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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이슈/성명·논평

[사건 그 후] ① 정희정씨 사건 재판방청후기

by kwhotline 2016. 2. 25.




사건 그 후,



한국여성의전화가 지원했던 사건,

그 후의 이야기를 엮었다.


한 사건의 법적 절차가 종결되었다는 것이

끝을 읨히하지는 않는다. 사건마다 다른 서사가 있지만

결국 부딪히는 기막힌 현실은 꼭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이 때로는 승리의 기억이든,

원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 기억이든,

이 속에서 여성의전화가 포착한 진실이 중요하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사건에 대한 보고와 함께

판결 과정의 이면에 드러난 

또 다른 폭력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사건 그 후 ] 정희정씨 사건 재판방청후기



허상과도 같은 

객관적인증거에만 매달린 재판부


가정폭력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정희정씨 국민참여재판 참관 후기



김윤정한국여성의전화 전화상담회원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201410월에 발생한 가정폭력 피해자에 의한 가해자 사망사건의 피고인 정희정씨(가명)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재판은 지난 25-6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고,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와 회원들이 이틀간 참관하였다. 다른 재판과 달리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참여하여 판결에 영향을 주는 제도이기에, 재판결과에 기대와 희망을 가져 보았다.

 

그러나 증인심문, 양측의 쟁점에 대한 변론과 진술 과정에서 배심원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피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 나의 바람이 헛된 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법원의 결정은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 가정폭력피해자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사법부 판사, 검사의 주관적 견해와 가치 판단이 판결에 큰 영향을 끼치는 현실, 또 가정폭력의 특수성을 간과해 일반화, 보편화된 법 해석과 논리로 판결을 내리는 재판부의 오류. 30년간 지속된 가정폭력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단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살인으로 몰고 가, 오직 살인이라는 결과로만 치부하는 재판부의 권력 앞에 무기력함과 참담함을 느꼈다.

 

정희정씨가 폭력과 학대를 받으며 살아온 30년의 세월을 헤아리지 못한 채, 허상과도 같은 객관적인증거에만 매달린 재판부의 불공정한 판결은 법의 횡포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30년의 가정폭력 피해 상황을 제출한 병원 진단서 부수로만 확인하여 지속적인 폭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불합리한 재판부의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분노, 무기력, 상실감, 허탈함 등 수많은 감정들이 북받쳐 올랐다.

 

재판관이 법정에 입장할 때 모든 사람은 기립한다. 그만큼 법은 존엄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권력의 상징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번 재판과정을 지켜보며 법이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정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수백억 원 대 자산가의 부인이었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 명의의 카드 한 장 조차 없었던, 정희정씨의 처절했던 삶은 누가 어떻게 보상해야 할까? 정의가 무엇이고,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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