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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by kwhotline 2013. 10. 8.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쉼터 '오래뜰'은 1987년에 생긴 국내 최초의 쉼터입니다. 가정 안에서 신체적, 정서적, 성적, 경제적 폭력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과 자녀들이 폭력피해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피난처입니다. 의료지원, 법률지원, 여성주의상담을 통해 폭력피해로 인한 후유증을 치료하고 주체적이며 독립적인 삶을 위해 지지하고 지원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쉼터에서는 6월부터 8월까지 총 12회기에 걸쳐 ‘글쓰기치유 집단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작성 된 참여자들의 글은 이후 책으로 발간 될 예정입니다. 이 글은 참여자 중 한 명이 두고 온 아이들에게 쓴 편지글입니다.

 

 

 

사진_김석종 사진가 기증(www.treee.com)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_린

 

엄마가 달려간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못난 엄마는 매일매일 갈팡질팡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게 너희들에게 좋은 것인지..

아니, 나의 이익만 생각한 채 행동을 옮기지 않는 것인지..

무엇이 두려운지..

이렇게 엄마는 아직도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못났지... 나쁜 엄마지...

 

매일 아침이면 오늘은 꼭. 너희들에게 소식을 전하리라 몇 번이나 다짐하면서도 이렇게 또 밤은 왔다.

잘 있냐고, 물어보고 싶고... 아프진 않는지.. 엄마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라고 손가락질 받지는 않은지. 친구들 선생님들, 할머니들, 아빠로부터 눈치 받진 않는지.. 엄마는 마음이 너무도 아프다.... 하지만 너희들이 아픈 거에 비하면 아픈 게 아니겠지.

 

그래도 엄마는 어른인데... 엄마가 뛰어오면 할머니 집에서 기다리겠다고 어엿하게 말하던 아주 작은 너보다 못하구나.

언제쯤 너희들을 다시 만나게 될지... 엄마는 오늘도 기약 없는 날짜를 세어본다. 그때쯤엔 이미 너희들은 훌쩍 자라나 엄마가 없는 그 시간과 공간들을 눈물로 보낸 다음이겠지. 엄만 너희들을 만날 자신도 바라볼 자신도 없을 것만 같다. 비겁하게도...

 

애써 다짐해 본다. 그렇게 사는 것 보단 이렇게라도 사는 게 나은 거라고. 엄마 혼자만 생각한건 아니라고. 애써 다짐해 본다.

보고 싶다. 내 품에 꼬옥 안고 너희들의 머리 냄새, 몸 냄새를 맡고 싶다. 엄마 몸 속 깊숙이 너희들의 모든 것을 느끼고 싶다.

 

손을 만지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던 아들아... 끝끝내 짜증내며 니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던 이 엄마를 용서하지 말아라.

땀에 젖어 베개 코를 만지며 자던 딸아... 제 시간에 잠 안 잔다고 소리치던, 뱃속에 있을 때부터 너를 힘들게만 여겼던 이 엄마를 절대 용서하지 말아라.

 

아프고 아픈 내 새끼들... 못난 엄마를 용서하지 말아라.

하지만, 엄만 그곳에서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너희들이 할머니 집 앞 마당에서 놀고 있을 때 엄만 뒤뜰에서 목을 매고 싶었다. 차라리 죽고만 싶었다.

 

보고 싶고... 보고 싶다. 왜 엄마는 이렇게 멀리서 너희들을 애타게 마음으로만 그려야 하는지, 엄만 누군가에게 또 묻고 묻는다. 올해도 또 그냥 가려는 것인지....

 

너희들을 위해 기도해.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길...

사랑하고 사랑하는 아들, 딸!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보고 싶다...

 

 

 


 

 

후원을 기다립니다!

 

본회 부설 쉼터 ‘오래뜰’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과 동반자녀들이 긴급하게 피난할 수 있는 시설입니다. 본회는 ‘쉼터’를 통해 상담지원, 의료지원, 법률지원, 자립지원 등 정신적·육체적 안정과 치료를 돕고 있습니다.
‘쉼터’를 거쳐 간 많은 여성들과 동반자녀들이 폭력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정부지원금은 공과금을 내고, 생필품을 사기에도 턱없이 부족 합니다.
피해 여성들과 동반자녀들이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한 ‘쉼터’에서 희망찬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아낌없는 애정과 격려 바랍니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128-910002-01505 예금주: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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