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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제2의 인생의 시작, 오래뜰

by kwhotline 2016. 5. 4.

제2의 인생의 시작, 오래뜰


- 장미(애칭)


  2015년 3월 어느 날, 1366 긴급피난처에서 쉼터로 가기로 결정을 하고 출발 했다. 낯선 서울거리를 한참 달려 어느 사무실에 도착. 작은 상담실에서 규칙 설명을 듣고, 서약하고, 닉네임을 장미로 정하고 거처할 곳으로 이동을 했다. 어둡고 침침한 감방 같은 곳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들어간 곳은 가정집 같았다. 그곳에 있는 분들께 장미라고 인사를 하고 방으로 갔다. 손을 씻고 이불을 깔고 그 자리에 몸을 뉘었다. 얼마 만에 느껴본 편안함인지……. 나도 모르게 잠속으로 빠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식사시간이라며 나를 깨웠다. 식사가 차려진 거실로 나갔고, 밝게 웃으면서 나를 반겨 주는 사람들이 다 나와 같은 피해자라니 거짓말 같았다. 목으로 밥이 넘어 가고 있다는 것이 미안했고, 애들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났다.


  일주일 동안은 공주라며 편히 쉬라고 했다. 정말 이렇게 편하게 잘 먹고 지내도 되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것도 잠시,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집으로 가서 해결해야 할 것만 같았다. 방 식구에게 나의 생각을 말하고 준비하는데 사무실 선생님께서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였다. 집에 가야할 이유가 무엇이며, 가서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답은 없었기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일주일쯤 지나 정신과 상담, 건강 검진이 이루어졌다. 정신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고, 기분이 좋았다. 지금까지 내 몸을 위해 이렇게 해 본건 처음이었다. 그 후 9개월 동안 오래뜰에서의 삶은 제2의 인생의 시발점이 되었다. 


  개인상담, 집단상담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 인생의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능력과 무슨 일이든 책임감을 갖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겼다. 자존감이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되었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 지금까지 엄마, 마누라, 며느리로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현실요법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긍정적 중독에 빠지려고 매일매일 운동을 하고 변해가는 몸을 느끼면서, 마음의 두려움도 자신감으로 충만해졌다. 인문학을 통한 심리치유와 글쓰기치유 시간에는 순간이었지만 시인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3주에 한 번씩 진행되는 한방진료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두려운 것은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나를 보호하려는 힘”이라는 말이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오래뜰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소풍을 간다고 해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지금 이 상황에 어떻게 소풍을 가냐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꽃길을 걸으며 ‘과연 저 사람들은 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늘을 즐거워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어색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잊지 못할 추억이 또 있다면 바로 ‘자아여행’이다. 2박3일간의 여행을 위해 1주일에 한 번씩 계획을 세우고 토론을 했다. 설마 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마침내 꿈같은 현실이 내 앞에 펼쳐졌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과 들뜬 기분을 뭐라 표현 할 수가 없었다. 


 오래뜰에 있는 동안 두려웠던 마음이 상담과 프로그램으로 조금씩 치유가 되어갔다. 그러나 3일, 일주일, 10일, 보름, 한 달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두려움, 조급함 달래기가 많이 힘들었다. 애들이 보고 싶고 두려움이 생길 때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섭섭함도 느끼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답답함도 느꼈다. 그러나 내 일 같이 상담해주시고 마음 아파하시고 같이 눈물도 흘려주신 천사 같은 우리 선생님이 계신 이 곳을 ‘천국’ 이라고 말하고 싶다. 


 엄마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있다가 사람으로 태어나 지금까지 산 제1의 인생을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잘 살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살았다. 이제 제1의 인생 마감하고, 제2의 인생을 살려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쉼터에서의 9개월 정말 꿈만 같다. 오래뜰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로 살수 없었을 것이다. 


제2의 인생에 도전 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어준 오래뜰. 영원히 사랑합니다.


오래뜰 후원현황 (20161~3)

 

정다희 탁상달력 5, 아동스티커북 3/ 허유정 롤화장지 5묶음, 곽티슈 24/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도서 135/ 김남훈 안경클리너 1박스 / 희망 치킨 3마리, 피자 3/ 김윤정 차류 100/ 정수원 한약 21일분 / 푸드뱅크 옥수수수염차 72/ 허순임 2박스 / 최경숙 의류 9/ 김지은 수제버터식빵 1봉지 / 최선혜 치킨 3마리, 피자 3/ 박은주 생리대(대형 384, 중형 400) / 조성금 가래떡 2/ 정춘숙 초코릿 1박스, 단감 1박스 / 여가부장관 강은희 멸치1kg / 이미혜 들기름 1, 김 선물세트 1/ 고미경(미주) 사과 1박스, 배즙 30, 참기름 1/ 박미자 들기름 1/ 최희진 1박스, 의류 2/ 장유미 경주빵 20/ 행동하는의사회 카놀라유 2, 연어통조림 3, 스팸통조림 4개 샴푸 4, 트리트먼트 1/ 홍혜선 아기기저귀 192(영아용) / 서경남 레드향 1박스(5kg) / 김영자 사과 1박스, 1박스 / 손명희 멀티비타민 2/ 김채영 롤케익1/ 현주 의류 12, 신발 4켤레 / 나비 20, 초콜릿 1, 사탕 1, 꽃바구니 1/ 하늘 마카롱 1봉지, 케이크 2/ 권오선 달걀 45, 2접시 / 진아 화분 1/ 권송자 의류47/김지혜 의류 42

 


1987년 시작된 한국여성의전화 쉼터 오래뜰은 한국 최초의 가정폭력피해생존자 쉼터입니다. 치유 프로그램, 법률소송 지원, 의료 지원뿐만 아니라 여성주의의 가치로 평등한 관계를 맺고 스스로 주체가 되는 공동체입니다.





가정폭력 쉼터는 가정폭력을 벗어나기 위해 용기 있게 집을 나선 여성들과 동반 아동이 살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는 여성과 아동들이 폭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안전하고, 소중한 공간입니다.

 

쉼터로 탈출한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살기 위해' 생활의 터전인 집을 나왔습니다. 그렇기에 쉼터는 세상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생계비는 가장 기본적으로 확보해야하는 비용입니다.

 

가정폭력피해여성과 아동이 또 다른 고통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분들의 후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지지가 그들의 새로운 출발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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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전화 :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02-2263-6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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