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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번역, 여성주의 눈으로 보다

by kwhotline 2017. 11. 24.


번역, 여성주의 눈으로 보다

여성주의 번역가 과정 교육 열려





여성주의 번역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형태로 일어나는 여성폭력의 보편성과 여성폭력에 접근하는 다양한 시각을 우리의 언어로 알리는 역할을 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주의 번역에  뜻 있는 여성들에게 여성주의 번역을 소개하고, 번역가 간 네트워킹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 7월 4주간 총 7강에 걸쳐 여성주의 번역가 과정 교육을 진행하였다. 여성주의 번역 이론, 문학번역, 영상번역, 여성주의와 언어 등 다양한 주제로 열린 이번 교육은 총 25명이 수료하였으며, 이후 번역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주의 번역가로 활약할 예정이다. 




다현


 여성주의에도 관심이 있고, 번역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도대체 ‘여성주의 번역’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 궁금증을 풀어줄 첫 강의를 여성주의정보생산자조합 ‘페미디아’ 활동가이신 나영님께서 열어주셨습니다. 맛깔난 강의 덕분에 ‘여성폭력’, ‘정치성’ 등 심각한 내용인데 반해 강의 분위기와 열정은 축제 못지않았습니다.


 가장 와 닿았던 것은 아무리 사회에서 여권신장이니, 전문직 여성의 증가니, 여성 대통령이니 기회가 많아졌다고 떠들어대도, 여전히 ‘여성’이기 때문에 어느 누군가는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팩트’였습니다. 따라서 여성폭력 추방은 여성인권의 시작이자 마침이라는 것, “평등해야 안전하다”는 것,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폭력에 취약하다는 증거는 수없이 많고, 그 증거들을 찾아내고 공유하여 재생산하는 것이 바로 ‘번역’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전까지 저에게 번역은 ‘누군가 준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행위’였습니다. 그런데 번역이 ‘내가 선택한 텍스트를 내가 선택한 청자들에게 공유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영님의 강의를 듣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 1, 2강을 듣고





효연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어의 결에 맞는 번역은 말로 하기엔 쉽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 구름 같았습니다. 훌륭한 번역가는 강사님들이 말씀하신 대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하는 선수여야 하며 캐릭터를 드러내는 훌륭한 연기자가 되어야 하겠지요. 이는 매체와 주제라는 두 축 모두를 잡아야만 가능합니다. 여성주의 번역가 과정을 통해 맥락(context)에 충실한 정확한 번역이야말로 추구하기 쉽지 않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라는, 희미하지만 뚜렷한 안내판을 만났습니다.


 강의를 듣기 전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번역 활동 이외에 글쓰기 혹은 다른 방식으로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스스로 번역이라는 지위를 수동적인 위치로 격하시키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 학자가 말한 ‘번역은 여성의 지위에 있다’는 자조처럼 번역을 정치적이며 능동적인 행위가 될 수 없다고 스스로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요. 이번 강의를 통해 최소한 여성주의 번역은 그 자체로 적극적인 지식 생산자이며 가장 정치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 3, 4강을 듣고 





유진


 사실 여성주의를 처음 접한 후 하게 된 고민은 언어에 관한 거였습니다. 제가 처음 읽은 페미니즘 서적인 <페미니즘의 도전>에도 언어에 관한 문제를 자세히 다루고 있었습니다. 여성주의 언어는 단어 하나하나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송란희 강사님의 말씀대로 여성들의 ‘느낌’은 말해질 수 없거나 말할 수 없고, 자주 그것을 표현할 언어가 없었다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그동안 느낌으로 알고 있었던 것들을 강사님이 언어로 표현해주셔서 속이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아직 페미니즘의 언어가 무엇인지, 어떻게 내 언어를 찾아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이 끝난 소감을 말씀해주실 때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말을 하는 데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라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언어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7강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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