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A방 백수연, 황혜빈, 명은혜, 손민영, 곽경민


모든 때가 인상 깊었지만, 처음이라는 가장 어색한 순간을 지나고, 서로를 더 알리기 위해 명함을 나눈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는 평소 자신을 소극적이라 평가했는데, 모든 분이 열심히 참여하셔서 만들어진 열띤 분위기 덕분에 신기하게도 인사가 끝난 분을 찾아 자신을 영업하는 나를 새로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명함에는 각각의 특색이 있었는데, 겹치는 테마의 명함이 없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나를 설명하는 단어로 구성된 가로세로 단어 퍼즐 명함을 만들어왔는데 많은 분이 아이디어를 좋아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질문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했다. 한 분 한 분을 만나는 것이 소중했고 올해 중 기억에 많이 남는 순간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 나는 정말로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어서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택했는데, 다른 분들이 각각 재치 있는 단어들과 기발한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한 것이 흥미로웠다. 그 내용뿐 아니라 명함의 모양과 재질 등 매개체 자체도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 재밌었다.


참여자들이 손수 만든 명함명함을 발표하는 참여자들



 다음으로 허민숙 교수님의 <젠더폭력과 가정폭력> 강의가 시작되었다. 왜 폭력에 노출된 여성이 가해자와의 관계를 끊기 어려운지에 관한 설명이 인상 깊었다. 평소 전혀 생각지 못한 가해자의 행동방식이 충격적이었다. 「아주 친밀한 폭력」의 내용과 상당히 밀접한 강의였으며 ‘가정폭력’의 피해여성이 사회적 그리고 법적으로도 더 큰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접한 덕분에 다음날 <침묵을 말하라>를 시청했을 때 피해 여성에 대한 법적 보호 인식의 수준이 더욱 참담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강의 후 질의응답 시간은 그 자체로 페미니즘에서 교류와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 이후 고미경 대표님의 <한국여성인권운동사> 강의에서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창립부터 지금까지 실시한 여성인권운동 그리고 관련 활동에 대한 내용을 접했다. 강의는 이전에 읽은 어떤 한국 페미니즘 역사책과 겹치는 내용이 없어서인지 새로웠다. 다만 한국여성의전화 이전의 페미니즘도 접했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워크숍 첫 번째 강의 <젠더폭력과 가정폭력> 허민숙 이화여자대학교 연구교수님과 함께하는 시간


 2번의 강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만큼 답답하고 가슴이 아픈 시간이었다. 수치로 나와 있는 수많은 여성의 죽음과 고통이 지극히 개인적인 고통으로 다가와 버겁기도 했다. 특히 가정폭력에 대한 판결문을 읽을 땐 법과 사회정의에 대한 환상이 무참히 깨져버린 순간이었다. 사법 시스템 또한 결국에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눈으로 직접 보니 차라리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강의로 한국여성이 겪고 있는 폭력과 차별의 실상을 통계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면, 방안에서 이어진 우리의 대화는 통계적 수치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여성의 고통과 무게를 피부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오프라인으로 다수의 페미니스트와 교류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아웃사이더 성향이 짙은 내가 SNS가 아니어도 의견을 잘 나눌 수 있을까’라는 우려와는 달리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조원 분들과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 여성주의 아래 선뜻 나누기 어려운 경험담을 풀어내며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이후 상당히 심적 치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절망감과 답답함을 깊은 밤까지 생전 처음 본 사람들과 공감하며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혼자서는 단 한 발짝도 떼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2명, 3명이 모여 목소리를 내고 언어를 찾고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갖는지 실제로 체험할 기회였다. 이런 ‘자매애’ 덕분에 첫날부터 순조롭게 캠프를 보내게 된 것 같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니 ‘그런 일을 겪은 것이 나 혼자만이 아니구나.’ 하는 공감대가 생겼고, 이 공감대를 바탕으로 앞으로 활동을 해 나가는 동안 지치거나 좌절할 일이 생겨도 서로 도닥여주고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워크숍 두 번째 강의 <한국여성인권운동사>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와 함께하는 시간


  첫날부터 빡빡한 강의들로 채워진 스케줄이어서 조금은 힘들었지만, 새삼 지금 내가 일원으로 참여하게 된 일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매우 실망스럽고 또 절망적인 여성 인권 운동의 과거, 그리고 현 상황을 알게 된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동기가 되었고,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이 모든 것 때문에 더욱 힘내서 싸워야 한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여성 인권에 대해 말할 수조차 없었던 지난날보다, 소란스럽지만 말할 수 있게 된 지금이야말로 서로 연대하고 싸울 수 있는 적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것을 배움과 동시에 에너지를 더 충전하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여성인권활동가 아카데미에서 함께할 날들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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