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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베틀여성모임 창작극 '나는 기적을 보았다'

by kwhotline 2017. 11. 1.


베틀여성모임 창작극


'나는 기적을 보았다'



수리 (공연 참여 활동가)





 예술매체를 통해 가정폭력을 알려내고 생존자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기획된 베틀여성모임 공연은 출연자를 섭외할 때부터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대부분 직장을 다니고 있는 퇴소자들과 함께 하는 무대를 준비하려다 보니 토요일에만 연습이 가능했습니다. 더 어려웠던 점은 노출에 대한 위험부담을 안고 무대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번의 논의와 고민 끝에 얼굴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것들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가정폭력에 관한 메시지를 던지기로 했습니다. 생존자인 우리의 용기를 보여주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 다음 어떤 이야기를 어떤 형태로 담아낼 것인가를 논의했습니다. 각자가 가해자로부터 당했던 폭력을 이야기하며 울고 소리치고 분노하는 장이 펼쳐졌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여정을 생각하며 색색깔의 천으로 온 몸을 휘감아 바닥을 뒹굴기도 하고,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가슴 속에 켜켜이 쌓여진 가해자의 칼 같은 언어와 행동들이 고통과 함께 각자의 입을 통해 재연되었습니다. 울고, 울고, 또 울고... 이 모든 것이 글과 대본으로 담아졌습니다. 


 드디어 6월 22일, 응원과 상상의 밤에서 베틀여성모임 창작극 ‘나는 기적을 보았다’가 무대에서 초연되었습니다. 


 가정폭력 생존자들이 겪었던 적나라한 진실들이 격렬한 음악, 처절한 몸짓, 사나운 가해자 내레이션으로 폭포수처럼 무대에 펼쳐졌습니다. 잊어버리고자 애썼던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통의 언어들이 가슴을 후비고, 온 몸이 기억하는 폭행의 흔적들이 우리들의 몸에서 품어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대면하기도 끔찍했던 공포와 두려움의 터널을 지나 우리는 승리를 외쳤습니다.  


- 나는 살아남았습니다. 

- 이곳은 안전해요. 

- 이제 나도 사람답게 살아요. 

- 내 잘못이 아니었어요. 

- 그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나는 다시 태어났어요.

- 나는 기적을 보았습니다. 내가 바로 기적이예요. 



공연을 마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그날의 감동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 진아: 공연 보다가 감정이입 되어서 엄청 울었습니다. 


∎ 행복 : 오래뜰에 있으면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는데 쉼터 30주년 공연에도 참여하게 되어 저에게는 더욱 뜻깊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은희: 너무 멋있고 자랑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무대에 있는 기분이 너무 황홀했고 용기와 힘을 얻는 감격스런 순간이었습니다.  


∎ 박** :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모두의 정성과 노력이 가득 찬 무대였습니다. 사랑합니다. 


∎지연 : 저에게도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오래뜰이 존재할 수 있도록,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금까지 노력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라 : 공연을 하면서 지금의 나를 다시 살게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작이 여성의전화였지요. 나의 이야기를 꺼내 놓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 또 다시 힘차게 출발합니다. 


∎ 칼리 : 엄마가 무대에 서는 것을 난생 처음 보았습니다. 너무 감동이 되어 저절로 눈물이 나왔습니다. 연극하신 분들의 열정과 힘이 느껴졌습니다.

  

∎ 소희 : 너무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연습할 때만큼은 걱정근심 없이 몰두할 수 있었고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치유가 된 것 같습니다.  


∎ 사랑 :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다는 것, 내 평생에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회, 나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고 잊지 못할 추억이었습니다. 언제나 억눌리고 주눅이 들어 있었는데 자기표현을 하면서 큰 치유와 자신감,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 순간을 즐기고 마음껏 웃을 수 있었습니다. 


∎ 지혜 : 매우 감동적이고 뭉클했습니다. 일부만 참석해서 아쉽지만 그래도 좋았고 정말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 구름 : 연극을 보는 사람들이 엄마와 나의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연극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 준다는 것에 기뻤고 이런 연극이 더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는 연극에 참여하며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밝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많이 나타나게 되었고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게 된 것 같습니다. 


∎ 나무 : 생각지도 못했던 큰 감동을 선물 받았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들의 얘기로 채워진 것이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대사 연습을 하면서 잊었던 감정들이 올라와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치유의 과정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연극을 마치고 자신감과 내가 이런 걸 다 해냈다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 단비 : 멋지고 아름다운 행사에 동참해서 가슴 뛰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그날의 감동을 경험하고 싶다”고 요청하여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가정폭력 생존자들이 힘과 생명력의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수 있도록 힘찬 응원으로 함께 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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