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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일상

[한국여성의전화 소식지 <베틀lll> 4호] 겟 잇 페미니스트

by kwhotline 2015. 8. 19.

겟 잇 페미니스트 1탄


겟 잇 뷰티 아니죠, 겟 잇 페미니스트!




글_선혜 한국여성의전화 희망참여팀

사진_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먼저, ‘페미니스트가 무엇인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겠죠. 한동안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랭크된 이 단어의 연관검색어로 페미니스트 뜻이 올라 있었던 걸 보면 궁금해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의미니까요. 국립국어원에서는 놀랍게도 여자에게 친절한 남성을 비유하는 말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했는데요, 적어도 여기서는 절대 그들을 지칭하는 말은 아님을 밝힙니다. 다양하고, 세련된 정의들을 내릴 수 있겠지만, 명료하게 여성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하도록 하죠.

 

 ‘패션은 통상적으로 옷 입기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패션아름다움과 연결시키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그리 대단한 배경 지식이 없어도, ‘아름다움이 여성의 몸을 단속하기 위해 어떤 정치적 공작을 펼쳐왔는지는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지금도 맹렬히 그 공세를 펼치고 있죠.

 여성이 어떻게보여야 한다는, 이미 형성된 사회의 암묵적인 (강요에 가까운)합의로부터 언론은 뚱뚱한 몸 보다 마른 몸이 우월함을 성찰 없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후덕해진 것 같은여성 연예인에 대해서는 그렇게 보이는 이미지와 함께 비판과 조롱이 이어지고, ‘정상 체중에서 저칼로리 음식’, ‘고강도 운동을 통해 저체중이 된 여성 연예인에 대해서는 자기 관리의 완성체로 극찬하는 텍스트들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요?

 이렇게 여성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몸을 맞추도록 삭제(체중 감량)’되거나, ‘변형(성형)‘되거나, ‘은폐(화장과 옷입기)’될 것을 강요당하죠, 그리고 이러한 맥락 속에서 패션은 뱃살 감쪽 같이 가려주는...”, “5kg은 덜 나가가게 보이려면...”, “군살을 정리해 주는...”, “다리가 길어 보이는...” 등의 구체적인 충고(!)들로 여성들을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아름답게 보이려면 이렇게 해라는 강요가 되어버린 것이죠. 그렇게 패션은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 아닌, ‘사회에 통용되는 아름다움을 획득하기 위해 나를 구속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의 패션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전 모든 페미니스트들은 패셔니스트라 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옷을 잘 입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 패셔니스트페미니스트가 비슷하게 읽혀서는 아닙니다. (그래도 혹시 비슷한 뜻인 줄 알았다는 사람이 있다면 착오를 굳이 바로 잡고 싶지는 않습니다.)

불행히도 페미니스트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단어였습니다. 페미니스트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사회의 시선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다는 것에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해왔습니다. 편협하고 드센 여성의 표본으로 읽혔던 페미니즘에 어느 날,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선언이 SNS를 빼곡히 수놓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엄청난 생명력으로 번식하는 여성 혐오세력에 반기를 드는 그 선언은 참으로 섹시하기까지 하더군요.

어쩌면, 이 쿨하고 핫한 페미니스트들의 좀 다른 옷입기에도 관심을 가지는 누군가가 분명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핫한 셀럽에 대한 관심처럼 말이죠!) 물론,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옷 입기에 대단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페미니스트들은 적어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남들의 시각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두는 옷 입기를 지양하는 센스 정도는 가지고 있기에, 이로써도 충분히 패셔니스트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고, 페미니스트들의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참고로. 이 글이 다양하고 폭넓은 페미니스트들의 패션에 대한 소고가 되지는 못할 것임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필자의 좁고도 얕은 인간관계의 한계로, 어쩔 수 없이 본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패션으로 한정될 수에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함과 동시에, 어떤 셀럽보다도 멋진 나의 페미니스를 소개할 수 있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첫 번째.

옷차림이 “너무 야해”서 성폭력 피해를 입는다고? “웃기십니다!”


 성폭력 예방의 지침에 오랫동안 등장해 온 ‘지나치게 야하거나, 개방적으로 보이는 옷차림’을 하지 말라는 말 속에는, 그러한 옷차림(혹은 그러한 옷차림으로 규정되는 여성의 이미지)이 성폭력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죠. 사회의 통념을 그대로 반영하는 이 텍스트가 독자들께도 낯선 말은 아닐 것입니다. 여성 폭력은 여성(의 옷차림)과는 어떤 상관도 없다는 근거를 아무리 늘어놓아도, 우리 사회의 통념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통념은 놀라울 정도로 너무 강력하게 작동하여 ‘성폭력 피해자’를 어느 순간 ‘무고죄 가해자’로 뒤바꾸는 만행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내가 아는 어떤 여성보다도, 정열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며, 자유롭고, 솔직하며 선한 그녀는 나에게 ‘에스메랄다’를 떠올리게 합니다. <노트르담드파리>의 아름다운 보헤미안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는 남성에 의해 ‘욕정을 불러 일으키는 여성’으로 대상화됩니다. 춤추는 그녀의 치맛자락이 자신을 유혹했다며 그녀를 죄인 취급하더니, 그녀에 대한 욕망으로 자신들이 그동안 이룬 <대~단하신 업적>을 망쳐버릴까, 그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마녀’로 단죄하기까지 합니다. 세상의 권력이 ‘그런’ 이방인 여성을 제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15세기에서 끝났으면 하는 이 진상들의 활약상은 슬프게도 지금 한국 사회에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런 놈들이 제일 짜증나!”라며 ‘성폭력에 대한 모든 통념’에 분노하고, 그들의 논리가 먹혀드는 세상과 당당히 맞서 통쾌한 펀치를 날리는, 레벨업 되어 재탄생한 21세기의 에스메랄다 그녀가 바로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이라는 것이죠.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

보색 대비 화려한 프린트의 미니원피스는 그녀의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함께 매치한 심플한 에스닉 샌들과 목걸이 정도로 최소화한 액세서리는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췄다. 그을린 피부에 어울리는 레드오렌지 헤어는 끈적이지 않는 헤어로션을 이용, 자연스럽게 연출하여 감각 있는 에스닉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녀의 잇템

레드컬러의 트위스트 펌 롱헤어

화려한 프린트의 핏한 미니원피스

호피지브라그리고 시스루







두 번째.

“여자”처럼 입는 게 뭔데?


 인류에게 걸린 ‘분홍색’과 ‘하늘색’의 저주(!)를 풀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시작되는 이 저주는 인간의 성장과 함께 하며, 분홍색은 주로 스커트, 레이스, 긴 머리, 하이힐로, 하늘색은 바지, 맨투맨 티, 짧은 머리, 운동화 등으로 진화합니다. 패션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젠더리스’ 바람이 불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여자’처럼, 남성은 ‘남자’처럼 보이는 촌스러운 옷 입기는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상상 이상으로, 타고난 성과 배치되는 ‘젠더 옷 입기’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매일 같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자신의 성(sex)을 재확인하는 불필요한 작업을 강요받는 것은 애교 수준입니다. 확실한(!) 대답을 원하는 자들에 의해 신체의 특정 부위가 원치 않는 눈길의 대상이 되거나, 심지어 만짐을 당하는 엄청난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폭력의 끝은, “왜 그렇게 입고 다니냐는” 끈질긴 추궁과 함께 “여자애가... 여자처럼 좀 하고 다녀라”는 궁극의 문장으로 마무리 됩니다.


그녀의 옷입기는 그녀를 그녀처럼 보이게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녀를 그녀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은 누구의 시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꼭 그녀가 그녀처럼 보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그녀처럼 보이는 것이, 그처럼 보이는 것이 무슨 대단한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그녀가 그이며, 그가 그녀이면 안 되는 이유도 모호해집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남자 활동가가 있어요?”

오늘도 ‘그녀다움’을 위한 지리한 투쟁(!)을 이어나가는 그녀에게 심심한 응원을 보냅니다!



정 한국여성의전화 기획홍보국 활동가

블랙 피케이티셔츠에 브라운 컬러의 핀 체크 재킷이 클래식하다. 하의는 스키니한 블랙 5부 팬츠로 단조로움을 피했다. 삼각형 피어스와 슈즈 역시 블랙으로 선택했다. 무광 블랙 워커 위로 살짝 나온 그레이 보카시 앵클삭스가 센스 있다.

뻣뻣하고 뜨기 쉬운 헤어는 하드 왁스로 단정하게 정리하여 연출하였다.



그녀의 잇템

픽시컷 숏헤어

이너컨츠 피어싱

캐주얼+댄디 스타일

격식 있는 공식 행사를 위한 ‘남자’ 프레피룩







부록.

무슨 설명이 필요 하겠는가?


“우리 단체복은 소재가 좋다”며, 매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제작하는 영화제 및 캠페인 의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녀! 그녀는 패션을 통해 자신이 활동하는 단체에 대한 사랑과 여성인권운동 활동가의 정체성을 언제, 어디든 사람들에게 각인시킨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검정색 영문 단체명이 프린트 된 화이트 라운드 티셔츠와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 베이지색 조끼로 깔끔하고 캐쥬얼한 이미지를 연출하였다. 포인트가 된 핑크색 뱃지 역시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 기념품이다. 검정 사각뿔테안경과 왁스로 넘긴 깔끔한 헤어로 지적인 느낌을 더했다.  

만 3년 상근 기념으로 활동가에게 증정한 14K 한여전 로고 팬던트 목걸이와 10여년 전 제작한, 역시 한여전 로고가 새겨진 비즈 귀걸이를 매치하여, 깨알 같은 단체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그녀의 잇템

단체 로고를 활용하여 제작한 액세서리

캠페인 등을 위해 매년 제작하는 단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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