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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강요된 아름다움, 유니폼 ③] 유니폼 속 ‘여성코드’ 지우기

by kwhotline 2017. 11. 9.


[ 강요된 아름다움, 유니폼 ③ ]

유니폼 속 ‘여성코드’ 지우기


메리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슬림라인 블라우스', '매끈 어깨라인', '슬림라인 스커트'. 많은 교복 회사들이 여학생 교복을 광고할 때 쓰는 문구들이다. 딱 떨어지는 어깨라인과 슬림한 실루엣의 스커트는 교복을 입고 온종일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편안함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군복 역시 마찬가지다. 신체적 활동성이 중요한 직업임에도 공식행사의 여군은 언제나 좁은 치마를 입고 굽 있는 구두를 신고 있다. 왜 여성에게는 그 직업의 특성에 상관없이 격식을 차린 복장으로 치마와 하이힐이 주어질까? 우리는 활동성과 기능보다 미를 강조하는 유니폼이 여성에게만 주어지고 있고 이것이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모두가 편안할 수 있는 유니폼은 없는 것일까?




윤정미 작가의 작품 ‘Seohyun and Her Pink Things 2007’(위),

‘Michael and His Blue Things 2006’(아래) 



 지난 1월, 국제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스페셜 이슈 ‘젠더 레볼루션(Gender Revolution)’ 커버스토리로 윤정미 작가의 ‘핑크&블루 프로젝트’ 작업을 조명하였다. 윤정미 작가는 “여자 어린이들의 물건들과 남자 어린이들의 물건들은 이미 나눠어 있고, 그들의 사고와 행동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여자 어린이들을 위한 많은 장난감과 책들은 핑크색, 보라색 또는 빨간색 계통의 것들이 많고, 대부분, 그것들은 화장, 옷 입는 것, 요리, 그리고 집안일들과 관계가 있다.”라는 말을 언급하면서, 작품을 통해 젠더에 따른 ‘컬러코드‘가 결과적으로 어린이들의 성 정체성과 사회적 체득과 연관됨을 지적하였다.  


 ‘컬러코드’가 적용된 사적인 물건들을 통해서 내재화된 젠더규범을 표현한 윤정미 작가의 사진을 염두에 두면, 옷을 입는 행위는 일상적이고 사적인 행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가령, 청소년 시기는 치마 끝이 무릎 위로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에 따라 사회가 규정한 ‘학생의 본분’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를 받았다면, 교복으로부터 졸업한 성인이 되어서도 ‘여성’ 전문직에 어울리는 유니폼을 입도록 요구받는다. 특히, 여성의 경우 동일 직종의 남성에 비해 아름다움을 강요받는 모습을 보면서 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전문가가 아닌 별도의 대상으로 구분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본 기사에서는 현재 재학 중인 고등학생과 항공에서 승객의 안전을 담당하는 승무원을 모시고 여성에게만 적용된 ‘여성코드’를 제거하고 유니폼이 어떻게 변화하길 희망하는지 인터뷰하였다.




"서울에서 고등학교(여고, 특성화고, 사립)에 다니고 있는 18세 이희수(가명)입니다. 작년까지 공립 남녀공학 일반계고 고등학교 학생이었습니다."



Q. 본인의 교복에 관해서 설명해 주세요.


 하복은 블라우스, 치마, 생활복 상의로 구성되어 있어요. 동복은 블라우스, (앞뒤로 주름이 많은 주름) 치마, 셔츠, 니트 조끼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블라우스 위에 리본 타이는 사계절 필수이고, 춘추복 카디건은 하복, 동복 위에 모두 입을 수 있습니다.


Q. 하루의 반을 교복을 입고 생활하시는데, 교복을 입었을 때 불편하다고 느낀 점이 있나요? 


 하복 블라우스가 꽉 조이는 편이라 여름에는 특히 땀이 많이 차요. 색상도 흰색인데 꽉 조이니까 안에 (속옷이 비치지 않도록) 흰 티를 입어야 해서 더 덥죠. 그리고 블라우스가 전체적으로 끼고, 작은 것도 있는데, 우선 밑위가 너무 짧아요. 수선하지 않고 교복사에서 나온 그대로 입은 건데도 불구하고 조금만 팔을 올리면 배가 훤히 드러날 정도예요. 블라우스를 살 때 어깨, 가슴둘레에 맞추면 허리랑 겨드랑이 부분이 엄청 타이트하다는 문제도 있어요. 


 제가 다니는 학교 동복 치마는 주름이 앞뒤로 몇 개씩 있어요. 그래서 겨울에 강풍이 불면 주름치마여서 통으로 다 올라가 버리는데, 학교가 언덕에 있어서 등교할 때마다 너무 불편해요. 치마 길이가 길든 짧든 그냥 후루룩 올라가요. 등교할 때 바람 불면 줄줄이 메릴린 먼로가 치마를 가리는 사진처럼 되죠.


Q. 복장과 관련된 교칙 중에 부당하거나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저는 복장 규정이 매우 엄격한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예를 들면, 등교할 때 항상 치마가 무릎을 덮고 있어야 해요. 길이 규정이 강해서 치마를 과하게 줄이는 학생도 없고 무릎 위 5~10cm 정도로 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등교 시엔 치마 단추를 풀고 내려 입거나 그냥 긴 치마를 입고 와서 등교 후에 치마의 허리 부분을 접어서 입기도 해요. 수업 중에 다들 치마 길이가 짧아지는 것을 선생님들이 알고 있는데도 등교 시에만 치마 길이를 단속해요.


Q. 최근, 뉴질랜드의 한 학교는 학생의 성별 관계없이, 반바지, 긴바지, 치마바지, 치마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입을 수 있도록 교복 규정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도 ‘성 중립’ 교복을 제시하여 학생들에게 교복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을 존중하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남성이 치마를 입거나 여자가 바지 교복을 입는 것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요? 


 제가 재학할 당시엔 없었는데, 졸업한 여중에서 요즘 바지 교복이 생긴 걸 알게 되었어요. 길에서 많이는 못 봤지만 손꼽히게 입고는 다니는 듯해요. 현재 제가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도 교복 바지가 있습니다.


Q. 여자 학생이 바지 교복을 입고 학교에 오면 어떨 것 같나요?


 남자 교복을 그대로 옮겨온 느낌이 아니면서도 여학생에게 잘 어울리는 바지 교복이 상상이 잘 안 돼요. 바지랑 어울리는 블라우스(나 셔츠)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긴 교복 바지는 워낙 여학생들이 안 입으니까, 치마가 너무 당연하게 인식되어서 더 어색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학교에 남자 바지가 있는지도 사실 오랫동안 몰랐어요. 교복사에서 교복 맞출 때도 바지가 있다고 따로 말 안 해주시더라고요.


Q. 이전 고등학교의 바지는 남자들 것으로 나와서 여자들도 사 입을 수 있게 허용된 건가요.

* 이전에 다니던 남녀공학 일반계 공립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춘추복 반바지가 있었다.


 아니요. 처음부터 남자용 여자용이 따로 있고 사이즈도 달랐어요. 저는 반바지가 원체 잘 안 어울려서 사놓고 안 입긴 했지만, 옷 잘 입는 애들은 예쁘게 스타일링해서 입기도 하고 그냥 편하게 교복 입는 친구들도 사서 입고 다녔어요. 반바지가 체육복 바지 느낌도 나고, 긴 바지만큼은 안 어색해서 그런지 반바지 입는 여자애들 자체를 이상하게 안 봤던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이야기하신 내용을 바탕으로 했을 때, 학생을 위한 교복을 만들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길 바라나요?


 하복 블라우스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애초에 어깨나 가슴둘레에 맞춰서 사면 처음부터 다른 부분이 끼고 길이가 짧게 디자인이 나와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선택지도 없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블라우스가 좀 더 편해졌으면 좋겠어요.


 치마 교복은 남학생들 교복보다 훨씬 불편해요. 남학생들은 안에 받쳐 입을 필요도 없고 딱 달라붙지 않으니까 속이 많이 비치지도 않잖아요. 그렇지만 치마가 바지로 바뀌어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하도 오랫동안 치마만 입어 왔으니까 다른 형태는 생각하기가 어려워요. 바지가 여자애들 입어도 안 이상해 보이게 나오면, 한둘씩 입다가 잘 입고 다니게 되지 않을까요?




"안녕하세요. KLM 항공사에서 근무했던 김아름(가명)입니다."



Q. 승무원 유니폼의 구성을 설명해 주세요.


모든 항공사 유니폼의 기본적인 구성은 블레이저, 블라우스, 조끼 또는 스웨터 그리고 치마나 바지로 구성되어 있어 있습니다. 요즘은 원피스 유니폼을 입는 항공사가 많아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유니폼에 대한 공통적인 특징은 승무원을 몸매가 드러난 유니폼을 입혀서 ‘예뻐 보이게만’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KLM, 에어캐나다 유니폼을 입어 봤던 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은 전반적으로 일할 때 불편하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 사람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사 입장에서) 아름다운 이미지를 선호해서 승무원들에게 바지를 허락하지 않아요. 반면, 에어캐나다의 유니폼 규정은 ‘유니폼만 착용하면 된다.‘라는 것이었어요. 스카프를 어떻게 매든 어떤 조합으로 입든 플렛 슈즈를 신든 머리를 묶든 풀든 상관하지 않았어요. 


Q. 유니폼과 관련해서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규칙이 있나요? 이러한 규칙을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근무시간에는 더워도 블레이저를 꼭 입어야 했어요. 그 외, 기타항공사 승무원의 경우에는 승객들이 탑승하고 이륙할 때까지 그리고 착륙을 할 때 블레이저를 꼭 착용해야 하는 규칙 있는 곳이 있었는데, 더 프로페셔널해 보이고 예의 있어 보이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우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또, 신발 굽을 최소 3cm 이상 신어야 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예뻐 보여서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할 때면 굉장히 힘들죠.

* 대한항공의 경우 3cm는 기내용, 5cm는 기내 야외용, 7cm는 야외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승무원 유니폼에 편안함을 위해서 바지가 있긴 하지만, 바지 안에 스타킹을 신고 입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편해지려고 입었다가 너무 더워서 ‘쪄 죽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이런 규정은 신을 신으면 발이 보이는 점을 신경 써서 그런 것 같아요.


Q. 아시아나 항공사의 난동 승객 사건 이후, 승무원의 항공경찰로서 역할에 조명이 된 바 있습니다. 승무원은 현장에서 어떠한 행동을 수행하도록 교육을 받나요? 위와 같은 교육이 승무원의 역할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한국과 캐나다 양쪽 국가에서 항공 승무원으로서의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어요. 우선, 캐나다에서는 항공 경찰의 역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안전교육을 굉장히 터프하게 받습니다. 예를 들어, 호신술처럼, 기내 난동 승객을 제압하는 기술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교육을 받아요. 또한, 기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응급 상황과 그에 맞는 대처법(ex CPR, 불이 났을 때 etc)을 플레이를 통해서 배웁니다. 


 한국에서 승무원 교육을 받았을 때는 서비스 위주의 이미지트레이닝 같은 것들이 굉장히 강조되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캐나다는 인사연습이나 미소를 띤 얼굴 등, 이미지 트레이닝은 하지 않았거든요. 그에 반면, 한국의 승무원 교육은 안전교육도 있긴 하지만, 서비스 성격이 훨씬 강했습니다. ‘얼마나 잘 웃고’, ‘얼마나 예쁜 목소리로 예쁘게 말하는지’, ‘얼마나 예쁜 다리로 서 있는지’를 수없이 배웠어요. 그리고 제 의견으로는 캐나다에서 받은 교육이 승무원의 역할에 훨씬 더 부합한다고 생각해요.


Q. 지금까지 이야기하신 내용을 바탕으로 했을 때, 앞으로 승무원 유니폼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었으면 바라시나요?


 치마-블라우스 유니폼은 뛰는 것은 물론, 쭈그려 앉거나 팔을 올리는 기본적인 동작을 할 때도 불편한 점이 많아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에서 일어난 난동 승객 사건 때에도 모두가 느꼈을 거예요. 승무원은 기내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인데, 비상시 뛰어다니다가 치마에 다리가 걸려서 넘어질 것 같아요. 어느 날은 근무시간에 쪼그려 앉았다가 치마가 터진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기내에서 장기간 앉아 계시는 승객의 눈높이에서 가장 잘 보이는 부분 중 하나가 승무원의 엉덩이 쪽인데,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진 승객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것과 승무원 유니폼의 형태가 전혀 연관성 없는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화장실을 살살 뛰어 내려가다가 넘어질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치마가 잘 안 늘어나는 소재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승무원의 업무와 맞는 신축성이 좋고 뛰어다닐 때도 편안한 유니폼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름다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스카프와 기내에서의 힐 착용을 강요하는 규정도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자료

내셔널 지오그래픽 

http://www.nationalgeographic.com/magazine/2017/01/pink-blue-project-color-gender/ 

윤정미 공식사이트 

http://www.jeongmeey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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