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이 어떻게 여성을 도울 수 있을까?
- 한국법률구조공단 견학 후기
한국여성의전화 7기 기자단 이린

 

무더웠던 지난 2일, 한국여성의전화 전문 상담원 교육 프로그램으로 한국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에서 견학이 진행되었다. 견학은 한국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들의 강의로 구성되었다. 강의는 주로 법률구조에 대한 실무적 내용과 사례를 다뤘다. 이번 교육의 취지는 폭력 피해 여성들을 실무적으로 돕기 위한 절차를 알아보는 데 있었다.

 


 


 

오후 3시에 시작된 강의는 한국법률구조공단 소속 한유진 변호사가 진행하였다. 20명 남짓한 교육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강의를 들었다. 2시간 분량의 강의로, 긴 시간이었음에도 교육생들은 모두 진지하면서도 열의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강의 시작 전 한 변호사가 “한창 단 게 필요하실 시간이다”라며 교육생들에게 과자를 나눠 줘 교육생들 사이에 웃음이 퍼졌다. 밝아진 분위기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는 한국법률구조공단이 하는 일, 가정폭력 및 성폭력에 대한 법률 구조 안내, 대표적 지원 사례 소개, 사례 연구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한국법률구조공단은 시민을 대상으로 법률 상담, 소송 구조, 법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거나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법률 복지를 증진하는 것이 공단의 목표이다. 법률 상담의 경우 방문뿐만 아니라 웹 사이트(http://www.klac.or.kr/main.jsp)를 통해서도 이루어져,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한국법률구조공단 웹 사이트에서는 각종 법률 절차를 위한 서식을 내려받을 수 있어, 이러한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 구조의 경우, 형사 사건에 대해서는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고소 대리를 해주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충격이 큰 성폭력 피해자가 고소 과정을 직접 밟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후 가정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률 구조가 더 자세하게 다루어졌다.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원의 경우 피해자를 한국법률구조공단과 연결해주고, 필요하면 동석하거나 구조 요청을 대리 접수하는 등의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한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원인의 연락처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구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구조 대상자와 연락이 잘 안 되면, 구조 대상으로 선정되었음에도 통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 대상자의 자격은 건강보험료 기준 중위소득 125% 이내의 국민 또는 국내 거주 외국인이라고 한다. 한 변호사는 남편이 고소득자인데 가정폭력을 행사하며 경제권도 독점하고 있는 경우를 예로 들면서, 소득 부분의 경우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즉, 가구 소득이 고소득으로 분류된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본인이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구조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구조 절차는 전부 무료로 진행되며, 소송 비용은 당장 내지 않고 납부를 유예할 수 있으니, 소송 구조에 드는 비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구조 요청을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상담사실확인원, 2주 이상 상해 진단서, 고소장 사본 및 접수 증명서 등이 필요하다. 구비 서류를 잘 알지 못해 한국법률구조공단에 문의가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윽고 이어진 사례 연구에서, 한 변호사는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가며 민사 및 형사 소송에서 있을 수 있는 법적 절차에 관해 쉽게 설명하였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생각하는 소송과 달리, 훨씬 더 복잡한 세부 절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같은 경우에 저는 ‘사전 처분’보다는 ‘보호 명령’을 자주 청구하는 편입니다. ‘사전 처분’은 어길 시에 과태료 처분을 받지만, ‘보호 명령’은 위반하면 처벌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한 변호사는 이혼 소송의 예를 들며 ‘사전 처분’과 ‘보호 명령’의 차이에 관해 설명했다. 또, 장애 여성에 대한 성폭력의 경우 검찰이 장애 여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성폭력은 그 범죄가 발생했던 일시가 특정되어야 법을 적용할 수 있는데, 장애 여성은 일시를 특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한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변호사에게 가능한 한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래야 변호사도 그에 맞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의 증거를 남기는 것이 소송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대화, 통화 내용 등, 가해자가 사과하거나 폭행을 인정하는 등의 내용은 중요한 증거로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성폭력 사실이 거의 확실해 보였으나 가해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경우나,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한 사건 등, 다양한 사례가 다뤄지면서 많은 교육생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 변호사는 “안타까운 결과가 나온 사례를 많이 말씀드리게 되었지만, 이러한 사례를 통해 상담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페이스북에서 보았던 한 글이 떠올랐다. ‘성폭력을 당했을 시 당장 해야 하는 일들’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불쾌하다는 이유로 섣불리 샤워하거나 옷을 버리지 말고, 얼른 상담소 등에 연락하고 옷도 잘 보존해 두어야 한다는 등, 실질적인 대처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글을 읽으면서 이러한 실용적 조언이 실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강의 역시도, 앞으로 가정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를 만나게 될 상담원들에게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상담원 교육생은 아니지만, 나와 주변 사람이 폭력 피해를 입은 긴급한 상황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블로그 이미지

한국여성의전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