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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우리들의 소중한 인연이 싹트는 시간

by kwhotline 2016. 3. 2.

우리들의 소중한 인연이 

싹트는 시간



 




지난 6월 26(오후630회원공간 '곁에'에서 2015년 상반기 신입회원교육이 있었습니다올해 새롭게 한국여성의전화와 인연을 맺은 회원분들과 함께한 뜻 깊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신입회원교육은 한국여성의전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아볼 수 있는 고미경 상임대표의 강의로 문을 열었습니다한국여성인권운동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한국여성의전화 발자취는 언제나 듣는 이에게 벅찬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강의 후 함께 느낌을 나누면서본회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좀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어진 시간에는여성인권을 상징하는 보라색성소수자인권을 상징하는 레인보우색 실로 직접 팔찌를 만들며그 의미를 다시 돌아보고 참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서로가 서로에게 알려주며함께 실을 엮으며 팔찌가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의 모습도 그렇게 얽혀져 갔습니다.

 

좋은 사람과의 시간은 언제나 짧은 것 같습니다.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뒷풀이로 달래며 '곁에'의 밤은 깊어졌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싹 튼 서로의 인연이 앞으로 함께 하는 길에 큰 원동력이 되길 바랍니다.


11월경 하반기 신입회원교육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2015년 신입회원 뿐 아니라 한국여성의전화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기존회원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또 다른 인연과의 즐거운 시간을 기다립니다.



며칠 전 여성의 전화 상반기 신입회원교육의 날에 다녀왔다. 어떤 선생님들이 신입회원으로 오실까 내내 기대와 궁금증을 간직한 채 기다리던 날이었기에 새로운 얼굴들, 일면식이 있는 얼굴들, 또 만나고 싶은 얼굴들을 마주하게 되어 무척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특히나 고미경 대표님의 한국여성의 전화 역사에 대한 강의는 깊은 울림이 되어 그 자리에 있던 우리들에게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내가 지금 있는 이 공간이 한국사회 여성인권의 역사와 함께 싸워온 곳이라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었다. 특히 신입회원교육의 날의 백미는 소원팔찌 만들기였는데 실의 색깔에 담긴 의미를 새기며 한땀한땀 엮어나가다가, 불행히도 다들 멘붕에 빠지고 말았었다. 실 묶기가 너무 어려워서... 하지만 그도 곧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고 하면서 또 다른 연대감이 쌓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뒤에 이어진 뒷풀이에서의 오붓함까지, 따뜻한 모닥불 같은 금요일 저녁을 보내고 왔다.

 

일련의 과정들을 써내려가다 보니 인연이라는 단어가 불쑥 떠오른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날들을 살아오니, 어떤 단어의 의미도 그 날들만큼 변화의 과정을 거듭하고 있기에 진부하지만 또 설레는 단어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인연이란 직, 간접적인 원인을 의미하는 불교용어이기도 하다 한다. 오호! 나와 한국여성의전화와의 인연이, 내가 여성의 전화와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이란 말인가?

시작은 10년 동안 해오던 일을 그만 두고, 이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찾아야겠다는 막연한 출발이었다. 바닥을 모르고 서서히 가라앉던 나에게, 오히려 가라앉아도 괜찮다는 힘을 준 것이 여성주의였다. 몇몇 지인들과 산발적인 활동들을 하며 여성주의의 언저리에 맴돌던 경험이 있었기에 상담이라는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니 47기 가정폭력전문상담원교육과 만나게 되었다. 아롱다롱한 자원활동가 선생님들과 상근활동가들의 소개가 있었고 미주쌤의 힘찬 강연으로 시작된 가정폭력전문상담원 교육은 아! 바로 이거야!!!


여성주의 상담이라는 것에 앞서 먼저 여성주의적 관점을 갖기 위한 공부, 여성폭력 현황과 근본모순들에 대한 강의, 그리고 앞뒤 선생님들과의 토론들, 밤을 함께 하며 나누었던 웃음과 눈물의 시간들. 함께 노래하며 춤추었던 수요시위 등 가정폭력 상담원 교육 과정을 거치며 내 안에는 계절과 같이 물오른 새잎이 나고 있었다. 물론 언제나 힘나고 좋았던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던 일들에 차별의 의미가 보이고 분노하고, 옆지기에게 폭풍 지적질을 하고, 나의 모순된 행동에 자책하는 등 약간의 분열상태가 힘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무사히 교육을 수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잎을 틔운 김에 조금 더 푸르러 보고자 성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을 받고 있다. 역시나 쉽지 않은 과정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 속이 꽉 막히기도 하고, 통념에 어이가 없어 콧바람이 나왔다가, 어떤 내 생각들은 편협했구나 반성도 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감과 자괴감을 경계 없이 오가다가 나를 붙들어 주는 것은 역시 내 옆의 사람들이다. 함께 교육받고 이야기 나누는 교육생 선생님들, 상근활동가들, 기존 회원님들. 부족하거나 넘치거나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를 떠나서 기꺼이 유대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성주의로 연결된 사람들 말이다. 그래서 자꾸 여전의 활동들을 살피게 되고, 무언가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이런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하며 성장할 수 있는 축복의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한국여성의전화와의 인연이, 그래서 너무나 소중하고 다행이다. 오늘 밤, 가뭄에 내리는 장마 빗방울처럼.


정진아|한국여성의전화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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