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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일상

겟 잇 페미니스트 4탄 빛나는 자매애, 활동가 구출사건 주요 일지

by kwhotline 2016. 7. 21.

겟 잇 페미니스트 4탄

빛나는 자매애, 활동가 구출사건 주요 일지

: 조금 불안하지만 멋진 친구들

 

한국여성의전화


 

2016년 6월 28일, 한국여성의전화의 뜨거운 자매애를 실감할 수 있었던 사건이 일어났다. 당사자도, 지켜보던 이들도 모두 얼굴에 함박웃음을 가득 머금게 한 미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활동가 구출사건 주요 일지

 

6월 27일 사건 발생 전 

활동가 M(이하 M)이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점심 무렵부터 표함.

 

6월 28일 오전 9시경

M이 출근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몸살에 걸림. M의 휴대폰이 오래 전부터 병들어 있어 연락도 불가능 한 상태. 모든 활동가가 걱정에 휩싸임.


정오 무렵

운전면허를 소유했고, M의 집을 알고 있는 활동가 S(이하 S)와 그냥 걱정이 많이 되었던 활동가 K(이하 K)가 M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출발함.


오후 1시 30분경

은평구 불광동에서 홍대입구역 인근 M의 집까지(약 9.3km) 한 시간을 걸려 도착함. 어디를 드라이브 했는지는 아직까지 미궁으로 남아있음. 자고 있던 M은 S가 몇 번을 틀려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번호 키를 누르는 소리에 잠에서 깸. M, 침대에서 기어 나와 옷을 반만 입은 채로 문을 열어줌.

 

오후 1시 35분경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픈 M을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S와 K가 옷을 고름. 맨정신으로도 입기 힘든 예쁜 청반바지를 추천함. M이 옷걸이에 버젓이 걸려 있는 편한 회색 치마를 줄 것을 요구함. 그러나 S와 K, 상냥하게도 청반바지를 입혀주겠다고 함. M의 간절히 호소하여 다행히 회색 치마를 입기로 결정함.


오후 1시 40분경

S와 K, 5성급 병원에 가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인터넷에 검색함. 산업은행이 위치한 4분 거리의 건물에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병원이 있음을 확인하고 출발함.


오후 1시 41분경

이동하는 사이, 춥고 아픈 M을 위해 에어컨을 껐다가 너무 더웠던 S와 K가 에어컨을 다시 켬. 후에 K는 이 순간을 회상하며 병든 자를 위해 다음에는 꼭 카디건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음.


오후 1시 50분경

S가 국민은행이 예전에 산업은행이었음을 주장하며 병원의 흔적조차 없는 건물로 모두를 이끌고 들어감. 곧 다시 나옴.

 

오후 1시 58분경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 메신저에 M을 구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짐.


 

오후 2시 20분경 

몸살 진료에는 동네 내과로도 충분했을 법 한데, 5성급 병원에 집착한 S와 K 덕분에 5성급 준종합병원에 도착하여 접수하는 데 20분 소요함. 앉아있기조차 힘겨웠던 M은 에어컨 추위에 벌벌 떨며 대기함. S가 신속하게 양지로 M을 옮김. K는 대기실 앞에서 오매불망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리며 스스로의 합리적 역할분담에 자부심을 느낌.


오후 2시 25분경 

사이좋게 셋이 우르르 진료실에 들어감. 자매도 친구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기묘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낯선 광경에 당황한 의사는 셋이 어떤 관계인지 질문함. S와 K는 서로 같이 일하는 사이이며 몸이 아파 출근을 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어 점심시간 무렵 차를 타고 집에 찾아와 M을 구출해서 병원에 데리고 온 상태라고 상세히 대답함. 의사가 대체 어떤 직장이기에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되물음. S가 침착한 표정으로 왜 그런 것까지 대답해야 하냐고 강력히 받아침. 의사 “?”

 

오후 2시 35분경 

자매애에 감명을 받은 의사는 K에게 ‘그렇다면 두 분이 보호자시냐’고 물었고, K는 그렇다고 대답하였음. 이에 의사가 보호자인 이들에게 계산을 요구했으나, M을 구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급했던 나머지 아무도 사무실에서 카드를 들고 오지 않아 병든 M의 카드로 병원비를 계산함.

 

오후 2시 45분경

M이 재빨리 귀가할 수 있도록 K가 약을 사오는 동안 S가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 역할분담을 시도함.


오후 2시 46분경

S, 주차타워 고장으로 1시간 후에나 차를 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음. 어서 약을 먹이고자 병든 M을 이끌고 죽 판매점에 가서 M의 카드로 죽을 계산함. 약값도 M의 카드로 계산함.

 

오후 2시 50분경

주차타워를 고치는 동안 택시를 잡아 M을 집에 보내고 S와 K만 대기하는 것으로 또 역할분담을 시도함. 이 와중에 S, 목이 마르니 음료수를 사먹을 수 있도록 M에게 카드를 달라고 함. M의 통장에 돈이 없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한 장의 신용카드뿐이었음. 음료수와 택시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던 중 주차타워가 고쳐짐. 


오후 3시경

어차피 음료수를 먹을 수 없으니 택시를 탈 바에야 차를 빨리 끌고 와 다같이 M의 집으로 가기로 함. 또다시 벌어진 역할분담 시도로 S는 홀연히 떠나고 병든 M과 K가 인근 상가 계단에서 S를 무작정 기다림.


사무실에 있던 활동가 J, S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음. 고개를 끄덕이고, 한숨을 쉬는 등 심각하게 전화를 받음. 사무실이 불안에 휩싸임. M의 상태는 어쩠냐는 모두의 질문에 J, “그건 묻지 못했어.” 활동가들 “?”


사무실에 있지 않아 상황이 궁금했던 대표 N. 사무실에 전화해 M의 상태를 물음. 전화를 받은 활동가는 병원에는 간 모양이라고 전함. 대표 N은 평소 M의 의복 두께(?)를 언급하며, 죽이라도 쒀 먹이고 싶다는 안타까움을 전함. 활동가들 모두 잘 먹고 잘 자야한다는 당부를 남기고 전화를 끊음.


오후 3시 15분경

드디어 S가 혼잡하기 그지없는 홍대입구 대로변 한복판에 차를 세움. 병든 M과 K 신속하게 차에 오름.

*병원과 M의 집은 4분 거리.

 

오후 3시 50분경

S, 병든 M에게 약을 먹으려면 죽을 먹어야만 한다고 강조함. M이 기운이 없어 먹지 못하겠다고 하자, 그럼 약만 먹으라고 말을 바꿈. M이 깜짝 놀라 죽 한 숟가락을 뜨고 약을 먹음. 신속하고 효율적인 역할분담으로 성사된 병원내방에 지친 M을 침대에 눕히고 S와 K, M의 집을 나섬. 

  

오후 5시경

S와 K, 또다시 9.3km를 약 1시간을 달려 사무실로 무사 귀가.

 





이상,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주고, 여러 가지 의미의 함박웃음을 짓게 했던 활동가 구출사건 5시간 남짓의 경과이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구출 당사자였던 M의 심정을 전하며 사건일지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M : “매우 감동적인 하루였다. 자매애를 느꼈고, 내가 여성의전화를 다니는 한 혼자 죽지는 않겠구나 생각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당분간 이 상황을 생각하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그냥 죽과 약을 사다 주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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