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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생존을 넘어, 여성이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세상으로 (3.8여성의날 젠더폭력 근절 정책 토론회)

by kwhotline 2017. 3. 16.

생존을 넘어, 여성이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세상으로

 

한국여성의전화기자단 글 지원

사진 진솔




“이 세상에 완전 범죄가 있다면, 그것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1)


여성에 대한 폭력은 “문화로, 미풍양속으로, 전통으로, 가족주의나 민족주의의 이름으로”1) 숱하게 지워지고, 미화되고, 정당화된 오랜 역사가 있다.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로 인한 여성의 인권침해, ‘여성’으로만 환원될 수 없는 다층·복합적인 차별을 경험하는 이주여성과 장애여성, 그리고 미디어 속에 나타나는 여성폭력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여성단체들은 현장에서 활동하고, 국가정책의 제정 및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폭력과 그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만연한 지금, 국가는 어떠한 정책으로 이에 맞서야하는가?


 



지난 3월 7일 화요일 10시,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젠더폭력 근절 정책 토론회>에서 현장의 목소리로 밝힌 젠더폭력 근절 정책을 만나보았다. 이 행사는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렸고, 양현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다른 듯 닮은, 서로 다른 현장의 목소리

평일 아침 이른 시간에 토론회가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가정폭력문제를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집안일’, ‘개인적 문제’가 아닌 인권문제이자 사회적 범죄로 봐야한다는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상임대표의 발언으로 토론회 발제가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 가정 보호 및 유지가 아닌 가정구성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과 처벌이 이뤄져야하고, 가해자 처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성폭행 피해자를 불쌍하고 보호해야 할 존재로 볼 것이 아니라,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서 그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여성폭력피해자 지원예산을 일반회계로 편성하여 안정화하고, 성폭력 형사사법 절차에서 발생하는 2차 가해 규제를 위한 현실적인 조항이 필요함을 제기했다.




 

세 번째 순서로 발언한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성매매문제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젠더불평등한 구조에서 발생하는 ‘성착취’임을 역설했다. 따라서 성매매여성을 비범죄화하고, 성매수·성매매 알선행위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수요차단’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을 제시했다. 다음으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상임대표는 현재 다문화 가족 중심의 정책은 귀화한 한국인과 외국인의 결합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숫자로 존재하는 이주여성들이 법률의 사각지대에 위치함을 지적했다.


다섯 번째로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대표는 장애여성이 장애와 성별이 교차하고 공존하는 경험 속에 살고 있으며 장애여성의 차별과 폭력의 경험은 ‘다중적이고 복합적’임을 밝혔다. 따라서 성평등을 위한 정책에서 장애인지적 관점을 포함하는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은 성폭행을 다루는 언론 보도가 불필요한 재연과 삽화 등을 통해 자극적이고 흥미위주의 보도를 일삼고 있고,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강화함을 지적했다. 미디어 보도의 편향적 시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공적 규제 기관에 여성이 거의 없는 상황과 같은 성차별적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모색해야 함을 강조했다.


정책을 넘어서, ‘정치’의 변화가 동반돼야

이어서 더불어민주당 김성민 의원, 국민의당 이성은 의원, 정의당 류은숙 의원의 정당별 핵심 정책 및 추진과제 발언이 있었다. 이날 패널 발표에서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외에도 스토킹/데이트 폭력/디지털성범죄와 같은 신종 범죄에 대한 정책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김성민 의원은 20대 총선 공약을 예로 들어 설명하며 다양한 젠더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이성은 의원은 정당별 공약의 차이는 사실 크지 않고, 정책은 많지만 실현되지 않는 현실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류은숙 의원 역시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실현시키는 정치의 문제임을 거듭 강조하며 지금까지 나온 정책들을 현실화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표적’인 3대 여성폭력인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문제 이외에도 이날 현장에서 제시된 이주여성·장애여성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의 문제는 정당이 제시한 핵심과제에 설정돼 있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토론회 및 정책 발표 과정에서 공통된 전제는 정책만큼 정치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책의 수를 늘리기에 급급해서 그 본질을 잊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실제 정치로 현실화되고 일상으로 녹아들어야 한다. 제시된 수많은 정책 과제들을 고민 없이 떠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성차별적인 제도 운영과 정치를 성찰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국민의 바람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정희진,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또하나의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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