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이 현 정책과 제도의 방향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책과제도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성희롱 등 각각 개별 법률과 제도로 접근해 왔다는 것이다.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던 시기에 여성폭력 이슈를 정책 의제화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전략이었으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여성폭력이 근본적으로 성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을 이해시키기엔 부족했다. 여성폭력과 관련된 새로운 피해 양상이 나타날 때마다 관련 법률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앞으로의 정책과 제도에서는 ‘여성폭력’ 혹은 젠더폭력이라는 통합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황 연구위원이 강조한 이유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일상의 폭력 


 그러나 정작 최근에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데이트폭력과 스토킹은 대다수의 피해자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법상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은 형법이나 경범죄처벌법 등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으나 본질적인 규제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일단 살인·상해·폭력 이전 단계나 제도권 외의 관계에서 발생한 일에 대한 처벌이 어렵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피해자가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여성은 특정인이 지속해서 초인종을 누르는 등 두려움을 조장하는 스토킹을 당하더라도, 가해자가 현관에 발을 딛는 것이 아닌 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도 받을 수 없다. 


 다행인 점은 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이 계속해서 있었다는 점이다. 19대 국회에서는 스토킹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낙연 의원 대표발의), 스토킹 방지법안(김제남 의원 대표발의),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남인순 의원 대표 발의)가 발의되었던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남인순 의원의 대표발의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레법안이 발의되었고, 이외에도 스토킹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안(김정훈 의원 대표발의), 스토킹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정춘숙 의원 대표발의) 등이 소관위원회에 접수된 상황이다. 

간절한 것은 누군가의 ‘Action’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 황 연구위원은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노출하도록,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폭력 상황을 인지하거나 목격한 경우 목격자의 대응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취해야 할 행동은 ‘신고’이다. 여성대상 폭력 상황을 인지하거나 목격했을 때 경찰에 신고해야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공감’이다. 피해 경험자가 본인의 피해 사실을 말했을 때, 이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처음 피해사실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적절한 도움이나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를 알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여성폭력이 무엇이고,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알리는 데 10명 중 4명의 피해자가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6년’이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해자가 가장 간절해했던 것은 다른 누군가의 ‘Action’이 아니었을까. 목격자로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이 누군가의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아줄 수 있는 나비효과로 번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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