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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우리는 왜 ‘성’을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by kwhotline 2015. 6. 16.

우리는 왜 ‘성’을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한국여성의전화 2030실용연애특강 김신현경 , <그 여자의 S코트> 현장 취재





“성이나 성적 욕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세요?”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하자마자 청중들에게 던져진 질문이었다. 어색한 침묵이 강의실 안을 맴돌았다. 침묵을 깨고 한 참가자가 “섹스요.”라고 말하자 그제야 성관계, 야동, 본능, 금기, 판타지, 페티쉬, 피임, 임신 등등 여러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왜 성적 욕망이라는 단어를 보자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 것일까? 일반적으로 성을 섹스(sex)로서의 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녀의 성기가 결합하는 것(intercourse)을 중심으로 성을 규정하는 것이다. 김신현경 객원연구원은 이러한 성 인식에 세 가지 가정이 깔려있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성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문제이다. 두 번째, 성은 자연적이고 본능적인 문제이다. 세 번째, 성은 이성애와 관련된 문제이다.



성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문제?!


女 “스킨쉽 속도는 어떻게 하지?”, “첫 경험은 언제 하지?”, “섹스 할 때 아프면 어떻게 하지?”

男 “스킨쉽은 어떻게 리드하지?”, “첫 경험을 어떻게 빨리 하지?”, “섹스 할 때 잘해야 되는데…”


2007년도부터 학생들에게 섹슈얼리티에 대한 강의를 해온 김 연구원은 개개인 마다 다른 점은 있지만 성에 대해서 같은 성끼리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이런 공통적인 고민들의 밑바탕에는 성각본(sexual script)이 있다. 여기서 성각본이란 성애적 관계에서 연극의 각본처럼 남성적 역할과 여성적 역할이 구분되어 있으며, 남녀는 배우가 각본을 따르는 것처럼 이것을 따르게 된다.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남성은 구애와 성적 접근에 적극적이어야 하며 여성은 수동적으로 남성의 행동에 반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성각본으로 인해 사랑하고 연애하는 데에 있어서 보편적으로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답이 있다고 여기게 되고 사람들은 그 답에 자신들을 끼워 맞추려고 하게 되면서 공통적인 고민들이 생긴다. 



성은 자연적이고 본능적인 문제?!


남녀 간의 관계에서 남성과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정해지는 것은 남성과 여성의 ‘본질적’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본질적인 것일까? 사회 속에서 구성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김 연구원은 남성과 여성의 성이 다르게 구성되는 시작은 아이러니 하게도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생각이 싹텄던 근대라고 설명한다. 그 전까지는 신분의 차이가 크게 작용하였다면 근대에는 신분적 차이가 없어지는 대신 법 앞에서 평등하게 설 수 있는 인간의 조건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각양각색의 사람들 중에서 남자이고 중산층(부르주아)이며 백인인 이성애자가 바로 그 조건이었다. 그러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부각되었고, 남성중심적인 시각이 강화되었다. 여성의 성은 출산에 국한되어 결혼이라는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만 인정이 되었으며, 남성은 생계부양자로서 (가부장적 근대 이성애 핵)가족을 대표하고 여성의 성을 소유하게 되었다. 


성은 이성애와 관련된 문제?!


남성중심적, 이성애중심적 사회에서 동성애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또한 동성애는 여성은 남성의 성적 욕망을 수용하는 사람이며 남성에 의해서만 성적 욕망을 충족할 수 있다는 남성중심적 사회의 성적 욕망에 대한 가정을 중심으로 성별에 따라 왜곡되었다. 남성 간의 동성애의 경우 ‘성에 적극적인 남성끼리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과하게 성적인 존재들이고 항문 섹스를 할 것이다’, 여성 간의 동성애는 ‘페니스가 없기 때문에 성적 쾌락을 느끼지 못하고 성 관계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편견이 바로 그것이다. 


‘남성은 이럴 것이다’, ‘여성은 이럴 것이다’하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각본은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끊임없이 접하기 때문에 이를 내면화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자신도 모르게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성에 대한 인식들을 점검하고 하나씩 그것들을 내려놓는다면 더욱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세경_한국여성의전화 대학생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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