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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용기 내어 만나다

by kwhotline 2016. 3. 2.

용기 내어 만나다

 

한국여성의전화 쉼터 오래뜰



베틀여성모임은 1987년 가정폭력피해여성들의 피난처인 쉼터가 생긴 이후, 쉼터를 퇴소한 생존자들의 자조모임으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격월로 모여 집단프로그램, 문화체험 등을 진행하며 서로의 인생을 응원하고 있다.



입소 후 두 번째 베틀 모임이다. 첫 번째 모임 때에는 낯선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라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두 번째 모임에는 낯익은 얼굴이 많아져서 편안한 마음이 들었고, 마치 우리 집에 손님을 초대한 듯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베틀 모임에 오시는 분들을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해 주시는 쉼터 선생님들을 보니 꼭 친정 엄마 같이 느껴졌다. 내가 나중에 방문을 하여도 반갑게 맞이해 주실 선생님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늘은 선배의 조언을 듣는 시간이었다. 한참 전 이곳을 머물다 가신 분이지만 너무나도 화사한 표정에 가정폭력 피해자였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심하다는 것, 가정폭력 생존자에 대해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이 분은 현재 유명 커피숍의 매니저로 활동 중이시다.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직업 훈련비를 지원받아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퇴소 후에도 끊임없이 노력하여 국제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했다고 한다. 인생에서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나'를 위하여 도전을 했다. 우리는 보통 좌절의 시기가 오면 해결되지 않는 것들을 쥐고 끙끙거리기 마련인데……. 이 분은 그 시기를 터닝 포인트 삼아 더욱 노력했고 현실에 부딪히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 일을 해야만 하는지"를 항상 머릿속에 되새겼다고 한다. 면접을 볼 때에도 "나도 될 수 있어. 혹시 안 되면 또 부딪혀 보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긍정적 마인드로 도전했다고 한다. 직업뿐만이 아니라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되면 항상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내어 먼저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용기 내어 내가 쉼터에 입소한 것처럼…….

 

이혼 여성이 혼자 자녀를 양육하며 살기엔 아직도 힘든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 선택을 확실히 하여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바로 세워야 나의 자녀도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쉼터 입소 후 많은 것을 깨닫고 있다. 베틀 모임 이외에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쉼터 선생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베틀 모임에서 처음으로 영화감상도 했다. <스틸 엘리스>라는 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는 40대 중반의 여자 주인공이 '희귀성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린다는 내용이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린 후에 죽음마저 마음먹은 대로 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애처로워 보였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어도 건강하지 못하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삶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위해서, 나의 가족들을 위해서 노후 대책을 잘 마련해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영화 '스틸 엘리스' 스틸컷



쉼터 입소 후 많은 프로그램들을 시작했고 얻는 것이 정말 많다. 쉼터에 이렇게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는 것에 놀라웠다. 이런 경험을 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되기 때문에 막상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데, 쉼터에 와서 여러 경험을 하고 있는 것에 너무나 감사드린다. 나의 '자존감'을 키워야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고, 내 스스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을 정말 많이 느낀다. 쉼터에 오게 된 사연은 힘들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내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앞으로 질 높은 삶을 위해 더욱더 노력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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