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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차이가 차별이되지 않는 광장, 페미니스트 광장에 다녀오다

by kwhotline 2017. 3. 15.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광장, 페미니스트 광장에 다녀오다

 
 한국여성의전화기자단 글 이현경
사진 수민



지난 3월 4일 보신각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제33회 2017 페미니스트광장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가 열렸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여성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한 러트거스 광장 시위를 기념하며 세계적 기념일로 자리매김하였다. 한국에서도 여성폭력과 임금격차를 타파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1985년부터한국여성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2017 제33회 세계여성의 날 행사는 3월 4일과3월 8일 양일에 걸쳐 개최되었다.

3월 4일에 보신각에서 진행된 페미니스트 광장 행사는부스행사로 시작해 자유발언 시간과 행진을 거쳐 제19차 범국민행동 사전대회로 이어졌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부스행사에서는 드로잉 퍼포먼스 및 페미인권법률상담소를 포함해 자유발언, 플래시몹과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다. 광장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회원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피켓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동국대학교 대학여성주의실천단 쿵쾅,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성소수자 부모모임 그리고 녹색당의 여성특별위원회와 정의당 여성위원회의 깃발을 볼 수 있었다.



 

여성인권 피켓과 페미니스트를 상징하는 보라색의 풍선들



“형식적 평등을 넘어 실질적 평등을 향해 가야 한다.”

부스행사 이후 약 50분간이어진 자유발언 시간은 한국여성의전화 서민정 회원의 낙태죄 폐지 발언으로 시작되었다. 다양한 단체들은 낙태죄 폐지부터 차별금지법 제정,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및 구속, 임금격차해소, 여성 대표성 강화까지, 여성을 억압하는 구조적, 제도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낙태죄 폐지 발언을 한 서민정 회원은 현재 법 체계는 생명권을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우위에 두면서 동시에 우생학적 관점에 따라 낙태를 선별적으로 허용한다며 정부는 낙태에 대한 이중적인 시선을 거두고 임신중단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진에서는 다양한 단체들의 구호가 이어졌다


 
마지막 자유 발언 이후 ‘I’ll survive’라는 주제로 참가자들은 춤을 추며 몸을 일으켰다. 행진은 흥을 돋우며 시작되었다. 1000여 명의참여자들은 “민주주의는 페미니스트가 구한다!” 라는 구호에 더불어 “최저임금 1만원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노동구조의 개편 또한 여성인권의 연장선임을 선언했다. 한편 한국여성의전화활동가들은 행인들에게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핵심과제’ 유인물과 함께 여성의날의 상징인 장미를 건네며 여성의날의 상징이 빵과 장미이며 이는 각각 생존권과 참정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렸다.




 



페미니스트 광장을 넘어 광화문 광장에 연대를 요구하다


행진은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제19차 범국민행동 사전대회에 합류했다. 사전대회는 여성 삼인조 밴드, 구텐버즈의 ‘안녕, 안녕’으로 시작되었다. 범국민행동 사전대회에서 이어진 자유발언에는 이주여성, 여성노동, 여성대표성, 여성혐오, 여성폭력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발언자들은 대선후보들에게 여성전문 상담소 제도화, 성별 임금격차 해소, 여성대표성 확대를 통한 여성혐오 해소를 요구했다. 여성 대표성에 대해 발언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이진옥 대표는 “만인의 인권과 평등이 보장될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되어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여성이 국회에 진출할수 있도록 선거제도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성폭력에 대해 발언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위원은 광화문에 운집한 범국민행동 집회 참가자들에게 어떠한 차이도 차별이 되지 않는 나라를 함께 가꾸어 나가야한다며 여성폭력 없는 사회를 위한 연대를 요청했다. 제19차 범국민행동 사전대회에 참가한 대학생 이권희씨는 “페미니스트와 인터넷상의 담론인줄만 알았던 여성주의가 100만명이 모인 촛불집회에서 당당히 울려 퍼지는 것을 보고 변화의 흐름을 느꼈다.”며 감회를 밝혔다.



 



광장을 뒤로하며


처음 광장에 들어선 그 순간을 잊지못한다. 집회 경험이 많은 나는 별다른 기대 없이 광장으로 향했다. 다른집회와 다를 것 없을 거란 생각으로 지하철에 몸을 맡겼고 취재를 위해 곧바로 종각역 4번 출구 계단을 올랐다. 한 걸음 한 걸음 더 올라갈 때마다 깃발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각종 정당의 여성위원회 깃발과 대학 여성주의 소모임 그리고 이주여성단체, 성소수자부모모임과 같은 소수자 단체들의 깃발들까지.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유있는 감동이었다. 그곳은 나에게 ‘여성으로서 정체성’이 나누어지지 않고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최초의 광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진 도심 속 행진과 범국민행동 사전집회는 실존하는 공간을 페미니즘으로 흔들었다. 수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페미니스트 발언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동조했다. 인터넷에서만 경험했던 순간이 현실에서 실현되었다. 절대 변하지 않을것 같던 범국민행동의 반-페미니즘적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는 희망을 받았다. 많은 참여자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것이다. 이것이 페미니즘광장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유일한 광장. 내가 온전한 나로 존재하는 최초의 광장. 그리고 모든 광장은 페미니스트 광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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