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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군대 내 성평등 문제 국방개혁 우선순위 되어야

by kwhotline 2017. 11. 24.


군대 내 성평등 문제 국방개혁 우선순위 되어야


군대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 활동



상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지난 5월 24일 해군 대령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A 대위가 “상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군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회식 지킴이’ 제도도 도입하는 등 성폭력 예방에 노력했지만 그런 일은 어디에나 있다. 술 먹고 부대 밖에서 그러는 걸 어떻게 막나”라는 안일한 입장을 밝혔다.  


 A 대위 사건으로 불거진 군내 내 성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15년 백군기 국회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 6월까지 여성군인이 피해자인 군 사건은 모두 191건이었으며 그중에 성범죄 사건은 124건(64.9%)이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보면 2010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여성 군인에게 발생한 범죄 강간, 성추행, 위계에 의한 간음 등 성범죄 83건 중 3건만이 실형 선고를 받았다. 특히 영관급 이상 피의자 8명 중 1명(벌금 4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은 전원 불기소 처분되었다. 즉 군대 내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는 경우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지난 5월 26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는 해군 대령 성폭력 사건 진상조사 및 대책 마련 촉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결성하고 「해군 대령에 의한 성폭력 사건 진상 조사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개요구서」를 발표했다. 공개요구서는 “1.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국회, 국방부, 민간인권단체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해군 A 대위 사건을 수사하라! 2. 군대 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기존대책 및 재판이 종결된 군대 내 성폭력 사건들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내용이었다. 


 대책위는 6월 1일 시민 5,921명의 공개요구서 지지 서명과 함께 공개요구서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종합민원실에 전달하고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여성가족위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공개요구서를 받은 각 기관의 답변을 보면,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 총괄조사과에서 육/해/군/공군 및 국방부를 직권조사 하였고, 오는 9월 22일 군성폭력실태조사 결과를 가지고 여성단체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국방부는 6월 16일에 민관군이 함께 하는 “군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발전 토론회”를 개최하고, 국가인권위가 진행하고 있는 직권조사를 적극적으로 연계 진행할 예정이며 직권조사 결과 및 민관군 토론회 논의 내용을 기반으로 정책 및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또한, 기존 법령 점검과 대안에 대한 실효성 및 타당성 검토 이후 하반기 중에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예정이라고 하였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남윤인순 위원장 2016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제도 보완사항 점검 및 개선 사항요청, 국방부의 ‘군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 수정과정에 여성가족부 의견반영, 군인 대상 통합적 폭력 예방 교육 실효성 점검 등을 하겠다고 하였다.





 대책위는 각 단위의 공개요구서에 대한 답변내용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군대 내 성폭력 사건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첫 번째로, 지난 6월 27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군 성폭력 근절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여성단체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공개질의서 내용은, 군성폭력근절 종합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과 후보자의 비전, 여성군인의 고위직 승진비율 및 군 내 성차별과 성폭력 담당 부서 활성화 방안 등 군 전반의 성폭력 대책과 성 주류화 전략에 대한 것이었다. 두 번째로 7월 12일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 1번가를 통해 군대 내 성폭력 사건 근절을 위한 정책제안을 하였다. 정책제안내용은 A 대위 사건에 대한 대책 마련, 종결된 군대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근본대책 마련, 2018년 군대 내 인권실태조사 시행 촉구였다. 세 번째로 7월 19일에 여성군인과 간담회를 통해 군대 내 성차별과 성폭력 실태에 대해 들어보고 군대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젊은 여군 포럼”에서 활동하는 전역 군인과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하였다. 군대 내 성폭력의 여러 조건과 원인을 복합적으로 볼 수 있었던 자리였고 군대 문화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성폭력이 발생하는 환경, 지원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조건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고,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실행단계에서 문제점을 파악해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부서 구조와 배치, 근무방식과 평가방식 변화 필요, 모성 등 군이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처우 등 군 조직 내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려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고 제안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낀 자리였다. 대책위는 간담회 내용을 토대로 군대 내 성폭력 예방지원체계의 실질화와 성평등한 군대를 위한 정책제안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여성가족부, 국방부 성평등위원회에 제안할 예정이다.





 군대 내 성폭력의 원인은 군대 내의 강력한 위계적, 권위적 조직문화와 젠더화된 위계질서 때문이다. 그동안 군대는 성폭력의 원인을 성군기의 해이로 보고, 성폭력 통념에 기댄 행동수칙들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식으로 성폭력 ‘대책’을 마련해왔다. ‘군기 정상화’를 위한 방안은 군대 내 성폭력이 발생하는 역동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성군기’ 관점에서 성폭력은 문제를 드러낼 경우 모든 관련인은 성군기를 해친 사람이 되고, 오히려 피해자가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을 드러내고 신고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회식 지킴이’, ‘여성군인과의 회식 자제’, ‘1110(한 가지 술로 1차에서 10시까지)’ 등의 미봉책에 불과한 지침들은 군대 내의 문화를 바꾸지도, 피해자가 되기 쉬운 위치에 있는 군인들에게 힘이 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군대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은 군대 내 문화를 성평등하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정부는 국방개혁을 국정과제로 삼고 군을 개혁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군 개혁을 위한 여러 가지 과제들이 있겠지만 군대 내 성평등 과제 개혁은 국방개혁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군대 내 성평등 문화가 개혁되지 않는다면 A 대위와 같은 일은 또다시 일어날 것이고, 군대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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