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대 여성인권활동가 아카데미 후기

박규현


  서울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아니다, 서울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에 더 자주 생각한다. 아니다, 서울에서 여자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더욱 자주 생각한다. 아니다, 서울에서 여자로 죽지 않는 법에 대해 더더욱 자주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을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 문자 이외의 것을 고민해본 적은 없었다. 지난 달 강의는 인터뷰였고, 이번 달 강의는 여성주의 미디어 제작과 활용이었다. 처음 미디어에 대해 배운다고 했을 때 겁부터 났다. 어렵겠구나, 싶었다. 내가 본 여성주의 미디어들을 세어봤다. 영화 <우리들>, <위로공단>, <소녀와 여자>……. 처음부터 끝까지 안심한 채 감상할 수 있던 작품들이었고, 이들의 이야기는 모두 여성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토막들이었다.


  강유가람 감독님의 강의는 주로 다큐멘터리 영화와 관련해 진행되었다. 그때부터 긴장이 풀렸다. ‘내 이야기, 내 입장, 내 시선, 내 해석이 담긴 하나의 기록물을 제작한다니, 그건 어쩌면 다른 여성주의 작품들보다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세상에 쉬운 건 없고 분명 어렵겠지만, 내가 보던 세상을 남들도 똑같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흥미가 생겼다. 특히 강유가람 감독님이 짧게 보여주신 여러 다큐멘터리 영상들이 모두 좋은 이야기들이어서, 섣부를 수도 있지만 용기가 났다.




  이전부터 독립영화관들을 자주 돌아다니며 독립영화를 관람한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보여주시는 영상들을 보니 내가 놓쳤던 좋은 이야기가 참 많다고 느꼈다. 똑같이 한국에서 살고, 동시에 서울에서 먹고 자도 깜박하고 지나가버리는 것들이 있었다. 이건 영화의 한 장면이 될 수도 있고, 이미 영화의 한 장면이었을 수도 있고, 그런 순간들을 눈으로 봤을 때 내 시선을 담아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작은 결심이 생겼다. 글로 기록해두는 것과는 다른 힘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강유가람 감독님의 강의가 곧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다. 여성주의 미디어에 대해 설명해주는 감독과 우리들. 강의실 맨 뒤쪽에서 우리를 찍었다면, 그 공간은 단단해보일지도 모르겠다. 감독님은 “‘나’의 입장이 명확해야 ‘나’의 사적인 일을 담을 수 있다” 말씀해주셨으니까, 우리들의 확실한 입장들이 한데 모여 있다면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사적인 순간들은 얼마나 또렷하게 전달될 것인가? 




  회의에서는 지난달처럼 10대 캠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지난 4월 진행된 아카데미 중간평가 설문지 내용을 토대로 서로의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활동과제로 제출했던 서로의 과제(나 자신 혹은 내가 하고 싶은 인물 인터뷰하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인터뷰 과제의 감상을 말하면서, 인터뷰는 분명 끝난 것인데도 여전히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울어도 이상하지 않은 그 상황이 편안했다. 서로에게 질문자와 인터뷰 대상자가 되어서 한 편의 이야기에 출연하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각자가 겪고 있는 상황과 관계들을 들어주고, 나아가 이해해주는 일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2528754D58917F1B01D60A2405D04D58917F1B04061F2458754D58917F1B3874BD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블로그 이미지

한국여성의전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