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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대학생기자단 4기, 여성폭력 웹툰 프로젝트 3개월의 이야기

by kwhotline 2016. 2. 25.

우리가 웹툰을 만들 수 있을까?”

대학생기자단 4, 여성폭력 웹툰 프로젝트 3개월의 이야기


슬기|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누가 맨 처음 웹툰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했을까? 11월 말, 추위가 몰려오던 그 즈음 따뜻한 커피가 든 머그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회의하던 날이 기억난다. 해마다 기수를 달리하는 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은 연말 마무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4기 대학생 기자단은 총 다섯 명인데, 지수, 정희, 수연은 대학 졸업반으로 한창 취업준비 중이었고, 하영은 한 달 후 유학을 앞둔 채였다. 상민 또한 외부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 웹툰 완성물을 제작하지 못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웹툰 (콘티) 만들기 프로젝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대학가 원룸 성폭행 사건, LGBT 단체 취재, 여성 영웅을 찾아서, 20대 여성이 느끼는 문제다양한 소재가 거론되었다. 신촌에서 만나 주말 회의까지 한 끝에 겨우 각자의 이야기를 정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 궁리하고 정해야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정희

  20-30대 워킹맘의 삶

  

  상

  한여자의 일생:

  가족내 남녀차별, 성폭력, 가정폭력을 

  모두 겪은 한 여성의 이야기 


  수연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에 입소하다

  

  지수

  가정폭력피해여성의 정당방위 사건

   - ○○○씨의 이야기 


 

   정희

  '어떻게 하면 무겁지 않게 여성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많은 사람이 쉽게 볼 수 있는 웹툰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일단은 해보자!" 

  자투리 시간을 동원해 지하철에서 수많은 웹툰을 읽었다. 

  우리나라와 외국 워킹맘들의 생활을 비교하기 위해 신문기사도 찾아 읽었다.



 

회의가 반복되며 각자의 이야기는 더 섬세해져 갔다. ‘20~30대 워킹맘의 어려움을 소재로 잡은 정희는 다른 친구들 아이디어에 도움 받아 한국과 핀란드의 워킹맘 비교로 발전했다. 지수는 윤필정씨(가명) 사건의 한겨레21 기사 등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했다. 신문사 인턴 기자로 일하게 된 수연은 밤12시에 과제와 자료조사를 올리는 등 투혼을 발휘했다.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에 입소하다

 <먼나라 이웃나라> 

 한 여자의 일생

 <십시일반> 


 






좌충우돌 웹툰 구상하기



<한여자의 일생> 가족내 남녀차별, 성폭력,

가정폭력을 모두 겪은 한 여성의 이야기

(상민의 1차 과제)

<한국과 핀란드의 워킹맘 비교하기> "핀란드

시계는 아침 7시. 같이 일어나는 할로렌과 남편"

눈에 그려지는 콘티를 짜온 정희의 솜씨에 

다들 감탄했다(정희의 3차 과제) 

<가정폭력피해여성에 의한 정당방위 사건>

실제 사건인 율필정씨(가명) 이야기를 조사

하고 이야기를 자던 지수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졌다(지수의 2차 과제) 

지수, 정희, 상민, 수연의 1-3차 과제들 





























 


쉼터 웹툰을 기획하던 수연은 작업에 들어갈수록 어려움에 부딪혔다. 가정폭력피해생존자가 짐 가방을 끌고 와 쉼터에 첫 발을 들이는 순간, 그곳에서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 등을 그저 상상으로 풀다 보니, 이야기를 짜고 나면 이게 맞나?’ 싶었다. 한국여성의전화 쉼터의 소장 단아가 사정을 듣고 대학생기자단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결코 간단히 끝날 수 없는 쉼터의 진짜 이야기는 기자단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저한 보안 속 쉼터 입소 과정, 오래뜰 가족이 쓴 시()에 담긴 피해당사자의 아픈 경험, 현장의 경험이 녹아있는 귀한 이야기였다.

 


미완성, 그러나 한 뼘의 성장


불쑥 3, 4기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마무리 할 시점이 왔다. 아쉽지만 웹툰 프로젝트는 미완의 상태로 종료되었다. 목표했던 결과물이 없다면 허무한 것일까?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소감을 나눌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완성과 실패의 시절이 때로 우리를 가장 많이 성장시키는 시간이라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성폭력 문제를 자신이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가슴으로 느꼈다. 흔히 많은 이들이 막연하게 가정폭력과 성폭력이 나쁘다는 데에 동의한다. 하지만 피해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많은 맥락과 상황이 있음은 몰라 거칠게 바라보고 함부로 이야기할 때가 많다. 다른 시각을 갖고, 다르게 행동하는 힘은 내가 잘 모른다는 겸허함과 배우려는 마음에서 시작됨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배웠다.



 

  수연

  처음에는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의 몸에 멍이 들어있는 장면을 생각했어요.

  '가정폭력' 하면 발길질하는 남성, 무기력하게 매맞는 아내...

  신문이나 방송이 보여주는 이미지 그대로를 떠올렸던 거죠. 

  가정폭력피해자의 이미지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보게 됐습니다.









  지수

  웹툰 만들기를 제안했던 것은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수월하지 않았다. 특히 나, 개인에게 있어서. 내가 무엇인가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고민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알 수 없는데. 내가 부족한가, 내가 모자란 건가, 내가 편협한가.


  단아 선생님의 말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이해하거나 아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믿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말. 

  나는 너무 많은 것에 대해 판단하려고 한 게 아니었을까. 

  우리 일정은 종료됐지만, 기자단 활동은 끝났지만, 

  이런 나의 고민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여성의전화 블로그에서 대학생기자단 4기의 활동 소감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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