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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여성인권영화제 인턴쉽 후기

by kwhotline 2016. 2. 24.

정 이야기


한국여성의전화 인턴쉽 후기




 

뜨거웠던 여름, 여성인권영화제 인턴쉽으로 한국여성의전화와 처음 만났다. 여성인권영화제가 다가오는 때이면 이번에는 어떤 영화를 볼지 꼼꼼히 고르던 생각이 난다. 성폭력 생존자에 관한 영화를 보곤 앓았던 기억, 퀴어 영화를 보며 즐거웠던 기억 또한 생생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일하게 되었으니, 인연이란 참 모를 일이다.


 

여성인권영화제와 함께한 여름


8월부터 영화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영화제의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어 참 즐거웠다. 꼬부랑말로 된 영화도 실컷 보고, 문서 작성부터 온갖 사이트 탐사까지. 본의 아니게 영어공부를 한 듯한 뿌듯한 기분과, 각종 프로그램의 숨은 기능을 발견하고 공유하며 나눈 즐거움은 덤이었다. 인턴으로 욕심 내지 말고 성실하게만 근무하자고 다짐했던 첫 출근 때완 달리, 작은 일이라도 속속들이 경험해 본 것 같아 더욱 귀중한 시간이었다. 다가오는 마감에 허둥지둥, 실수 연발이었을 인턴을 배려해주시고 챙겨주신 활동가 선생님들 덕분이다.

 

영화제 첫날 아침, 긴장과 설렘을 안고 출근하고 보니 관객으로 방문했을 때는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 참 많았다. 현수막의 글 한 자, 한 자도 새로 보이고 영화제 스탭들의 얼굴도 다르게 보였다. 함께 준비한 이들의 손길이 아니 간 곳이 없음에 감탄이 들기도 했다. 이번 슬로건인 질주가 작은 움직임이 모여 만드는 큰 물결을 의미하는 것처럼, 이번 영화제에 함께 한 나의 시간도 그러했다. 여러 달 준비해 온 일들이 현장에서 모여 영화제로 탄생하는 순간은, 우리 모두의 질주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한국여성의전화를 만나다


석 달 남짓을 함께 하면서, 여성인권영화제뿐 아니라 한국여성의전화에 대해서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스스로를 여성주의자라 말하면서도 여성폭력 이슈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자신을 돌아보았다. 어쩐지 접할수록 드는 피로감에 외면하고 싶었고, 다 알고 있는 것 같이 생각했던 가정폭력과 성폭력. 이제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편견인지 안다. 이 깨달음을 계기로 나의 여성주의가 또 다른 결로 풍부해지기를 바란다.

 

이제 바람이 서늘하다.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다시 숨을 고르는 계절이다. 여성인권영화제의 마무리 업무를 하면서, 함께 했던 시간이 다시 차분히 쌓인다. 열심히 달려왔던 날들을 잊지 않고, 계절이 가듯이 꾸준히 여성의전화와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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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 이야기


한국여성의전화 인턴쉽 후기



 

 

세 달여의 기간 동안 <한국여성의 전화>에서 찐빵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갔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잖아라는 생각을 갖고 열정 하나로 멋모르고 발을 들여놓게 된 인턴 일이였기에 나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웠고 공부였다. 이때까지 난 이 쪽 세상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그저 여성주의라는 것이 있구나,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구나 정도가 내가 아는 것의 전부였다. 내가 해 오던,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처음 다가가보는 영역은 다가서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낯설었다.

 

힘들다고 포기하는 대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그러다보니 그걸 내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 해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떤 일을 바라봤을 때 그것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그동안은 내 일이 아니라 제 3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평가하기에 급급했지만 조금 더 그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화요 시위에 나갔을 때 역시, 원래의 내 성격대로라면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일 자체를 부끄러워하고 피하고 싶어 했겠지만 스토킹 방지법 제정에 대해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한 사람이라도 더 잠깐 읽어 봐주기를 바랐다.

 

여성인권영화제를 하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가 영화 한편 한편에 담기는지, 또 거기에 관심을 가져주는 많은 지지자들이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며 나 역시 마음속에 뜨거워져 오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고 영화제의 주제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드는 일이 언젠간 정말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인턴 기간 동안 내가 제일 많이 배우고 감사했던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어설픈 나에게 활동가 선생님들은 정말 친절하게, 아니 그것을 넘어서 또 하나의 가족처럼 정말 잘 챙겨주셨다. 직장 사람들이라는 생각 대신 든든한 큰 언니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인생을 살아가는 새로운 가치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경험은 언제나 나에게 값진 것을 선사하고, 도전 끝의 달콤함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다양한 방법을 배운다. 이번 인턴 경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순하게는 어떻게 업무 전화를 받아야 할지, 어떻게 서류를 정리해야 할지부터 크게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야 세상에 도움이 될지 등 많은 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한국여성의 전화는 살아있고 언제나 역동적이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그 곳에 내가 잠깐이나마 아주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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