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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570분의 침묵: 2014년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방청 소감문

by kwhotline 2016. 2. 24.

570분의 침묵


2014년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방청 소감문



최경숙| 한국여성의전화 회원

 


한국여성의전화 2기 여성정치학교를 수료한 후 처음으로 국정감사를 방청하려고 국회건물에 들어서니 왠지 긴장되었다. 550호 회의장에서 TV 중계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유승희 위원장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여야 국회의원, 그리고 여성가족부 장관의 모습들을 보니 더욱 긴장되어 회의장 문을 열기가 두려웠다. 그만큼 국회는 평소 나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누가 어떻게 야단을 맞을까, 몸싸움이든 말싸움이든 격렬한 장면들이 연출될까, 궁금해지면서 한편으로는 가정성폭력의 어떤 문제가 다뤄질까, 또 우리가 의원들에게 요청한 질문 중 과연 몇 개가 발언되어질까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었다.

 

국감현장을 직접 보는 것은 재미있었다. 국무위원석 뒤쪽으로 자리를 잡은 덕분에 국감 내내 장관의 뒷모습을 실컷 볼 수 있었다. 직접 본 장관의 뒷줄은 마치 우아하게 물위에 떠있는 백조의 쉼 없는 발버둥 같았다. 장관에게 질문이 가면 뒷줄은 부산해진다. 건네지는 내용이 궁금해서 슬쩍 보니 질문에 따른 답변이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의원의 질문이 미리 전달되었나 보다. 그러나 준비된 답변을 다 읽지 못 한다. 답할 시간을 안 주고 계속 질문한다. 준비된 질문을 하기에도 주어진 7분은 짧았다. 그렇기에 답변이 조금만 길어지면 서면으로 하란다. 때로는 증인들이 면피성 답변을 하면 바로 질책의 화살이 쏘아졌다. 그 장면은 마치 교실에서 선생님에게 학생이 야단맞는 것처럼 보였다.


이번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의 초점은 두 개의 성폭력 관련 사건이었다. 오대위와 비정규직 여직원, 이 두 여성은 군대와 직장에서 당한 성희롱, 성추행과 관련하여 자살하였다. 임수경 의원은 꽃다운 여성 두 분을 추모합니다. 두 사건은 직장 내 조직적 성희롱, 성추행 사건입니다.”라는 말로 질의를 이어갔다.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한 예방교육과 인권의 문제를 따져 물었고, 중소기업중앙회 여직원 자살은 쪼개기 계약의 부당함과 더불어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의원들은 군의 인권 및 성폭력 예방교육, 고위공무원과 군 장성 임명 등에 성인지 교육 필수를 주장하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잘못된 성폭력예방 교재내용을 지적했다. 또 중기중앙회의 관련자 문책과 근로계약에 대한 개선 방안도 물었다.

 

안타깝게도 가정폭력문제는 거의 언급이 안 되고, 주로 최근에 이슈화 되어 세간의 관심이 높은 사건만 중복적으로 질의 되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의 인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 장군들을 만나고자 했으나 하늘의 별보기보다 어려웠다.”라고 증언했는데, 나는 여성인권을 지키기 위해 다루어야할 소중한 질문을 하는 의원을 찾는 것은 한강 백사장에서 금 찾기보다 어려웠다고 증언하겠다.

 

점심시간 포함하여 아홉 시간 삼십 분 동안 참여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에게 제공한 가정폭력성폭력에 대한 질의를 기다렸으나 믿음은 끝내 배신당하고 말았다. 연극이 끝난 것처럼 허무하다. 그러나 잊지는 않겠다. 박혜자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 장관에게 여가부의 정책은 여가부가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집행해 준다. 그 사실을 알고 있나?” 라고 물었다. ‘안다는 답변이 나왔다.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다음 국감 때까지 잘 지켜보다가 다시 확인해 보아야겠다. 밤새 자료를 읽은 보람도 없이 방청패찰을 반납하고 국회를 나서니 수북이 쌓인 낙엽이 발에 채였다. 발언되지 못한 질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귓전에 맴돌았다. 국정감사 요구 자료집만 시장바구니에 한가득 담아 왔다.






2014년 국정감사

31개의 여성폭력근절정책 질의하다.


 

10월 정기국회가 개원되었다매년 정기국회에서는 예결산 및 상정된 법안을 심의 ·의결하는 일과 함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행정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올해 국정감사는 10월 7일부터 시작되었으며, 10월 29일 여성가족위원회와 국회운영위원회를 끝으로 일정을 종료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는 매년 국정감사를 통해 여성폭력근절정책에 대한 질의를 준비하여 제안서를 소관위원회 별로 발송하여 답변을 듣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법제사법위원회안정행정위원회정무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에 총 31개의 여성폭력근절 정책을 제안했고내용은 다음과 같다.


■ 법제사법위원회

○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교정치료 과연 효과성이 있는가?

○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적용의 문제(검찰청사법부)

○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

○ 사법부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전환 필요

○ 스토킹 처벌법 제정 필요


■ 안전행정위원회

○ 가정폭력전담경찰관 운영실태 파악과 개선방향

○ 경찰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전환 필요

○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


■ 정무위원회

○ 4대악 보상보험(행복을지키는상해보험철회


■ 여성가족위원회

○ 성별 자살 통계 및 성별 사망 이유에 대한 공식 통계 필요

○ 실질적으로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부부상담 혹은 자녀면접교섭권제한을 추진하고 있는가?

○ 가정폭력피해자보호명령제도 집행 실태 파악 필요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적용의 문제

○ 가정폭력 피해자의 무료법률지원의 문제점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위촉된 강사만을 전문강사로 한정하는 문제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자질 문제

○ 기금으로 편성되어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지원예산을 여성가족부 일반예산으로 전환

○ 군대 내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조치 마련 필요

○ 가정폭력의 특수성이 반영된 독자적 지원 시스템 마련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금은 여성가족부 일반예산으로

○ 가정폭력 쉼터의 생계비 부족문제 해결 시급

○ 가정폭력 피해자, 생존을 위한 신변보호와 안전대책 마련

○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밀엄수 의무자 확대

○ 여성폭력 쉼터, 전세지원금 갚지 못해 존폐위기에 서다!

○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자립자활을 위한 지원 강화

○ 가정폭력피해 아동의 학습권 보장

○ 가정폭력 피해 아동의 특수서을 감안한 보육지원정책 마련

○ 쉼터 동반자녀에 대한 양육비 및 교육비 지원 확대

○ 가정폭력 쉼터 종사자들의 처우개선

○ 쉼터 종사자들의 신변보호와 안전대책 마련

○ 기타 가정폭력 쉼터의 현안 문제들

  - 운영비 중 기타운영비 현실화(증액), 냉난방비 부족문제 해결(추가지원)

  - 피해자 치료회복프로그램 사업기간 확대 및 예산 증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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