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대 여성인권활동가 아카데미 후


백수연


‘아이들, 학생들, 미래 세대’, 그리고 ‘자라나는, 기특한, 내일의, 앞으로의’. 한 무리의 사람들을 부르고 꾸미는 말들에는 생각이 스며들어있다. 그 생각이 적절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바로 그 말들이 부르고 꾸미는 바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나는 내가 청소년이었으면서도 청소년들이 어떻게 불리길 원하는지, 어떻게 대해지길 원하는지 알지 못했고, 알아보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으로 일한 시간이 길어서라는 핑계로, 나는 내가 겪었고 그래서 또 내가 굳히게 된 ‘청소년’의 관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 그리고 성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공부하면서, 청소년 역시 이 사회의 또다른 소수자임을, 그들의 인권 역시 존중받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후 청소년 관련 이슈를 맞닥뜨릴 때마다 매번 ‘지금 내가 ‘청소년 혐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점검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어떤 것이 ‘청소년 혐오’이고 어떤 것이 아닌지를 정확히 구분하지는 못해서 답답했다. 더구나 이제 한 달 조금 넘게 남은 캠프에서 만나게 될 10대 여성들과는 ‘선생과 제자’가 아닌, 함께 공부하고 연대하는 동반자가 되어야했기 때문에, 그동안 여러 차례 진행된 회의에서 나 뿐 아니라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다른 활동가분들도 청소년 인권 공부가 필요하다고 종종 건의했다. 그래서, 드디어, 6월 교육은 ‘청소년 인권’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번 강의에는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의 혜원님이 강사로 초청되었다. 청소년기를 이미 지난 여성인권활동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교육이다 보니, 보다 이해가 쉽도록 혜원님은 여성 인권과 청소년 인권이 얼마나 닮아있는지를 우선 짚어주셨다. 언제 어떻게 페미니즘을 접했고, 또 왜 여성 인권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했는지 서로 경험담을 나누면서, 비슷한 맥락으로 혜원님이 접하게 된 청소년 인권 운동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청소년 인권 운동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내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청소년을 대하는 태도나 말의 어떤 점들이 청소년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인지 여러 사례를 통해 배웠다. 특히 ‘보호주의’에서 말하는 보호는 ‘공부를 잘하는, 얌전한, 착한’ 등의 자격이 조건으로 상정되는 반면 진짜 '보호'는 자격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마땅하다는 차이점을 배운 것과, ‘완벽한 성숙함’은 없다는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 스스로가 맹목적으로 청소년을 미성숙한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고, 보호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면서 나의 ‘청소년 혐오’를 보호주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청소년 인권 존중과 청소년 보호의 교집합과 여집합을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나를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기준을 갖게 해 준 교육이었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각색한 고민들에 대해 각자 의견을 논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교육을 마치고, 이어진 시간에는 5월의 활동과제였던 사진이나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한 것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매번 ‘자신’을 주제로 하는 활동과제를 수행하기 때문에 나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사진이나 영상에 우리 각각의 진솔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서 끊임없이 웃기도, 전문적인 수준의 세련된 결과를 보며 감탄하기도 하면서, 서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어떤 역사를 품고 있는지 공유했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캠프가 목전이라 회의는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열성적인 토의로 푸는 것 같기도 했다.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마무리가 된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돌아가는 길에서도 우리는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곧 서로 살을 부대낄 2주가 다가오기에 우리는, 나는 모두를 더 알아가고 싶었다. 남은 6월과 다가올 7월에는 얼마만큼 더 배우고 또 더 이해하게 될지. 날을 손꼽아 지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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