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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여성에 대한 ‘일상’의 폭력

by kwhotline 2017. 4. 6.

여성에 대한 ‘일상’의 폭력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김민지


3월 23일 목요일 오후2시,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가정폭력전문상담원 교육에서 이화여대 한국 여성연구원 연구교수 허민숙 교수의 강의가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주최하는 가정폭력 전문상담원 교육과 성폭력 전문상담교육은 2017년 3월 23일부터 5월 26일까지 진행되며 두 가지 모두를 이수한 이들은 소정의 실습과정을 마친 후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전문상담원으로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자원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다. 




사랑? 그게 뭔데!

이 날 강의는 ‘여성의 삶과 생활 속의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허 교수는 몇 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무엇이 가장 이상적인 사랑으로 보이는가?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동성 간의 결혼식 장면, 가난해 보이는 연인 등.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모습을 사랑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젊고 아름다운 백인의 여성이 백인 남성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은 채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만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인정한다. 허 교수는 이런 사람들의 편견을 언급하며 사랑의 감정과 행위 역시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어떤 장치들이 우리로 하여금 이들의 모습만을 사랑으로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로맨틱한 사랑으로 포장되는 폭력과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돌봄노동

자본주의 사회가 번성하기 위해서는 생산 노동을 하는 인력과 이들을 집에서 보조하는 재생산 노동을 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현대사회는 가사노동 자녀 출산 및 양육 등을 포함하는 재생산 노동이 필수적이지만 이러한 노동은 무보수로 온전히 여성에게만 부담 되어왔다. 이는 여성이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권리를 약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허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들이 가부장제를 강화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이 강제로 여성에게 스킨십을 하거나 손목을 끌고 가는 장면은 분명한 폭력이지만 미디어는 이것을 사랑과 로맨틱으로 포장한다. 남성들은 폭력성을 ‘서투른 사랑’으로 해석하도록 교육받으며 성장하는 것이다.


애교와 권력관계

 남성에게 의존하는 위치를 여성에게 강요하는 비가시적인 폭력은 이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허 교수는 리우 올림픽 당시 여성 선수를 대상으로 한 해설자의 몇 가지 멘트를 언급했다. ‘남편에게만 보여주는 애교를 우리 저 국민들한테 한번 보여주면 좋겠는데’, ‘스물 여덟이면 여자 나이로는 많은 나이거든요’, ‘원랜 잘 웃습니다, 애교도 많아요.’ 등 운동선수로서 큰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그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애교’를 요구하는 것이다. 


누군가 누구에게 애교를 요구할 수 있는 사회는 이는 권력을 가지고 여성에게 특정 위치를 요구하는 사회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허 교수는 강조했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은 폭력에 노출된다. 일반 여성들의 연애경험담을 보면 폭력은 걱정과 보호, 염려를 가장한 통제와 욕설로 시작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는 서투른 사랑 표현으로 묵인되고 폭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사소하게 보였던 일들은 사소하게 끝나지 않는다. 2016년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들은 최소 82명,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05명이다.  허 교수는 최근 송파 살해 사건을 언급하며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동시에 이런 여성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측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을 비판했다. 


미디어로 만들어지는 여성에 대한 문화적 부정의(cultural injustice)

   그렇다면 왜 여성들은 이런 ‘취급’을 받게 된 것일까?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여성은 누구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강의가 이어졌다. 허 교수는 문화적으로 여성이 지배당하고 있는 문화적 부정의(cultural injustice)를 강조했다. 같은 주류광고에서도 소주 광고 속 여성들은 과감한 노출과 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하지만 맥주 광고 속 남성들은 양복을 차려 입고 잠재력 있고 특정 분야에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의자 광고 역시 여성이 모델일 때는 엉덩이를 노출하지만 남성이 모델일 경우 의자의 기능을 전문적으로 설명해준다. 


아주 오랫동안 방송 신문 잡지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우리는 남성은 전문성을, 여성은 자신의 몸과 미소만을 강조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것은 비가시적인 불평등을 만들어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한다. 남성의 기준으로 부과한 미적기준이 여성에게 상당한 수준의 폭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성 중심 문화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젊고 아름다워야 하며 수동적이며 순종적이어야 한다. 사회는 그들의 기준에 맞는 여성들을 극도로 찬양하지만 그에 해당하지 않는 여성들은 비난한다. 이것이 여성의 외모가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이유이다. 여성의 외모 문제는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 정치적 문제이다. 


허 교수는 취업 전쟁 속 여성의 능력은 여성의 외모로만 대변되어 여성이 스스로를 혐오하고 학대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또한 통제력, 자기 절제력으로 환원되는 다이어트의 성공과 미덕은 결국 자본에 이익을 가져다주고 여성의 외모관리가 철저하게 남성적 시선과 권력에 의한 것임에도 자기관리라는 명목으로 그러한 권력관계를 은폐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바꿔보자 

허 교수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결국 ‘환경’을 바꿔주면 된다는 것이 허 교수의 답이었다. 각자 다양한 단체에 속해 있고 다른 경험이 있는 53명의 교육생들이지만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지고 교육에 참여했기 때문인지 그들의 행동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교육은 오후 5시까지 이어졌지만 전혀 지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강의에 참여한 그들을 응원하는 것으로 강의는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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